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어지러울때
철학책을 읽으면
그나마
멀미나는 마음이 진정됩니다.
인류의 역사는 이렇게 태풍불고, 지진나고, 너울치며,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요즘 자게를 보면,
과거가 평화로웠구나 새삼 재평가되며
그당시의 일상이 그리워집니다.
문제는 오늘을 그리워할 내일이 또 있다는 것이지요.
남편이 5월에 말했습니다.
"나는 선거때 2mb 안찍었어."
저는 어이없어서 남편을 쳐다봤습니다.
"그건 변명이 안돼.."
남편이 6월에 말했습니다.
"선거가 너무 멀리있어"
저는 또 남편을 쳐다봤습니다.
"그때까지 마냥 기다리라고?"
남편이 7월인 오늘 말합니다.
"뭐라도 하자"
7월 5일 만들어갈 쿠키 레시피를 정리하고
참참히 밀린 일도 하다가
답답해서 철학자인 강유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글을 읽어봅니다.
5월 11일에 강유원 선생이 이 글을 써놨네요.
저역시 5월에 읽었을때의 느낌과
지금 읽는 느낌이 다르네요.
이것이 철학자의 통찰력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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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이야기
서중석(지음), [[대한민국 선거이야기]], 역사비평사, 2008.
17살 청년이 67살 노인에게 '미친 소, 너나 먹어'라고 말하는 일이 일상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17살 청년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이고, 67살 노인이 대통령이라면 이러한 일은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17살 청년의 부모도, 17살 청년의 이웃 사람도 일가친척들도 이러한 명령을 내리고 있다면, 그들의 명령이 "괴담"에 홀려 아무 생각없이 내려진 것이라도해도, 그리하여 국민의 뜻 때문에 나라가 폭삭 망한다해도, 그것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의 명령이라면, 당장 먹어야 한다. 이것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지탱해온 제일 원리이다. 2008년 5월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광우병 정국에 관한 사실과 당위는 이러하다.
국민의 명령에 따르지 않고 버틴다면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역사학자 서중석의 [[대한민국 선거이야기]]에서 몇가지 사례를 추려보자.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흔히 1960년 3.15 부정선거때문에 물러나게 되었다고 한다. 그가 국민의 뜻을 본격적으로 왜곡하기 시작한 것은 1954년 5.20 국회의원 선거부터였다. 이 선거 이후 그는 '사사오입' 개헌안을 통과시키면서 종신집권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에 이은 1956년 5.15 정부통령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내건 선거구호는 "못살겠다 갈아보자"였다. 이 선거로 민주당의 장면이 부통령이 되었다. 집권에 위협을 느낀 이승만은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1960년의 부정선거를 치르게 된다. 이를 서중석은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대통령 직선제도 이승만이 영구집권하기 위한 일환으로 도입했지만, 그것이 두번째 직선제 선거인 1956년 5.15 선거에서부터 그의 발목을 잡았고, 1960년 3.15 선거로 파멸하고 말거든요. 마치 한편의 그리스 비극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렇다. 비극이다. 비극적 종말을 막기 위해 또는 행복한 미래를 위해 취한 조치가 바로 그 비극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관권선거, 부정선거의 와중에 언론이 탄압받고 정보전달이 더딘 시대에도 결국 주권자인 국민은, 국민을 기만하고 국민 위에 군림하고 국민을 졸개로 여긴 대통령을 파멸로 몰아넣었다. 당시의 상황을 염두에 둔다면 1954년부터 1960년까지의 6년은 결코 길지 않다.
2008년 오늘 우리가 누리는 자유는 직접적으로 20년전, 그러니까 1987년 6월 항쟁의 성과이다. 전두환 정권의 종말은 1983년 12월의 "유화국면"에서 시작되어 1985년 2.12 총선에서 뚜렷한 징후로 나타난다. 서중석은 이 선거의 성과를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신민당[신한민주당]은 선명야당의 깃발을 높이 들었습니다. 헌법 개정운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게 되었지요. 학생운동도 활발해지고 노동운동.농민운동도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 1985년 2.12 총선으로 6월 민주대항쟁으로 가는 길이 트인 것입니다." 1980년 광주학살의 피를 뒤집어쓰고 집권한만큼 전두환 신군부의 패악은 이승만 정권보다 훨씬 윗길이었다. 그렇다해도 주권자인 국민은 그 정권을 7년만에 파멸시켰다.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정권은 패배했다. 온갖 훈계를 남발하고 정치학 교수와 논쟁도 마다하지 않던 그는 막판에는 '참여정부 평가포럼'이라는 것까지 만들어 국민에게 자기 선전을 했다. 노사모가 노란풍선을 아무리 불어도 소용없었다. 주권자인 국민은 아예 말대꾸도 안했다.
조선일보 2008년 5월 11일자에 이런 기사가 실렸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눈이 많이 올 때는 빗자루 들고 쓸어봐야 소용없다. 일단 놔두고 처마밑에서 생각하는 게 맞다"면서 "눈 오는데 쓸어봐야 힘 빠지고 빗자루도 닳는 것 아니냐"며 차분한 대응책 마련을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5/11/2008051100389.html ) 17대 국회의원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릴 심산인 모양이다. 그러나 그때되면 그는 턱밑까지 쌓인 눈 때문에 처마 밑에서 한 발도 내딛지 못할 것이다. 지금 아니면 내년, 내후년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국민은 직원이 아니라 주권자이다.
Posted by gaudium at May 11, 2008 10:29 PM | Track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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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선거이야기-에 대한 강유원의 서평
콩순이 조회수 : 449
작성일 : 2008-07-02 14:49:12
IP : 210.94.xxx.249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콩순이
'08.7.2 2:49 PM (210.94.xxx.249)2. 스미스요원
'08.7.2 3:28 PM (121.161.xxx.95)강유원님, 넘 재밌죠?
ㅋㅋㅋ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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