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생각지도 못한 많은 분들의 칭찬과 격려 감사드려요.
도착했을 때 여기저기서 휘날리던 깃발들을 보며 처음엔 긴장을
하기도 했지만 노란풍선과 유모차 그리고 앳된 학생들의 얼굴을
보며 내가 참 용기없는 사람이였구나 하는 생각을 했네요.
그 곳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 떨리는 -
본 행사가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그저 삼삼오오 모여 있었는데 잠시 뒤
(이건 무어라 설명하기가 참 힘드네요~) 공기의 흐름이 틀려지더라구요.
기자들이 앞으로 뛰어가고 시민들의 얼굴이 흥분과 기대감으로 변해가고
아, 어디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먼저 출발한 엄청난 수의 시위대가 시청으로
구호를 외치면서 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었던 겁니다. 정.말. 대단했어요.
그 순간 전 온 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눈물이 핑~ 돌더라구요.
정말 그 순간 만큼은 내가 역사의 한 가운데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구요.
그 땐 그런 일이 있었어. 그 땐 그랬다더라 라는 인쇄물 속의 역사가 아닌
내가 있던 그 순간이 그 장소가 그리고 나와 내 가족이 바로 역사가 되더군요.
시위에 한 번도 참여 안 해본 저의 군중심리 때문이라고 남편은 말 했지만
아무리 많은 글들과 화면을 보았더라도 그 자리에 단 1분이라도 서 보시길
그래서 뜻을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과 같은 발걸음을 떼는 행복한 전율을
기회가 되신다면 더 많은 분들이 느껴보시라고 꼭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왜 한 번 가신 분들이 힘들어도 그 다음 또 그 다음에 다시 그 곳에
가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아쉽고 그래서
한 번이라도 더 이 곳에 다시 와야 겠다 굳게 마음을 먹었으니까요.
참, 그런데 초록색 끈묶고 오시기로 한 82쿡 회원님들 어디 계셨어요?
전 초록끈이 없어 초록색 종이로 팔찌 둘러 나갔는데 한 분도 못 뵈었어요.
남편이 그게 뭐냐고 묻는데 솔직히 말하면 놀릴까봐 "무적의 팔찌야!" 했거든요. --;;
그런데 남편은 그걸 믿었나 봐요. 밤에 다 너덜너덜해진 팔찌를 보더니 저에게
"이제 왠만하면 그 팔찌 좀 풀지~ 별로 무적같아 보이지도 않는데~" 헉!!
제가 혹시나 만나면 눈인사라도 하려고 했는데 저만 못 본건지 아쉬웠어요.
저희는 중간에 빠져 다시 호텔로 돌아왔지만 끝까지 남아 행진하셨던 많은 분들
그리고 시청 광장에서 또 다른 날을 위해 노숙하다 시피 주무신 분들 감사합니다.
어제 추모제는 끝나서 광장은 다시 시민들 품으로 돌아왔으니 오늘은 더 멋지게
할 수 있을 듯 하네요. 쥐옷을 입은 채 세발 자전거를 타고 8차선 도로를 달리던 꼬마
젖소 옷을 입고 가던 소녀, 드라큘라 복장으로 이명박을 꽉 물어줄까 팜플렛 들고가는 남학생,
메드 카우 면티를 입은 이쁜 꼬마와 가족, 양초 가득든 박스를 들고 나눠주던 갸날픈 여대생
일일이 다 나열하지 못 할 기발한 아이디어와 가슴 찡한 사람들이 오늘은 더 많아지겠죠?
집안에서 전화기만 돌리고 자판만 두들기던 저를 그 곳으로 이끌어 준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우리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또 그 곳에서 다시 만나기를 바래요. 물론 우리가 바라는 대로
이 시위가 하루빨리 끝나 다시 자판으로만 만나게 된다면 그건 더 기쁜 일이구요~
추신 : 프라자 호텔에 묵은 건 아주 잘 한 일이었어요.
시설이 좋은 건 아니었지만 어제 시위대가 프라자 호텔 앞에까지 앉아 있어서
저희는 응가 한 아기 기저귀 갈아주러 다시 들어왔다 나가기도 아주 편했거든요.
보니까 더 어린 아기 데리고 오신 분들도 많으셨는데 그 분들은 어떻게 하시나 걱정했네요.
그리고 아침 먹을 때 보니까 숙박한 한국분들 중 저희 같은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가슴에 광우병 반대 빨간 리본이 달려있기도 하고 어제 시위 이야기도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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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잡고 시위 잘 참여하고 왔어요!!
후~ 조회수 : 1,176
작성일 : 2008-06-07 15:21:38
IP : 61.252.xxx.8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안그래도
'08.6.7 3:22 PM (116.42.xxx.39)어제 프라자 호텔 보면서 저기 묶으면서 주말 시위하면 좋겠다 싶던데
숙박료가 보통 어떻게 되나요?2. 지윤
'08.6.7 3:24 PM (121.129.xxx.84)대한문 앞에 앉아 있어서 창문이 안 보여서 행진후 광화문에 있다가 일부러 시청에 갔었어요.
혹시 구호가 붙은 창문이 있나하고...
몇 분이 밖을 내다 보고는 계셨지만...
어쨌든 잘 왔다 가셨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고맙습니다.3. 고맙습니다
'08.6.7 3:25 PM (117.123.xxx.97)지방맘인 저도 중구에 있는 레지던스 예약하고 시위참여하려고 계획 세운 적이 있었어요. 남편이..그냥 돌아오는 걸로 바꾸자고 해서 온식구 늦은 기차로 내려온 적이 있지요..그날 가두시위가 처음 진행된 24일밤이었고.. 첫 연행자가 생긴 폭력진압이 시작된 25일주말이었습니다.
4. 수고 많으셨어요.
'08.6.7 3:40 PM (222.238.xxx.146)이게 은근히 중독성이 있어서 조만간 한 공간에서 뵐 것 같네요.
안만날 수 있으면 더 좋지만요.^^5. 언젠가
'08.6.7 6:29 PM (211.206.xxx.71)조만간?? 나도 거기 가고 싶어요,,
6. 홧팅~!!
'08.6.8 3:27 PM (119.67.xxx.139)어린 아가 델고 수고 많고 애 많이 쓰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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