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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두지 않아

쵸선 조회수 : 437
작성일 : 2008-06-02 15:34:11
얼마 전에 글 올렸었는데, 집에 걸려고 광우병 반대 현수막을 온라인에서 샀다가,
배송지를 친정집 주소로 잘못 기재하는 바람에
현수막을 칠순 아버지가 받아보시고 노발대발하셨다는 내용이었죠.

현수막도 받을 겸, 어제 친정에 갔다가 아버지랑 갈등상황을 빚었네요.

아버지도 이명박이 지금 잘못하는걸 알고 계세요.
하지만 대안이 없었다나요. 그 누굴 뽑았어도 똑같았을 것이라네요.
저 사람이 지금 정치를 안해봐서 그렇지,
정치경력이 있는 참모들을 주위에 재배치하면 훨씬 나아진다는 애정 어린 격려...

9시 뉴스 보다가 토요일 집회에서 제가 겪은 일들이 보도되길래 가슴아파했더니,
오히려 시민들이 폭도라고,
거리를 점거하고 불법을 자행하는데 당해도 싸지 하며 역정 내시는 아버지.

이뻐하던 사위까지 지금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함께 말씀드리니
한 술 더 뜨셔서 광주 사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광주 사람들은 폭도들이었다고,
전경들 총을 빼앗고 시민들 발길에 동료가 쓰러지는 걸
보고 가만있을 정도의 전우애도 없으면 그건 경찰이나 군인이 아니라고...

전두환이 많이 해먹어서 그렇지 서민들은 살기 좋았다고,
이명박이 결단력이 없어서 틀렸으며,
박정희처럼 결단력있고 안목있는 지도자가 다시 나와줘야한다고...

미국 같았으면 저것들(시위하는 시민들..)은 벌써 다 죽었다고...

아빠는 그럼 저기 참여했던 아빠 딸도 폭도고
저기에 나가서 죽어도 괜찮냐고 물어면서..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더라구요.

결혼해서 분가한지 이제 한 달.
부모님 매일 보고 싶고 애틋하고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나고 그런 요즈음입니다.
그런 와중에 아버지의 무서운 저 말씀이 제 가슴을 짓누르네요.

얼마나 좋은 분이신데요, 가부장적인 모습이라곤 내 30평생 찾아볼 수도 없었고,
늘 엄마를 위하시고, 여자남자 구분이 어딨냐며 퇴직하시고 나선 집안일 늘 도맡아 하시고,
정 많으시고... 다른 면은 모두 개방적이신 분이...
어떻게 저렇게 끔찍한 말씀을,
끔찍이도 싫어하시는 빨갱이들도 안할 말씀을 하시는지,

조선일보와 조갑제가 아버지 눈을 멀게 했구나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아팠습니다.
신랑 앞에서 부끄럽기도 했구요.

결심합니다. 조선일보 가만두지 않을거에요.
IP : 211.61.xxx.50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쵸선님
    '08.6.2 3:39 PM (81.252.xxx.149)

    홧팅

  • 2. 슬퍼요
    '08.6.2 3:39 PM (220.70.xxx.97)

    에효..
    저희친정아부지도그러세요.
    촛불집회현장 뉴스에 나오니 욕하시더라구요.
    `아빠~`하고 크게 쏘아 붙이지니까..얼버무리시면서
    `그러니까 왜 길을 막아서 못가게 하구그래...`하시면서 말끝을 흐리시더라구요.
    어쩜 좋아요.
    아버지 세대들을...

  • 3. 어제
    '08.6.2 4:04 PM (124.49.xxx.85)

    현장에 있었습니다.
    도로에 있는 차들 모두 경적을 울리며 짜증냈었습니다.
    시위하는 사람들 차안에서 째려보고요.
    어르신들 뿐이 아닙니다.

    정치에 관심 없고 나 몰라라 하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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