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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꼼(?)한 신랑땜에 미쳐요

도닦는 여자 조회수 : 1,624
작성일 : 2005-08-30 17:24:58
전 결혼하고 16년째입니다.
이때껏 집안 가전제품, 가구 제가 결정해서 산거 하나도 없답니다.
뭐든지 남편이 결정하지요. 식기세척기도, 세탁기도 냉장고도, 김치 냉장고, 밥솥, 커피포트까지도.
그러니 에어콘, TV나 오디오는 말할 것도 없지요.
제가 뭐하나 집에 가재도구 조그만한 거라도 하나 사면 화를 내고 잔소리를 해요.
비실용적인걸 샀다는 둥, 디자인이 어떻다는 둥, 기능이 떨어진다는 둥....
전기 제품을 잘 만지긴 하지만 저도 제 나름대로 가재도구는 제 취향에 맞는 거 쓰고 싶은데,
요즘은 그 잔소리 듣기 싫어서 아예 저는 백화점이나 마트가면 가전제품 코너는 신경도 안쓰고
지나가 버려요. 보면 뭘해요? 자기 취향대로 사는걸....

심지어 부엌에 행주도 제가 여러장 내 놓고 쓰면 어느 순간에 보면 몇장이 얌전히 개켜져 싱크대 서랍에
들어가 있어요.
여러장 한꺼번에 쓰지 말고 두장만 쓰다가 더러우면 버리라고 하구요.

가구도 배치를 자기가 딱딱 해야 직성이 풀리고, 청소기며 다리미 두는 위치도 자기가 정하고,
뭐 물론 자기가 저보다 정리정돈 잘 하는건 인정해요.
그렇지만 제가 하고 싶은 것도 있잖아요.

제가 맞벌이다 보니 빨래를 매일 못하고 몰아서 하는데요.
빨래 널이가 앞베란다에 하나, 뒷베란다에 하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장이 났어요. 그게 두 달 전인데 안 고쳐주는거예요.
그래서 제가 홈쇼핑 같은데서 빨래 건조대 4~5만원정도하는거 하나 사면 안되냐고 하니까
안된대요. 건조대 사면 베란다가 지저분해 진다고
자기가 고쳐줄때까지 기다리래요.
어젠 빨래 널다가 널 데가 없어서 마구 겹쳐 너는데 얼마나 열이 받는지..
다시 한번 건조대 하나 사자고 하니까 절대 안된대요. 그냥 기다리라구...
자기가 해준다고 하고서 안해준거 있냐고 하면서.....
벌써 두달이 넘었는데 짜증나 죽겠네요.
빨래 건조대 하나도 맘대로 못사는 내 신세.

밥먹고 식기세척기에 그릇 넣을 때도 자기가 더 차곡차곡 넣는다고 저보고 하지 말라고 하고.

오늘은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무슨 파출부인가 싶은 생각이 드는게
집안일 아무것도 결정 못하고
정해준 공간에서 정해준 기구로 일만 죽자살자....

아 정말 답답해요.
오늘은 퇴근하면 시원한 맥주라도 한잔 들이키고 싶네요.

이렇게 쫀쫀한 남편이랑 사시는 분 계신지요?
IP : 211.187.xxx.88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파출부
    '05.8.30 5:29 PM (218.148.xxx.11)

    파출부 맞으시네요.
    요즘 파출부 일당 5만원입니다.
    밀린거 다 계산해 받으세요.

  • 2. 웃는토끼
    '05.8.30 5:33 PM (152.99.xxx.11)

    저랑 아~~~주 비슷하시네여..
    저는 그냥.. 체념하고 살고 있어여.
    울 신랑이 설겆이 한번 해준다 하면.. 괜히 간이 오그라듭니다. 냉장고를 다 뒤집거든여.
    이것도 버리고.. 저것도 버리고.. 냉동실에 있는거 다 먹지 전까지 암것도 사지말라고 하구여..
    심지어.. 시어머님, 친정엄마가 뭐 가지고 가라그래도.. 항상 물어보고 갖구 와야되여..
    ㅋㅋㅋ 두분 어머님한테 뭐든지.. 우리한테 주지 말라고 말하기도 하져..
    가전제품이여? 물건이여? 직접사는건 기본이져...ㅋㅋㅋ

  • 3. ....
    '05.8.30 5:45 PM (221.138.xxx.143)

    뭐든 일장 일단은 있어요.
    덜렁거리는 남자면 쫒아 다니며 뒤치닥거리도 만만찮구요
    좋은쪽으로 역이용?해서 그냥 편함을 누리세요.

