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馬보다 못한....나

지옥 조회수 : 3,222
작성일 : 2008-01-29 12:22:45
馬 보다 못한 나

언젠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말 두 마리를 놓고 어미 말인지 새끼 말인지 판별하는데
먹이를 앞에 놓더군요.

먼저 먹는 놈이 자식이고 나중에 먹는 놈이 어미 말이라고 설명하면서
동물도 저 정도인데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사랑은 하해와 같다고
배웠어요.



아침 먹고 커피를 타려고 보니 설탕이 떨어졌더군요....

마지막 남은 한 숟갈의 설탕은 남편 출근할 때 넣었어요.

도서관 가는 아들한테 차마 심부름 시킬 수가 없더군요.

옆집에 전화해서 설탕 한 숟갈만 빌려달라고 말할까 생각도 했지만 엄마가 직장 나가는
집이라서 초등아이한테 전화하는 것도 그렇고...

오늘따라 왜 이리 주전부리가 하고 싶은 것인지 밖을 나가는 거 자체가 저에게는....
머리도 감아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하고 엘리베이터도 타야하고. (이 게으름의 끝은 어디인지....)

어제 먹다 남은 귤 하나가 생각 나더군요.
귤 하나 간에 기별도 안가죠.
앉은 자리에서 반 박스 정도는 먹어줘야 먹은 느낌이 오는 여자인데..
(여자도 아니에요. 거의 괴물이죠.)

냉동실을 막 뒤졌어요. (냉장고에는 우유와 김치, 파 밖에 없는 거 훤히 알아요)

얼마 전에 선물로 온 70% 다크초코렛 한 봉지가 누워 있더군요.

아들이 살찐다고 좋아하면서도 한 조각 한 조각 아껴 먹던 초코렛.

아마 냉동실에 넣어둔걸 잊었나 봐요.
(선물 받은 지가 보름도 넘는걸 보면)

아들이 그토록 아끼는걸 뻔히 알면서도 순식간에 초코렛을 먹어버렸습니다.

먹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난 馬보다 못해 하는 생각.

어렸을 때 아버지가 쥐포 8마리 주면서 동생들과 2마리씩 나눠 먹으라고 했는데

전 혼자 5마리 먹고 동생들은 각각 1마리만 줬어요.

그날 동생 일기장에 이렇게 쓰여 있더군요.

‘오늘 우리 식구 중에 쥐포 2마리 이상 먹은 사람은 죽어서 지옥 간다 ’

전 죽어서 지옥 갈 건가 봐요.

빨리 머리 감고 슈퍼 가서 설탕 한 봉지 사올까 봐요.

커피 한사발이 무척 그리운 오전에......

IP : 59.14.xxx.147
2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
    '08.1.29 12:24 PM (121.137.xxx.196)

    동생분 너무 궈여워요...^^

  • 2. ..
    '08.1.29 12:37 PM (116.122.xxx.101)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들 건사도 제대로 됩니다.
    님은 馬보다 나은 인간입니다.
    자책마세요.
    오실때 70% 다크 쵸코렛 사오는 거 잊지마세요.

  • 3. 馬 님,
    '08.1.29 12:40 PM (58.121.xxx.17)

    고미워요.

    덕분에 간만에 웃었어요. ㅎㅎㅎ

  • 4. ..
    '08.1.29 12:48 PM (125.133.xxx.213)

    처음 몇줄은 진지하게 읽었는데
    내려올수록 ㅋㅋㅋㅋ

  • 5. 내이야기입니다.
    '08.1.29 1:00 PM (124.56.xxx.22)

    내 얘기를 누가 이렇게 써놨지?

    저같은 엄마도 있군요^^

    요즘 무한도전 보면 나오는 食神---

    정말 찔리는 별명입니다.

  • 6. 馬님..
    '08.1.29 1:01 PM (116.46.xxx.9)

    지옥 안가실거예요.
    사람을 이렇게 즐겁게 만드시는데 무슨 지옥..
    쵸코렛도 사고 귤도 사고
    설탕도 사와서 맛있는 커피 타 드세요...

  • 7. 에공
    '08.1.29 1:06 PM (121.162.xxx.230)

    아이들 먹인다고 시어머니 사다놓으시는 새우깡 밤마다 홀랑홀랑 다 먹고 아이는 울던 말던..
    이런 엄마는 그럼 어쩌란 말입니깡? ^^;; 설탕은 애들 몸에도 나빠요. 차라리 엄마가 다 먹는게...

