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존재하지 않는 모교

꿈같던 날들 조회수 : 508
작성일 : 2008-10-10 02:05:15
아이가 막바지 중간고사 공부에 밤을 밝히고 있어 저도 잠 못 들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해 봅니다.

지금은 좀 멀리에 살지만, 학창시절을 부산에서 보냈답니다.
그리운 중학교는 신입생이 줄어 들다가 폐교가 됐다더군요. 그 소식에 오래도록 갈 곳 잃은  실향민처럼 상실감에 젖었던 기억이 큽니다.
성당과 유치원과 여고가 함께 있는 미션스쿨이었어요. 부산 친정에 갈 때 근처를 지날 때면 일부러 가보기도 했는데  내 소녀시절의 밝은 웃음소리, 고운 꿈들, 천진하던  한 때의 추억들이 어디로 갔나 싶어 더욱 그립고 서운하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시험기간마다 꽤나 긴장해서 제 딴엔 심각(?)한 자세로  교문 앞 성당을 살며시 들어 가 `시험 잘 보게 해주세요~`간곡히 빌고, -당시엔 의례적으로  참여했지만-해마다 오월이면 성모송을 부르며 촛불을 밝혔던 기억이 따스한  온기로 마음을 덥혀 줍니다.
시험을 마치면 바로 학교 아래에 있던 2개의 극장을 번갈아 단체관람했는데 , 아주 오래된 명화 `길은 멀어도 마음만은`, `닥터 지바고`... 어린 가슴에 다른 세상을 만난 듯 설레고 신기했지요.
작은 서점이 있어 150원인가 하던 삼중당문고를 한 권씩 사 보는 게 큰 낙이었어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벽돌집`이란 분식점이 있었는데 용돈을 아껴서 쫄면을 먹겠다고 단짝과 걷던 주택가 풍경이 기억납니다. 더 멀리 초량 쯤에 `선화당`이란 작은 분식점도 유명했는데, 거기 단팥에 소프트 크림을 듬뿍 올려 주던 `크림팥죽` 참 맛있었지요...

어느 새 딸아이가 중 3이 될 만큼 세월이 훌쩍 지나 버렸네요.
지금 제가 생각해도 상상이 안될만큼 개구장이였고, 이벤트를 잘 만들던 엉뚱 발랄 소녀가 중년이 되어
지금은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는 지난 시절과 사랑했던 모교를 그리워 하는 깊은  밤입니다.

옛날에 그토록 궁금해 하던 미래에 내가  살고 있는데도,  꿈꾸며 세상으로 나갈 연습을 시작하던 그 소녀는  지금
다시 그 시절 속으로 단 하루만이라도 돌아 갈 수 있다면,  그 보석같던 시간을 조금이라도 향유할 수 있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먼 훗날의 나는  이런 지금의 내 모습만이라도 절실히 그리워 하게 될까요...






IP : 121.169.xxx.8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원글님 올리신글과
    '08.10.10 5:35 AM (61.109.xxx.6)

    상관없는 얘기인데..
    새벽 2시까지 시험앞두고 공부하는 따님과...같이 옆에서 잠을 못드는 원글님..
    부럽고 부끄럽네요.
    역시 공부잘하는 아이에게는 그만큼 열심히 뒷바라지하는 부모님의 정성이 있는듯해서
    시험때도 밤 11시를 못넘기는 고교생 울아들과 얼렁뚱땅 엄마인 저는 마음 비우고 살렵니다~ ^^

  • 2. 헤르미나
    '08.10.10 11:29 AM (118.42.xxx.49)

    d여중 말씀하시는 건가요?
    얼마전에 가보니 왠 운동장만 덩그라니 있더라구요.
    아이가 중3이면 저랑 한 교실에서 수업을 받았을수도 있겠네요.
    많은 추억들이 묻어있는 곳인데 가슴 한켠이 휑~~하니 ..

  • 3.
    '08.10.10 4:47 PM (125.178.xxx.15)

    그여고는 동여고 인가요?
    그곳에서 학력고사를 보았거든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39263 비행기탈때 100미리이상의 액채물은 절대 안되나요? 4 가을아침 2008/10/10 427
239262 변액유니버셜 해지하려했더니 채권형으로 바꾸라는데... 3 문의 2008/10/10 715
239261 비방글/알바글/광고글/음란글/낚시글/중복글 등등이 아닌 이상.... 18 관용 2008/10/10 415
239260 김명민이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 알려면 노다메칸타빌레를 보세요. 33 불멸의김명민.. 2008/10/10 4,607
239259 난생 처음 연예인에게 쓰러지다 44 꽃미남보다 .. 2008/10/10 6,902
239258 [펌]인플레이션보다는 디플레이션이... 위험해!!!.. 2008/10/10 352
239257 아들자랑좀 할께요.. 1 똘똘지누 2008/10/10 502
239256 잉글리쉬무무학원어떤지,,, 5 영어학원 2008/10/10 970
239255 세우실님 좀 계속 더 많이 해주세요. 26 저 또한 한.. 2008/10/10 969
239254 지금 팔고 있는 옥수수도마 써보신분 계신가요?? 1 초보 2008/10/10 469
239253 토탈 재무 컨설팅같은 업체에서 여러회사 보험 견적받고 가입해도 문제없을까요? 첨이라.. %% 2008/10/10 266
239252 눈다래끼 초기에 집에있는 항생제 먹이면 되나요? 6 외국이어요 2008/10/10 674
239251 광주 수피아여고가 100년이 되었네요. 4 모교사랑 2008/10/10 381
239250 회사 관두면 후회하겠죠? 13 직딩맘 2008/10/10 1,044
239249 집에 도둑이든후...극복하기. 7 문의 2008/10/10 1,227
239248 이번주 쿠폰_감자가격 3 코스트코 2008/10/10 373
239247 못말리는 롯데팬..... 9 쯧쯧 2008/10/10 840
239246 튼튼영어 남매가 같이 하면 가격이... 6 가을은 2008/10/10 827
239245 쥐를 잡자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강의... 1 ㅠ,ㅠ 2008/10/10 247
239244 부동산 스톱되었습니다. 4 부동산 2008/10/10 1,620
239243 남편이 작은 방으로 가자고 말해줘서 고마웠어요 1 즐거움반걱정.. 2008/10/10 1,807
239242 이민가는 친구 ?? 2008/10/10 576
239241 자체발광... 저도 할 말 있어요. 10 산 너머 남.. 2008/10/10 1,995
239240 왼쪽 머리가 소름끼치듯 한데요.. 5 걱정 2008/10/10 4,086
239239 외국에 보낼 서류에 공증서명이 필요하다는데요... 1 부탁 2008/10/10 157
239238 존재하지 않는 모교 3 꿈같던 날들.. 2008/10/10 508
239237 여기 풀빵님이랑 희서가 나왔네요... ^^ 5 이루 2008/10/10 730
239236 노벨문학상 2 클레지오 2008/10/10 310
239235 믹키유천네 할머니가 하셨다는...대통령들이 다녀간 식당 이름 아세요? 5 궁금해요 2008/10/10 10,068
239234 백분토론..홍석천 짱이에요^^ 15 바오밥나무 2008/10/10 6,2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