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마음의 코드를 뽑아버렸어요.

코드.. 조회수 : 1,724
작성일 : 2005-08-26 10:32:14
미혼에 소위 잘나가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휴가 때 마다 해외여행가고 보통 때 바쁘다고 모임에 못나간다고 온갖 생색 다내고, 만나면 자기 연봉이 얼마네,  자기가 쓰는 외제 화장품이 뭐네 하며 자랑하곤 했지요. 어쩌다 제가 갖고 있는 외제 화장품 보면 그건 외제 화장품 축에도 못끼는 거라고 호호거리곤 했습니다.

크리스마스나 새해에 복받으라고 문자하면 답문같은 것 일체 없고, 보통 때 문자나 전화하면 거의 안 받습니다. 몇 달 뒤에 통화가 되서 왜 그렇게 전화를 안 받았냐고 하면 그때마다 해외 여행 중이어서 못받았다고 합니다.  

얼마전 다른 친구 어머님 상가집에 갔다 나오는데 이 친구가 자꾸 얼마 냈냐고 묻습니다.  3만원 했다 했더니 자기도 3만원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앞으로 다시 볼 일 없는 친구라서 그 정도 했다네요. 그 순간 얘가 3년 전 제 결혼식 때 한 부조금이 3만원이 었다는 생각이 퍼뜩 났습니다.  

어릴 적 친구 모임에 일년에 세 네번 씩 나가는데 한 번도 연락 안하던 이 친구가 이때는 먼저 연락 합니다. 너 없으면 나가기 싫다고.. 네가 제일 친구 라면서요.  모임에 가서도 친구 누구 아이 옷 입은 게 거지 같다고 저에게 귓속말로 말해서 정색을 하면서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하면 너가 마음 놓고 지내는 제일 친한 친구라서 너한테만 솔직히 말하는 거라고,  다른 사람 앞에는 솔직하게 이런 말 안한다네요.

제가 몸이 아파 지난 달  병원에 일주일 넘게 입원해 있었고 그 사실도 그 친구 알고 있습니다.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났는데 몸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습니다. 그 자리에  외국에 유학 중인 친구가 나왔는데 저한테 외국에 있어서 그 친구 아이 돌반지도 못해 줬는데  저랑 각자  십만원씩 내서  친구를 주자고 하더군요.  순간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습니다 '너 우리 애 돌반지는 했냐고~' 친구 왈, 뭐 지난 일을 갖고 그러냐하며 호호 대더군요.  

그날 모임 이 후 이 친구에게 온갖 정나미가 떨어졌습니다.  이 곳에 다 적지는 못했지만 20년 가까이 친구로 지내 오면서 여러가지 일들이 영화필림 돌아가듯이 막 돌아갔어요. 지난 날 몇 몇 일들에 대해 섭섭했다고 말했을 때마다 그 친구가 제게 항상 했던 '넌 피해의식이 있어서 문제야'라는 말이 새삼 떠올라 마음의 비수가 되더군요. 이제 마음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봐요.


이 친구...함께 해외 여행다니던 친구들에게 왕따 당하고 다니던 직장도 그만 두더니 슬슬 제 생각이 났나 봅니다. 생전 안하던 문자를 다 보냅니다. 그전에는 찬바람이 쌩쌩나는 답문을 보내던 얘가...이제는 보고 잡다 친구야~하며 보내네요.

그러나 저... 마음의 코드를 뽑아 버려서 저도 답문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랬더니 계속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네요. 보자고도 하고 전화를 하라고도 하고....

저도 제 자신이 이렇게 독한 줄 몰랐네요.

그냥 저도 넋두리란 것을 좀 해봤습니다.
IP : 61.99.xxx.8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5.8.26 10:35 AM (211.223.xxx.74)

    짝짝짝...잘 하셨어요.
    응원의 박수 보냅니다. 코드 다시 꼽지마세요!!

