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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사도우미 일도 직업으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요.
엄청난 스트레스에
생각보다는 크지 않은 수입을 얻습니다.
물론 수입을 많이 하자면 쉬지 않고 열심히 하면 아주 많이 벌 수 있지만
그렇게 살면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더군요.
일이 스트레스 강도가 너무 심해서
한번은 엄청난 두통이 와서 병원 갔더니 '스트레스'라며 머리 쓰지 말라더군요.
그 후유증이 1년이상 와서 병원 내내 다녀야했습니다.
그뒤로 적은 수입으로 소박하게 사는 게 낫단 생각이 들어서
일을 엄청나게 줄이고 조촐하게 사는데
훨씬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무엇보다도 큰 즐거움은 '가사노동''텃밭가꾸는 즐거움'을 알았다는 것이죠.
전에는 가사노동이 이렇게 재미난 것인줄도 몰랐고
요리며, 살림을 즐겨하지도 않았거든요.
안 그래도 머리 쓰는 것으로 인해 건강이 나빠지고
우울증도 오는데, 단순한 육체노동은 날 건강하게 만든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제 팔자는 몸으로 일해서 먹고 살 팔자라는군요.
전에는 주부의 일 자체에 의미를 두지 않았고 최후의 보루라고나 생각했는데
이젠 사소한 이런 일들이 다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어디에 써있는 말에 은퇴자들이 갖는 허상 중에서
'월 300만원 수입있는 천한 일보다, 월70만원의 이사직을 더 선호하는
겉치레에 가득찬 사람들이 많다'는 글에 공감했습니다.
저도 과거에 그랬거든요...
전에는 아무리 비슷한 벌이를 해도 천하게 여기는 직업을 가지는 것보다
대기업 다닌다는, 무슨 직업이라는 번드르르한 말이 더 폼나서
천한 일은 안하려는 풍토가 짙었지요.
그러나 요즘은 많이 달라진 듯합니다.
요즘은 그래서인지 저도 가사도우미 일도 괜찮다는 생각을 합니다.
성질 나쁜 고용주만 만나지 않는다면,
워낙 남의 일이라도 정성껏 해주는 내 타고난 성미와
대강대강 못하는 성격에,나름대로 연구하는 두뇌구조 덕택에
이 일을 해도 고용주 마음에 들게 해주고,나도 즐거울 거 같다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래전에 다녔던 직장에서도 공인받은 일머리니까요.
나이 들수록 일은 단순한 것으로, 대신 마음은 충만한 일을
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마이마한 공부를 했고, 전직이 이러했으면
당연히 그에 맞는 직업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대경질색하겠지만요..
얼마전 책까지낸 전직 CEO가 택시기사로 개인택시까지 받아서
즐겁게 노년을 산다는 글을 심각하게 읽었습니다.
그는 그 후로 친구들(은행장, 고위간부)까지 택시기사로 꼬여서
같이 일한다지요.
매일 12시간 일하구 사흘 걸러 하루 쉬고...월 100여만원 번다는데
현재 생활에 만족한다고 하더군요.
이런 사람이 이런 생각을 할진대,내가 뭐 잘났다고 현재 직업이 뭐네
할 것이 뭐가 있으며
가사도우미가 뭐 천한 일이라고 누가 알까봐 걱정을 할 필요 있나...하는 생각도 합니다.
저는 머리 많이 안 쓰고,내 정성껏 일을 하고 나머지 시간은 나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평화롭게 사는 것이 낫다는 생각을 합니다.
매월 계획을 짜고, 일 조금 하다보면 일년이 후딱 가고, 계절이 오고 가는지도 모르고
밤을 새고 고민하는 현재 일들에 빠져 수년의 시간이 흐르고 보니...
남는 게 없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을 여유롭게도, 시야를 트이게도,
굳어버린 사고를 깨게도 만드네요.
감사한 일입니다.
님이 고용한 가사도우미 중에서, 님 주변에 가사도우미 일을 하고 있다는 사람 중에서
저와 같은 사고를 가진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영에 사로잡혀 몸을 혹사하고 두뇌를 혹사하며 살아온 후에야
비로소 이런 것들을 깨고 변화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 놀라고, 감탄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1. 좋은생각
'05.12.1 6:21 AM (18.98.xxx.140)나눠주셔서 감사해요.
굳이 전문직종에 종사하다가 몸으로 일하게 된 분들만이 아니라
정말로 자기 힘으로 자기 삶을 꾸려가고 건강하게 사는 분들은
삶에 대한 자신감 같은 게 넘치는 것같아요. 그런 분들 보면 존경스럽지요.2. 하긴
'05.12.1 8:36 AM (202.30.xxx.243)50, 60평대 우리아파트 경비 아저씨중에
75평 건너편 아파트에 사시는 분이 2분 계시죠.( 본인 소유랍니다)
비슷한 맥락이겠네요.3. 윗경비아저씨
'05.12.1 8:47 AM (61.78.xxx.12)정말 대단하시네요.....
