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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화역으로 가는 전철에서 만난 한 엄마...

... 조회수 : 4,136
작성일 : 2007-09-17 10:31:40
아래에 어느 분이 지하철에서 본 할머니 얘기보니 생각나서 올려봅니다.

올 봄이었나요?
사당에서 혜화로 가는 전철였어요.
충무로즈음 지나는데 엄마, 아빠, 그리고 모자를 쓴 한 아이와 할머니가 타더군요.
(할머니는 그 아이 가족과 전혀 상관없는 사람)

마침 사람이 없던 전철안...
아이 가족과 그 할머니는 나란히 앉게 되었습니다.
(아빠, 아이, 엄마, 할머니)

그리곤 할머니의 참견이 시작되었지요.
추운 날도 아니었는데 털모자 같은 걸 쓴 아이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별로 크게 신경쓰지 않았어요.

흔히들 할머니들 하는 얘기...
아이가 이쁘네로 시작하다

-너 몇살이니?

모르는 할머니의 질문에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을 못하자 아이 엄마가 대신 몇살이라고 말을 했습니다.
(5살인가 6살인가 했을꺼예요)
그리고 항상 어김없이 이어지는 할머니들의 참견.

-너 밥잘 안먹는구나? 할머니 손주는 몇살인데 어쩌구 저쩌구.
-너 키는 몇이니? 밥을 잘 안먹으니까 키고 안크고 살도 안찌고 하지.

저도 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자신의 손주와 비교해서 몇살이냐고 묻고 아이 키작다고 뭐라시는 할머니들 너무 싫어서
그런 할머니의 참견이 너무 눈쌀찌푸려지더라구요.

그런데... 이어지는 엄마의 대답...

-아이가 아파서요.. 밥을 잘 못먹어서 그래요.
-어디가 아프길래 밥을 못먹었어? 감기걸렸나?
-아니요. 종양이 있어서 치료받는 중이예요. 이제 거의 다 완쾌되는 단계라 잘먹고 하면 키도크고 살도 붙겠죠.
-!!!!!!!!!!!!!!!!!!!!!!!!!!!!!!!!!!!!!!!!!!!!!!!!!!!!!!!!!!!!!!!!!!!!!!!!!!!!!!!!!!!!!!

혜화역... 서울대 병원이 있는 곳이었죠.
그제서야 아이가 왜 날씨와도 안맞게 모자를 쓰고 있었는지 이해가 되더라구요.
그리고 그 할머니를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 아이엄마라면 그 자리에서 한바탕 하고라도 싶었는데 너무나도 차분하게 말하는 그 아이 엄마....
속이 얼마나 찢어졌을까요?

결국 그 할머니는 얼굴이 빨개져서 아무말도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다음칸으로 자리를 이동하더라구요.

그리고 그 아이 가족은 혜화에서 내렸습니다.



저도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제 아이에게 몇살이냐고 묻고
왜이리 키가 안컸냐고 하시면 속상하던데(1월생인데 학교일찍 간다고 원나이에서 한살 더해서 가르쳐줬거든요)
그 엄마는 너무나도 차분하더라구요.

제발... 할머니들.. 그리고 약간 연세있으신 아주머니들...
제발... 겉모습을 보고 이렇다 저렇다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 속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어떻게 압니까...

재밌게 엄마아빠랑 장난하면서 가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정말 진심으로 완쾌를 빌었습니다.
지금쯤...
그 아이, 멋진 엄마와 아빠와 함께 씩씩하게 잘 살고 있겠죠?
IP : 58.224.xxx.16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7.9.17 10:33 AM (210.95.xxx.240)

    저는 오히려 그 엄마분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이의 병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니
    그렇게 떳떳하게 말 하는 모습, 너무 멋져요.

    엄마의 멋진 모습,
    아이의 완쾌로 이어졌으리라 믿습니다~

  • 2. ...
    '07.9.17 10:36 AM (211.108.xxx.29)

    그 엄마가 그렇게 의연한 모습을 보일 수 있게 되기까지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아픕니다.

    그 아이가 완쾌되어서 멋진 부모님과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해요. 꼭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 3. ^^
    '07.9.17 10:36 AM (211.187.xxx.89)

    건강하게 잘 살고 있을거예요. 암요~ 그래야지요..

  • 4. 에효
    '07.9.17 10:37 AM (125.129.xxx.105)

    할머니들은 다 그러시진 않지만
    자기손주와 비교해서 말을 좀 하시는경향이 있으신거 같아요
    저도 얼마전 백화점에서 동생이 물건 사러가서 조카와 장난감코너에서
    구경하고 있는데..어느 할머니께서 제 조카에게 몇살이냐 자기손주보다 키가 작다
    (제 조카도 또래보다 크면컸지 작은키는 아닌데)이러는거에요
    뭐 그냥 대충 웃어넘겼는데.. 이런분들이 종종있군요

  • 5. 강물처럼
    '07.9.17 10:50 AM (211.111.xxx.178)

    그러게요...
    참 맘이 짠...한 글이네요..

