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아래 시부모님 때문에 원하지 않는 종교생활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다는 분 글 읽다가 든 생각인데요.
그 글에 댓글은 달지 않았지만..
저는 가톨릭 신자로서 성당에 나갑니다. 물론 온 집안이 다 신자고요. 제 아이도 유아영세 받았고 요즘은 여러 가지 기도문을 조금씩 외우는 나이가 되었답니다. 어린이 미사 40분씩 걸리는데도 기도손 모으고 조용히 신부님 말씀 듣고 있는 거 보면 이뻐요.
저희 성당은 아이를 데리고 오는 분들이 마음 편하게 미사를 드릴 수 있도록 성당 맨 뒤쪽에 유아방을 만들어 주셨어요. 바닥에 카핏을 깔아 신을 벗고 들어가고요 통유리창이 있어 미사 드리는 모습은 다 볼 수 있고 스피커도 있고..도중에 아이가 갑자기 울거나 해도 유아방 내에서만 들리는 소음일테니 미사 분위기 깨지 않아 맘 편하게 미사를 드리지요. 아이를 맡길 곳은 없고 주일미사는 드려야겠고 이런 신자분들을 위한 성당 측의 배려지요.
하지만 엄연히 그 곳 역시 성전의 일부인지라 저는 제 아이가 소음을 최대한 적게 내도록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했어요. 소리 안 나는 장난감 몇 개 준비해서 아이가 보챌 때마다 교대로 주거나 빨대로 물이나 음료수를 마실 수 있도록 준비해서 도중에 물 마시고 싶다고 하면 입에 넣어 주고..소리 안나는 과자를 준비해서 주변에 있는 다른 아이들과 나눠먹게 하고..조금 큰 다음부터는 책을 가져가서 혼자 책을 읽게 하고 스케치북과 크레용을 갖고 가서 혼자 그림도 그리게 하면 1시간 정도는 아이가 조용히 잘 놉니다.
그런데 일부 신자분들을 보면 좀 이해가 안가요. 미사 시간 중에 아이를 계속 울리거나(한번쯤 데리고 나가 주면 좋겠건만..) 삐요삐요 소리나는 장난감을 1시간 내내 갖고 놀게 하거나..신고 걸으면 삑삑 소리나는 신발을 신겨서 아이가 계속 돌아다니게 하거나..의자 위를 마구 뛰어다니는 아이를 제지하지 않거나..
기도를 드리려야 드릴 수 없는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만드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다가..어느 날 깨달았어요.
대부분 남편은 서서 기도를 잘 드리는 신자인 듯한데..부인은 가정의 평화를 위해 할 수 없이 참여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그런 걸 알겠더라구요. 일단 성당에 온 사람 치고는 노출이 너무 심한 옷 차림에 (심지어는 맨발에 짧은 반바지)..다같이 일어나서 기도를 외우는 시간에도 그냥 바닥에 앉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여자들끼리 안면을 익혔는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반상회하는 듯한 분위기로 떠듭니다. 그들의 아이들은 그 시간에 여기 저기 다니면서 빽빽 소음을 내고요..어떤 날은 일일학습지 갖고 와서 아이와 함께 큰 소리로 "이거 정답이 뭘까?" 하면서 풀어보고 큰 소리로 구연동화를 해 주는 엄마도 봤습니다. 미사 진행 중에 말이죠.
아무리 자신들의 의지와 관계없이 성당에 와 있다고 해도..그 자리는 엄연히 다른 신자분들이 경건하게 미사를 드리는 장소임을 알 텐데..어찌 그리 무개념하게 행동할까요? 어떤 날은 아이가 제자리 뛰기를 너무 심하게 해서 유아방 바깥에서 미사 드리는 분들까지 다 쳐다봐도 그 엄마는 아이를 가만히 두더군요. 이제는 신부님도 분심 들까봐 미사 집전 중에 유아방쪽은 아예 쳐다보지 않으신답니다.
종교의 자유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남의 종교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공공장소에 대한 의식을 새롭게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이전에 그 집안의 시어머님들..제발 원하지 않는 며느님들 데리고 성당에 억지로 넣으면서 "우리 집안은 화목합네,,"하고 과시 안 하셨으면 좋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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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미사 볼 때
부탁 조회수 : 536
작성일 : 2008-08-25 16:40:37
IP : 211.109.xxx.23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우리동네
'08.8.25 4:52 PM (118.91.xxx.8)성당 묘사하신거 보니 아무래도 우리 성당인거 같네요 ^^
왠지 반가와서요..ㅎ2. 마지막구절
'08.8.25 4:55 PM (116.40.xxx.143)동감입니다
당신들 삶의 징표로 삼고싶으나, 아들은 맘대로안되고 며느리는 맘대로하고픈 분들도 꽤나 많지요
자신의 의지로 결정하지 않음의 부작용 중 하나로 보입니다
기왕 결정한 것, 성실하게 임하면 좋겠지만, 그렇지않은 이유들이 각자 있겠지요3. 에고..
'08.8.25 9:25 PM (211.109.xxx.48)저희 성당도 그렇다고 걱정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미사는 둘째고 아기 엄마들끼리 한담하러 오는 것 같다고...
미사 시간에 늦거나 자리가 없어 유아실 한쪽에서 미사 드리는 분들도 있는데 ,
그런 분들 보기 민망하다고 하던데요.
그렇다고 뭐라 얘기하기도 그렇고 ...
(아마 그나마도 성당에 안나올까봐)
어디나 비슷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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