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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지는 5.18......변치 않은 5.18 (잔잔한 수필)

일산사람 조회수 : 609
작성일 : 2008-05-17 14:57:00


5.18, 빛의 고을 광주, 28년 전의 시간이 다시 돌아왔다.

젊음의 한 때, 그때를 가슴에서 지워내지 못하고 매년 5월만 되면 우울증에 걸린 것 같은 나 자신을 발견하고,
거기에다 나만 그럴까 하는 자괴심까지 더해진다. 광주는 아무 연고 없고 희생당한 어느 한 분도 알지 못한다.
웬만한 일에도 무덤덤한 나이가 되었는데도, 광주라는 쇳조각은 닳고 달아 내 가슴 속 면도날 되어
돌아다니고 있다.


올해 5.18은 신문과 방송 어디에서도 특집 한 편 없이 지나간다.
80년 5월은 이제 잊혀가는 걸까. 28년의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렸으니 잊혀질 만하다.
그러나 긴 시간은 흘러도 변하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세상은 미국산 쇠고기로 요동치고 있다. 그리고 유언비어, 괴담 그리고 배후세력이란 말들이 판치고 있다.
80년 5월도 마찬가지였다.
전두환 군부와 언론은 유언비어, 괴담, 배후세력이라는 단어들을 국민의 머릿속에 세뇌시켰다.

광주민주화 운동 초기, 수많은 민간인들이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고 칼에 난도질 되어 죽었다는 소문은
유언비어였고, 괴담이었다.
그리고 지금 2008년 5월, 광우병의 위험은 유언비어이고, 30개월 이상의 쇠고기와 부산물들이 수입되는 것이
괴담이라 한다.

전두환 군부는 광주에서 사망자는 군인 2,3명만 있었고 시민 사상자는 한 사람도 없다 했다.
이명박 정부는 수입되는 쇠고기가 미국인도 먹는 같은 것이라면서 수억 원을 들인 광고 하며 강변하고 있다.
3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도 그들은 변하지 않았다.
다른 것이 있다면 '광주'에서 '광우병'으로 바뀐 것뿐이다.

80년 5월 광주시민들의 항거에 의해 공수부대가 쫓겨나자 전두환과 언론은 광주에서 간첩과 불순분자들,
배후세력의 조종에 의해 폭동이 일어났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지금,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조중동은
쇠고기 광우병 앞에서 촛불을 들고 일어선 국민들 뒤에 배후세력이 있다 한다.

계엄군을 몰아낸 광주, 전두환 정부는 광주사태라고 명명하며 폭도들로 무질서와 폭력이 난무한다면서
선전하였지만, 진실은 반대였다. 계엄군이 물러간 광주는 평소 일어났던 절도나 강도 사건 한 번 없는
완벽한 치안유지와 더불어 세계정치사에 유례없는 민주주의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2008년,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는 철없는 10대들이, 공부하기 싫어하는 철부지들이 촛불시위 한다고
조중동이 모독하지만, 그들은 어느 어른들도 따라갈 수 없는 자발성과, 어느 언론사 논설도 흉내 낼 수 없는
똑 부러진 논리정연함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거리에 떨어진 촛농 하나도 말끔히 청소하는 10대들의 모습에서
민주화의 성지, 광주가 다시 살아남을 본다.

80년 5월 말 새벽, 계엄군의 재진입과 함께 광주시청을 사수하던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끌려가면서
암흑의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날 이후 대한민국에서 광주라는 단어는 말끔히 지워졌다.
거리에서 술집에서 대학 교정에서도 광주는 금기의 단어였다.
대학 잔디밭은 물론 강의실에 녹음기를 든 형사들이 드나들며 감시했다.
그리고 2008년 5월, 사복형사가 고등학교에 찾아와 공부하는 학생을 불러내었다.


광주의 거리에 핏자국이 채 지워지기도 전에, 종교인들은 구국기도회를 열어
피비린내가 가득한 전두환의 손을 잡고 구국의 영웅이라며 은사를 내렸다.
2008년 조찬기도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미국 부시 별장에서 카트만 운전하고 온 이명박의 머리 위에
은혜 가득하길 기도했다.

이명박 지지율 23%. 한나라당이 쇄신안을 내고 청와대에서 회의를 한다고 한다. 8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연이은 실정과 폭정으로 민심이 흉흉해질 때마다 소위 대책회의를 했다.
청와대와 안기부, 검·경찰의 고위간부들이 모여 밀실회의를 했고 곧바로 보도지침이 떨어졌다.
2008년, 5월 인터넷에서 쇠고기 글을 삭제하려 하고 방송에서 프로그램 삭제를 요구하는
신(新)보도지침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제 며칠 후이면, 국회가 한나라당으로 가득 찬다. 당이 여럿 있다고 해도 대표들 대부분 한나라당 출신이다.
80년 5월 이후의 국회, 전두환 군부는 민정당의 과반은 물론이고 민한당이라는 2중대 당을 만들어
독재정권의 기반을 갖추었다.

국회뿐인가, 지방자치단체는 한나라당 일색이고, 이미 권력의 시녀로 돌아선 검찰과 경찰,
이번 쇠고기 청문회에서도 봤듯 몇 달 사이에 딴 사람들이 되어버린 공무원들,
그들은 모든 것을 갖추었고 준비는 끝났다.


