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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서 보기에 정말 딱한 할머니...
몇달전 나이가 엄청 많으신 할머니한분이 입주하셨어요.
사실 할머니 혼자 사실거같으면 방을 안드렸을거라고 아버지는 그러시네요.
첨엔 젊은 남자분이 계약을 하셔서 그러려니 했는데 막상 이사는 할머니가 오시더라구요.
그것도 치매있으신 나이 많고 거동 힘드신 할머니...
어느정도냐면 방금 하신말씀 그대로 100번이고 앉은자리에서 말씀하셔도 본인은 모르시고
가스렌지, 전자렌지, 보일러난방, 심지어 양변기도 전혀 쓸줄 모르시고(요강두고 사십니다)
압력밥솥도 운좋게 때려맞추면 밥드시고 그나마도 제대로 안되는날엔 굶으시고
tv도 리모컨으로 조작이 꺼야할걸 본체에서 꺼버려서 다시 리모컨으로 못켜실때는 하루종일 못켜시고...
그런 상태입니다.
대부분의 노인네들이 그러하시듯 자식들 클때는 간, 쓸개 다 빼주고 입에것까지 빼내주며 키우셨더군요.
자식들, 손주들 다 잘되서 누구는 뭐하고 누구는 뭐하고 보는사람마다 읊습니다.
본인도 귀하게 자랐다 시집도 잘갔다 내가 이런데서 살 사람이 아니었다 맨날 그런얘기만 하시니
동네 노인정에서도 왕따이신지 요즘은 안가시더만요.
대강 감 잡히십니까?
가진재산 큰아들한테 올인해주고 재산만 가져간 큰아들내외가 안모시니
다른 자식들도 나몰라라 하는 상황...딱 그렇습니다.
그야말로 만만한 비용으로 해결되는 원룸에 전세하나 계약해놓고 1분전일도 기억못하시는 할머니를
고려장하듯 버린 상황입니다.
1주일에 한두번 딸이 다녀가긴 하지만 그 딸 외에는 아무도 안옵니다.
청소, 밥 대강 해놓고 가버리면 할머니혼자 지내는거지요.
그런데 그 할머니덕분에 제가 아주 죽겠습니다.
굽은 허리로 하루에도 12번이 적다하고 오시는데...
방이 너무 뜨겁다해서 줄여드리면 방이 너무 차다, 나는 돈 다 줬는데 집주인이 불을 안때준다.
어제 딸이 다녀갔다는데 이틀을 굶어서 죽겠다 하소연
테레비가 안나와서 못살겠다 하셔서 가보면 끌때와 다르게 키셨든지 플러그를 빼놓으시고 아예 모르시던지...
배가 고파 죽겠는데 밥통이 안된다하셔서 가보면 취사버튼만 누르면 되는데 그걸 모르시고...
허리 굽으셨던 우리 할머니 생각도 나고
나름 귀여우신 면이 있어서 말대답 하다 보면 살짝 놀려드려도 진담으로 받아들여
정색하시는 모습이 재밌기도 해서 말씀하시는대로 도와드리기는 하는데...
제가 맨날 한가하기만 합니까
애들은 방학이라고 맨날 복닥거리고
집에서 하는 일이 있어 집안이야 머리속이야 날마다 전쟁터인데
한집서 사는 할머니도 아니고 층계 오르내리며 날마다 드나들때면
도대체 저 할머니와 나는 전생에 어떤 사이였을까 싶은게...
애들이라도 쥐어박아놓고 심사가 뒤틀려있을때는
환갑 이쪽저쪽부터 40대까지 포진한 그 할머니의 여러 자식들이 무척 밉습디다.
아니 당신들 싸움에 내가 왜 등터져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돼요.
집세라도 내가 받는다면 그 죄로 그런다하지만
집세는 십원도 구경못하고 전부 아버지한테로 가는데...
한번은 제가 딸이라는분한테 치매병원에라도 모시지 무슨일 생길지 걱정도 안돼냐고 했더니
이런저런 핑계로 말끝을 흐리시더군요.
국가에서 독거노인의 집안일도 도와드리고 말벗도 해 드리는 도우미사업을 하고 있는데
한달에 3만원정도 부담하면 일주일에 세번쯤 온다나봐요.
그걸 딸한테 얘기해줬는데도 감감 무소식이네요.
그거라도 지원받으면 할머니가 얼마나 좋으시겠어요...
뭐 해답도 없는 남의 일이 하도 답답하여
여기다 좀 일러봅니다. 세상에 이런 사람들도 있더라구요.
그래도 할머니 말씀엔 다시없는 효자 효녀들인데... ㅡ.ㅡ
1. ...
'08.1.20 12:05 AM (222.112.xxx.197)애기를 듣고보니 안타깝네요
차타고 자원봉사도 가는데 그냥 봉사한다치고 잘해드리세요2. 그 할머니께
'08.1.20 12:37 AM (116.37.xxx.132)잘해 드리면 그 복이 자녀분들에게 갈 것입니다.
어쩌겠어요...모른척 할 수도 없으니 이왕 도움 드리는 것 좋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도와 드리면
원글님도 기분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3. .
'08.1.20 1:41 PM (219.253.xxx.106)효, 불효를 떠나 부모에게 비인간적인 대접을 하는 경우가
세상에 넘쳐 납니다.
주변에 무척 많아요.
농촌에 가면 혼자 방 한칸 얻어서 생활하는 노인들이 많다고 해요.
서울 사는 자식들이 방값도 싸겠다 눈에도 안 뜨이겠다 하니까
내팽치듯 버리는 경우죠.
82쿡 오시는 분들 중에도... 분명 있을 겁니다.
정말 그러면 안 되는 건데.
원글님, 마음이 참 따뜻한 분 같습니다.
복 받으실 꺼에요.
그 할머님은 비록 나쁜 자녀를 둔 박복한 팔자이시나
원글님을 만났으니 그래도 행운이시네요. ^^;;;4. 글쎄요
'08.1.20 1:47 PM (124.59.xxx.59)차라리 자식이 아예 없는 분이라면 원글님도 기꺼이 하셨겠지요
참 자식들도... 너무 하신다
체면에 병원에는 못 모시는가 보지요
할머니 입장에서는 병원계시는게 백번 편하시겠구만요
요즘 병원들 경쟁이 붙어서 시설도 좋아지고 가격도 많이 내려갔던데 그놈의 체면이 무었인지...5. ^^
'08.1.20 4:46 PM (121.174.xxx.13)원글님은 힘도 들고 짜증스러우실텐데 저는 왜 자꾸 잔잔하게 웃음이 나는지...ㅎㅎ
귀찮아 하시면서도 할머니에 대한 걱정과 안쓰러움으로 또 다시 계단을 오르는 모습이 상상돼서 그러나 봐요..
참 요즘 보기 드물게 맘이 따뜻하신 분이네요.
복 받으실거예요. ^^ 따뜻한 마음 한 수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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