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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부모님의 과거 이야기예요.

익명 조회수 : 1,987
작성일 : 2006-04-17 08:58:52
아래 어느 분이 올리 신 부모님의 과거란 글을 읽었어요.
저도 비슷한 심경이라 끄적입니다.
다른점이라면 아직 미혼이예요. 사랑도 사람도 믿질 않아요.
다 유효기간 짧은 환상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요.
나이 스물아홉 먹도록 연애 한번 없었어요. 남녀간의 만남이 지긋지긋 하거든요.

우리 어머니는 제가 어릴적 야단을 참 많이 하셨어요.
네살 무렵 약 심부름을 잘못해서 빗자루로 매우 맞은 기억,
지갑으로 머리를 맞아 피가 났던 기억,
한번은 외할머니가 오셨는데 저 야단하는 걸 보시고 무서우셔 이모집으로 가셨데요.
그렇게 무서운 기억 뿐인 어머니가 제가 중학교 시절부터 친절하게 잘해 주셨어요.  
어리둥절 했지만 기분은 좋았는데 외출이 잦아 지셨어요.  
아버지 사업이 기울기 시작한 무렵인데 그때부터 남자친구를 두신것 같아요.
비밀 휴대폰은 기본이고 남자친구의 스케줄에 맞춰 사시니 집안 살림이며 동생들 돌보기는 제 몫이었죠.
무도장을 다니시며 애인을 참 많이 바꾸셔서
어머니를 쫓으려는 낯선 사람들의 전화와 방문들..
날이면 날마다 긴장상태로 대기하며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살았어요.
수상한 전화가 걸려오면 거짓말로 둘러치고 칼자루 든 남자들과 만나야 했어요.
아버지는 생계를 이유로 지방생활을 하셨는데 늘 불안해 전화를 하시고
전 어머니 잠깐 슈퍼 가셨다, 어머니껜 아버지 전화 없었다며 거짓말을 했어요.
아버지는 불만을 제게 푸셨고 어머니는 전화가 스트레스라고 또 제게 푸셨어요.
어머니는 밤이고 새벽이고 외출을 하셨는데
그 사이 아버지 전화가 올까, 뭐라고 둘러 대야 할지 항상을 불안했어요.
밤이 깊으면 남들은 총총 집으로 향하는데 저는 가야 할 곳이 없고
집으로 돌아온 들 안정을 취할 수 없었어요.
어머니께 며칠에 한번 이라도 집에 전화를 주십사 간곡히 부탁 드렸지만
니 인생이나 잘 살고 자신을 고문시키지 말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그런 세월 속에 어머니의 비밀생활이 여러번 드러나고
어머니가 이혼을 너무나 원하셔서 부모님은 헤어지셨답니다.
그 과정이 힘들었어요. 어머니가 남자친구와 만나는 모습이 너무도 생생해요.
전 무도장 앞을 서성이고 어머니 친구분들 만나 술 마시며 정보를 얻고
이혼은 말고 별거를 해서라도 계셔 달라고 부탁을 참 많이 드렸는데..
삼남매를 두고 자신이 없어 아쉬울 날이 있을꺼라 하시며 가셨어요.
평생 싫은 소리 한마디 한 적 없는 저인데 말이예요.

하지만 지금은 세상에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고 가족 모두가 잘 지내요.
뭐 부작용이라면 제가 지난 세월 스트레스로 병을 얻었어요.
고치기 힘들어 평생 아파야 한데요 글쎄. 주위가 산만한 편이고 자존감이 부족해요.
거리를 지나다 불량 커플을 단박에 알아 차리고 그네들의 여행코스도 다 꾀고 있어요. 뭐 좋은거라고..
어머니를 가끔 뵈는 날이면 예전 기억이 잊혀지질 않아 지금도 불안하고 무서워요.
용서하고 뭐하고의 차원이 아니고 그냥 멀미 나고 다리가 떨리고 불안해요.
제 나이 스물아홉인데 남자건 여자건 믿을 수가 없어요. 결혼이란 것.. 참 힘든 일처럼 느껴져요.
IP : 125.133.xxx.18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휴~
    '06.4.17 9:02 AM (210.221.xxx.45)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미치는 영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거라죠..
    상처받으신 님의 마음...
    엄마들 아빠들이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
    잘 키워야 하겠다는 생각 ..듭니다..

    힘드시겠지만 털어버리시고 마음의 평화 ..찾으세요..

