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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남편, 그리고...

벌써 조회수 : 1,135
작성일 : 2005-10-31 17:17:05
어제는 저희 결혼 1주년 이었어요.
오전에 가족 일이 있어서 한복을 입고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저녁쯤 되어서야 둘만의 시간이 생겼네요.
입덧이 아직 가시지 않은지라 여행이며 맛난거며 즐길 마음의 여유도 없었네요.
그래도 우리 식구가 하나 더 늘어난다 생각하니 호화로운 1주년이 아니어도
기분은 좋았어요.
차려입은김에 사진관에 가서 사진이나 찍자하고 다녀왔어요.
우리 벌써 일년이네 하면서
그때까진 기분이 좋았답니다.

간단히 저녁을 먹으려는데 옷이 불편해 집에서 갈아입고
가까운 패밀리레스토랑에 갔어요.
셀러드바에서 이거저거 집어 들고  자리에 앉았는데
< 음료수 뭐 먹을래?>
합니다. 그래서 임신중에 음료수도 그렇고 해서
<아니 나는 생각없어>
했어요.
남편이  셀프바에서 자기 먹을 콜라를 가져와 먹는데
너무 맛있어 보이는거에요.
<저... 그럼 나 사이다 먹을까?>
하니깐
<너는 그게 문제야.>합니다.
사건의 발단이었어요.

저는 항상 그런식이래요.
그러면서 결혼한지 1년 되어 생각해보면
너룰 더욱 많이 사랑하게 되었지만
너라는 사람에 대해 실망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조금 어려운 말이지만 요즘 내 마음이 그래. 하더군요.
결혼한거 후회든적도 있었다고 하고요.
그때부터 접시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어요.

행동이 앞서고 바지런한 남편에 비해
제가 좀 느리고 정리를 안하는 아니 못하는 편이에요.
옷도 아무대나 휙휙 벋어놓고 쓴 물건 제자리에 안놓고 그렇지요.
그래도 임신전에는 청소도 하고 시간날때 정리도 하니까 티가 안났는데
임신하고 입덧하니 집안일은 손도 대기 싫어집디다.
퇴근하고 집에오면 쓰러지기 바쁘고 쓰러져 있어도 미식 거리는 속 탓에 편하지도 않구요.
그러다 보니 한 5개월. 남편이 집안일을 다 했지요.
밥도 하고 설겆이도 하고 빨래 하고 널고 게고
청소하다보니 채이는게 다 제 옷들이더랍니다.
그러면서 다른건 안바랄테니 옷만 좀 제자리에 넣어 달라 하더라구요.

남편이 이렇게 말하는데  원망스럽다기 보다는 미안했어요.
엄마손 빌려 30평생을 살아오다보니
내가 주부인데도 직장 핑계로 임신 핑계로 남편한테 해준게 없더라구요.
남편이 지금 화가 나는건 당장 그런걸 해서가 아니라
나중에 제가 아이낳고 집에 있더라도
그땐 그때 대로 또 힘들텐데 그때 또 이 상태 그대로일까봐 무섭다는 거였어요.

남편말이 이해되면서도 따지고 들자면 저도 할말이 없는건 아니였지만
그냥 그렇게 침묵후에  남편이 휴지를 건네주고 음식뭍은 제 입을 닦아주는걸로
상황은 끝이 났네요.

아기 낳고 몸좀 좋아지면 내가 다 할꺼야.
오빠 할아버지 되기만 해봐. 내가 다 해주고 오빠처럼 그때 나도 오빠 구박 할꺼야, 했어요.

그리고 집에 와서 자기전에 자기가 그렇게 말한거 서운했지?
하며 백년만년 행복하게 살자고 하는데 기분은 좋아졌어요.
그런데도 남편이 했던 그말이 가슴에 무섭게 사무칩니다.
저는 결혼하고 남편이 더 미덥고 감사하다는 마음이 커진 반면
남편은 그렇지 않다는걸 들은것이 지워지지 않더군요.

제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 아침 잠옷은 옷걸이에 꼭 걸어두고 나오긴 했는데...
ㅜ.ㅜ
IP : 211.218.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핑크로즈
    '05.10.31 5:23 PM (211.104.xxx.172)

    너무 착한 부인이네요. 이뻐라. 저도 님처럼 예쁜 마음가진 며느리 보고 싶네요. 집안일 좀 못하면 어떻습니까? 건강 하시고 맜있는거 많이 드시고 아! 태교 열심히 하세요. 이쁜 아기 나으시고요 화이팅

  • 2. ..
    '05.10.31 5:48 PM (58.143.xxx.227)

    임신중이라 더 예민하셔서 속상했을꺼예요. 근데 전 우리나라 문제 있다고 봐요.
    결혼하기 전까지 엄마가 뭐든 다 해주니 결혼해서 적응을 못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
    남자든 여자든 집에서 챙겨주는 것만 받아봤으니 결혼해서 서로 챙겨주는 사람없으면 힘들어해요.
    독립생활 해보고 결혼하는게 좋다고 봐요.

