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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엄마한테 너무 죄송하고, 보고 싶어요... ㅠ
그런데 공부를 하고 있는 분야가 한국에 일이 있는 그런 분야가 아니라서
공부를 마쳐도 한국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아요...
이 곳에는 일이 많아서, 정말 전문가가 되려면 이 곳에서 경력을 쌓아야 하구요...
처음 이 곳에 오려고 준비 할 때 그런 것도 다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그 때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면 한국에서 살든 외국에서 살든
사는 곳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고
그 전에도 잠깐 외국 생활을 했었는데, 외국 생활도 잘 맞았었고...
사실, 적성에 딱히 맞는 것도 안 맞는 것도 아닌 회사를 다니면서 미적지근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회사다니는 분들을 나쁘게 말하는 게 아니구요, 제 성격이 약간 공상하기 좋아하고, 연구하는 것도 좋아하고... 하여튼 지금 하는 공부에 잘 맞는 성격이거든요.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도 너는 회사 다니는 게 상상이 안 된다, 뭐든 좀 자유로운 직업을 가질것 같다 이런 얘기를 많이 했었구요.
그래서 굳은 결심으로 유학 자금도 제가 다 모아서... 그렇게 왔어요.
부모님께서는 처음엔 약간 반대하시는 듯 했는데 크게 반대는 안 하셨구요.
지금 하는 공부가 한국에는 일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공부 하고 나서 어떻게든 한국에 들어 올 수 있는 길이 생기겠지... 하고 생각하시는 눈치예요.
처음에는 공부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사실 지금도 그렇구요.
예전에 한국에서 일 할 때 불행하다고 느꼈던 건 아니었지만,
여기서 공부하면서 이거 정말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이구나, 재밌다, 공부하니까 행복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고
지금은 돈을 못 벌고 모은 돈만 까먹고 있으니까 환율 올라가면서 학비, 생활비 걱정이 좀 많이 되긴 하지만 공부하는 거 자체는 많이 즐거워요.
얼마 전에 방학이라 한국 갔다 왔는데, 비행기를 타고 몸이 굉장히 안 좋았었거든요.
그러니까 엄마 생각도 더 나고 그래서 며칠을 드러누워 있었는데 연구실 다시 나가니까 기운이 펄펄 나더라구요.
그런데...
지금에 와서야 이 일이 한국에 없다는 게 마음에 너무 걸려요.
이 일을 계속 하려면 한국 돌아가기가 힘들다는게...
오기 전엔 제가 그런 걸 잘 몰랐었나봐요. 대학, 일 때문에 식구들과 꽤 떨어져 살았는데도...
남들은 겨우 2, 3시간 걸리는 고향집에도 잘 안 가고 그러던데 저는 일이 아무리 많아도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내려갔거든요.
저희 식구들이 워낙 사이가 좋아서 항상 주말마다 같이 근처로 여행 다니고 밤에 같이 심야 영화 보러도 식구들 다 같이 자주 가고
제가 고향 내려가면 동생들 중 꼭 한 명은 기차 역까지 마중을 와 주고 다시 서울 갈 때도 데려다 주고
그냥 친구 만나고 집에 들어 올 때도 버스 정류장 내리기 전에 문자 하면 집에서 꼭 한 명은 마중 나와서 같이 동네 산책하고 시장봐서 들어가고...
이번에 한국 들어 갔을 때 아침에 늦잠자고 있으면 엄마가 옆에 와서 일어나서 밥 먹으라고 가만히 흔들면서 깨우는게 너무 좋았어요.
엄마랑 밤마다 동네 산책 하구
식구들 아침에 다 나가고 나면 엄마랑 같이 거실에 앉아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하고 같이 쇼핑도 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그렇게만 있어도 너무 좋은 거예요. 집 밖으로 나가기가 싫을만큼...
요즘은 가끔 이런 생각이 들어요.
차라리 여기에 안 왔더라면 내가 이 공부하는 걸 이렇게 좋아하는 지도 몰랐을 꺼고
그냥 한국에서 회사다니면서 돈 벌고 같은 고향 출신 남자랑 결혼해서 엄마 아빠 근처에 살고...
엄마랑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돈 벌어서 용돈도 드리고 좋은 것도 많이 사 드리고
그냥 그렇게 평범하게 살았을 텐데...
