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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주부가 되는 두려움...(어려운 남편)

주눅 조회수 : 1,139
작성일 : 2008-01-29 12:25:54
이 글을 쓰면서도, 이 곳에서 친정엄마 다음으로 많은 도움과 정보를 얻으면서도...넘 배부른 고민을 적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망설여 집니다...

전 만 8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전업주부가 되는 시점을 3일 앞둔 주부입니다. 직장은 뭐...급여나 복리후생이 좋은 편인 안정된 곳이었고 아마 지금 신랑을 만나지 않았다면 그만둔다는 건 상상도 못했을 거에요...

신랑은 전문직이고 제가 결혼하기전엔 상상도 못했던 많은 돈을 벌어옵니다...사실 신랑집이나 저희 친정이나 어려운 편이고 저희가 양가 생활비,대출금(친정은 아기를 돌봐주고 계세요) 모두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럴 능력이 되고 소신이 있어요, 아니 고집이 있습니다. 신랑은...

막상 신랑은 넘 피곤하고 평일에 퇴근하면 약속을 잡지않고 꼭 집에서 저녁을 먹는데 아무리 칼퇴근해도 퇴근이 더 늦는 제가 , 평일엔 아이까지 친정에 맡기고 신랑 밥도 제대로 못해주고 아이까지 연년생으로 가지며(둘째 임신중이거든요) 직장생활을 지속할 수 가 없었어요, 도우미 아줌마를 불러본 적도 없지만 아이와 식사 모두를 아줌마에게 맡기기엔 아직 저희도 넘 젊고 아기도 어리고 신랑이 원치도 않고...

암튼 상황 설명이 길었는데...신랑이 돈을 잘 벌어오니 직장생활에 대한 승부욕이랄까 근성이 저도 모르게 느슨해지는거에요, 업무를 소홀히 하는건 아니지만 1년동안 준비한 승진시험을 두번이나 떨어졌어요, 절박함이 부족했던거죠. 저도 모르게...

그런데 며칠전부터 이유없이 우울하고 불안했어요, 어젯밤엔 한참을 울었답니다...이유없이 눈물이 계속 났어요...단지 승진시험을 망친  때문인 줄 알았는데...어제 느낀건데...제가 전업이 되는 두려움과 알게 모르게 신랑에게 주눅이 들어 있었나봐요... 신랑이랑 열렬히 사랑해서 오랜연애끝에 결혼했지만 워낙 열심히 일하고 소신과 고집이 있고, 눈앞에 영리보다는 늘 대의를 생각하고 우리보다 어려운 사람을 위하는 신랑한테 집을 사자거나 좀더 좋은 차를 사자거나 하는 투정(?)은 통하지가 않아요, 그런것에 대한 불만은 없고 신랑생각이 옳다고 믿지만 그래서 신랑이 점점 더 어려워집니다....시댁도 아들이 실제 가장이라 온식구가 신랑말을 어려워하지요...또 항상 옳은 말, 좋은 일만하고요...

신랑은 고기와 밀가루음식을 전혀 먹지않으니 결혼전엔 제가 음식을 좀 하는줄 알았는데 솜씨없음이 드러나는 식탁과 제 게으름이 묻어나는 살림도 점점 더 부담스럽고요...

그런제가 전업이 되어 살림을 잘하고 솜씨좋은 알뜰한 주부가 될수 있을까요? 음식은 어떻게 배워야 할까요, 친정엄마도 평소 저희가 먹는 음식과 많이 다른 신랑의 식성을 어려워하세요...매운 음식도 먹지않고...
신랑이 저에게 불만을 직접 얘기한적 없지만 시어머니 닮아 살림잘하고 부지런한줄 알았던 아내가 생각보다 게으르다고 농담반 진담반 하곤 합니다. 신혼초엔 농담으로 서로 재밌었고 그런저를 귀여워했는데 요즘은 제가 점점 더 신랑 눈치를 보게되요, 전 체력도 안되고 ...게을러요...