  • 3. 말씀
    '05.10.31 6:13 PM (202.225.xxx.104)

    ^^
    다시 한번 등 토닥토닥~

  • 4. 남편
    '05.10.31 7:42 PM (211.32.xxx.67)

    분이 직장다니시라 집안일 하랴 5개월이면 정말 지치실만도 할것 같아요..사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요..
    어느날 한번 맛있는 음식 쫙 해놓고 싹 치워놓고 분위기 좋게 지내보세요.
    전 남편이 양말 막 벗어놓고 나가고 옷 휙휙 벗어 두면 그거 주우며 따라다니는 일이
    굉장히 짜증나더라구요..속시원히 이야기를 하니 많이 이해해줘서
    왠만한건 이젠 자기가 다해요..
    그런데 윗..님 말씀에는 동감한답니다.
    저도 시집오기전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이며 음식이며 안해본것 없이 살다
    결혼해서 그런지 확실히 힘이 덜 들고 편하더군요..
    시어머니도 며느리 잘 얻었다고 좋아하시구요..^^;
    남편도 조금은 이해해주셔요

  • 5. 하향평준
    '05.10.31 10:58 PM (61.102.xxx.61)

    남편분이 부지런하시고 깔끔하신가봐요.
    제 남편도 그런편이죠. 자꾸 치우고 청소하길래. 내가 할테니 그만 두라고 했더니 자기는 발에 뭐 걸리는 거 못참는다고 했어요.
    그 다음부턴 전 발에 거리지만 않게 유지하려고 애썼습니다.
    완벽한 정리나 청소는 제게 무리니까 발에 안걸리게 하고 걸리적 거리는 건 한쪽 구석 바구니에 다 넣어논다든지...(그게 남편이 바란 모습은 아니었지만)
    지금 5년째 살고 있는데 3년쯤 되었을 때 남편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포기 했다고 하더군요.
    미안하긴 했지만 그 이후로 음식보다(전 음식하는 걸 좋아하거든요) 청소에 비중을 뒀죠.
    물론 남편기준에서 보면 아직도 먹는거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고 하더군요.
    제 경우 제가 노력하고 있다는것을 보여줘서 적어도 남편이 자기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더군요. 이렇게 우리집은 하향 평준이 되었답니다.
    님은 지금 입덧하며 직장생활하느라 무척 힘드셔서 더 서운했을 꺼예요.
    배가 좀 나오면 순산을 위해서 청소 많이 하세요
    저도 임신했을 때 열심히 청소했는데 울아가 태어나서 먼지구덩이에서 키우고 싶지 않아서 청소 습관 길들이기를 했던거예요.
    즐태하시고 건강한 아이 나으세요

  • 6. ㅎㅎ
    '05.10.31 11:46 PM (222.121.xxx.185)

    ㅎㅎ 한 게으름 하던 저도 아기 낳으니 먼지속에 누일수는 없는지라 청소하나만은 신경을 쓰지 않을수 없답니다.

  • 7. 남편분 이해
    '05.10.31 11:52 PM (66.167.xxx.136)

    제 남편이 한 느림, 한 게으름 하거든요.
    결혼해서 그 실망감에.. 애정이 팍팍 식습니다.

    저는 좀 빠릿빠릿하고 활동적인데 저 게으른 남자랑 평생 살면서 나도 그 코드에 맞게 게을러질거란 생각하면 한숨만 나오고, 주변에 부지런하고 자기 관리 잘하는 남편들 보면 비디오 테입 되감고 싶어집니다.

  • 8. 원글
    '05.11.1 8:45 AM (211.218.xxx.33)

    모든 님들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오네요.
    핑크로즈님 말씀에 위안이 되네요. 근데 저 착한부인 아니에요.ㅡ.ㅡ 아가 낳으면 정말 열심히할께요.
    저도 독립생활을 해봤다면 이 정도는 아니었겠지요.
    생각해보니 남편은 직장때문에 1년정도 집에서 나와 생활한적이 있었어요. 그것도 지금 인성에 영향을 준것 같네요.
    말씀님 말씀처럼 논리적인 말주변이 좀 부족해요.
    앞으론 이러저러해서 저러해요. 하고 부탁하는 방법부터 기르겠습니다.
    남편님.. 그죠. 입장바꿔 생각하면 저라도 힘들고 그랬을꺼에요. 고쳐야죠.
    그나마 남편도 하향 평준 되고 있는거 같아 마음이 아프네요.
    ㅎ ㅎ 님, 아가 낳으면 먼지 속에 누일순 없겠지요.
    모성을 이용해서라도 게으름 고칠랍니다.
    남편분 이해님. 말씀 이해 되는데 무서워요....앞으로 잘할께요. ㅡ.ㅡ 남편이 그런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겁이 나네요.

    어제 퇴근하고 집에 가니 펼쳐놓은 이불 다 게서 넣어놓고 청소기도 밀어놓고 어서와. 하는데
    (남편이 출근이 빠르고 퇴근이 일러요.)
    정말 고맙고도 미안하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코 막고라도 찬 몇개해서 밥 차려드렸네요.
    반주로 와인몇잔하더니 취해 쓰러져 자는 모습이
    너무 측은하고 안됐어서
    가슴이 짠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 말씀처럼 긴장하고 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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