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공자고 중국인이 눈에 띄었나 싶지만 중국의 오늘을 보여주고, 인문학이 우리 정신세계에 끼치는 영향을 보여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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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성장 중국, 정신에 목마르다”
강연차 한국 온 ‘중국의 도올’ 위단
<논어심득>이란 책이 중국 출판기록을 바꾸고 있다.
2006년 말에 나와 지금까지 450만부 이상 팔렸다.
지난해 3월 초판을 100만부 찍은 <장자심득>은 지금까지 280만부 팔렸다.
그 뒤에 나온 <논어감오>라는 책은 초판을 120만부나 찍었다. 인구 많은 중국이니 그럴 수도 있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이다.
단기간에 이토록 많은 책이 팔린 것은 중국에서도 없었던 신기록이다.
게다가 이들 책은 모두 한 사람이 썼다.
42살의 젊은 여성 위단(사진) 베이징사범대학 예술·미디어대 주임교수가 바로 그다.
최근 한중문화우호협회가 주최하고 연세대 인문학 특성화사업단이 주관한 국외학자 초청강연을 막 마치고 나온 위단을 연세대에서 만났다.
<논어심득>을 왜 그렇게 많이 볼까?
“유가 사상(유교)은 교육을 받지 못한 중국인들도 일상생활 속에서 알게 모르게 견지해왔다.
<논어심득>은 공자의 사상을 주입하려는 게 아니다.
(급격한 압축성장 속에) 서로 충돌하고 난폭해지고 황량해진 현대 중국인들에게 잊혀진 생활 속 유교를 새롭게 일깨운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중에 이런 게 있었구나, 하고 깨달은 중국인들이 거기에 친밀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 그는 <논어심득> 후기에서 자신이 얘기한 논어는 한 무제가 국교화한 유교도, 도교·불교와 더불어 장엄한 의식을 행하는 유교도, 이치를 끝까지 파고드는 고증에 사로잡힌 유학자들 전유물도 아닌 “누구나 마음 속에는 가지고 있으나 입으로 나오지 않은 간단한 진리”라고 했다.
“하지만 처세훈은 아니다”고 그는 덧붙였다.
<중국중앙텔레비전>(CCTV) 프로 ‘백가강단’(百家講壇)에 출연해 논어·장자를 강의하면서 시작된 ‘위단 신드롬’의 정체가 경제성장이 가져다준 물질적 풍요 속에 새로운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냐, 아니면 자본주의적 개발에 대한 반작용이냐는 질문엔 “둘 다”라며 이런 예를 들었다.
“1980년대에 유학한, 내 또래의 젊은 경영자들이 나를 초청해 유가에 대해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그들은 정신과 물질 둘 다를 동시에 잡으려 하고 있다.
” 베이징사범대에서 중국고대문학으로 석사학위를 받고 20대 때 반친구와 결혼한, 개혁 개방이 낳은 중국 신세대 위단은 고전이 그런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했다.
중국의 미래를 낙관하느냐고 묻자 “당연히 그렇다”는 대답이 바로 돌아왔다.
글 한승동 기자 sdha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변하는 중국, 변하지 않는 중국
어떤 사람이 원한을 은덕으로 갚는다면 어떠냐고 묻자. 공자는 대답했다.
“그렇다면 은덕은 무엇으로 갚겠는가. 공정함으로 원한을 갚고, 은덕은 은덕으로 갚아야 한다.(以直報怨 以德報德)”
얼핏 생각하기에 공자라면 원한을 은덕으로 갚는 것을 찬성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중국의 저명한 사상가 리쩌허우는 여기에 중요한 유가사상이 드러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든 가까운 나이임에도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는 그는 유학은 “은덕으로 원한을 갚아라”(노자)거나 “자신의 몸을 호랑이에게 먹이로 주었다”(불경)거나 “원수를 사랑하라”, “오른 뺨을 치거든 왼 뺨을 내주라”(성경)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난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이상하게 루쉰의 유언이 생각난다.
“타인의 이나 눈을 해치면서 보복에 반대하고 관용을 주장하는 그러한 인간은 절대 가까이 하지 마라.
” 하나 더. 공자의 제자 중에 재아라는 제자가 있었다. 기발하고 첨예한 문제를 잘 제기하는 제자다.
