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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가기 싫다는 글에 문득 생각나서
이유를 차근히 물어보라는 덧글을 보면서 참 현명한 답이구나 감탄했어요.
통학 버스나 친구나 선생님이나 하다 못해 놀이시설이나 급식 등 뭔가 불만이 있을 겁니다.
그 나이 때는 의사표시가 확실하다고는 해도 엄마가 조근조근 물어보기 전에는
자기 불만이 뭔지 스스로 깨닫고 조리있게 설명하는 것이 어려울 수도 있어요.
저는 30년 살아온 시간 중 유치원에 다녔던 1년이 인생 최대의 암흑기였어요.
너무너무 가기 싫어서 아침마다 한시간씩 전쟁을 치렀지만
도대체 뭐가 불만이냐고 엄마가 윽박지르면
그저 정신없고 서러워 울기만 울었지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어요.
나이 들어 생각하니 비로소 "아, 그 때 선생님이 싫어서 그랬나보다" 싶더군요.
한 분은 엄하고 정없는 타입이라 종일 야단만 치고,
한 분은 봉투 안 가져온다고 노골적으로 애들 앞에서 화내고... 어린 마음에도 그런 건 느껴졌거든요.
(유치원 다니는 애들보다 안 다니는 애들이 훨씬 많던 옛날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이런 분 잘 없겠죠.)
처음에 정을 못 붙이다 보니 나중에는
색종이 관 덮어쓰고 거칠한 한복 입고 억지로 웃어야 하는 생일잔치나
아침마다 요란한 음악에 맞춰 따라해야 하는 율동까지 바보스럽게 보이고 싫어졌어요.
우리 엄마도 덧글 달아주신 엄마처럼 화내지 않고 차근히 이유를 물어봐주었더라면
유치원이 싫은 이유를 어설프나마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했을 텐데.
그런 엄마라면 유치원이 좋은 이유를 알아듣게 설명해 주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런데요, 나이 든 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저희 엄마는 화내세요.
당시 형편에 무리해가며 유치원씩이나 보내줬는데 무슨 배은망덕한 소리냐고,
비실거리면서 제 때 똑바로 의사표시 못한 네가 잘못이라고 하시죠.
워낙 성격이 강한 분이시라 이제는 말 한 마디에 상처받거나 하는 일은 없지만
돌이켜보면 좀 아쉽죠...
지금도 제게는 유치원 시절이 "순수"하고 "행복"했다고 하는 친구들이 미스터리예요.
결혼하거나 아이를 가질 생각은 없지만
내 아이든 남의 아이든 혹시 인연이 생긴다면 이런 건 잘 도닥여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하하하.
1. 항아
'06.3.17 11:46 AM (211.203.xxx.201)우리집 꼬맹이도 유치원 가기 싫다며 차 오는 시간이면 날마다 전쟁이었죠..
다행스럽게 이삿짐 차량 구경하는 것은 좋아해서 그것 보겠다고 달래고
할아버지 집이 근처라서 거기 간다고 나서고
그게 한두번이면 통하는데 나중엔 굳이 보내려는 제가 한심스럽던 차
감기에 걸려서 사흘 이상 결석을 시켰더니 선생님이 전화하셨어요..
언제쯤 등원할 것인가에 대해..
감기 다 낫으면 보낸다고 전화 끊고 나서 꼬맹이한테 물어 봤더니
안간다고 도리질 하던걸요..
당시 말이 늦어서 의사소통이 약간 힘들었는데
갑자기 완벽한 문장을 구사해서 깜짝 놀랐지요..
선생님이 글자 모른다고 때려서 싫다고...
노트를 준비해서 나비, 사과,,,, 이런 간단한 글자를 그려서 오길래
그저 신통하다 했는데 받아쓰기까지 시켰나봐요..
5살,, 그 어린 것한테 글자를 모른다고 때렸다니...
바로 유치원 놀이위주로 옮겼더니 룰루랄라,,,,,,,,,,,,이년을 다녔지요..2. ...
'06.3.17 1:42 PM (128.134.xxx.2)아까도 답글 달까 하다가.. 그 상황은 아닌거 같아서.. 안달았습니다만..
어떤 놀이방은 새로 들어온 교사가 아이들을 학대하는 수준으로 대했다고 합니다..
원장은 모르게 방안에서만....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한테 얘기하지 못하게 협박을 했대요..
다섯살안팎의 아이들이 협박한다고 엄마한테 말을 못할까 싶지만..
진짜로 그 반 아이들 아무도 얘기 못했다는 군요..
그저.. 놀이방에 가기 싫다고만 하고.. 놀이방문앞에서 엉엉 울고....
몇개월동안 그러고 당하다가.. 그중에 제일 큰 애가 얘길해서 들통났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가기 싫어할 때.. 한번쯤은.. 고려해 봐야 할 문제인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