  • 2. ...
    '06.4.17 9:07 AM (221.148.xxx.81)

    이런 글 읽을 때마다 결혼해서 가정갖고 아이낳고 기르는 일은
    정말 아무나 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고 인격을 시험볼 수도 없고...
    아무튼 그런 미성숙한,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가정은
    엉뚱하게 자식들이 피해를 보게 되지요.
    원글님
    용기 내시구요. 다 팔자소관이었다 생각하시고 앞으로
    나쁜 일 다 지나갔으니 이젠 좋은 일만 남았겠지 생각하세요.

  • 3. 힘내세요.
    '06.4.17 9:31 AM (220.120.xxx.119)

    제 친구 얘 해드릴께요.
    제 친구 아버님.. 잘 나가는 분이에요. 큰 회사 사장님이시구.. 인맥 끝내주시구..
    어머님이.. 아버님 외도때문에 평생 맘고생 하시면서 살았어요.
    제 친구 고3때... 모의고사날 새벽에요... 책 한장 더 보려구 일어났다가 너무 졸려서 할머니 방으로 잠깐 건너갔대요. (할머님들 새벽잠 없으시잖아요.) 할머님한테 30분만 있다가 깨워달라고 하구, 눈 붙이는데.. 와장창 하는 소리가 나더래요. 깜짝놀라서 온 식구들 일어났는데... 보니까..
    제 친구방.. 친구 자던 잠자리 베개 위에 사람 머리만한 돌이 떨어져 있더래요. 누가 유리창밖에서 던진거죠. 알고보니 그 즈음.. 친구아버님이 술집 아가씨 하나를 잘 봐주고 계셨는데..(그 친구 말이 맞을꺼에요. 외도인 경우는 외도라고 말해주거든요. 이 건은 외도는 아니었나봐요.) 그 아가씨를 좋아하는 조폭에서 그런것 같다고 하더군요. 친구가 그냥 방에서 자고있었으면.... 지금 15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지금 생각해도 넘 무서워요.
    그런 친구이니.. 남자에 대해서.. 사람에 대해서 얼마나 불신이 많았겠어요. 그래서 정신과 치료도 받구요...
    다행히 너무 좋은 남자를 만나서.... 지금은 딸 하나 낳고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요.
    님 힘내세요. 좋은날이 올꺼에요.

  • 4. 내가
    '06.4.17 9:55 AM (24.83.xxx.219)

    선택할 수 없는 것중에 하나에 속하지요
    하늘의 인연이긴한데 너무 모질어서 제3자가 읽어도
    부들부들....그간의 마음의 상처 얼마나 컸을지 누구라도 병이 생길것 같네요

    지금부터라도 건강관리 열심히 하시고 마음의 힘도 키우시길 바래요
    전문가 상담도 필요하면 찾아서 하시고 담대해지길 바랄께요

    저도 아이를 키우고 있고 때론 가족이란 이름이 짐스렇고 힘겨운 적도 있지만
    그 짐으로 내가 바르게 선다는 말이 있습니다...근데 그 말 사실이에요

    본능대로 살아가는건 짐승이나 하는거지요
    힘없는 자녀에게 스트레스 풀려고 폭력행사하고 뉘우침도 없고..

    원글님...마음의 힘을 키우시기바래요
    그리고 못다한 말 있으면 당당하게 할 수 있는 기를 찾길 바래요
    (분노땜에 '어머니'란 말이 안나올것 같은데 꼬박 쓰셨네요
    좀 의아하긴하네요)

  • 5. 저도
    '06.4.17 10:37 AM (210.95.xxx.35)

    저도 8살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새엄마를 모셨는데...참 제가 엄마마음에 안드는 아이라서인지 맘고생이 심했습니다
    지금 그 후유증으로 저도 자존감 낮고 비관적이예요 ㅠㅠ

    누군가 저에게 어린시절의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을 소개시켜주었어요
    에니어그램이라고....
    인터넷에 에니어그램으로 검색해보세요
    역삼동 성당에서 하는게 유명하데요

    저는 5월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힘내시고 열심히 살아가자구요!!

  • 6. 평범치 않은 가족사
    '06.4.17 11:55 AM (220.75.xxx.90)