아...음식은 어떡하죠? 도움미 아줌마를 종종 부르고 아가는 친정엄마가 거의 매일 오셔서 돌봐주셔도, 제가 주부로서 잘할수 있을지 걱정되요...음식이나 살림도 노력하면 잘할수 있겠죠? 좋아할수 있겠죠? 제가 부지런해질수 있겠죠?

친정언니들같은 분들이 많이 계시는 곳이라 그냥 적어봤어요....일식이나 한식을 어디서 배우면 좋을지...직장생활하시다 전업되신 분들 처음 그...간극을 어떻게 메꾸셨는지...경험담을 좀 들려주시면 넘넘 감사하겠습니다...
IP : 203.170.xxx.251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선..
    '08.1.29 12:37 PM (125.184.xxx.197)

    전 직장생활 하다가 전업으로 돌아섰던 주부입니다. 아이도 없구요. 저 나름 음식 잘한다 했지만, 영 아니라는것도 깨닫구요. 그런데요. 그런건 노력하면 되더라구요.
    대신 그런 생각이 중요한거 같아요.

    집안일 역시 하나의 직업인거 같아요.
    프로의식을 가지고, 잘하겠다고 생각하심되요.
    남편분께서 돈을 많이 버신다니, 저보단 더 나으시네요. 전 남편이 힘들게 버는데도 제가 아파서 그만둔거라, 사실 면목없긴 제가 더 없거든요. ^^
    아이도 열심히 키우시고, 요리 같은거 배우셔도 괜찮지만 아이가 있으시다면, 그냥 요리책을 사와서 하나하나 연습해 보시는것도 좋아요. 좀더 여우스럽게 음식 하나 새로 해서 성공하시면 성공했다고 부산떨며 남편분께 자랑하셔도 되구요.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그러면 충분히 가능하세요.

    원글님께서 마음이 조금 풀어지신거, 누구나 다 그럴 수 있어요. ^^ 사람인걸요.
    그리고 직장다니실땐, 직장 다니시니까 어느정도 남편분도 이해하셨을꺼구요.
    그치만, 이젠 전업이 되시니, 직장일 하듯 집안일을 해보세요.
    그러면 반찬 3개 만드는데 4시간 5시간을 서 있어야 하던 저도, 이젠 두시간 정도면 아무것도 없는상태에서 식사준비 끝냅니다.^^
    가능하더라구요.

    너무 두려워 하지 마세요. 내가 스스로 난 게을러..라고 생각하면 정말 게을러지는거 같아요.
    전업이 되고나니 진짜 게으르게 하려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더라구요. 전 아이까지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하려고만 하면 얼마든지 해놓고 혼자 뿌듯해 할 수 있는게 또 전업인거 같아요.

    여우스럽게, 해놓고 나서 남편분께 애교 섞어서 자랑도 하시고, 힘들다고 살짝 살짝 엄살도 피우시면서, 신혼처럼, 그렇게 지내보세요.^^ 잘 하실꺼라 믿어요.^^

  • 2. 아..
    '08.1.29 12:40 PM (125.184.xxx.197)

    하나더 추가할껀요.. 남편분께 솔직한 심정을 이야기 해보세요.
    무엇보다..원글님 마음속의 남편분에 대한 눈치+ 마음의 벽이 문제예요. 그거 엄청난 스트레스거든요. 저도 그랬구요. 그치만 남편에게 그냥 조근 조근 이야기 하면서 풀다보니, 이젠 약간의 뻔뻔함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자랑일 순 없겠지만요.

    사실 전업을 안하실 수 있다면 안하시는게 더 좋겠지만, 기왕 하시기로 하셨다면, 제대로 전업하셔도 좋아요. 아이들 커가는 모습도 보구요. 남편분께서 잘 버신다니, 알뜰하게 모으셨다가, 나중에 원글님이 원하는 다른걸 배우셔도 좋잖아요.

    힘내세요.