  • 8. euju
    '08.1.29 1:10 PM (211.45.xxx.253)

    넘 웃었어요...

  • 9. ㅎㅎㅎ
    '08.1.29 1:22 PM (122.32.xxx.149)

    동생 일기장 보면서 막 깔깔대고 웃었어요. ㅋㅋㅋ
    저는 과일 먹을때 남편이 저보다 큰 조각 먹으면 막 삐져요.
    아이 생기면 달라질까요? ㅋ
    아, 위에 에공님은 설탕이 나쁘다고 말씀하셨지만..
    카카오도 아이들은 많이 먹는거 안좋아요~ 몸에 해로운거 원글님이 잘~ 없애 주신거예요. ^^

  • 10. ...
    '08.1.29 2:04 PM (211.245.xxx.134)

    요즘 별로 웃을일도 없었는데 글도 참 재미있게 쓰시고 소리내서 웃었네요^^

  • 11. ㅋㅋㅋ
    '08.1.29 2:06 PM (221.152.xxx.229)

    저 사무실에서 이글 읽으면서 혼자 킥킥대고 엄청 웃었어요

    저 어릴때 아빠가 짜장면 대신 주신 500원으로 100원짜리 빵 5개 사다가
    농장밑에 숨겨두고 동생, 언니 하나도 안주고 저 혼자 다 먹은 기억이 나서요...

  • 12. ㅎㅎㅎㅎ
    '08.1.29 2:13 PM (125.132.xxx.175)

    닉넴도 '지옥'이고 '어미말'..... '만물의 영장'.......뭐 이런 내용이 나오길래
    무지 심각하게 읽고 있었는데..

    '오늘 우리 식구 중에 쥐포 2마리 이상 먹은 사람은 죽어서 지옥 간다 ’
    아.. 미쳐.......... ㅎㅎㅎㅎㅎㅎ
    넘 웃었어요. ㅎㅎㅎㅎㅎㅎ
    참 제 일기장 보는 것 같고.. --;;

  • 13. 한수 위
    '08.1.29 2:20 PM (218.51.xxx.251)

    저는 아들이랑 어디 가다가 애주라며 얻은 막대사탕
    내가 먹고 싶어서 아이 눈치 못채게 살금살금 혼자 먹던 적도..^^

  • 14. ㅡㅜ
    '08.1.29 3:02 PM (203.255.xxx.51)

    저는 요리하다가 설탕이 떨어졌다, 간장이 떨어졌다.. 등등 이러면 슈퍼가서 사오지 앞집가서 빌려올 생각해본 적 없는데.... 그 한 줄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네요. 친하신가봐요...

  • 15. 어떻게해
    '08.1.29 3:08 PM (219.255.xxx.113)

    .....
    너무 웃겨서 계속 웃었어요.
    저도 사실......가끔 아이가 좋아하는 과자를 먹어버리는데요...
    속으로 위안을 삼아요.
    이건 화학 첨가물이 너무 많이 들어가서 아이들이 먹으면 안되니까 내가 먹어야 한다.....!!

  • 16. ㅋㅋ
    '08.1.29 4:31 PM (221.145.xxx.16)

    오늘 너무 힘들었는데..
    이 글 보고 한참 웃었네요..

  • 17. ㅋㅋ
    '08.1.29 7:12 PM (78.49.xxx.7)

    저도 동생분 때매 웃느라 밥알 다 튀어나왔어요.ㅋㅋ

  • 18. 네에
    '08.1.29 8:06 PM (59.10.xxx.158)

    식탐, 이것 참 무섭지요.
    저도 그러니 잘 압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말보다 못하다는 표현은 천부당만부당 합니다.
    원글님이 애 먹을걸 늘 뺏어먹는 것도 아니구만.
    전 개인적으로 엄마도 사람이다. 맛있는 것 보면 엄마도 당당히 아이들과 같이...아니 때론 아이들보다 더 많이 먹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왜냐...자라나는 새싹들은 앞으로 어른 되서 맛있는 것 먹을 기회가 무궁무진많기 때문이죠.