어줍잖은 가방끈 때문에 하고 싶은 일 못하는 젊은 사람 진짜 많은데....
자신감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네요.4. 늘 좋은일만~
'05.12.1 9:22 AM (220.86.xxx.102)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말씀이시네요....
왜 이런 소중한 것들을 여러 경험들을 통해 뒤늦게 깨닫게 되는것인지....
무엇을 하던 가장 중요한 것은 올바른 사고를 가진 내 자신이라고 생각됩니다.
주위에 존경하는 분들이 많았음 좋겠네요.5. .......
'05.12.1 9:26 AM (210.92.xxx.33)원글님, 저와 같은 생각이세요.
저도 전문직에 스트레스란 스트레스는 다 받으면서, 일년 365일 일만 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인지, 제가 원글님 같은 생각을 말을 하면, 주변 사람들은, 가진 자의 여유라거나,
아직 뭘 모른다거나, 그런 식으로들 반응을 합니다. 아직 제 나이가 많지 않아서 일 수도 있구요.
사실 저도 원글님과 같이 생각은 하지만, 스스로 진정으로 모든 경제적 여유나 직업에 대한
타인의 기준에 연연해 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해서 많이 반문하고, 생각해 보고 있는데,
아직 자신은 없습니다.
사실 돈도 벌어 두고, 기타 여러가지 것들을 누릴만큼 누린 후라면, 어떤 일을 하던 스스로도
자신감을 갖을 수 있고, 남이 뭐라던 당당할 수 있을텐데, 전 아직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막상 그 상황에서 먹고 살기 힘들어지면, 과연 그 일을 즐길 수 있을까,, 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아직까지는 이런 제 생각은 가진 자의 여유에서 나오는 생각이 맞구나,
라고 인정하게 되구요.
이래 저래 제 고민과도 많이 비슷해서 답글 답니다.6. 러브짱
'05.12.1 9:28 AM (128.134.xxx.155)맞아요. 솔직히 가사 도우미 분들이 돈이 궁해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여유시간에 일도 하고 돈도 번다는 생각 가지신 분들도 계시더라구요. 그것도 당당한 직업이잖아요. 전혀 부끄러울거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분들이 오히려 더 여유로우시고 융통성도 있고 그렇더라구요.
명예보다는 실속이 먼저인듯 합니다.7. 코스코
'05.12.1 9:33 AM (211.196.xxx.155)무슨일이든 자부심을 가지고 일한다면 좋은겁니다.
제가 아는분중에 집일을 좋아하시는분이 있어요.
사모님 소리 들으셔도 될분이 가방끈도 외국유학까지 하신분이라 짧지도 않으신데
아이들이 커서 나가고, 남편은 아직 일하시고, 하루종일 할일이 없다고 하시데요
파트타임 일주일에 3일 나가세요
하루에 5만원버시는데 용돈도 벌고 심심하지 않고 좋다고 하시더라구요
아주 멎저보였어요8. 생각 동감..
'05.12.1 9:39 AM (222.101.xxx.76)생각은 백만번 동감....
하지만, 저는 살림에 취미가 별로 없어서 그 일은 못할것 같아요.
대신, 아가 보는 놀이방을 할까 생각중인데... 막상 마음먹고 실행하기가 쉽지 않네요.9. 저두요
'05.12.1 9:39 AM (210.104.xxx.59)저두 도우미아주머니 쓰는데요.
자기 살림처럼 잘 해 주셔서 마음편하게 직장생활한답니다.
그런데 이런 분을 만나기가 쉽지는 않아요.
우리 나라도 의식이 많이 바뀌어서 자신의 일에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죠.
우리 집에 오시는 아주머니도 그렇답니다.
무슨 일을 하고 사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고 사느냐가 중요하지요.
이런 의식이 사회전반에 확산되려면 무엇보다 교육이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요즘 일류만 만들어내려는 교육때문에 우리 나라 너무 멍들었지요?
10년 뒤쯤 우리 사는 이 나라의 분위기 ...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
멋지게 사세요.10. 우리집에오는아주머니
'05.12.1 10:04 AM (218.147.xxx.223)우리집에 오는 도우미 아주머니는 한건에 4만원해서 하루에 2번 나갑니다.
제가 계산해보니 한달에 2백만원은 버시는것 같더라구요.
남편없이 애들 중.고생 학원도 보내고 그럭저럭 잘 사십니다.
즐겁게 일하고, 성실히 하시면 오라는데는 많더라구요.11. 맞아요
'05.12.1 2:33 PM (211.215.xxx.16)가사도우미도 당당한 직업입니다.
전 힘이 딸려 늘 사람을 쓰는 입장인데 전 그분들 존경해요.
건강한 것도 부럽고
온몸으로 열심히 일하시는 모습 보면 고개가 절로 숙여진답니다.
그러니 아무리 돈 주는 입장이라도 깍듯하게 대해드리게 되구요....
자부심 가지고 일하시는 분들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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