  • 3. 그런데
    '08.1.29 12:56 PM (121.162.xxx.230)

    죄송하지만.. 읽어가며 든 느낌은.. 님이 너무 남편에게 자신의 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사신 것 아닌지...
    남편이 참 능력있는 남자라는 생각이 님의 머릿속을 너무 많이 지배하는 것 같아요.
    따라서 본인도 최소한 어떤 잣대로 남편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노력이 있던 것 같구요
    양가가 힘들다고 하는 환경도 그런 님의 생각을 도왔겠지만요
    중요한 건.. 내가 푹 퍼져도, 일을 엉망으로 못해도, 살림이 좀 난장판이라도 이 사람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자기자신에게 허용하는게 있어야 한다고 보여요
    님 남편처럼 돈을 많이 버시거나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같이 있는 사람들에게 지배의식을 던진답니다. 아무리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요.
    그건 좋은 것일수도 있지만, 대부분 영향받는 사람들을 옭매는 눈에 안보이는 부분들이
    생기게 마련이에요.. 본인이 정말 뭘 두려워하는 건지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아마 돈을 안벌게 되어 그나마 변명으로 갖고 있던 자신의 가치를 평가절하 당할까봐,
    남편의 인정을 잃어버릴까봐 그런 부분 아닐런지..
    그냥 애인 사이라면 그래도 되지만 아이낳고 사는 부부는 그래선 안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냥 좀 더 편안한 상태가 되도록 하셨으면 어떨까 문득 생각이 드네요...

  • 4. 자신감
    '08.1.29 5:45 PM (59.9.xxx.156)

    원글님. 자신감을 가지세요.
    원글님의 복으로 남편이 잘되는거다~ 이렇게 남편을 팍팍 세뇌시키시고,
    내가 얼굴도 예쁜데 살림까지 잘하면 되겠어? 하면서 농담도 하시고, 분위기를 바꾸세요.
    그리고 남편분 식성, 그거 까다로운겁니다. 구박도 하세요.^^
    나 아니면 이만큼 맞춰줄 여자도 없다. 하시면서 생색도 팍팍 내시구요.
    남편이 좋아하는 음식들 기억했다가 자주 해주시구요.

    저도 과거에 비슷한 고민을 잠깐, 아주 잠깐 할뻔 했던 사람이라서
    안타까워서 드리는 말씀이에요.

    이쪽에서 자신감 갖고 당당하게 굴면 그에 맞춰서 또 생각해지는게 사람이랍니다.

    원글님의 불안한 마음 남편분은 아무리 들어도 이해못하구요, 아마 원글님이 원하는 답
    못들으면 더 서운하실거에요. 그러니 그런마음은 싹 지우시고 당당해지세요.
    사람도 쓰시고, 체력좋아지게 운동도 하시고, 하고싶은일 즐겁게 하시면서 사세요.
    홧팅이에요!!

  • 5.
    '08.1.29 11:50 PM (210.123.xxx.64)

    남편과 비슷한 남편과 사시는군요.

    요리 문제에 관해서만 답하자면, 저는 요리책 열 권 넘게 사고 요리학원 다니고 82에서 알게 된 분들의 사이트를 서핑합니다. 요리학원에서 배운 것 중에서 남편이 먹을 만한 것만 다시 만들어 상에 내구요. 요리책에서 본 것 중 남편이 좋아할 만한 것을 만들어보지만, 실패할 수 있으니 두세 가지 다른 반찬 내구요. 이것만으로는 아이디어의 한계를 느껴서 남들은 뭐해먹고 사나 돌아다니면서 반찬 목록 만들어요.

    레시피 없이는 요리를 못하는지라 틈날 때마다 레시피 적어서 싱크대에 붙여놓고 필요한 재료 사다놓습니다. 머릿속에서 식단도 대강 짜놓구요.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해결은 돼요.

    제 남편이 원글님 남편보다 좀더 따뜻한 스타일인 것 같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저는 무한하게 고마운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 그래도 제가 피곤하면 아침도 못해주고, 빨래도 못해주고 할 때도 있지요. 하지만 서로 사랑하고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서로 마음 상하는 일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거죠. 원글님 남편이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원글님이 알듯이, 남편분도 아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되는 거죠. 다만 그것이 거짓말은 아니어야겠죠. 진실로 최선을 다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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