  • 4. -..-
    '05.8.30 5:50 PM (222.120.xxx.140)

    저 혼자 외출하는 날엔 항상 부엌을 한바탕 뒤집어 놔요~
    물론 관리를 제대로 안한 제잘못도 있지만-..-
    외출에서 되돌아 온후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꺼내놓고
    잔소리 하는 모습에 넘 화가 나요!
    '그래 인간아~ 너 쪼잔해서 좋겠다....'

  • 5. 왜...
    '05.8.30 5:50 PM (221.150.xxx.88)

    이글을 읽으면서 "적과의 동침" 이라는 영화가 생각날까요

    일렬로 접혀있던 수건과 상표까지 반듯하게 맞춰서 놓여있던 통조림 깡통하고...

    원글님 죄송해요ㅡ.ㅡ

  • 6. ...
    '05.8.30 5:58 PM (202.156.xxx.138)

    울신랑이랑 좀 비슷하네여.
    십년 살다보니 이젠 잔소리하면
    딱 한마디 던집니다.. 또 **헌다 고마안햇!

  • 7. 인연
    '05.8.30 6:02 PM (221.164.xxx.180)

    그런 친정아부지 보면서 컸는디 이젠 *엉덩이 따라다니면서 치닥거리 하는 남편 만났네요.다 ~장단점이..그런 아부지 그리울때도 있고.에궁 모두 그런 분 만나 사는것도 인연,사주팔자랍니다.

  • 8. ㅜ.ㅜ
    '05.8.30 6:12 PM (218.51.xxx.233)

    저도 비슷한 처지네요
    근데 전 제가 직접 고쳐요 어지간한건요
    해준다하면서 6개월이 가더라구요 ㅠ.ㅠ

  • 9. 울 집에 ..
    '05.8.30 6:16 PM (221.156.xxx.108)

    잉간은 아무것도 할줄 아는거이 없습네다.
    남자로 태어나 집에 못 한개 손대는 것도 벌벌 떱니다.
    방바닥에 수상한 물체있으면 빙~ 돌아 피해서갑니다. 치우면 낼 해 안뜰까봐요.
    항의하는 여편네에게 "집안일은 여자가,," 하는거 아니냐고,,
    자기는 우짜든동 바깥 일 만 신경써야 하는 남자라고,,

  • 10. ..
    '05.8.30 6:16 PM (211.216.xxx.184)

    살림넘겨 주세요.

  • 11. 암튼
    '05.8.30 6:26 PM (218.51.xxx.235)

    참견하는 버릇이 나이들면
    늙어서까지 가네여...
    왠간하면 하나씩 애교부리면서 바꿔보세요..
    밑져야 본전..결국 치사하지만 승자는 웃는겨~~^^*여~~

  • 12. 후후
    '05.8.30 7:50 PM (211.205.xxx.170)

    이미 남편 성격을 다 파악하고 무슨일에 어떤 반응으로 나오는지 다 아실터이니까 역공으로 해결보세요.
    님이 하시기 전에 기회를 만들어 남편을 시켜보고 사사건건 생트집잡아 지켜보면서 사감선생님처럼 잔소리를 해대는겁니다.

  • 13. 가을하늘
    '05.8.30 8:01 PM (59.19.xxx.14)

    아? 차라리 어질러놓는 사람 뒤치닥거리 하는게 나아욤,,얼매나 잔소리 해대는지,원,,

    냉장고문만 여는거보면 간이 벌렁벌렁,,으,,너무 시로,,

    이노무 냄편아? 기냥 돈만 벌어와서 밥 묵고 잠이나 자거라잉 ㅋㅋㅋ

  • 14. 헉...
    '05.8.30 8:02 PM (211.32.xxx.6)

    반찬하고 빨래하고 아이들키우고 청소하고 살림을 넘겨주심이..
    저라면 속이터져서 못살것 같은데요..

  • 15. 자기는
    '05.8.31 8:45 AM (222.99.xxx.252)

    어지르면서 잔소리는 잔소리대로 하는 인간도 있네요. 흠...

  • 16. 울집에..님
    '05.8.31 9:41 AM (211.220.xxx.197)

    우리집과 비슷한데 표현은 천양지차가 되겠어요.
    깔깔 웃었네요.

    밑에 한 줄로 간결하게 '살림 넘겨 주세요' 에서도 웃느라고...

    골치아픈 스트레스도 이렇게 푸니까 참 좋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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