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8-05 08:54:32 ]
국방부에서 복무하던 시절 가끔 사무실로 놀러온 장군들의 한담을 엿듣곤 했다.
우리 옆방으로 전보 오신 전직 21사단장님의 얘기.
훈련소에 입소한 병사들 중 중국집에서 일하던 애를 특별히 골라 요리병으로 차출했단다.
어느 날 관사에 손님들을 초대해 놓고 걔한테 자장면이나 만들어 올리라고 했다.
그런데 얘가 두 시간이 넘도록 음식은 안 내오고 주방에서 미적거리기만 하더란다.
"야, 너 중국집에서 일했다며?" "예, 거기서 배달했습니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이른바 '설거지론'을 들을 때마다,
나는 머릿속으로 군대 시절에 들었던 이 이야기를 떠올린다.
"국내에는 나의 경쟁자가 없다"고 했던 이명박 정권.
747 퍼스트클래스의 기내식으로도 손색없을 세계적 수준의 요리 솜씨를 선보이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런데 주방에 들어간 지 넉 달이 넘도록 나올 생각을 않는다.
식탁에서 기다리던 국민들이 그에게 묻는다.
"야, 너 일류호텔 레스토랑에서 일했다며?" "예, 거기서 설거지 했습니다!"
"우리는 그저 전 정권의 설거지를 하고 있을 뿐이에요."
당·정·청이 합창을 한다.
하긴, 온 국민이 설거지를 요리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겠는가?
국정의 발목을 잡는 이 범국민적 오해를 일거에 불식시킬 방법이 있다.
당·정이 하루 날 잡아 일제히 청계천 개울에 나와 자장면 그릇 설거지하는 퍼포먼스를 연출하는 거다.
말로 수십 번 떠드느니, 이렇게 화끈하게 비주얼로 보여주는 게 효과적일 게다.
요리는 그렇다 치고 그 알량한 설거지조차 못한다.
그냥 설거지만 할 뿐이라면서 나라는 왜 이렇게 시끄럽게 만드는지.
주방에서 들려오는 것이라곤 온통 그릇 깨지는 소리뿐이다.
요리 할 능력이 없다면, 최소한 주방의 그릇이라도
다른 사람이 쓸 수 있도록 온전히 남겨둬야 하지 않겠는가.
어차피 설거지만 하고 끝낼 정권, 설거지조차 제대로 못한다면,
다음 대선에선 차라리 3MB 인공지능 식기세척기를 청와대로 모시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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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님의 촌철살인의 글을 읽어도 웃음이 나오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가 참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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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의 세상읽기] 대통령과 식기세척기
이명박OUT!!! 조회수 : 651
작성일 : 2008-08-05 11:32:24
IP : 221.140.xxx.17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호안석
'08.8.5 11:41 AM (122.42.xxx.66)아 너무 웃기네요.. "예, 거기서 배달했습니다!" 하하..
저도 컴퓨터 자격증 제일 하급으로 얼떨결에 있어서,,, 사무병으로 발령났는데... 컴퓨터 하나도 못해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둥 고생했습니다.2. caffreys
'08.8.5 12:41 PM (203.237.xxx.223)죄송한데요.. 출처가 어떻게 돼죠?
신문이나 블로그 연재인듯 한데..
아 제가 퍼갈때.. 항상 출처를 밝히는 편이라...
출처 : 82쿡... 은 아닌 것 같고..3. ...
'08.8.5 3:10 PM (221.140.xxx.173)전 진중권 갤에서 퍼왔는데요...
거기 가서 보니 데일리 노컷 뉴스라고 나오네요...
앞으로는 출처를 꼭 밝히도록 할게요~4. ㅋㅋㅋ
'08.8.5 3:51 PM (116.122.xxx.148)진 교수님 글 보면서 답답했던 마음이 싸악~ ^^
근데 다음 대선까지 기다려야 하는 건가요? 거이..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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