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째 13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아기 엄마와 함께 광화문으로 밤마실 나가고 있는 애기 아빠입니다. 어제도 나갔었죠. 저같은 사람 간간히 눈에 띄더군요.
어제 광화문 종로쪽 도로 한쪽에서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시위대를 향해 "현행범을 체포해라" 라며 소리를 지르더군요. 너무 어이가 없어서 그 남자 앞에 유모차를 들이대며 그랬죠. "당신이 말하는 현행범이 이 아이와 나냐?" 그랬더니 그 남자 씩씩대며 유모차를 발로 찰 듯한 행동을 하더군요. 깜짝 놀란 시민분들이 그 사람을 밀쳐 냈습니다.
위험의 정도는 다르지만, 그리고 그 어머니가 살수차를 막아낸 그 날 밤 저는 조금 일찍 아이와 엄마를 집으로 보내고 혼자 싸우고 있었지만,
저는 그 '어머니'의 행동이 무모하다거나, 아이를 정치의 수단으로 삼은 거라는 정부나 일부 시민들의 생각에 반대합니다.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거리로 나선 이유부터 생각합시다. 저 같은 경우는 단순합니다. 첫째, 그 시간에 아이를 돌봐 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둘째, 아이가 먹을 먹거리의 안전성이 아이와 긴밀히 연결된 제 신체를 움직였기 때문입지다. 셋째, 물어보지는 못했지만 제 아이 역시 이런 경우엔 거리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할 거라고, 제 아이도 그런 어른으로 크리라고,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아기는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민감하게 느끼고 반응할 수 있게 해준 제 신체의 연장선상에 있는 또 다른 인격적 주체입니다. 비록 아이의 의사를 존중해야겠지만, 저는 스스로 먹고 살 수 없는 아이의 양육을 도와주고 있는 그 만큼 아이의 판단을 대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를 데리고 거리로 나선 다른 분들도 저처럼 생각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수단이나 대상으로 여겨서가 아니라 아이를 먹거리의 주체로서, 시민적 주체로서 여기기 때문에, 아이 역시 나의 판단에 동의하리라는 믿음 때문에, 아이를 대신해서 판단했고, 아이와 함께 거리로 나선 것입니다.
아이 때문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분들이기에 다른 누구보다 아이의 위험에 대해 깊이 고민하리라 생각합니다. 아이를 양육할 책임감이 없는 정신이상자가 아니라 다른 누구보다 이성적인, 바로, 아이 때문에 예민한 이성을 갖게 된 분들이기에 아이의 위험에 대한 그분들의 판단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보도 때문인지, 어제 경찰이 물대포를 쏘기 시작하니까 꽤 멀리 있는데도 몇 분이 저더러 아이를 데리고 인도로 올라가지 않겠냐고 하시더군요. 걱정해주시는 거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아이를 데리고 거리로 나선 부모들은 철부지도 아니고,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정신이상자도 아닙니다. 먹거리 안전성을 확률로 따지는 철부지 학자보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기를 포기한 미치광이 통치권자보다, 싼 맛에 먹겠다는 어른들보다, 훨씬 더 냉철한 이성을 소유한 사람들입니다. 많이 배워서가 아닙니다. 아이를 기르기 때문에, 아이의 몸을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아이를 존중하기 때문에 그런 이성을 갖게 된 겁니다.
바로, 아이 때문에, 아이와 함께 미친 정부의 <위험>을 누구보다 크게, 민감하게 느끼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위험에 대해 그분들만큼 잘 판단할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그분들더러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라고 하지말고, 그런 걱정 할 필요 없도록 아이 뿐만 아니라 그 자리의 누구든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앞장서서 싸워야 할 것입니다.
위험을 막는 것은 '인도'나 '집'이 아니라 거리에서 싸우는 우리들의 단결된 힘입니다.
------------------아고라 자유토론방 베스트네요. 읽고 울 뻔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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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고라펌]유모차 부대 아빠로서 물대포 막은 엄마에게
유모차부대 조회수 : 1,118
작성일 : 2008-06-27 17:07:59
IP : 118.131.xxx.169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유모차부대
'08.6.27 5:08 PM (118.131.xxx.169)원글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141...
많은 사람 볼 수 있게 추천하고 격려도 해주세요 ^^2. 유모차부대
'08.6.27 5:10 PM (118.131.xxx.169)"아이를 양육할 책임감이 없는 정신이상자가 아니라 다른 누구보다 이성적인, 바로, 아이 때문에 예민한 이성을 갖게 된 분들"
이 부분이 제일 좋네요... ㅠㅠ3. 포
'08.6.27 5:11 PM (121.130.xxx.11)우엉 ㅜㅜ
4. 어느 누구도
'08.6.27 5:12 PM (211.55.xxx.164)정말 영혼이 팔린 정신나간 인간을 제외하곤
아이를 방패삼아 안전을 사려 한다거나
목적을 이루는데 아이를 이용한다고는 생각지 않을 겁니다.5. 전...
'08.6.27 5:33 PM (203.244.xxx.218)6살 아이 데리고 가기전에 조목조목 설명해주고 갑니다.
나쁜 어른들이 병든 고기를 팔려고 한다, 그 고기를 먹으며 우리가 아프다...
아이가 아직 어리지만 생각하고 느끼고 판단할줄 압니다.
나쁜것에 반대하러 가는것이 옳은 거라는걸 알고 저희와 함께 갑니다.
아이가 집회 가는것에 대해 못볼걸 보인다고 반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위험하고 폭력적인 부분은 최대한 안볼수있게 챙겨주면서 함께 갑니다.
오히려 전 집회가는게 아이에게 옳은 일을 할수있는 용기와 판단을 가지게 해주는 좋은 일이라 생각해요.
물론,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부모는 최선을 다해야하겠죠.
내일 비오는데 데려갈 생각을 하니 걱정이 되긴 합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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