엄마도 점점 나이가 들어 가시는데, 나이를 먹으니까 더 소녀같아 지시는 게
제가 가니까 정말 뛸 듯이 좋아하시구 제가 다시 출국하기 며칠 전에는 거실에 앉아서 둘이서 커피 마시다가
이제 너 가고 나면 엄마 혼자 아침에 쓸쓸하게 차 마셔야겠다구... 출국 며칠 전부터 우울해 하시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엄마가 직장은 안 다니시지만 여러 모임 활동도 하고 계시고 활발하신데도요...
제가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이 먼 땅까지 와서 이러고 있는지... 엄마한테 못 할 짓을 하고 있는 것 같고.
엄마가 처음에 저 보내실 때
앞으로 전망있는 분야인 것 같다고, 차라리 너한테 잘 된 것 같다고, 남들이 많이 부러워 한다고... 가서 공부 열심히 하라고 계속 말씀 하셨었는데
엄마가 정말 용기내서 하셨던 말씀인 것 같아요. 자기 자신한테도 주문처럼...
계속 이 공부를 하고, 이 분야로 일을 하려면 앞으로 한국에 들어가기 힘들텐데...
부모, 자식 인연으로 태어나서 함께 살 수 있는 시간은 정말 적은 것 같아요.
고작해야 어릴 때 20년... 그런데 그 때는 철이 덜 들어서 그 시간이 정말 가치있는 시간인지도 모르고 지나가고.
좀 더 많은 시간을 부모님이랑 같이 보내고 싶은데...
엄마한테 정말 나쁜 딸이 된 것 같아요. 너무 죄송하고, 보고 싶고... 그래요.
1. 부럽
'08.8.25 3:09 AM (194.80.xxx.10)공부를 마치고 그곳에서 취직을 하기 쉬운 분야인가 보네요.
정말 부럽습니다.
저도 유학중인데, 제 분야는 외국인으로서 취업이 거의 불가능한 분야거든요.
꼭 한국에 돌아가서 취직을 해야 되는데,
전 엄마와 같이 사는 동안은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서...
사실 유학와 있는 동안 사이가 더 좋아졌더랬어요.
그곳에서 취업도 하시고
집안일 잘 도와줄 외국 남자를 골라 결혼도 하시고,
엄마를 모셔와서 일년에 몇 달 함께 지내시면 되지요.
딸 잘 키우면 비행기 탄다는 옛말이 요즘 세상에는 맞는 거 같아요.2. K.
'08.8.25 4:27 AM (80.143.xxx.162)인생이란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그렇게도 간절하게 열망하는 것이 또 어떤 사람에게는 대단찮은 것이 되기도 하니 말입니다.
저는 님과 반대인데요 요즘 다들 외국가고 자식 어떻게 해서라도 외국 보내고 싶어 하잖아요?
근데 저는 거기서 너무 오래 살은데다 살면서 무시 당하기도 하고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꾹꾹 억누르면서 그게 맘을 상하게 할 정도로 큰 상처가 됐는지 외국 생활에 전혀 미련이 없답니다.
그래서 여기서 아주 잘 지내고 잘 나가던 자식도 데리고 들어갈 생각이지요.
남들은 놀라지만 전 애가 공부를 잘해서 무슨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 오퍼를 받았네 어쩌네가 하나도 안 부러워요. 제가 욕심을 부리면 우리 애도 그런 대학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긴 인생을 놓고 보면 부모 떠나 멀리 외국으로 유학 가는게 저한테는 큰 성공이나 선망의 대상으로 느껴지지가 않아요.
미국이든 어디든 그런 대학 간다고 해서 인생의 행복의 질이 달라지거나 보장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나 확신해서 인가봐요.
그래서 그냥 내 애가 내가 있는 한국에서 자기 비숫한 사람 만나서 결혼하고 외국인이나 이방인이
아닌 상태로 살기를 바래요.그리고 자기 앞가림 할 만한 일 하면서
나랑도 가까운데 살면서 자주 왔다 갔다 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즐거움을 같이 나누면서 살고 싶어요.
조금 살고 보니 인생이 별거 없는 것 같더라구요. 어느 정도 먹고 살 직업 있으면 그 다음엔
사랑 나누며 살 사람 있고 마음 편한게 최고지 이름 나는게 무슨 소용이며 소위 남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는 미국 아이비 리그 대학을 간다고 해도 거기 나온 사람이 한둘이 아닐텐데 다 유명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것도 아닐테고 내가 거기 살고 있다면 모를까 내 자식을 멀리까지 떼어놓고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뚝 떨어져 살면서까지 그렇게 해야할만틈 대단한 건 아니다 싶어서요.
