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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아버지께서 오셨어요

조회수 : 537
작성일 : 2008-01-16 19:24:42
일이 있어서 친정에 내려간차에 시골은 날씨도 많이 춥고 해서 아버지를 모시고 왔습니다.

친정아버지는 올해연세가 88세가 되십니다.

그 연배에 비해 많이 정정하신 편이었는데  허리도 구부러지시고 걷는것도 이젠 버거워하시네요

그나마 시골에선 자전거는 잘 타고 다니십니다. 위험하다고 타지마시래도 자전거만 타시면 그나마 논으로

밭으로 잘 다니시지요.

시골에 계시다 답답한 아파트로 오시니 그저 소파에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시고 티브이 보시고 먹거리 챙겨드리면

드시는게 하루일과네요.

어제는 남편이 목욕탕에 모시고 갈려하니 막무가내로 안가신다 하여 제가 남편 출근후 집에서 아버지를 씻겨 드렸습니다.

아버지 몸을 씻겨드리는데 한시간은 훨씬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신후 들어가보면 항상 변기주변에 소변을 흘리셔서 볼일을 한번 보실때마다

제가  번번히 주변 청소를 해야 했구요.

하루 세끼를 꼬박 챙겨드릴려니 그것도 보통일이 아니더군요

지금 4일째 저희집에 계시는데 어제는 아버지 몸을 씻겨 드리면서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친정아버지가 아니라 시아버지라면 내가 이렇게 할수 있었을까?

시골에서 변변히 씻지도 못하셔서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더러운  생각이 드는게 아니라  ' 참으로 아버지가

많이 야위셨구나.  이젠 정말 많이 늙으셨구나.  이  몸으로 나를 키우시고 공부시켜 주시고 하셨구나'

지저분한게 아니라 애처롭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하루세끼 밥차리는게 귀찮아도 그 애처로운 마음으로 사랑으로 아버지의 밥을 차리고 잠자리를 봐드리고

이젠 소변조차도 깔끔하게 처리못하셔서 냄새나는 옷가지도 아버지를 향한 애처로움으로 세탁해드릴수 있었습니

다.   물론 제가 모셔야 한다면야 매일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수도 있겠지만요.

저희 친정은 이렇게 연로하신 부모님이 계시고 몸에 약간의  장애를 가진 언니도 있습니다. 부모님과 함께 살지요

오빠가 한명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모실 처지가 못되어 저희 딸들이 뒷수발을 들고 모셔야 할 처지입니다.

몸이 불편한 언니까지두요.

하지만 저는 부모님께도 저희 딸들에게도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껏 부모님의 은혜를 입고 살앗으니

까요 그리고 몸이 힘들때마다 그런 애잔한 마음으로 위로를 할수 있으니까요.

몇년전이지만 혼자계신 시어머님이랑 함께 산적이 있습니다.

이래저래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지요.  하지만 어머니껜 그냥 내 남편의 어머니라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어머니 또한 그러셨겠지요.  지금은 결혼 10년차이다보니 이래저래 어머니랑도 정이 많이 들긴했지만 한집에서

살게된다면 그저 의무감이 많이 앞설것 같아요.

혼자살면서 자신의 몸만 챙기고 사는 손위 시누이가 있긴하지만  엄마랑 함께 산다는건 생각하기도 싫다네요.

시어머니도 연세가 70대 중반이시다 보니 그런생각을(모시는)  안할수가 없습니다.

남편은 그저 아침에 나가고 저녁에 들어오다보니 실제로  부모님을 모시는건 며느리나  딸 혼자의 몫인데 이왕이

면  딸이 모시는게 맞는것 같아요.

남편에게 형님이 계시지만 사정상 어머니를 모실수 없는 형편이구요. 어제도 저희 시어머님은 제가 전화드리니

여기저기 아프고 정신도 없고 이러다 죽지싶다시며  같이 살았으면 하는 신호를 주시네요.

글쎄요.  어떤게 정답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아버지를 보며 이런저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IP : 121.151.xxx.199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순지
    '08.1.16 8:51 PM (221.139.xxx.15)

    요즘 보기 드문 효녀,효부시네요!!
    저도 모실 수 있으면 모시자 위주 입니다.
    차남이지만 시어머님을 모시고 싶기도 하구요.

    우선 친정아버님 잘 모시고 계시다보면 나중에 답이 나오겠지요!!
    건투를 빕니다.

  • 2. 착한딸
    '08.1.17 1:17 AM (121.168.xxx.97)

    이시네요.
    88세의 어르신이라면 기력딸리지요.
    근데 친정형제들이 서로 노력하고
    능력이 있다면 더 좋을텐데..
    너무 혼자서만 책임지고 애쓰시지 마세요.
    맘에 여유가 있으면 어른들께 더 잘할수 있더군요.

  • 3. 참좋으신분
    '08.1.17 5:14 AM (222.232.xxx.179)

    이십니다.
    아무리 딸이라도 그러기 쉽지않은데 훌륭하십니다.
    제 시어머님께서는 당신의 친정엄마인 87세 노모 혼자사시지만 님같이 하시지 않으십니다.
    그런데 반대로 아들과 며느리에게는 의무감을 주십니다.
    제남편 외할머님께서 가끔 딸(시어머님)에게 섭섭해 하시지만 우리어머님 그것보다는
    자식들이 당신에게 더 잘하기를 말씀하십니다.
    아무리 딸이라도 ,또 연세가 들어도 효를 행하는 것은 힘든일인가 봅니다.

    저희 친정에 딸 세자매도 남동생보다는 누나들이 날것같아 나중에 부모님 힘드시면
    딸들이 모시겠다고 올케한테 말했습니다.
    시부모님과도 살아봤지만 며느리보다 딸이 좀더 수월할것 같아서요.
    또 이제까지 낳고 길러주셨는데 생둥맞게 시집온 며느리한테 의무감을 쥐어주는것보다
    딸들이 나서는게 편하다는 생각입니다.(우리는 둘째 여동생이 자기는 아들 한명이라 대학만
    가면 친정부모님 힘드실경우 모시곘다고 하네요.)
    이럴땐 딸이 많은것이 좋아요.

    님의 그런모습을 보고 자제분들이 엄마 존경하며 커서 님같이 효 행하실것 같네요.
    새해 복많이 받으시구, 화이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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