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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왕처럼..2.

아내 조회수 : 1,387
작성일 : 2008-07-17 10:53:28
어제 남편에 대한 글을 올렸더랬습니다.
제가 마음과 다르게 겉으론 표현을 잘 못한다는 것.
그래서 남편에 대한 안쓰러움과 미안함과 고마움을 마음으로만
생각하게 된다는 것에 대해서요.

좋은 답글들 읽고 어제부터 하나씩 연습하면서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사실 저는.  저희 집에선 딸 하나입니다.  위로 오빠만 셋을 두고 있지요.
저희 부모님께서는 내리 아들만 낳다보니 딸을 많이 원하셨데요.
그렇게 겨우 태어난게 저였지만  귀하게 자라거나  이쁨받고 자라거나 하진
못했습니다.
오지와 같은 시골에서 너무 형편이 안좋았던터라  부모님은 항상 바쁘셨고
위로 오빠만 있었던터라  같이 어울리기가 어려웠어요.

대부분 모르는 분들은 그러시더라고요.  아들만 있는 집에 딸이었으니 귀하고
무지 이쁨 받았겠다고..^^;  하지만 전 남자애처럼 자랐는걸요.^^;
형제간에도 적절한 동성이 있는 것이 좋은 거 같아요.
언니나 동생없이  위로 오빠들만 있었다보니  게다가 제일 나이차이 안나는
오빠와 4살차이에  큰오빠랑은 9살 차이니까요.
오빠들은 여동생 데리고 노는 일들이 익숙치 않고  또래들끼리 어울려 놀다보니
전 사실 거의 혼자 놀거나 또래들과 노는 정도였지요.

어렸을때도 오빠들과 어울리기 힘들고 더 커서는 더욱 힘들잖아요.  외로움이 많아지지요.
그래도 오빠들틈에서 자라서 성격이 남자같아요.  털털하고 적극적이고 쾌활하고
그런데 애교 같은 거 정말 못부립니다.   원래 성격이 그러면 몰라도  없는 애교를 가식적으로
부리는 것도 무척 싫어하고요.  그러다보니 나긋나긋  또는 정감있게 말하는 걸 잘 못했던거 같아요.
남편에게요.


제가 남자같은 성격이라 그런지  친구들은 저한테 많이 기대고 (왜..고민이나 이런저런 얘기들에 대해..)
그랬는데  ^^;
남자 같은 성격이  사실 편할때도 있지만  따뜻함을 느끼기엔 부족할 수도 있잖아요.
남편들은  왠지 아내를 보호해주고 싶고 또 아내가 여성스러운 걸 좋아하는게 보통이라서.
저는 그 기준에 비교하자면 많이 다른거죠.   워낙 독립적이고 털털하고 남자같이 성격도 좀 있고..
아마 남편은 그리웠을지 몰라요.  애교까지는 아니더라도  남편말에 적극 동조해주고  위로해주는
마음이...


어제도 역시 남편은 8시가 좀 넘어서 퇴근한다고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통화나 일상은 나쁘지 않아요. 다만, 제가 마음속에 남편을 생각하는 만큼 겉으로 표현하지
않고 가끔 아주 반대로 행동할때가 많았다는게 제 스스로 너무 안타까웠던 거였어요.
8시가 넘어서 퇴근하니 집에오면 10시가 거의 다 되거든요,.  평소에는...
어젠 고속도로 슝~하고 온 덕에 9시 20분 좀 넘어서 왔어요.   너무 일찍 와서 되려 놀랐네요.^^;

삼겹살 반근에 밥과 맥주 마시면서 저녁을 먹었어요.  저흰 가끔 이렇게 먹어요.  딱 좋습니다.^^;
제가 퇴근하고 부랴부랴 집 쓸고 닦고  빨래하고,  그리고서 남편 오기전에 마른 빨래
걷어 놓고  있던 터였어요.   남편이 일찍 오는 바람에 빨래는 개키지 못하고 저녁 준비를 하는데
TV를 보면서 남편이 빨래를 개켜줍니다.   그 뒷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요.  
먼저 빨래 좀 개켜줘~ 하지 않았음을 다행으로 생각했어요.  남편이 도와주고 싶으면 저렇게
해줄테니..^^

한참 저녁준비를 하는데  평소 상추 씻기는 남편이 해줬던터라 어제도 남편은 상추를 씻습니다.
한여름 더위에 지쳐 퇴근하고 나면 얼굴에 피곤이 쌓여있던 터라 힘들어 보이지만  어제도
왠지 더 힘들어 보입니다.  상추를 씻으면서 남편이  회사 정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음... 평상시 같으면 옆에서 제가 더 흥분해서 그 회사 시스템은 정말 문제라고  직원을
그런식으로 부리고.  말 한마디라도 직원에게 힘을 줘야 하는데 그 회사는 정말 있는 힘도
뺀다고..  아마 이런식으로 얘길 했을겁니다.

그런데 남편이 하는 말을 듣고 어제는 그냥 조용히  여보야~ 그래도 힘내.  요즘 물가도 그렇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안좋은거 같아.  답답하지만 그래도 우리 힘내서 열심히 하자.
여보가 힘들겠지만 그래도 우리 힘내.   이렇게 말을 했어요.  
남편이 지긋이 웃네요.