그가 하루는 공자에게 아주 어려운 문제를 던졌다.
“만약 누가 우물 속에 빠졌다고 인(仁)한 사람에게 거짓말 했을 때 인한 사람은 우물에 내려가 구하겠습니까?”
인한 사람은 당연히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남을 구하는 사람일 것이다. 그
러나 누가 그런 마음을 잘 이용하면 인한 사람을 쉽게 속일 수 있지 않을까?
인한 사람이 그런 속임수에 넘어간다면 결과적으로 사람은 좋지만 바보가 아니냐는 질문이다.
공자의 대답이 멋지다.
“왜 그렇게 하겠느냐? 군자를 우물이 있는 데까지 가게 할 수는 있지만 거기에 빠지게 할 수는 없다.
그를 속일 수는 있지만 우롱할 수는 없다.
” 공자가 강조하는 인(仁)이라는 것이 그냥 사람 좋은 게 아니라는 말이다.
인 속에는 지(智)가 함축되어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 10월 초 황금연휴 기간에 중국 <중앙방송국> 과학 교육채널(CCTV-10)의 ‘백가강단(百家講壇)’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그것은 말 그대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와 일반대중을 상대로 쉽게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위단은 원래 <논어> 전문가는 아니고, 베이징 사범대학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이 프로그램의 기획자 중의 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논어>를 방영하기로 기획은 했지만 마땅한 강연자를 찾지 못했다.
전문가는 많지만 강의를 요령 있게 잘 하는 사람은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우연치 않게 본인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그 후 그녀는 단지 7일 만에 학술계의 “차오뉘(超女)”(미국의 ‘아메리칸 아이돌’을 모방해 후난 위성TV가 만든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여성 스타를 일컫는 말)가 되어버렸다.
그 이전에도 이 프로그램 때문에 <류신우가 홍루몽의 비밀을 벗기다>, 리중톈(易中天)의 <삼국을 품평하다(品三國)>와 같은 책이 초베스트셀러가 된 적은 있지만 그녀의 <논어>가 그 기록을 모두 갱신해버렸다.
하도 유명하다기에 나도 그 프로의 한 꼭지를 구해 들어보았는데, 전혀 튀지도 않으면서 쉬운 비유를 들어 중요 내용을 잘 전달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중간에 내용을 요약한 간단한 애니메이션이 삽입되어 있는 것도 이채로웠다.
책도 구해 읽어보았는데 ‘처세의 도’, ‘군자의 도’, ‘인생의 도’ 등 일곱 개의 주제로 나눠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현대생활과 접목시켜 일반대중의 시각에서 평이하게 서술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이 팔린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의외였다.
하긴 내 판단이 맞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아무튼 이 책 때문에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는 것이다”,
“의롭지 못한 부귀는 뜬 구름과 같은 것이다”
라는 등의 <논어>의 구절들이 유행어가 되었다고 한다.
일찍이 대 철학자 헤겔은 <논어>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상식적인 도덕이며 그러한 도덕은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서도 찾을 수 있다,
공자는 단지 실제적 세간의 지자(智者)일 뿐이다,
공자에게 사변적 철학은 없으며 단지 선량하고 도덕적인 교훈이 있을 따름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서구 중심적으로 말하면 전혀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논어>의 매력은 바로 평범함 속에 배어있는 고명함에 있는 것은 아닐까.
커피에 익숙한 맛으로 보면 대단할 것도 없지만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그윽한 맛이 우러나는 좋은 녹차와 같은 책, 그것이 <논어>가 아닌가 한다.
나는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살 일도 없지만, 공자가 살아야 나라가 살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공자나 <논어>를 지나치게 과대포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하지만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새롭게 <논어>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위단이라는 지기(知己)를 만나 <논어>가 중국에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황희경/영산대 교수·중국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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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압축성장 중국, 정신에 목마르다” 중국의 도올 -위단
인문학의 가치 조회수 : 301
작성일 : 2008-05-21 01:27:49
IP : 121.129.xxx.38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중국
'08.5.21 4:04 AM (207.6.xxx.119)요즘은 중국에 대한 평가가 하도 구구하지만...
중국의 문화는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인문학의 전통도 매우 뿌리깊고, 훌륭한 지식인들도 많지요.
중국 소설들도 읽어보셔요.
얍살한 일본 소설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장대함이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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