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되씹고 곱씹어 생각해봐도 이건 아니다. 사람이 이러면 안되는거다.
바둑에 보면 "패착"이라는 것이 있다. 일상 생활로 치자면 착각 내지는 실수가 되겠다. 친선 바둑이라면 수 물림을 청해볼 수 있고, 일상 생활 같으면 실수를 시인하고 사과하면 간단히 마무리되겠지만, 괜히 자존심 살리겠다고,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버텼다가는 더 큰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이번 김치 사태에 대한 식약청의 자세가 꼭 그 모양이다.
솔직히 얘기해보자. 국산 김치에 대한 검사가 왜 이뤄졌는가? 갑자기 필요를 느껴서? 아니다. 중국산 김치에서 납 성분과 기생충알이 발견됐다는 발표 직후 중국이 강경하게 대응하기 시작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행해진 것이라는 것을 다들 알고 있다. 그래서, 식약청에서 조사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번에 또 국내 김치 회사 몇 잡겠군." 하는 예상을 하고 있었다. 결과는 역시 예상대로.
얘기를 좀 거슬러 올라가 보자.
식약청은 바로 전에, 중국산 장어와 잉어에서 말라카이트그린이라는 유해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발표를 했다. 그리고 나서 뒤가 캥겼는지 국내산 양식 물고기를 조사했다. 그 결과는 여러분이 다 아는 대로.
불과 몇 달 사이에 똑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그 수순을 보면 다음과 같다.
1. "중국산에 뭐 들었다"하고 발표해서 주목을 끈다. - 국민들은 충격 받고, 중국은 발끈하기 시작한다.
2. 아차 싶어서 같은 품목의 국내산 물품을 조사한다. - 결과는 다 아시는대로.
만약 순서를 바꿨다면 무역보복이니 뭐니 하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국내산과 중국산을 같은 수의 셈플, 같은 기준으로 검사해서 공정하게 발표하는데 중국이 뭐라 하겠는가?
결국 중국의 감정만 사서, 손해는 손해대로 보면서, 우리 것도 중국산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자인하는 어처구니 없는 모양새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더욱 우스운 것은, 장윤정이 '어머나'에 이어 '짠짜라'를 히트시킨 것보다 더 짧은 기간에 똑같은 실수가 반복된 것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식약청의 담당자들은 생각이 있는거야 없는거야?" 하는 소리가 나오게 된다. 속된 말로 아이큐가 의심스러운거다.
식품에 대한 검사는 철저해야 한다. 아무리 철저해도 지나침이 없다. 하지만, 검사 방법과 그 결과의 발표에 있어서는 신중해야 한다.
번데기 통조림에 포르말린이 들었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그것이 자연상태에서 존재하는 미량이라는 것이 밝혀진 것은 번데기 통조림 회사가 망한 후였다. 경찰의 억지 수사와 한 건 올리려는 기자에 의해 "쓰레기"로 전락한 만두는, 언론에 놀아난 우매한 대중의 여론에 떠밀려, 결국 식약청으로부터 주홍글씨를 받았다.
식약청 내에 식품 관련 분야의 전문가가 몇사람만 있거나, 아니면 사안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문가에게 자문을 구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었다.
식품은 과학이다. 그런데 과학을 관료들의 머리로 해결하겠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꾸 발생하는 것이다.
다시 김치 얘기로 돌아오자.
이번 일은, 김치 종주국이라면서, 무엇이 얼마 이상으로 들어가면 안된다는 가이드라인 하나 정하지 않은 채,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관료들이 패착을 둔 것이었다. 결국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애매한 기업들만 죽이고, 무역은 무역대로 손해보게 생겼다.
"이러이런 기업의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됐는데 미성숙란이라 괜찮다." 이 얼마나 웃기는 얘긴가? 결국 작은 김치 회사 몇군데 죽이는 것으로 분노의 화살을 돌려서 자신들의 실책을 모면하겠다는 것이다. 패착을 인정하지 않고 이번에는 꼼수로 마무리하려는 것이다.
다 좋다.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관료들이 똑같은 실수를 두 번씩이나 하고 꼼수를 부린 것 까지도 봐준다고 치자.
요즘 식약청 홈페이지(www.kfda.go.kr)에 가보면 다음과 같은 창이 커다랗게 떠있다
"채소류의 세척방법에 대해 알아봅시다."
이게 무슨 말인가? 사십년 전 초등학교 교과서에나 봤던 글이 왜 갑자기? 이건 누가 봐도 "배추를 잘 씻지 않았기 때문에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됐습니다" 하는 말 아닌가? "식약청이 실수를 해서 이번 일이 생겼습니다. 사과드립니다." 하는 사과문이 올라와도 모자랄 판인데 이게 무슨 "뚜껑 열리게 하는" 말인가?
이번 식약청 발표로 피해를 본 김치회사에 전화했다. 기생충알이 들었다는 그 김치 사서 먹으려고. (식약청의 짜맞추기식 발표를 나는 믿지 못한다.) 그랬더니 식약청에서 "수거"해 갔단다. 미성숙란이라 괜찮다면서 왜 수거해 갔을까? 무슨 근거로 사유재산을 마구 가져갔을까? - 분명히 말하지만 수거해 갈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리고 7일에는 새로 만든 김치을 셈플을 가져간 후 기생충알 발견 여부를 아직도 통보해 주지 않고 있단다. 김치야 시어서 버리든 말든, "너희가 잘못했으니까 한동안 만들지 마라" 이런 말이다.
국민이야 고통을 당하든 말든 식약청은 끝까지 체면을 유지하겠다 이거다. 이정도면 적반하장도 유분수고 방귀뀐 놈이 성을 내도 정도가 있지, 너무 하는 것 아닌가?
이러면 안된다. 아무리 되씹고 곱씹어 생각해봐도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이제는 분명해졌다. 수거해서 처분해야 할 것은 김치가 아니라 식약청의 정책 담당자들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배를 채우며 국민을 괴롭히고 있는 기생충은 하루 빨리 없에버려야 한다. 야채류보다는 식약청의 세척이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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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류의 세척방법에 대해 알아보자고?
무우꽃 조회수 : 259
작성일 : 2005-11-17 17:49:39
IP : 218.39.xxx.18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05.11.18 5:40 PM (203.241.xxx.50)예전에 그 '무우꽃'님이 맞나요?
글 분위기는 그 무우꽃님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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