저녁을 먹으면서 남편은 땀을 잘 흘립니다.  작년까진 안그랬던거 같은데 올핸 이 더위가
심하긴 한가봐요.   남편도 많이 힘들겠지요.
땀이 정말 주루륵 흐르면서 저녁을 먹는데.   또 아마 다른때 같았음 웃으면서 에이~
무슨 저녁 먹으면서 땀 흘리냐고 웃었을 거에요.
어제는.  손수건 가져다가 땀을 닦아주었어요.


남편은 참 행복해 합니다.
오늘 여보가 날 위해주고 날 격려해주고  챙겨줘서 너무 좋다고 .
그렇게 말하는 남편의 모습에서 행복함이 보입니다.
이 작은 손길에,   이 작은 말 한마디에 남편이 힘을 내는 것이 보입니다.
남편은 제가 말합니다.
못난 남편 만나 고생시켜 미안하다고...
그땐 웃으면서 얘기했습니다.    어머.  무슨말이야.  당신 같은 사람 만나기도 힘든걸~
머리 큰 사람 만나기 쉽지않아.ㅎㅎㅎ  웃으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이에요.  남편은 머리가 크니까.ㅎㅎㅎ


마음에 있던 말들과 생각을 겉으로 표현하지 못하는 걸 알면서 그래서 답답해 하면서도
쉽게 바꾸지 못했습니다.
어제가 그 출발점이었어요.
표정으로 행복이 뭍어나는 남편을 보면서
이 작은 노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다짐해 봅니다.

조금씩 행동할 수 있게 좋은 답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IP : 61.79.xxx.10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예쁜글
    '08.7.17 10:57 AM (220.65.xxx.2)

    어제도 답글 달았는데. 참 예쁜 글입니다.
    연습 많이 하셔서 알콩달콩 사는 모습 가끔 올려주세요. 저도 연습해서 남편을 왕처럼 받을어야겠어요. 왕과 사는 저도 왕비되도록...

  • 2. .
    '08.7.17 10:58 AM (203.142.xxx.231)

    작지만 참 큰 출발.

    와이프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왠일이냐~ 니가 그런 말을 다 하고... 장난치냐?'고 하지 않고
    본인의 행복한 마음을 솔직히 얘기하는 신랑분도 참 좋은 분.

    원글님은 더더욱 좋은 분.

    참 좋아보이는 부부.

  • 3. 보기 좋네요.
    '08.7.17 10:58 AM (123.108.xxx.189)

    두분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보이네요...
    저도 원글님 덕분에 많이 배우고 깨닫고 갑니다.
    오늘 신랑 퇴근해서 오면 뽀뽀 꾹~하고 해줄까봐요...ㅎㅎ

  • 4. 하늘미리내
    '08.7.17 11:00 AM (58.227.xxx.57)

    어제부터 저런 부인이 있는 남편이 부럽다

    것보다 일단 유부남 자체가 부러운 1인

  • 5. ...
    '08.7.17 11:05 AM (222.109.xxx.117)

    이 글을 읽고 제가 반성한는 계기가 됬네요... 늘 지쳐서 자는 모습보면 불쌍하더라구요...
    마음속으로만 생각하고 표현은 못하고...우리 신랑은 저한테 영원한 딸랑이로 살겠다고
    현재도 변치 않지만 저 또한 우리 신랑의 여원한 딸랑이로 살고 싶어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얘기 공유해요... 마음이 찡....

  • 6. ..
    '08.7.17 11:18 AM (221.140.xxx.28)

    하늘미리내님..은 그럼 총각^^

    원글님의 어여쁜 마음에...저도 어제 울 남편에 뽀뽀한번 해줬다는..

    힘내고 열심히 일합시다..!!

  • 7. .
    '08.7.17 11:22 AM (122.32.xxx.149)

    저도 눈물이 핑 도네요.
    남편 위해주시는 원글님 마음도 참 예쁘고.. 그런 마음을 알아주는 남편분도 너무 예쁘구요..
    지금 마음 잃지 않고 사시면 언제까지나 행복하실거예요. ^^

  • 8. ....
    '08.7.17 11:33 AM (147.46.xxx.156)

    저도 눈물이 글썽글썽 ^^;;;;

    시작이 어려운데 시작하셨으니 이제 더 쉬워지실 거라 믿어요.
    부부간의 사랑이 굳건하면
    어려운 세상도 씩씩하게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원글님, 행복하세요~

  • 9. 원글
    '08.7.17 1:15 PM (61.79.xxx.105)

    조금만 노력해서 작은 걸 바꾸기 시작하면 큰 행복으로
    올 수 있다는 걸 어제 또 느꼈어요.
    사실 그전에는 노력해야지~ 하면서도 입 밖으론 짜증이나 빈정대는
    소리를 할때가 있었거든요.
    남편은 그때 얼마나 기분이 안좋았겠어요.

    어제 어쩌면 평소때랑 다른 제 모습 (특히 대화할때의 말투)에
    약간 이상하다고 느꼈다가 그래도 흐트러지지 않고 계속 좋게 말하고
    챙겨주니까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느꼈나봐요.^^
    그래서 격려해주고 챙겨주니까 좋다는 말을 진심으로 얘기한 거 같고요.
    만약, 제 마음을 조금이라도 못느꼈다면
    어쩌면 남편도 " 왜그러냐? 무섭게?" 이런 말을 했을지도 모르죠.^^;

    어제 남편이 행복해하는 모습이 마음 깊이 남네요.^^;

  • 10. 부럽네요
    '08.7.17 2:46 PM (118.47.xxx.63)

    저는 남편 벗어놓은 신발만 봐도 화가 나는 상태라서
    님처럼은 절대로 못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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