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다가오니 또다시 마음이 심란 해지실 거에요.
사실 저도 그런걸요.
제사, 차례가없는 시댁이지만 친척들 다 모여서 먹는
음식 해대느라 명절 전날부터 하루종일 서서 일해야 하고
명절날도 새벽부터 일해야 하는 저는 명절이 그리 즐겁지는 않네요.
저도 엄마의 딸이고 또 올케언니들에겐 시누이.
시댁에선 큰며느리이고 시동생도 있고요.
사실 같은 여자라서 더 잘 알아야 하는 마음들을 20대엔 알 수가 없었어요.
그럴 수 밖에요. 결혼이란 걸 해보지 않았고 시댁이란 곳. 시댁 식구라는
왠지모를 낯설음과 외톨이같은 느낌을 어찌 알았겠어요.
그러니 올케 언니들이 느끼는 감정도 제가 결혼을 해보기 전엔 몰랐지요.
가끔 나라면 이럴텐데 왜 못하지? 라고 생각했던 부분들도 다 서로의 입장이 틀리니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을 그땐 정말 몰랐어요.
아마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거에요.
그래도 다행인건 저희 친정엄마는 시어머니 행세 하실 줄 모르는 좀 너무 착하고 순하신
분이라 되려 며느리 시집살이 하고 계시지만 그도 어머니가 성격이 그러시니 뭐라 할 수 없는
부분이고요.
항상 딸부터 시키시고 또 항상 먼저 다 준비해 놓으시고 불편하게 만드는 일을 아예
안만드세요. 그래서 다행이도 집안일이나 명절때 음식 하는 거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이들 지냈어요. 올케 언니들도 저도요. 저도 먼저 나서서 하고 막 그랬거든요.
올케 언니들 제가 결혼하니까 많이 섭섭해 했어요. 또 친정엄마를 엄마처럼 무척 좋아하는
올케 언니도 있고요.
결혼하니까 더 많이 알겠더라고요. 시댁이란 낯설음. 작은 거에도 왠지 마음이 허전하고 불편하고
섭섭함.
그래서 제가 그 느낌을 알게 되면서는 친정가면 더 잘해요. 그전에도 솔직히 정말 열심히 잘 하는
편이었지만 결혼 하고서는 더 잘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일을 놓고 보더라도 같은 여자 입장이라서 올케 언니 고생한다 생각도 들고.
명절때 같이 모이게 되면 저흰 모여서 남자들 욕해요. 그러니까 오빠 욕을..ㅋㅋㅋ
엄마도 오빠보고 뭐라 하고 저도 그러고.. 그래서 가끔 오빠들이 여자들 있는 곳을 피해가죠.
내 형제로만 연결되어 있었을때는 그냥 그런가보다, 그럴수도 있지 했던 작은 문제들도
각자의 가정이 생기고 올케 언니의 남편, 조카의 아빠로 연결되어 지면서 부터는
한바퀴 돌아서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오빠의 고집때문에 올케 언니 고생하겠다. 술좀 그만 마시고 올케 언니나 조카들이랑 시간 좀 보내주지..
이런저런 생각이나 비교를 하더라도 같은 여자 입장으로 대할때가 많아졌어요.
전 가끔 올케 언니한테 안부전화 하는데 오빠하고 직접 통화는 잘 안할때가 더 많아요.
올케 언니랑 이런저런 얘기하면서 오빠 흉을 조금씩 보면서 서로 위안을 삼죠.
뭐 오빠가 희생한다고 생각은 안해요. 올케 언니나 저나 오빠 나쁜 버릇 (담배,술 등등)을 놓고
가족으로서 걱정을 담아 흉보는 거니까요. ㅎㅎㅎ
그냥...그거요.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사실 알기는 힘이 들더군요. 그런데 저는 한가지 달라졌어요.
예전엔 그러니까 결혼이란 걸 하기 전엔 나라면 그러지 않을텐데..했던 생각을 바꿨지요.
사람은... 살면서 그런 상황이 되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힘들더라구요. 자신 만만하게
나라면 안그래! 하고 소리치며 살 게 못되는구나. 그냥 누군가 그런다고 할때 먼저 조금이라도
그럴 수 밖에 없는 뭔가가 있나보다..라고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많이
바뀌었어요.
조금씩 더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조금씩 마음으로 이해하고 사실 좀 섭섭하거나 약간 화가날지 모르더라도
그래도 먼저 다독여주고 먼저 격려하고 고마워해주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했으면 좋겠어요.
그럼 명절이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 거 같아요.
올 명절 저도 마음관리를 잘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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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입장이 되어보지 못하면 이해하지 못하는 것들.
마음 조회수 : 778
작성일 : 2008-01-30 14:49:34
IP : 61.77.xxx.198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박슈~!!
'08.1.30 2:56 PM (203.244.xxx.2)백번 지당한 말씀...From a distance 란 노래처럼... 여러 다양한 성격의 사람이 있기에 세상이 단조롭지 않고 재밌는 거겠죠
2. 맞아요.
'08.1.30 3:04 PM (121.136.xxx.51)직접 겪어보지 않고서 상대방을 이리저리 평가하고 단정지으면 안되지요.
그런데 가끔은 나는 정말 호의로서 한 말도 서로간 입장차이 때문에
곡해해서 받아들이게 되는 것도 있더군요.
가족이 된다는 거...이성으로 생각한 것처럼 딱딱 가르고 재단하고 하는 관계는
아니라고 봐요. 가끔은 오해했다가 또 이해하고 그러면서 한가족이 되어 가는 거니까요.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한 존중이 밑바탕에 깔려 있으면 오해란 것도 그리 오래가지 않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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