    건강해 지길 바라겠습니다.

    이런 글 보면 울아들 공부못해도 안아프고 자라줘서 얼마나 감사한지,..ㅜ.ㅜ

  • 6. ..........
    '07.9.17 11:23 AM (61.34.xxx.88)

    제 아이는 또래보다 2킬로 적게 나갑니다. (현재 6살) 그래서 꽤 말라 보이죠. 그런데 어느날 울 애랑 하나로마트 갔다가 장을 본뒤에 정문 입구의 정자로 만든 쉼터에 앉아 있었어요. 그 때 옆에 앉아 계시던 할아버지 갑자기 울 애한테 "애 너 왜 이렇게 말랐니? 어디 아프니? 엄마는 튼튼한데 너는 왜 이리 말랐냐? 하시는 거예요. 기분 엄청 나빠서" 아무 이상 없어요. 밥을 잘 안 먹어 그래요" 하면서 자리를 떴네요.

  • 7. 저도 동네 할머니들
    '07.9.17 11:23 AM (147.46.xxx.211)

    때문에 민망한 적이 한두번도 아니었어요.
    제 딸은 두돌인데 또래보다 걸음걸이도 어눌하고, 머리숱도 적어서 그냥 덩치큰 아가로 보이거든요.
    대신 말이 무척 빠르고 또 말이 많아요. -_-;
    그래서 돌아다닐 때 쉬지않고 재잘재잘 노래를 부르거나 말을 합니다.

    저녁시간 되면 손주들 데리고 산책하시는 할머니들이 많으시잖아요.

    가끔 만나는 말 늦은 남자아이의 할머니는 자기 손주한테 "아가도 저리 말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 바보같이." 하시는 분이 계셔요. 만날 때 마다 같은 말씀을 하십니다.

    어떤 또래 여자아이의 할머니는 제 아이더러 "너는 왜 어그적어그적 걷니? 야는 막 잘 뛴다, 봐라.." 하시기도.. -_-

    놀이터에서 자주 만나는 한 비만아의 할머니는 저희 아이더러 "얘는 잘 안먹나봐요?" 하시더니 당신 손주한테 "하긴.. 넌 좀 굶어야돼.." 컥!
    "아직 말 못하죠?" "아직 쉬 못가리죠?" 등등 어찌나 당신 손녀와 비교하고 싶어 하시는지..
    6개월 늦은 데 아이가 말 잘하고 쉬 잘가린다 했더니 잠시 언짢아 하시다가, 되려 당신 손녀 구박모드로..
    아악! 진짜 표정관리 하느라 애썼습니다.

    이건 정말 몰상식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예요.
    제발 관심 좀 끊어주셨으면 좋겠을 정도지요.
    당신 손주한테 살가운 말 한마디 걸기는 귀찮고 수다는 떨고 싶으신가봅니다.

  • 8. ^^
    '07.9.17 12:52 PM (210.118.xxx.2)

    이런글볼때마다..아..곱게늙어야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나이들면, 특히 여자 어른들은 호르몬이 무슨 작용을 해서
    뻔뻔스러워 진대요.. 창피한것도 없어지고 다른 사람 배려하는 마음도 그만큼 줄구요.
    그래도 할머니들이라고 다 그런거 아닌거 보면, 사람 인격대로 늙어가는게 맞겠죠?

    늙으셔서 대화 화제거리도 없고..말은 하고 싶고..
    괜시리 자랑도 하고싶고..하니 괜히 애들가지고 입방아에 올리시나보네요.
    저는 아직 애가 없지만, 주변에서 저런 할머니 나오면
    면전에 대고 뭐라지도 못하고 속은 상하고..참 안좋을것같아요.

    우리는 곱게 늙자구요... ^^ 주책맞은 할머니들 있으면 슬그머니 자리 피하고..

  • 9. 건강하게
    '07.9.17 2:35 PM (222.98.xxx.175)

    그 아이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을겁니다.
    멋진 엄마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 10. 저두요
    '07.9.17 4:37 PM (124.50.xxx.185)

    문화센터 수업 끝나고 딸아이가 목말라 하기에 우유사주느라 마트에
    들렀거든요?
    근데 아이가 뭐가 기분 상했는지 앙~~하고 울더라구요.
    옆에 딸아이 데리고 있던 한 아줌마 제게 아이가 몇개월이냐고 묻더군요.
    29개월이라고 그랬더니 생일날짜 까지 캐묻는거여요.
    그러면서 자기아이도 4월말일생인데 제 아이보고 너무 어리고 작은거 같다고...
    갓난애 울음소리가 난다며 자릴 뜨더군요.

