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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발광... 저도 할 말 있어요.

산 너머 남촌에는 조회수 : 1,995
작성일 : 2008-10-10 03:08:05
자체발광하는 부유층 자녀들에 대해 설왕설래를 보면서 우선 제 동생이 겪은 걸 먼저 말씀드리자면...

동생은 학원강사예요.

지금은 지역내에서 알아 주는 학원가 부촌동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지만 전에는 지역내에서 알아주는 꼴통들이 다니는 고등학교 애들이 다니는 변두리에서 가르쳤어요.

비교체험 극과 극이죠.

지금 다니는 학원은 중딩이 토플공부하는 곳이고, 그 전 학원은 중학생 문법도 못 알아 들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르쳐야할지 대략난감...

전의 학원을 다닐 때는 항상 동생 목이 쉬어 있는 상태였어요.

소리 지르고 심지어 매까지 휘둘러도 선생님 앞에서 쌍시옷 나오는 소리도 서슴치 않는 녀석들이 많아서 머리가 지끈지끈...

지금 학원은 숙제 안 해오는 애도 찾기 힘들고 결석하게 생기면 미리 문자와서 양해 구하고...(그 전 학원은 무단결석이 많아서 전화돌리는 것이 일이었다는...)

중간고사, 기말고사 끝나면 애썼다고 먹을 것을 사주기도 하는데 지금은 선생님께 먹으라고 하기 전에는 손도 안 대고 고맙다고 깍듯이 인사챙기는 반면 그 전 학원은 지들끼리 휘리릭, 정신차려 보면 빈봉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완전 자체발광 뽀송뽀송한 아이들과 완전발광(다른 의미-crazy) 구질구질한 아이들의 대립구도잖아요.

근데 겪어본 동생 얘기는 달라요.

일하는 걸로 치면 지금이 낫다고 볼 수 있지만 인간적 매력은 그 전 학원 아이들이 훨씬 많다네요.

굉장히 거칠게 굴지만 진짜 진심을 주는 아이들은 걔네들이래요.

이 새끼, 저 새끼하면서 혼내도 금새 헤헤거리고 동생이 많이 아픈 적이 있는데 괜찮냐고 걱정해주고 학원 그만두고서도 한참을 문자 보내면서 그리워하고...

지금 학원은 예의바르지만 사무적인 느낌이 강하다고 해요.

물론 새학기 들어서 헤어지게 되어도 서운해 하거나 전처럼 문자 날리는 아이는 흔치 않구요.

그리고 예의바른 진상은 더 무섭다는 것...

동생이 가르치는 반에 조금 더 잘 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새 책을 고르는데 그 녀석이 이의를 제기하더래요.

동생은 좋게 '**야, 너에게 맞출 수 없으니까 너가 양해를 해라. 선생님이 신경 써 줄께.'라고 말했었죠.

그런데 그 다음날 지 친구들이랑 단체로 학원을 그만둬서 한 반이 공중분해되고 한동안 원장님께 면목없고 상처 받았다는...(윗 레벨로 가기에는 어정쩡한 정도라 그만둘 정도는 아니었고 본인은 그렇다 쳐도 친구들은 성적도 많이 오르고 동생수업이 좋아서 친구까지 데려온 아이였는데 **가 무리의 리더다 보니 우르르 그렇게 되더라구요.)


이런 경험은 동생만 했던 것이 아니예요.

제가 공립초등학교에서 사립으로 전학갔다가 공립으로 전학와서 마친 경우인데요...

사립과 공립... 정말 다르더라구요.

우선 아이들 외모부터 사립은 잘생기지 않은 친구들도 뽀얗고 부티가 있다고 해야 할까... 부모 손길이 느껴져요.

공립에서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부모님을 둔 경우, 몰골은 말할 필요가 없고 거기 다니면서 녹색카드라는 게 뭔지 처음 알았구요, 단칸방에서 온 식구가 살 수도 있다는 것, 86아시안게임즈음인데 아직까지 집에 전화가 없는 사람도 있다는 것, 효도전화라고 설치비를 면제해줘도 전화 놓을 여력이 없는 집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솔직히 어린 마음에 살짝 무시된 것도 사실이구요, 너무 비교가 되어서 전학온 학교에 정 못 들이고 졸업해서 친구들 전혀 기억이 안나요.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운동회...

공립은 완전 시장바닥이 따로 없어요.

선생님이 뭐라건 학부모석 들락날락거리며 먹을 것 가져다 먹느라 난장판... 당연히 운동회프로그램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사립은 선생님 말씀 경청하면서 점심시간까지 절대 자리 안 뜨구요, 점심시간 끝나고 호루라기 불면 바로 집합...

공립으로 전학와서 지갑 두 번 도둑 맞았구요, 애들도 욕한다는 것 처음 알았어요.

맨처음 입학한 공립에서는 이학년때 반에서 몇 명 선발해서 대회나간다고 도시락을 싸오게 했는데 소세지 반찬 청소하러 온 5학년 오빠에게 뺏긴 적도 있죠.

그런데요... 그 예의 바르고 선생님께 공손하고 시험때면 코피가 터지게 공부하는 사립의 모범생 친구들에게 제가 뭘 당했는지 아세요?

왕따... 뭐 그 시절엔 그런 용어가 없었으니까 대충 텃세라고 해야 하나... 전학온 아이들은 이걸로 많이 힘들어 했어요.(심지어 전학간 친구도 있을만큼... 공부를 잘해서 더 좋은 곳에서 좋은 교육 받으라고 전학시켰는데 완전 바보취급 당하니 정말 바보스러워져서 그 전 학교에서 날렸다는 걸 저도 못 믿겠던데요. 견디다못해 원래 학교로 전학 갔다가 같은 중학교에서 다시 만나니 다른 사람이 되서... 공부도 잘하고 실장까지 맡을만큼 인기도 좋았구요.)