    자책 마세요. 당당하게 맛있는 것 찾아먹고 행복하소서~

  • 19. ㅎㅎㅎ
    '08.1.29 10:07 PM (125.178.xxx.15)

    저도 간만에 웃었어요
    넘웃어 가슴이 다 아파요 ㅎㅎㅎㅎ

  • 20. 모성애
    '08.1.29 10:43 PM (218.38.xxx.183)

    전 모성애가 넘 강해서
    과자, 초컬릿, 아이스크림 등은 애들 안주고 제가 다 먹습니다.

  • 21. 울 아빠도
    '08.1.30 12:23 AM (221.150.xxx.198)

    동생 일기 내용 보고 계속 웃었어요~ㅋㅋ
    울 아빠도 과자, 쵸코렛 같은거 좋아하셔서 저랑 맨날 경쟁하면서 먹거든요.ㅋ
    막 서로 숨겨놓고 찾아먹고...
    얼마전엔 한밤중에 부엌에 물마시러 나갔는데
    아빠가 제가 식탁위에 올려놨던 과자를 막 드시고 계시다
    제가 나가니까 눈이 딱 마주쳤거든요.
    '희번뜩' 순간 아빠 눈에 뺏기겠다는 불안감이 스치더니
    허겁지겁 방으로 과자들고 들어가시는데 저,
    대폭소 했습니다.ㅋㅋㅋ
    아빠가 너무 귀여워서요.^^;;
    아빠랑 주전부리 관련 에피소드들 무지 많아서 제 친구들은 만나면
    무슨일 없었냐고 물어보네요.ㅎㅎ

  • 22. ㅎㅎ
    '08.1.30 2:39 AM (58.226.xxx.34)

    저는 제가 먹어놓고 아빠가 먹었나봐... 하는데요...

  • 23. ^^
    '08.1.30 4:00 AM (211.202.xxx.54)

    ㅋㅋ 정말 귀여우세요~ 제가 커피 한사발 타드리고 싶네요,^^

  • 24. 히히~
    '08.1.30 4:23 AM (70.68.xxx.200)

    푸하하...재밌습니다

    아들과 같이 간식먹다가 화장실가며 하는말
    "엄마~ 내꺼 절대 먹으면 안돼!!" 그 전에 몇개인지 세어놓고 갑니다

  • 25. 원글녀
    '08.1.30 8:12 AM (59.14.xxx.147)

    저는 옛날부터 저보다 잘먹는 여자를 한번도 못봤어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때, 동생들이 저 자는줄 알고 방에서 과자 봉지를 뜯더군요.
    제가 자면서 과자 봉지 바스락 거리는 소리 듣고 '좀 도 (조금만 줘)' 하면서
    손 내밀었더니 동생이 '개 귀다' (dog's ear) 하면서 놀라던 생각이 나는군요.
    그 다음부터 과자는 밖에서 뜯어와서 소리 안나게 먹더군요, 동생들이.
    초등학교때는 뽀빠이(10원)
    중학교때는 티나 크랙커, 인디안밥 ( 50원)
    고등학교때는 에이스, 빠다 코코낫 (300원) 야채 크랙커 , 땅콩그래(200 원)

    옛날에 빠다 코코낫 선전할때 이효춘이(?) '사실 제가 (엄마가) 다 먹어요' 하던데
    제가 그 심정을 알겠더라구요.

  • 26. 모닝커피
    '08.1.30 8:29 AM (218.158.xxx.158)

    ..아침부터 신나게 웃었어요.. 동생일기 넘 귀엽네요..식탐 그거 약 없는거같아요..
    식탐이 있다는거 아직 건강하다라고 생각하면 기분 좋아지지 않을까요??

  • 27. 열광팬
    '08.1.30 10:29 AM (61.73.xxx.149)

    나 인자부터 지옥님 팬 할라요.

  • 28. ㅋㅋ
    '08.1.30 11:26 AM (210.223.xxx.138)

    무슨 일인가 심각하게 읽다가 뒤집어 졌습니다.
    많은 사림에게 웃음을 준 죄목이 있으면 지옥 가시겠지만...
    동생은 너무 귀여워요. 쥐포 한봉지 선물하시지... ㅋㅋ

  • 29. 지옥에서
    '08.1.30 12:12 PM (61.38.xxx.69)

    만나서 우리 같이 놀아요.
    말 보다 못한 어미 2 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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