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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나 동생 중 하나가 아무래도 큰일나지 싶어요.ㅠ.ㅠ

큰언니 조회수 : 2,405
작성일 : 2007-08-20 06:01:26
아무리 혼자서 생각해도 답이 안 나와서 자게에 여쭤보려고요.
여기는 아이 키우시는 분들도 많으시니까 아마 저보다 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아시는 현명한 분들 많으시리라 생각해요.

제게는 19살 차이나는 막내여동생이 있어요.
엄마는 52년생, 저는 74년생, 막내는 93년생이지요.
저도 그렇고 막내 전까지의 다른 동생들은 비교적 공부도 잘하고 부모님 속도 거의 썩히지 않고 무던하게 자라서 시집들도 갔어요. 그런데 제가 대학교 1학년 때 태어난 막내는 태어나면서부터 아토피가 심해서 부모님이 정말 이것저것 안써본 방법이 없었고 (특히나 저희 클 땐 안 그러셨던 아버지가) 정말 오냐오냐하면서 키웠거든요. 아토피때문에 막내도 잠한번 편히 자지 못했고 그러니 많이 날카롭고 예민했구요. 그래서 다들 불쌍한 마음에 많이 어리광도 받아주고 하라는 대로 하게 놔뒀어요.

그러다가 저는 대학 마치고 유학을 떠나면서 집에 없어서 막내가 4살이후론 같이 지내지 못했는데, 마음은 애틋해요. 또 막내도 저를 좀 어려워 하면서 큰언니 말이다 하면 다른 식구 말보다 잘 듣는다고 그래요. 아빠가 어리광을 많이 받아줘서 아빠 머리꼭대기에는 진즉에 기어올라갔구요. 엄마는 무서울 때 굉장히 무서운 분이라  매도 들고 야단도 무섭게 쳐서 초등학교 때까지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중학교 올라가면서 이제 전쟁이 시작된 거 같아요.

일단은 건강이 우선이라고 학교 가는 것보다 아토피 치료하고 잠 잘 자는 걸 우선해서 학교에 맨날 지각을 해도 -밤에 잠을 못자는 아이니- 괜찮다고 하면서 키웠구요. 엄마가 백방을 힘을 쓴 끝에 지금은 다리만 중증이고 다른 곳들은 많이 가벼운 편이래요. 하지만, 생활태도에 문제가 많다고 해야할까요? 엄마 아빠 지갑에서 돈 빼다 쓰는 일도 예사이구요. 용돈으로 주고 가계부를 쓰라고 해도 안되고. 그래서 용돈을 안주면 어디서든 돈을 찾아내서 쓰고. 학원을 가라고 끊어줘도 한달에 절반이나 갈까말까. 다니기 싫다고 그래서 끊어주면 또 다니고 싶다고 그러고. 끊어주면 안다니고.
집에서 숙제한다며 컴퓨터 켜면 맨날 게임에 채팅에 딴짓.
그래서 엄마가 마우스 선을 끊어버린 적도 한두번이 아니에요.
엄마 말로는 컴퓨터, 핸드폰, 돈 그 세 가지를 끊어버리고 싶은데 그게 완전히 끊기가 힘든거라 - 언젠가는 도로 살려내야하는 거니까- 해답을 모르겠다고 하시네요... (그런데, 핸드폰은 이제 끊을 거래요.)


어제 아침에는 엄마가 '나 쟤 도저히 더 못키우겠다. 이제 어떡해야겠냐.' 하면서 하소연을 하시는 거에요. 저희 엄마가 갱년기 증상에다 심장까지 안 좋으셔서 (한 번 쓰러지신 적도 있구요) 더 조심하셔야 되는데, 이번에 막내 때문에 전조증상이 나타나고 있대요. 일단 벌어진 상황은 개학이 이틀 남았는데, 숙제도 다 안마치고 동생이 코스프레 뒤풀이를 가겠다고 했나봐요. (이미 본 행사는 며칠 전에 다녀왔음) 엄마가 열통이 터져서 니가 정상이냐고 막 퍼붓고, 동생은 동생대로 부어서...
숙제하라고 그러니까 컴퓨터에 앉아서 또 딴짓하고. 그렇게 미루다가 결국에는 밤새고 대강 해가지고 가는 거죠. 이런 일이 학기 중에도 계속 되어 왔거든요. 아무리 그만 해라 너 컴퓨터 줄 끊어버린다 하고 엄마가 협박을 해도 귓등으로도 들은 척을 안하고. 엄마랑 갈등이 너무 깊어요.

