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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례5/31자펌)과두적 선거와 직접행동/장정일
인권수호 조회수 : 403
작성일 : 2008-06-01 08:22:52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90710.html
장정일의 책 속 이슈 /
〈선거는 민주적인가〉
버나드 마넹 지음·곽준혁 옮김/후마니타스·1만5000원
지난번에 소개한 에이프릴 카터의 <직접행동>은 제목 자체가 역설이었다. 지은이는 촛불을 들거나 삼보일배를 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의 행동을 대의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는 ‘직접행동’이라고 적극 옹호하는 반면, 이른바 대의민주주의의 꽃이라는 선거(투표)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불완전한 ‘간접행동’이라고 폄훼한다. 위와 같은 주장은, 내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게 ‘민주화’라고 오랫동안 믿어온 우리를 당혹케 한다.
그래서 다시 뽑아든 책이 버나드 마넹의 <선거는 민주적인가>(후마니타스, 2007).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제도사적 고찰을 행하고 있는 이 책을 읽어 보면, 몽테스키외와 루소에서부터 에이프릴 카터에 이르는 숱한 서구의 정치 이론가들이 선거를 불신하는 원인이 짐작된다. 결론부터 미리 말하자면, 시민들을 대표하는 평의회 의원에서부터 최상급의 행정관에 이르기까지 일찌감치 대의제를 시행했던 아테네에서 실제로 행했던 것은 선거가 아니라 추첨이었다는 것. 그들은 선거를 민주주의의 덕목이 아니라 적으로 간주했다.
아테네인들은 평의회 의원의 전체와 각종 공직의 대부분이 무작위로 충원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 제도를 200년 동안이나 유지했다. 왜 그랬는지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가르쳐 준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추첨을 통해 집정관을 지명하는 것은 민주적인 것이고, 선거에 의한 것은 과두적이라는 것이다. 재산 자격에 기초하지 않은 것이 민주적이고, 그에 대한 제한이 있는 것은 과두적인 것이다.”
선거로 선출된 정부는 과두정에 다름 아니라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생각은, 민주주의의 필요조건으로 선거를 과신해 온 근대인들에게는 상식을 벗어나는 정의지만, 현실은 아테네인들의 우려대로다. 입후보자의 ‘재산 자격 조건’은 18세기 말부터 점차 완화되다가 현재는 ‘선거 비용 위탁’이라는 흔적으로만 남아 있지만, 선거의 과두적 성격은 고대보다 더 강화되었다. 미국의 비판적 지식인 놈 촘스키가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듯이, ‘선거 비용을 더 많이 쓴 후보가, 더 적게 쓴 후보보다 당선될 확률이 월등히 높다’는 지적은 우리나라에서도 진실이다.
작년에 있었던 대선과 올해의 총선은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을 보였다. 저조한 투표율은 흔히 ‘정치 무관심’으로 풀이되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본서가 현대의 선거를 아예 한 줌의 엘리트들을 위한 “과두제적인 절차”이며 평범한 시민들의 “민주주의적인 열망을 방해”한다고 단정지은 것처럼, 투표장에 가지 않은 많은 유권자들은 당선권에 든 중요한 입후보자들의 전력이 상종 못할 범죄자와 거의 같은 유형이고, 그럼에도 유명세와 재력을 지닌 파렴치범들이 승리할 것이며, 그 게임에서 뽑힌 당선자가 민의와 겉돌 것이란 것을 너무 뻔히 안다. 그들은 ‘정치 무관심’자가 아닌 ‘선거 무관심’자들이며, ‘간접행동’ 대신 ‘직접행동’을 선택한다.
장정일 소설가
읽어 볼만한 글이라서 퍼왔습니다......
IP : 124.63.xxx.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8.6.1 8:38 AM (121.88.xxx.82)잘 읽었습니다.
아쉽게도 제 주위엔 아직까지 '선거 무관심'을 '직접 행동'으로 표출 하는 사람은 없어서 그들을 옹호(?)하기는 아직은 싫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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