  • 2. ....
    '05.8.26 10:38 AM (221.138.xxx.143)

    그 정도 상처 쌓이기전에 코드 뽑아 버리시지
    내게 눈군가의 허물을 너에게만 하는 말이라고 하는 인물은 나에 허물을 누군가에게
    똑같이 하는 인물이라고 보고 조심하면 인간관계 실패 적어 집니다.

  • 3. 원더우먼
    '05.8.26 10:42 AM (218.235.xxx.197)

    지금까지 코드를 안뽑고 버티셨다니 대단하십니다.
    앞으로도 절대 다시 꼽지마세요.
    저같으면 안본지 10년도 넘었을 겁니다요...

  • 4. .
    '05.8.26 10:44 AM (61.32.xxx.33)

    마음의 코드 뽑아버리면 신경도 안 쓰이게 되더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씁쓸함도 사라지던데요.

  • 5. ...
    '05.8.26 10:47 AM (218.48.xxx.38)

    저도 그런 친구 한둘 있어서 확 끊어버리고 살았더니 그리 맘이 편해질 수 없던데요;;

  • 6. 아싸라비아
    '05.8.26 11:19 AM (222.96.xxx.186)

    원글님 전혀 독한거 아니네여..
    정말 독했다면 진즉에 그 친구랑 열댓판 붙었을텐데여..^^;;;;
    그런 친구....있죠...누구나 주위에 한명쯤은 있다 봅니다..
    딱 한가지 해결책은 그런 친구 안 보고 지내는 거져 머..
    잘 하셨어여...맘 변하지 마세여~~~~!!

  • 7. 자같으면
    '05.8.26 11:39 AM (222.99.xxx.252)

    오만년전에 그 친구 안 봤겠네요.

  • 8. 으이구,,
    '05.8.26 11:42 AM (222.102.xxx.189)

    정말이지 상종하고 싶지 않은 인간들이 많아요.;;;
    싫다는데도 징징대면서 달라붙고,,
    잘하셨어요.
    나중에라도 다시 연락이 오면 절대 다가가지 마세요.
    그런 인간들은 님이 아니라도 또 다른 사람 찾아서 징징대면서 달라 붙을 거에요.

  • 9. 잘하셨어요
    '05.8.26 12:16 PM (222.108.xxx.84)

    누구에게나 그런 친구 있는거 같아요.
    저도 친구하나가 그래요. 생전 먼저 전화하는 법없고, 물론 그친구 결혼때도 애낳았을때 저야 미혼이니 열심히 쫓아다녔다 생각하고 마음비우려해도 섭섭한건 어쩔수 없네요.
    애낳고 한 5,6개월만에 왔나??? 그래도 옷한벌 사왔더라구요. 근데 사실 물질적인것도 섭섭한게 많지만 생전 전화도 없고 하니 그래요. 친구도 챙겨야 친구지 저편할때만 연락하면 무슨 친구예요. 나 힘들때는 옆에 없구... 친구도 신용처럼 관리를 해야해요. 저도 이친구보면서 가끔 그런생각했어요. 친구도 신용등급처럼 1등급, 2등급이 있나? 그렇게 관리해야 하나?

  • 10. 쪼잔녀
    '05.8.26 12:59 PM (61.104.xxx.125)

    저도 3주뒤에 친한 후배 결혼식에 가야 합니다...

    그 후배 4년 전 제 결혼식때 남자친구까지 데리고 와서 축의금도 안 내고 갔어요...
    호텔결혼식이라 식대가 1인당 4만원이 넘었는데도요..-.-;

    나중에 생각해보니까 걔가
    "친한 사이엔 축의금 안내도 되는거 아녀요?"라고 말했던게 생각나는데
    제가 그 경우가 해당되는건가봐요. 야릇한 기분...(다른 사람들한테 주는걸 몇 번 봤는데...)

    무지 친한 사이라서 걔 힘들때, 내가 힘들때 속터놓고 지냈는데,
    돈 몇만원에 참 서운해지더라고요...물론 그 후에도 선물 한번 안해줬어요

    다다음주 걔 결혼식에 축의금을 낼까말까...망서렸는데,
    "똑같은 사람" 되기 싫어서 그냥 "3만원" 내려고요.