    평범치 않은 가족사를 갖으신 분들은 스스로 적극적인 치유를 하시길 바랍니다.
    어머니가 바람나고, 부모가 이혼하고, 계부나 계모 밑에서 자라고 이 모든게 내 노력과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이죠.
    저 역시 평범치 않은 가족구조에서 어린시절 맘 고생 많이 하며 자랐습니다.
    넉넉하진 않지만 친부모들의 따듯한 사랑을 받으며 살아가는 친구들을 부러워하며 펑펑울던 어느날 문득 무척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남들과 다르게 난 슬픔과 서러움을 느끼며 살아야 한는것에 대한 분노를 느꼈더랬죠.
    나의 잘못으로 빚어진 결과도 아니었고, 나의 노력으로 달라지는것 또한 없기 때문이죠.
    아무튼 비록 어린 나이지만 감정과 생각을 분리하는 연습을 하게되었고. 머리가 가슴을 누르며 살아오게 되었습니다.
    저 역시 10대와 20대엔 원글님과 같이 결혼이란것이 두렵기도 하고, 모든이들의 평범한 일상이 내겐 너무 멀게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전 여행을 통해서 비교적 내 자신의 자아확립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행이도 하나님께선 제게 가난은 주시지 않았습니다.
    부유한건 아니었지만 경제적인 자유로음을 조금 주셨기에 20대에 배낭 메고 많은 국가를 여행다녔었습니다.
    다른 인종과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직접 보고 경험하면서, 나도 내가 원하는 인생을 살아갈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죠.

    원글님을 포함 평범치 않은 환경에서 상처받고 자랐거나 혹은 아직도 가족내의 갈등을 겪는 모든분들이 마음의 평온을 찾고 좀 더 적극적인 인생을 살아가길 바랍니다.

  • 7. 저도
    '06.4.17 12:30 PM (59.17.xxx.239)

    부모님의 이혼으로 어린시절의 아픔이 많은 편...
    헌데..이걸 30세 먹을때까지 몰랐다는 거죠.
    아니..의식적으로 내겐 그런 고통이 없었다로 느끼고 살고 싶어했다는게 맞을지도..
    어린시절이 아무리 불행해도 커서 다 자기가 극복하기 나름이다..
    못되는거 그거 다 자신의 잘못이다..부모 탓 하지 말아라..

    이런 생각으로 살아왔어요.
    헌데..30대가 되서도 제가 뜻하는데로 살아오고 있지 않으니 부모에 대한 원망이 섞이네요.
    결국..정신과 가서 심리테스트까지 하게 되었는데
    원래 주의 환경에 쉽게 영향을 받는 타입이라고..
    뭐..이런 말 들으니...음...면죄부 같은게 생겼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나름 열심히 살려고 노력은 합니다.
    그게 뜻대로 안되서 너무 괴롭긴 하지만요.
    저도 답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 원글님께 뭐라 조언은 못해드려요
    굿바이 솔로 보면서 조금씩 나를 정리하고 토닥이고 있는데 이것도 잠시 뿐이겠지만
    우리 노력은 해봐요.
    어느 방법이든 벗어나려고 말이죠

  • 8. ...
    '06.4.17 12:45 PM (211.172.xxx.14)

    그래서 10살까지 행복하면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했나봅니다
    10세까지의 잠재적 기억들이 평생을 지배한다고 해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는 눈도 부정적으로 보는 눈도 어린시절에 확고해 진다고 ...
    잠재하고 있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오히려 40대가 되면 불쑥 나타나서
    자살도 하고 우울증도 생긴다고 하니까
    우리들이 아이들을 좀 더 배려하고 이해해 주어야 하겠지요

    혹시 딴 생각하시는 엄마분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가정의 소중함을 아시길 바랍니다

  • 9. 슬픔
    '06.4.17 3:59 PM (219.251.xxx.92)

    너처럼 온라인에서 알바질이라도 해야하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너처럼 쌍욕먹어가면서 돈 안벌어도 되는데 어쩌니?ㅎㅎㅎㅎㅎ^^
    너보면, 매품팔아서 밥벌이하는 흥부가 생각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이벌어서 중딩 아들내미 간식이나 사줘라 ㅎㅎㅎㅎㅎㅎ
    기생? 기생하는 우리덕분에, 온라인으로 밥벌이하는 놈은 뭐라고 해줄까? 배은망덕한새끼같으니 ㅋㅋ

  • 10. 글쓴이
    '06.4.17 7:15 PM (125.133.xxx.101)

    한분 한분..
    따뜻한 조언 참 감사합니다.

    그럼요. 제게도 꿈이 있고 미래가 있답니다.
    그곳을 향해 착한 두 동생들과 웃으며 씩씩하게 살아요.
    다만 한번씩 과거로의 여행을 하는데 오늘 아침이 딱 그랬어요.
    글 쓰길 잘 했어요. 상처 치유 프로그램, 정신과 상담이 우선이겠어요.
    여행도 많이 해서 자신감을 키우고 담대해지겠습니다. ^^
    슬픔님 말씀 살면서 느껴요. 완전히 벗어나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저도 비슷한 아픔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아요.
    배우자감을 뽑는 1순위가 화목한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이예요.

    노력해 볼께요. 하나뿐인 내 인생 행복하게 살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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