얘기를 하다보니 제가 너무너무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잘 표현이 안 되네요. 저는 엄마와 막내 사이에서 좀 도움이 되고 싶지만, 아무리 동생이 저를 좀 어려워 한대도, 일단 외국에 살다보니 말로 할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구요. 또 제 세대랑 엄마 세대, 그리고 막내의 세대가 다르니까 어느 만큼이 아, 쟤네 때는 다 그런거야, 하면서 이해를 해 줘야하는 건지, 어디서부터는 그건 안돼, 하면서 제지를 해야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집에서 인터넷을 끊는다고해도, 요즘에는 사실 그냥 피씨방 가버리면 되는 거쟎아요. 그렇다고 막내더러, 니 맘대로 살려면 집을 나가라 할 수도 없는게, 저나 바로밑동생때까지는 엄마가 그러시면 저희가 무서워서 '잘못했어요, 안 그럴께요'하고 빌었지만, 막내는 그런 말이 안 통한다네요. 야단을 쳐도 잘못했다고 해야 다신 그러지 말라며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건데, 아무리 야단치고 때려도 잘못했다 소리 한 번을 안하니 저희 엄마가 꼬르륵 넘어가시죠.

학교에서도 공부는 중간정도밖에 못해서 별로 주목을 받지도 못하고. 엄마말씀으론 담임 선생님이 얘를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대요. 아프고 늦잠자고 그래서 맨날 지각하고 그러니까요. 공부를 잘하거나 아주 예의가 바른 것도 아니고. 그런데, 부모님은 장사를 하시기 때문에 얘를 붙들고 앉혀서 가르치고 그럴 시간이 별로 없거든요. 그러니까 더 해답이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지 친구들은 다 학원을 다니는데 자기는 안 다니니까 성적도 떨어지고 그런친구들이랑도 조금씩 멀어지고, 그러다보니 질이 안 좋은, 학교 공부에 관심없고 학원도 안 다니는 친구들이랑 다니고, 그러다 코스프레 같은 데에 다니고. (이거 제가 알기론 별로 건전하거나 좋은 모임이 아닌데, 한국에서도 그렇지 않나요?) 계속 악순환의 연속이에요.


제가 좀 데리고 있으면서라도 버릇도 잡고 가르쳐 보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러면 외국으로 와야 되는 거기 때문에 오히려 애를 망치는 길이 되는 것 같고. 아무리 잠을 못자고 생각을 해봐도 답이 안 나오네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한 번에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바라는 게 아니라, 조금만이라도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막내가 너무 게으르고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하니까, 다른 시집간 동생들 (한국에 있는)은 막내가 오는 걸 반가워하지 않는대요. 그렇게 사랑을 못받는 막내가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왜 그렇게 사랑 못 받을 짓을 골라서 하는지 밉고 속상하고 그러네요. 그만한 또래 키우시는 분들이나 다른 분들, 조금만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 같은 말씀 해주시면 정말정말 고맙게 들을께요.

IP : 64.131.xxx.128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사춘기
    '07.8.20 8:47 AM (211.176.xxx.87)

    아이가 사춘기네요.
    아토피때문에 예민한 어린시절을 거친거라.. 솔직히 더 다루기가 난감할것 같네요.

    그리고 핸드폰 이런건 과감하게 끊어버리라 하세요.
    그리고 연락이 안되도 놔두시고..
    늦게 들어오면 용돈을 줄인다든지의 방법을 취한다고 하세요.

    그리고 과감하게 진짜 주지 않는거죠.

    그런데 제 경우를 보면 부모가 한번 신뢰를 잃고 우습게 보이면..
    그런 모든 특단의 행동들이 아주 우습기 그지 없고 더 존경심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어요.

    저희 엄마가 그렇게 왔다갔다 하는 성격에 정서불안기미가 약간 있으셨는데..
    중1때 저를 모질게 때려놓고 고함지르고 울부짖는(너무 많이 맞아서) 동안 제가 엄마가 밉다. 라는 한마디 한걸 가지고..
    제 친구들에게 온 편지 전부 가로채고 일기장 훔쳐보고 심지어는 그냥 가져가시기도 하고
    그랬어요.

