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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밤, 폭력 진압의 한복판에서 전경들과 달리다

풀빵 조회수 : 874
작성일 : 2008-06-30 16:02:53
집회 밤샘 참여는 이번이 두 번째였습니다.

6월 1일 새벽에 물대포 난사하는 것을 보고, 그날 밤 울고불고 하는 딸래미 떼어놓고 의료지원팀에 지원해서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그날은 소화기가 대량으로 살포된 날이었지만 전날의 과격 진압으로 여론이 악화되자 물리적인 충돌은 그다지 심하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긴장감은 최고였지만 최전방에서도 생명의 위협을 느끼지는 않았었죠.

6월 28일은 딸아이의 생일이었습니다.
가까운 친구와 가족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저녁까지 놀게 해 준 다음 집에 돌아와 재우고나서 주섬주섬 짐을 챙겨들었습니다.
고시 관보 개제 이후 첫 주말 집회라 아무래도 집에 있을 수는 없었기 때문이지요.
11시 쯤 집회 현장에 도착해서 delight님을 만나 마스크 하나 얻어 동행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비가 오고 있었고 우비를 입은 시민들 일부는 전경버스를 끌어내려하고 소화전에 호스를 연결해 경찰의 물대포 공격에 맞대응을 하고 있었습니다.
delight님은... 기자회견 때 봤던 화사한 얼굴과 고운 목소리는 온데간데 없이 판초와 헬멧, 마스크로 철갑을 두른 듯 했고, 목소리 또한 살짝 잠겨서 도저히 동일인물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ㅜ.ㅜ
둘이 손을 잡고 최전방을 향하다가 의료팀을 발견하고 저는 그쪽으로 합류하며 헤어졌습니다.
의료팀에 합류하자 마자 전경버스 한 대가 빠지고 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바로 그 자정에 벌어진 미친 진압이었죠.
의약품 파악도 안된 상태에서 눈꺼풀이 찢어지고 머리가 깨진 부상자들이 실려오기 시작했고 의료팀은 환자보호를 위한 스크럼을 짤 여유도 없이 전원이 치료에 투입된 상황이었는데 갑자기 전경들이 저희 쪽으로 밀려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의료팀과 부상자를 보호해준 것은 전의경 예비역들이었습니다.
아래 글에 보면 앞으로 장비를 갖춘다고 하는데, 당시엔 전의경 예비역이란 글귀가 새겨진 흰면티만 걸쳤을 뿐이라 이분들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전경들은 조끼와 가운을 걸치지 않은 의료팀과 치료 받고 있던 부상자를 끌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한 전경은 진압봉을 들고 무작위로 의료팀과 부상자를 '찍었습니다.'
때린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그대로 찍었습니다.
붕대를 감다가 그대로 끌려나가는 부상자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쫓겨가고 부상자와 의약품 때문에 남겨진 의료팀 역시 전경들에게 계속적인 협박을 받았습니다.
부상자 보호를 위해 의료팀이 맨 앞으로 나왔고 티셔츠에 조끼 하나 걸진 제가 -조그마한 아줌마가 치료 중인 부상자는 때리지 말라고 부탁을 하며 팔을 앞으로 뻗어 막는 시늉을 했는데 전경들은 진압봉을 휘두르며 '건드리면 죽여!'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끌려가지 않은 부상자들을 데리고 이동을 시작했는데 어쩌다 보니 전경 투입 경로와 일치해서 계속 쫓기고 치료하고 쫓기고 치료하고... 결국 교보문고 앞에서 시작하여 덕수궁 앞까지 전경들 속에서 뛰는 꼴이 되었습니다.
중상자가 속출하다보니 전경들의 폭력도 좀 수위가 낮아지긴 했지만 덕수궁 앞까지 오니 집회 시민들은 전부 흩어지게 되었습니다.
너무 혼란스러워 대피 경로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동하면서 눈꺼풀 찢어진 칼라티비 기자, 방패에 뒷목과 어깨를 난타당한 여성, 진압봉에 찍혀 광대뼈 쪽이 찢어진 여성 2분, 팔과 다리를 맞아 부어오른 남성 4-5분, 뒷통수가 찢긴 남성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분들을 응급처치만 한 채 병원으로 보내야 했습니다.
이곳이 평생을 살아 온 내 고향 서울이라는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지옥같은 그 시간이 지나고 다시 종로 1-2가 사이에 집결한 시민들과 함께 추위에 떨며 밤을 새고 - 의료팀에 거의 매일 참여하고 계신 광년이님도 만났고, 다인아빠 라면 봉사 차랑도 보고, 촛불 다방 커피와 녹차도 얻어 마셨습니다.
집회 현장이나 후방에서 직접 몸으로 뛰는 미혼 혹은 기혼이나 아이가 없는 회원님들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음은 늘 집회 현장에 가 있으나 내 분신에 대한 책임과 의무 때문에 계속 몸으로 뛰지 못해 미안하고 죄송하고 또 고맙습니다.
다행히 남편도 의료지원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주말 밤엔 계속 동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성경책 들고 시청광장으로 나갑니다.
오늘은 딸 아이 손을 잡고 나걸 겁니다.
집회 현장에서 아무리 급박한 때라도 하나님을 찾아 본 적은 없으나 오늘만큼은 그곳에서 하나님을 찾아보렵니다.
오늘 하루만 그분께 투정 좀 부려볼랍니다.
더이상 피흘리지 않고 이길 수는 없냐고요.
IP : 61.73.xxx.237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delight
    '08.6.30 4:05 PM (220.71.xxx.55)

