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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야기(사소하지 않을 사소한 사건 두가지)

나의 조회수 : 605
작성일 : 2008-09-16 18:46:19
요번 추석때 있었던 일입니다.
게시판에 올릴까 말까 하다 올리는 글입니다.

저희 아이가 화요일까지 어린이집을 쉬고 저는 화요일 출근이라 어머니께 화요일 하루만 친정엄마한테 맡겨야겠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시가는 경기도 지역이고 친정은 서울 지역이라 제가 회사 끝나고 아이 찾기가 수월해서요.
근데 저희 어머니 정색을 하시면서 맨날 보는 손주인데 추석때 그냥 친정 데리고 가지말고 어머님 댁에 쭈욱 두라시더군요.
저희엄마 한달에 두번 정도 보고요 저희 시어머니 한달에 네번 정도 봅니다.
제가 회사 끝날 때 쯤 엄마가 애를 데려다 주실 수 있어서 편해서 그런거니 신경 쓰시지 마시라 했습니다.
결국 아이가 할머니를 외할머니보다 휠씬 좋아해서 제가 귀찮아도 추석때 시댁에서 친정 갔다가 다시 시댁으로 가서 애 맡기긴 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저희 남편 일이 너무 바빠서 월요일날 출근을 해야했습니다.
어머니에게 말씀드렸더니 대뜸 맨날 보는 장인장모인데 추석때 안보면 어떠냐고 너 혼자 친정에 가던가 아님 아범 한가해 지면 같이 가던가 하라시더군요.
그래서 명절 때 가는거랑 자주 보는거랑 무슨 상관이며 아범은 바빠서 엄마 아버지 자주 보지도 못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달 말에 니 친정조카 시집간다면서 그때 보면 되겠다 하시더군요.
결혼식때와 명절은 다른거라 당연히 추석날 아침에 추도예배 끝나면 바로 엄마네 집에 갈거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머니가 당신 아들 피곤한게 너무 걱정 되시는지 계속 아범 힘들어서 어쩌냐는 말씀을 되뇌이시기에
아범 힘든거 저도 안됐고 마음이 아픕니다만 그렇다고 할 도리를 안할 수는 없는 거구요 대한민국 남다들 다 그렇게 살아요.  대신 제가 요즘 많이 힘들어 하니까 집안일 하나 안시키고 다합니다. 했더니
원래 남자는 단순해서 한가지 일밖에 못하고 여자들이 이일저일 다하는거라시며 여자는 때로 엄마처럼 때로 애인처럼 때론 누나처럼 그런 맛이 있어야 남자들이 좋아한다 시더군요.
예전처럼 남자가 벌어다 생계 다 책임지고 하던 시절에야 여자들이 죽어라고 남자 비위 맞추고 살았지만 요즘은 여자들도 돈벌고 하니 그렇게 살 여자 없으며 저도 아침 다섯시반에 일어나 애 아침도시락 싸서 일곱시반에 어린이집에 맡기고 저녁 일곱시반에 찾아다 이것저것 꿈적대고 애씻기고 재우면 열시넘어서 입에 단내나도록 힘들다.
그럼에도 요즘 아범 힘든거 안됐어서 청소며 빨래며 군말 없이 하는 것이며
또 이렇게 힘들지만 어머니 디스크 수술 회복도 안되고 맞는 명절이라 고생하실까 싶어 자식된 마음이 편치않아서 금요일 쉬는날 제집에서 전붙이고 나물 몇가지 해서 토요일 새벽같이 어머니댁에 가려고 하는거라 말씀드렸지요.
물론 다다다 하고 싶은말 다해도 어머닌 아범이 그래도 힘들텐데 이 말만 계속 되뇌이셨죠.
그래서 그냥 저희가 알아서 할테니 어머닌 신경쓰시지 마세요 하고 말았습니다.

추석 당일날 저는 식구들 식사 끝나는 순서대로 빈 그릇 하나하나 나올 때 마다 냉큼 들고가 닦아 놓고 친정엘 갔습니다.
막상 추석 당일 날에는 어머니가 친정엄마 드리라고 선물세트도 하나 챙겨주시고 해서 잘 다녀왔습니다.

저 평소에 하기 싫은 집안 대소사며 목돈 들어가는거 남편 얼굴봐서 군말 없이 다합니다.
안한다 한들 어차피 맘자리 편치않아서라도 해야할 일이면 그냥 기분좋게 하자가 제 평소 생각이라서요.
어머니 디스크 수술하시고 병원에 계실 때 생신 겹쳐서 바리바리 음식해다 바쳤을 정도로 비위도 잘 맞춰드립니다.
그런데 꼭 어느 시점에 다다르면 어머니가 저를 간보시더란 말입니다.  얘는 이러니까 요정도는 내말 잘 들을거야 하는 심정이신지....
웬만한건 제가 다 맞춰드리지만 도가 넘어간다 싶을땐 그냥 가차 없이 잘라버립니다.
그게 서로를 위해서 편하다 생각되어서 그렇게 합니다.
처음에는 저도 어머니 눈치 보느라 방안에서만 울며불며 애꿎은 남편만 잡았었지만 살아보니 그게 능사는 아니더라고요.
아니다 싶은 건 그냥 제 주장 펴고 제가 틀리면 어머니한테 꾸중도 들어가며 서로 투닥투닥  조율해가며 제법 좋은 고부관계 유지하고 삽니다.
하고싶은말 다하고 어떻게 좋은관계냐 하겠지만 뒤끝 남기는 성격이 아니라서 한 두가지 기분나쁜 문제 생긴다고 그게 불씨가 되어 더큰 문제로 번지지는 않더군요.
저는 고부관계든 부부관계든 참는게 능사는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 시어머니도 제가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할 때는 난공불락의 대찬 시어머니셨습니다.
하지만 부딪히면서 이야기하고 겪다보니 대차다기 보다는 문화의 차이가 큰게 가장 주효한 갈등의 원인이구나 싶네요.
IP : 121.162.xxx.250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아..
    '08.9.16 7:01 PM (59.10.xxx.42)

    원래 남자는 단순해서 한가지 일밖에 못하고 여자들이 이일저일 다하는거라시며 여자는 때로 엄마처럼 때로 애인처럼 때론 누나처럼 그런 맛이 있어야 남자들이 좋아한다 시더군요.

    --> 요 말씀이 제 눈엔 콱 들어오는데
    남자도 떄로 아빠처럼 때로 애인처럼 때로 오빠처럼 때론 연하남친처럼 그런 맛이 있어야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제가 원글님 대신해서 시모께 말씀드리고 싶군요 허허

    그리치면 새벽부터 음식하고 내내 설거지하고 쓸고 닦고 하는 며느리들은
    뼈가 으스러져 쓰러지겠습니다 원,

    원글님 잘 하시는 거에요. 며느리도 머리 있고 입이 있는 사람인데 할 말은 하고 살아야죠.
    시모 말씀 맘에 담아두지 마시고 훌훌 털어버리셔요.. 쉽진 않으시겠지만.

  • 2.
    '08.9.17 5:46 AM (84.75.xxx.85)

    댓글 달려고 일부러 로그인했습니다.
    님!! 존경합니다.
    진정 현명하시고 똑똑하며 강한 분이네요.
    시어머니께서 말씀은 안 하셔도, 든든한 며느님 덕분에 흐뭇해하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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