    전 지금도 그 일을 잊을수가 없고..
    엄마에겐 기본적인 존경심을 품을수가 없어요.

    지금도 엄마는 종종 네가 밉다고 그랬지. 라고 중1때 어린 제가 했던말을 품고 계세요.
    지금 제가 40이 다 되었는데..^^
    철이 없으시죠.
    아마 평생 저러실거에요..

  • 2. 원글님이 막내하고
    '07.8.20 9:02 AM (211.200.xxx.153)

    19살 차이면 막내하고 어머니하고 세대차를 좀 느끼시겠어요. 요즘애들 요즘애들 세대 어머니들도 감당하기 힘든 경우가 있는데, 터울이 빨랐다면 손녀뻘될 아이를 제 손으로 길들이기 쉽지 않으실 듯. 언니들이 가까이 있으면 나았을텐데... 언니분들이 전화도 자주 해주시면서 야단도 치고 다독도 거리고 살펴주셔야 하실듯요. 어머니도 힘드실텐데 ^^;;;

  • 3. 아마
    '07.8.20 10:54 AM (210.110.xxx.184)

    저랑 막내랑 8살 차이이고 제 동생도 부모님보다 저를 더 무서워합니다.

    8살과 19살 비교할바는 아니지만, 동생이 가족들 사이에서 많이 외롭지 않을까 싶어요.
    가족 중에 비슷한 또래가 없다보니 평소 고민을 나눌 수도 없고 친구가 많이 필요할 시기에 공부 때문에 원하는 친구들과 교류할 수 없니 편한 상대를 찾아가는 거겠죠. 그래도 큰언니를 무서워한다는 건 어느 정도 신뢰도 하고 있다는 의미 아닐까요. 허심탄회하게 속마음을 보여달라고 해보세요.

    어릴 때부터 훈련이 안 되서 지금은 본인 의지로 뭘 한다는 게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할 겁니다. 그 점은 솔직히 말씀드려 부모님이 잘못 하셨지만 이제라도 제대로 혼자 설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줘야할 것 같아요.

  • 4. 동심초
    '07.8.20 11:17 AM (220.119.xxx.150)

    원글님 동생이 중2네요
    울딸과 동갑.
    원글님 어머니와 저 10살 차이 나는데요 저도 내 딸 이해못할때 많습니다.
    요즘 애들 누구집 애나 할것 없이 휴대폰, 친구,게임에 빠져 있어요
    아는 엄마는 휴대폰을 뺏었더니 딸이 자살한다고 했다고 하네요...
    가출, 자살 이런 단어들이 얘네들 예사로 입에 올리는 단어인것 같습니다.
    울 딸은 그래도 모범생인데 방학중에 공부한답시고 책상에 앉아 있긴 하는데 계속 문자 주고 받고 셀카찍고, .. 게임은 안해요
    반 친구들 중에 화장하고 다니는 애들도 많고 방학에 어디 어디 지네들 끼리 놀러갈 계획 다 세워 놓고 아예 방학전 부터 가출해서 학교에 오지 않는 애도 있다고 들었어요
    공부가 중간이라면 공부를 할려고 해도 몰라서 흥미도 없고 아마 그래서 학원도 많이 빠질겁니다. 가서 앉아 있어도 이해도 안되고 밖은 재미있는것이 많으니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겠지요
    아토피 있는 아이들 스트레스 안줄려고 부모들이 가능하면 잔소리 안하고 오냐오냐 키우게 되는데 그게 체화되어서 고치기가 힘들고 부모를 우습게 아는거지요
    애는 마음 속으로 돈만 주면 되지 뭔 말이 많아... (욕도 잘하고요)
    학교에 가면 지네들 끼리 엄마를 **년 이라고 한다는 이야기 들었습니다.
    서글픈 현실이지요.
    원글님께 도움되는 이야기 못해서 죄송하고요
    지금은 애를 어떻게 해 볼수 있는 시기는 지난것 같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단지 만약 종교를 가지게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봤네요
    성당 같은곳에 가면 분위기 자체가 차분하게 만들고 보이게 안보이게 수녀님,신부님의 도움도 받을수 있고요
    애들 키우기 참 어려운 세상이네요. 어머니 힘드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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