    집회 현장에서 뵙겠습니다.

  • 2.
    '08.6.30 4:05 PM (121.130.xxx.70)

    고생하셨어요 저도 그날이아직도 생생합니다 ㅠㅠ

  • 3. 전 5시출발..
    '08.6.30 4:08 PM (219.248.xxx.19)

    경기도지만 1시간이면 갑니다..
    암튼 시청역은 무정차 안하겠죠? 그러기만 해봐라..교통비 환불하고 많이 걸어서 신발 닳는거 보상하고 정신적 피해보상하라고 1인시위할껴..

  • 4. 에헤라디어
    '08.6.30 4:08 PM (220.65.xxx.2)

    풀빵님.. 이미 많이 일하고 계신 것 알고 있습니다.
    따님까지 함께 데리고 나오신다니.. 정말 가지도 못하는 저는 너무 염치없는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 5. 눈물납니다.
    '08.6.30 4:09 PM (210.113.xxx.141)

    항상 함께 이고 싶습니다. 비오는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모두 그곳을 지키고 있는 모습.
    집에 돌아와서도 계속 마음은 그곳에 있게 됩니다.

  • 6. 기자회견
    '08.6.30 4:11 PM (221.155.xxx.42)

    때 뵈었던 풀빵님의 야무진 얼굴이 기억납니다.
    참 수고 많으세요.
    몸은 함께하지 못하지만 마음으로나마 박수를 보내고
    사랑과 존경과 보냅니다.
    풀빵님 감 사합니다.

  • 7. 새로운세상
    '08.6.30 4:17 PM (218.146.xxx.240)

    감사하단말 밖엔 없네요
    부디 다치지 마시고 무사히 돌아 오십시요

    감사합니다

  • 8. 풍경
    '08.6.30 4:18 PM (221.141.xxx.62)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내세요
    오늘 하루만 투정을 부린다는 것....그게 왜 이리 슬프지요....

  • 9. 28일, 29일
    '08.6.30 4:19 PM (125.132.xxx.238)

    늦은 밤 강경진압에 도망가지 않고 서로가 의지가 되어 지켜주고자 남았던 사람들. 다음 날 아침까지 남아있던 3000명 정도의 사람들 얼굴에서 전과는 다른 걸 보았습니다. 우리가 해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 날이었습니다.

  • 10. 구박당한앤
    '08.6.30 4:27 PM (61.32.xxx.47)

    앗 풀빵님 어제 못뵈어서 넘 아쉬워요..
    저 10시쯤까지 있다가 밥먹고 집에와서 기절해있을때더라구요..
    에휴.. 오늘도 야근때문에 ㅠㅠ

  • 11. 경민맘
    '08.6.30 4:29 PM (118.46.xxx.23)

    오늘 시청에서 뵈여~

  • 12. 산.
    '08.6.30 4:44 PM (221.159.xxx.222)

    멀리서.. 참석은 못하지만 그 시같에 같이 기도하겠습니다.

  • 13. 김혜란
    '08.6.30 4:53 PM (58.180.xxx.198)

    네...몸은 함께 할 수 없지만 힘보태드립니다.
    쓰고 보니 ..
    염치없네요. 몸 조심하세요!!

  • 14. 동참하지
    '08.6.30 5:32 PM (218.237.xxx.186)

    못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토욜 나갔다가 아이가 보채서 5시경에 들어왔는데, 나중에 인터넷으로 보니 너무 참혹하더군요..그 자리를 지키셨다니.
    오늘 뵙겠습니다.

  • 15. 감사합니다
    '08.6.30 5:42 PM (121.148.xxx.247)

    뭐라고 할 말 이 없습니다 고맙고 미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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