전 좀 깡다구로 버티고 신경 안 쓰는 척 뻣뻣했는데 그게 더 얄미웠는지 심지어 제 책상에 다른 사람 지갑이 들어와 있었던 적도 있어요.

제가 먼저 발견했기에 다행이지 아님 완전 도둑으로 몰렸을 뻔...(지금 생각해도 4학년짜리 초딩이 그런 짓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걸스카우트처럼 초등학교 연합모임에서는 우리들(엄밀히 말하면 저 빼고)끼리 공립 애들 씹던 것도 잊혀지지 않아요.(장기자랑이나 준비물에서 차이가 많이 나긴 했지만 그건 부모들 경제력의 차이일뿐...)

그 시절의 경험때문에 나대던 제 성격이 많이 변했을만큼 엄청난 상처죠.


뭐... 저도 세상살이를 하다보면 확.실.히. 많이 배우고 경제적 여력이 있는 사람들이 상대하기 편한 면이 있기는 해요.

부드러운 매너, 작은 배려, 남다른 가정교육, 풍부하고 다양한 소재의 대화...

그렇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포장이지 그들의 내면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냥 누리는 게 많다 보니 자신의 바닥을 드러낼 기회가 흔치 않을 뿐이겠죠.

어느 계층이나 마찬가지로 좋은 넘, 나쁜 넘, 어정쩡한 넘... 대충 버무려져 굴러가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면... 밑바닥 인생 나쁜 넘은 그럴만한 동정의 여지도 있고, 지 신세 지가 말아먹는 거지만 자체발광 나쁜 넘은 하나님도 못 말리는 악질이라는 것... 나라를 말아 먹고 세상을 망쳐 버리는 넘이라는 겁니다.


사족
갑자기 생각난 건데요... 6공시절이었던가 노**총리...
s대 출신의 날리던 수재, 정치학계 거물, 알아주는 신사죠.
서예에 조예가 깊고 취미는 피아노 연주...
끝내주죠?
근데 정치학을 공부했다는 인간이 광주사태(?)는 김대중이 외곽을 때린 노련한 기술이라고 지껄인 것 어떻게 생각하세요?(쉽게 말하면 김대중이 내란을 일으켰다는 말이나 진배없죠.)
자체발광하면 뭐하나요? 가진 밑천이 걸레인걸...
IP : 124.50.xxx.48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08.10.10 4:15 AM (58.142.xxx.73)

    여러 환경에 있어본 경우인데 많이 공감이 가요. 어디가나 사람은 다 반반 또는 좋은놈 나쁜놈 어정쩡한 놈 삼분되어있을뿐 환경과 근본(본성)은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 2. .
    '08.10.10 6:31 AM (121.166.xxx.172)

    글을 재밌게 잘 쓰시네요.

  • 3. 무진장
    '08.10.10 7:23 AM (211.201.xxx.19)

    공감,,저도 나름 부촌 살지만,,인간막장많아요,,,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모든면에서 상류층이라고 생각하는 수준이하의 막장인생보면,,참,,깝깝합니다,,나이먹을수록 전 사람이 무섭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우아한척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얼마나 무시하는지,,되도록이면 안 엮이고 싶더군요,,,

  • 4.
    '08.10.10 8:13 AM (122.17.xxx.154)

    저도님의 말씀에 공감...
    어디가나 사람은 다 반반 또는 좋은놈 나쁜놈 어정쩡한 놈 삼분되어있을뿐 환경과 근본(본성)은 전~~혀 무관하다고 생각해요.

  • 5. 저도
    '08.10.10 8:42 AM (211.58.xxx.23)

    원글과 댓글들에 모두 공감.

  • 6. 저는
    '08.10.10 9:36 AM (125.176.xxx.10)

    진짜 사람나름인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겪은 바로는,
    근성이 썩은 인간은

    가난하면 눈꼽만한 권한도 무소불위의 권력인 것 처럼 휘둘러서 사람 피곤하게 하고
    돈이나 힘이 있으면 안하무인으로 굴어서 짜증나게 하더군요.

  • 7. 긍정의힘
    '08.10.10 9:38 AM (123.215.xxx.128)

    이렇든 저렇든
    편견은 나라를 망하게 합니다.
    선생이란 직업은,
    누구를 가르킨다는것은,
    사명감을 가지고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립아이들
    그렇게 망나니들 아닙니다.
    우리나라 99프로는
    공립입니다.....

  • 8. .
    '08.10.10 10:34 AM (121.135.xxx.185)

    글쎄요,, 저는 그래도 좋은 환경이 좋은 인성을 만들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요.
    자체발光이 항상 단순포장일 뿐은 아니거든요.
    저는 아버지 직업으로 인해 강남-외국을 오가면서 자랐는데요,
    부자 친구들 중에 꼬이고 나약한 친구들 있고, 가난한 친구들 중에 똑똑하고 멋있는 친구들 있습니다만,
    그래도 어린 시절에 경제적으로 가족적으로 너무 큰 어려움은 겪지 않는 게 좋더라구요.
    '인간의 근본 = 천성 + 환경'이니까요.

    예의바른 진상이 제일 무섭다는 건 맞아요..
    속은 진상인데 그걸 예의로 누르고 있으면 언젠가는 무섭게 꼬여서 폭발하지요.

  • 9. dd
    '08.10.10 2:38 PM (121.131.xxx.190)

    전..너무 많은 돈보다는 먹고살만한 겸손한 부모 밑에서 좋은 자녀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 10. 노무슨
    '08.10.10 3:10 PM (211.111.xxx.114)

    총리인가요? 노신영 총리인가.. 기억이 안나는데, 아버지가 유명한 친일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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