    넘넘 화가 나서..왜 그럴땐 받아치질 못하죠? 저는?
    집에 와서 남편한테 말하니 그야말로 흥분상태..
    애가 좀 클수도 있고 작을수도 있지 별참견을 다 한다고...

    저희 애가 좀 작게 태어나서 평균보다도 작고 늦은 편이거든요.
    그래서 늘 마음이 쓰이는데 그 여자 고따구로 말을 하고 가더라구요.
    그여자 딸아이는 너무 커서 5살은 되보이고 덩치도 엄청 컸어요.
    지금도 상처로 남네요. 일주일 전인데...

    지나친 관심이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수있다는거 좀 알고 살았음 좋겠어요.

  • 11. 으~~
    '07.9.17 8:15 PM (123.248.xxx.132)

    제 시엄니, 많은 할머니들께서 그렇듯 아파트 놀이터서 이것저것 참견하고 물어보셨나봐요.
    하루는 저보고 그러시더라고요... 뭐 이것저것 물어보면 대답도 잘 안하는 년(!)들이 있다고..
    저거 애 예뻐해주고 그러는거 고맙게 생각할줄도 모르고 젊은것들이 막되먹은 년(!)들이라고...
    아휴...저 어떤 상황인지 당장에 이해가 갔습니다.
    얼굴도 모르는 그 애기엄마들한테 미안합니다....ㅠㅜ

  • 12. 저희옆집
    '07.9.18 3:10 AM (125.177.xxx.156)

    에도 그런 할머니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도 무서워요.
    나쁜 분은 아닌데, 필요이상으로 상관하고 이집 저집 말 옮기고...
    가끔 음식도 주셔서 답례로 뭐라도 담아 드렸었는데
    이제는 그냥 그릇만 비워드려요.
    그래야 한 번이라도 마주칠 일 줄일것 같아서요.
    왜그런지 이해는 가면서도....
    그냥 나는 저나이에 그러지 말아야지..하고 다짐 합니다

  • 13. ^^
    '07.9.18 8:22 AM (124.80.xxx.186)

    저도 아이가 아파서 서울대병원 다니거든요...동서울터미널까지 버스타고 와서 지하철타고 가는데 다니다보면 정말 별별 사람들이 다 있더라고요..저희 아인 외모적으로 아파서 사람들 눈에 더 띄는데...어떤 분들은 안쓰러운 표정으로 말걸어 오는 분들도 있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정말 뚫어져라 쳐다보는....그리고 쳐다보다 못해 상대방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물어오는 질문들...첨엔 정말 기분나빠서 뭐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참는게 나을듯 하겠더라구요...저보단 제 아이를 위해서...그래서 그냥 웃고 넘어가고 한적이 많은데..참 사람들이 내맘같지 않더라구요...나보다는 남을 좀 배려하는 그런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 되었음 좋겠네요...전 가슴이 찢어질듯한 아이의 엄마마음이 이해가 가고 넘 착한 엄마네요..

  • 14. 정말
    '07.9.18 9:46 AM (211.51.xxx.2)

    곱게 늙어야겠습니다.
    갈수록 그런 생각이 듭니다...

  • 15. 저는
    '07.9.18 10:03 AM (61.74.xxx.247)

    우리 아들 9살.. 그런데 23키로밖에 안나갑니다. 먹는데에 관심이 없어요.. 한약도 먹여보고, 종합검진도 받아보고, 침도 맞아보고... 별별일을 다 했는데도 살이 안쪄요. 체지방 검사를 했더니 의사샘 말씀, 지방량이 거의 없고 근육만 있다고 하시더라구요... 다행이도 체력적으론 불가사의하게 너무나 건강하지요.. 키도 또래에 비해 큰편이고.. -.-;;

    어쨌든, 엄청 마른 아들 델고 다니다 보면 별별 말 다 들어요.
    너 밥 안먹지, 안먹으면 키 안큰다, 넘 안먹어서 불쌍해보인다 등등등...

    웬만하면 넘어가는데 어느날, 또래의 딸과 동행하던 어떤 엄마에게 딱 걸렸지요.
    우리 애와 같은 학년이네, 우리 애는 넘 튼튼해서 수영대회에도 나가네, 우리 애가 꼭 '누나'같네...

    참다못해 한마디 했지요.. 웃는 얼굴에 침 못밷는다니,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어머, 딸이었어요? 전 아들인줄 알았네요.. 우리 아들은 이쁘게 생겨서 어렸을때 딸이냔 소리 많이 들었었는데... 저랑 반대셨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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