내가 행복해했던게 언제였나를 생각해보면 사실 저같은 경우도 소위 말하는 Sky 대를 나왔으니까
그 다음부터는 언제나 행복해야 하는건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그 대학에 입학한 후에도
고민과 괴로운 일은 살다보면 계속 있었고 그건 박사를 받았다 해도 달라지는게 없더군요.
인생은 끊임없이 시시각각 하루에도 몇 번싹 시쁜 일 힘든 순간과 감정의 소용들이가
있고 그건 종교가 있어도 마찬가지인데 많지도 않은 자식 외국으로 보내고 보고 싶은 거
잘 보지도 못하면서 사는게 크게 부럽지 않더군요.
모르죠. 나중에 자식이 그렇게 살겠다고 하면 그건 어쩔 수 없지만 전 그렇답니다.
그렇지만 님이 성인이니까 자기 인생을 어떻게 어디서 살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거기서 엄마가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하느냐는 님만이 알겠죠.3. 엄마...
'08.8.25 8:13 AM (61.97.xxx.13)맘이 짠하네요...저는 미국유학 & 생활등으로 대학졸업이후 15년동안을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어요.
그 15년 세월동안 부모님은 매주 일요일 아침 9시 정각이 되면 전화를 걸어주셨구요..
엄마와는 공부이야기부터 모든 생활이야기까지 말못하는 것이 없을 정도로 친했어요..
어느날 엄마가 그러셨죠.. 엄마는 다 필요없고 가까이 사는 할일없는 딸하나 있음 좋겠다구요..
박사한답시고 그 오랜세월 외국에 있는 딸이 자랑스럽기도 하셨겠지만 얼마나 외로우셨음..
귀국에서 3년 후에 그런 엄마가 돌아가셨어요.. 친척 아주머니께서..엄마 돌아가시고 뛰어오셔서
절 붙잡고..이렇게 정다운 엄마를 잃어서 너 이제 어떡하니..하시더군요..
엄마한테 너무, 너무 미안하고..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엄마를 잃은지 이제 2년..일상생활은 그럭저럭 해나가지만..
지금의 저의 모습이 엄마의 외로움과 바꾼게 아닐까 하는 자책감과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가시질 않는군요..4. 딸의 존재
'08.8.25 9:21 AM (59.25.xxx.166)제겐 고2 딸이 있습니다
그 애가 사는 삶이
제겐 두번째의 삶 입니다
그 애가 겪는 일상들이
제겐 예사롭지가 않아요
큰 아들에게서는 못 느끼던거지요
그애가 어릴때는 제가 바빴기에 무조건 독촉하기에 급급했죠
근데 제가 한가해지니
일상을 같이 즐기게 되었습니다
남들은 아까운 직장 놓았다고 난리이지만
그래서 빠듯하게 살아가지만
후회는 없습니다
이제 조금 있으면
그애도 제 곁을 떠나겠지요
제가 못 살아본 다른 삶을 살겁니다
사랑을 더 많이 간직한 엄마가 더
외롭겠지만
그 삶을 지켜보려 합니다5. 저도
'08.8.25 9:55 AM (99.254.xxx.40)외국에 이민와서 살고 있는데 가장 힘든것중 하나가 연로하신 엄마를 못보는거예요
정말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역만리에서 살고 있는지....
남편이랑 아이들은 이곳을 너무 좋아해서 혼자 가끔 엄마 생각에 눈물을 훔친답니다
엄마 미안해요6. 궁금해요
'08.8.25 3:53 PM (58.121.xxx.177)선택받은분이란거 스스로 아시고 열씸히 고마운마음으로 생활하길 빌어요.....모두다 님 잘되기만을 바라고 그렇게만 된다면...모든게다 사르륵~~ 해결된다고 봄이....좋은 부모만나서 좋은곳에서 공부한다는생각 항상하고.....고마움갖고 생활하면 되요....그리고 표현은 하지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거...고마운거 감사한거 사랑하는거....표현하면서 사세요
7. ㅠ
'08.8.25 8:50 PM (82.59.xxx.60)네.. 리플들 정말 다 감사합니다. 항상 여기 와서 많은 힘을 얻고 가요.
자기 자신에 대한 꿈을 꿀 수 있는 사람으로 저를 키워 주시고, 또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능력을 주신 엄마...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를 항상 느끼고 감사하며 살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하나의 길을 선택하면 포기해야 하는 게 생기고... 그래서 마음이 아프네요.
그래도 열심히 해야지요. 그러면 또 다른 길이 열릴꺼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