그리고 이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촛불뿐인가.

변한 것 없는 5월, 그래서 내 가슴에 면도칼로 남은 광주를,
다시 내 심장 깊이 붙들어 매어야 할 5월이다.


IP : 121.187.xxx.36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8.5.17 3:00 PM (125.186.xxx.132)

    아 벌써30년이군요 ㅠㅠ. 정말 그옛날 광주가보면 차마 눈뜨고 보기힘들만큼 잔인하게 죽은 사람들 사진이 ㅠㅠ...이번만큼은 광주가 시발점이 아니길 바랍니다.ㅠㅠ.한낱 지역감정으로 몰아부칠 놈들이 있기때문에...

  • 2. 별나라
    '08.5.17 3:02 PM (121.135.xxx.38)

    김대중씨는 모든 것을 용서 한다고 하였소...
    오히려, 한술 더떠서, 박정희 기념관까지 만들어 주겠다고 하였지요...

    도대체, 국민들이 뭐 어쨌다는거요?
    김대중 대교도 있는 판에...

    김대중씨가 용서 한다고 한다면, 다 되는것 아닙니까?

    압해도에 세워진, 다리 이름도, 김대중 대교가 되는 이 마당에..

    모든 것은 김대중씨에게 물어보시요

  • 3. 압해도 다리
    '08.5.17 3:05 PM (211.177.xxx.190)

    이름... 김대중씨가 거부했어요.
    그래야 맞지요
    본인이야 이름관리 하느라 그러겠지만
    사방팔방 김대중 갖다 붙이는거 그쪽 사람들도 안좋아합니다.

  • 4.
    '08.5.17 3:09 PM (125.186.xxx.132)

    김대중씨가 용서한다고하면.. 용서가 되는건가요?? 그사람들이 김대중씨를 위해서 죽은사람들인가요?

  • 5. ..
    '08.5.17 3:13 PM (219.255.xxx.59)

    별나라님
    김대중씨가 광주의 대표요..???
    상징적인 인물이야되겠지만 광주가 김 전대통령은 아닙니다
    김대중씨가 괜찮다하면 다 되는거요?
    요번에 김홍업씨 떨어진거 못봤소.?
    5.18은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광주가 그리 행동한것은 `그것`이 옳기때문입니다
    광주가 옳은행동을 했기때문에 우리가 여기까지 온겁니다
    말도 안돼는 말로 광주사태를 펌훼하지마세요
    전 광주사람은 아니지만 아주 불쾌하네요
    길에서 나 만나지 마쇼!!!!!!

  • 6. 일산사람
    '08.5.17 3:13 PM (121.187.xxx.36)

    별나라....(121.135.193.....)

    아래에 푼수끼가 다분한 글을 '김푼수'의 이름으로 올린 분이시네요....^^
    말도 안되는 소리 주절대지 말고....

    Would you please......'꺼.져.줄.래.?!!'

  • 7. ..
    '08.5.17 3:14 PM (219.255.xxx.59)

    어쩐지...
    저쪽 떨거지들은....논리도 말재주도 없을까나...
    유유상종이지...

  • 8.
    '08.5.17 3:20 PM (125.186.xxx.132)

    김대중씨가 박정희 기념관 만들어 주는것도 당연하고, 용서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시겠죠?그야말로 치프 그레이스가 바로 이런거군요.김대중씨가 싫으면 그걸로 끝내세요. 민주화 투사까진 아니어도 안타깝고 불쌍한사람들입니다. 자꾸 연관시켜서, 불쌍하게 죽어간 사람들을 두번죽이는건 너무 잔인하지않나요? 님을 위해서도.괜한 구업을 쌓지 마시구요. 스스로에게 돌아간답니다.

  • 9. 광주시청no
    '08.5.17 3:22 PM (219.251.xxx.95)

    전남도청입니다.

  • 10.
    '08.5.17 3:23 PM (125.186.xxx.132)

    별나라님의 거주지역을 알고싶어지네. 일본사람인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 11. ...
    '08.5.17 4:05 PM (121.140.xxx.15)

    김푼수님
    제대로 본색이 나오시네.

    나도 어릴 땐 광주, 전라도, 5.18 폭도 등은
    빨갱이 비슷한 위협적 존재라는 교육을 받고 자랐지만,
    지금은 과거사 왜곡된 것도 알고,
    광부 분들께 항상 죄송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오.

    정말 기득권이어서 소설 쓰며 살고 싶은건지,
    아니면 뼛속까지 세뇌된건지 알수가 없구랴.

  • 12. ,
    '08.5.17 7:45 PM (59.186.xxx.147)

    마음이; 따뜻한 사람과 살고 싶다. 대화가 되는 사람과 살고 싶다.

  • 13. 민주
    '08.5.18 10:30 AM (220.76.xxx.186)

    광주가 피비린내나는 민주화항쟁을 한 것이 김대중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의 진정한 민주화를 위해서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민주화는 총칼앞에서 처참하게 쓰러졌던 그들의 숨결이 깃들어져 있다는 걸 명심하길...
    오늘은 어쩐지 5,18 광주 생각하니 눈물이 나네요. 우리나라의 미래도 걱정되고.. 대통령 하나 바뀌었는데 ...왜 이리 가슴이 멍멍하고 심란한꺄요?
    역사앞에서 겸허해지는 지도자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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