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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목란관의 냉면 맛

길방쇠 조회수 : 229
작성일 : 2008-09-01 12:22:17

첫날 점심을 목란관에서 먹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음식이 비빔밥과 냉면이었는데, 아무래도 냉면하면 북쪽이기에 냉면을 시켰고 나와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냉면을 시킵디다.

북은 남쪽과 달리 반찬이나 음식이 개인접시에 담겨져 나오더군요. 가정 내에서야 찌개나 반찬을 한 그릇에 담아 먹어도 무방하겠지만 식당을 이용하는 경우 위생상 꿀꿀이 먹이 먹듯이 한 그릇을 이용하는 것은 지양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과 북의 이러한 차이점은 사회 실상이 반영된  현상이겠죠.

남쪽의 경우는 냉면을 시키면 대부분 냉면만 달랑 나오는데 북의 식당인 목란관의 경우는 냉면이 나오기 전, 우선 자그마한 개인접시에 반찬이 놓여지고, 빈대떡과 만두가 나오더군요. 빈대떡이나 만두는 남쪽에서 먹었던 그 맛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는데, 작은 접시에 담겨져 나온 김치는 정말로 내가 먹어본 김치 중에서 가장 맛있게 느꼈던 김치였습니다.

나박김치 비슷하게 나오는 김치였는데 어찌나 맛있던지 빈대떡과 함께 모두 먹어버렸죠. 김치를 다 먹고 김치를 더 달라고 봉사원 아가씨를 불렀더니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그러더군요. "더 달라고 해도 되냐"고. 더 먹고 싶으면 더 달라고 하면 되지 안 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단체 급식이었기 때문에 봉사원 아가씨들 상당히 분주했는데 김치를 더 달라고 하는 나의 요구에 상냥하게 웃으면서 즉시 더 갖다 주더군요. 물론 김치를 요구할 때 "김치가 맛있습니다. 김치를 더 갖다 주실 수 없겠습니까?"라고 요구했죠. 봉사원 아가씨는 환하게 웃으면서 두말 않고 가져다 주었습니다.

냉면이 나오기 전에 갖다 준 김치를 또 다 먹어버렸습니다. 더 먹고 싶어서 다시 김치를 주문했죠.


"김치가 정말 맛있다. 바쁜데 미안하다. 김치를 더 갖다 줄 수 없느냐"라고 또 요구했죠. 그랬더니 봉사원 아가씨 "김치가 그렇게 맛있습니까? 알겠습니다."라며, 환히 웃으며 다시 김치를 갖다 주더군요. 당시 1월 1일 매우 추운 한겨울인데 땀을 흘리면서도 거듭되는 나의 요구를 환한 웃음으로 대접하던 그 아가씨가 정말로 고맙고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드디어 냉면이 나왔습니다. 내가 남쪽에서 냉면을 먹는 경우는 대부분 식당인데 남쪽 냉면 맛에 비긴다면 '무미'라고 할까? 정말 담백했습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어렵게 해 주셨던 냉면 맛, 그 맛이라고 할까?

그런데 여기저기서 냉면 맛에 대한 평가가 표출되었습니다. "냉면 맛이 뭐 이래" "좆나게 맛없네." 큰 소리로 맛을 평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랬고, 한 쪽에서는 "정말 담백하다" "정말 오랜 만에 냉면다운 맛을 보았다"라고 조용히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큰소리를 내는 사람들은 대부분 반북성향이 강한 사람들로 보였고, 맛있게 평가하는 쪽은 '민족'과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강한 사람들로 보였습니다. 맛도 의식에 좌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구룡연 폭포를 산행하고 내려오는 길에 목란관 앞 노점주점에서 파는 막걸리를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습니다. 나는 일행의 맨 뒤에서 오느라 내가 목란관 앞 막걸리 주점에 도착했을 때는 준비된 안주가 모두 동이 나고 남은 것은 빈대떡이 유일했습니다. 안주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막걸리 먹기 위한 것이니 유일하게 남은 빈대떡을 안주로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막걸리 맛 참 쥑입디다. 옥수수 막걸리라 하는데 그 맛이 남쪽에서 먹어 보았던 그 어떤 막걸리 맛 보다 월등했습니다. 막걸리를 먹으면서 참 불순한 생각이 들더군요. 이 막걸리를 받아다가 남쪽에서 팔면 대박 나겠다고......

술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대부분이라 그런지 몰라도, 냉면 맛에 대한 평가와는 달리 막걸리 맛에 대한 평가는 일치했습니다. "끝내준다""쥑인다"

그런데 나는 정작 막걸리 맛보다는 '양념간장'맛에 반했습니다. 우리의 조선간장 맛이면서도 짜지 않고, 진간장처럼 느끼하고 들큰하지 않은  양념간장 맛. 시간이 된다면 봉사원 아가씨에게 양념간장을 얻어 오고 싶었는데 시간이 허락하질 않았습니다.

항상 일행의 맨 뒷자락에 섰기 때문에 항상 인솔자의 지청구를 들어야 했습니다. 목란관 앞 막걸리 매대에서 막걸리를 마시며 봉사원 아가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니 우리의 인솔자가 재촉이 심했습니다. "형님들, 빨리 움직여 주십시오." 인솔자의 재촉이 이어지자 우리와 이야기를 나누던 매대의 봉사원 아가씨가 똑 쏘더군요. "왜 말을 막으십니까." 그 봉사원 아가씨는 우리의 인솔자가 남측의 감시요원이라 생각했나 봅니다.

인솔자의 독촉에 쫓겨 부랴부랴 금강산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뷔페식이었습니다. 도착하니 다른 사람들은 모두 식사를 마치고 남쪽으로 내려갈 차량에 탑승한 상태, 대충 허겁지겁, 먹는 둥 마는 둥 식사를 마치고는 봉사원 중에서 가장 어려 보이는 아가씨에게 부탁했죠. "우리 딸들도 오고 싶어 했는데 형편상 오지 못했다. 우리 딸 뜰에게 줄려고 하니 음식을 싸 달라" 그러자 그 봉사원은 두말할 것도 없이 "알았습니다."하고는 주방으로 들어가더니 위생 비닐봉투를 가지고 나와 롤케익 썬 것과 인절미를 담아 주더군요.

그 롤케익과 인절미를 우리 딸들에게 주었더니 반응이 시덥찮더군요. 북측의 모든 음식이 그러하듯 롤케익과 인절미 달지 않았습니다.




IP : 121.159.xxx.71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살로만
    '08.9.2 11:29 AM (124.51.xxx.152)

    우리 원형이 아직 보존되어있는 곳...음식이든...마음이든...북쪽일 듯 합니다...

    이러면 고무찬양죄로 잡혀가려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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