  • 11. 짝짝짝...
    '05.8.26 12:59 PM (211.44.xxx.20)

    잘하셨어요.
    그 친구분 마음에 맞는 친구 생기면 님 마음 또 다치게 할지도...

  • 12. 친구
    '05.8.26 1:15 PM (61.247.xxx.220)

    이곳에 와서 맘에 와닿는 글들 종종 보는데 원글님이 쓰신 글 저도 동감이네요. 예전엔 친구면 다 친구로 여기고 맘으로 잘 대해주고 그랬는데..나이 들다보니 친구중엔 남보다 못한 사람도 많더이다. 나하고 맞지 않는 친구는 만나지 않는게 좋을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유유상종이라고 친구란 서로 많이 챙겨주고 기뻐해주고, 슬퍼해주고, 잘나가던 못나가던간에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거 아닐까요. 전 아닌 친구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괜찮은 친구는 더 잘 대해 주려구요.^^

  • 13. ...
    '05.8.26 7:42 PM (222.98.xxx.149)

    저도 그런 경험있는데요.
    그런 인간은 친구도 아닙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6343 성장통에 관하여... 3 무식맘 2005/08/26 366
36342 그 친구의 진심은?? 13 친구 2005/08/26 1,717
36341 죽염 안동고등어맛이 ...... 5 고등어 2005/08/26 616
36340 강아지 암컷 키우시는분들 계신가요? 7 강아지 키우.. 2005/08/26 661
36339 어디가 좋을까요? 2 햇살 2005/08/26 329
36338 요즘 여대생들은 어떤 가방 들고 다니나요? 14 수선화 2005/08/26 2,193
36337 사랑하고 싶어요 5 외로워 2005/08/26 864
36336 확대하려면 어떻게 하는게 좋을까요.. 3 결혼사진 2005/08/26 330
36335 다 그런가요? 3 보리차 2005/08/26 539
36334 영어특기생으로 자녀분 대학에 보내신 분.... 8 영어특기 2005/08/26 1,281
36333 남편옷들 어디에서 구매하세요? 14 질문 2005/08/26 2,335
36332 홍제동 3 궁금이 2005/08/26 547
36331 남대문 유아복 매장 토욜날 몇시까지? 3 앵두엄마 2005/08/26 314
36330 산모용 미역 어디서 구입하나요. 6 세이웰 2005/08/26 529
36329 내나이 서른여섯... 아가옷을 사놓으면 아가가 올까요? 25 아가희망 2005/08/26 1,752
36328 학원을 오픈하는데 정수기를 골라주세요 3 냉온정수기 2005/08/26 268
36327 5살 남자아이 앉는 자세(w) 고치는 방법 없나요? 4 겸이맘 2005/08/26 507
36326 부산서면에서 빽스코 가려면 어떻게 가야하는지요?(급) 3 바보여자 2005/08/26 199
36325 지겨우시겠지만 오션타올 질문드립니다. 3 뒤늦게 2005/08/26 531
36324 둘째(현재8개월) 갖고 첫애가 다시 아기가 되었어여...-.-;; 5 으니 2005/08/26 501
36323 컴퓨탭 쓰시는 분께 질문이요.. 2 궁금...... 2005/08/26 171
36322 한글97 쓰다가..(급해요) 3 질문이요 2005/08/26 237
36321 한경희 스팀청소기 쓰시는분요~~질문드려요 6 질문녀 2005/08/26 743
36320 백화점 명품 옷매장에서요.. 4 절약쟁이 2005/08/26 1,254
36319 성남 가까이에 요가 배울만한곳있으면 알려주세요 2 요가할려고 2005/08/26 220
36318 얼굴이 분화구에다 기름기 좔좔..어케하죠? 9 남푠요 2005/08/26 1,072
36317 마음의 코드를 뽑아버렸어요. 13 코드.. 2005/08/26 1,724
36316 홍진경김치가 그렇게맛있나요? 8 김치질문 2005/08/26 3,039
36315 4개월정도 살만한곳이... 2 고민녀 2005/08/26 408
36314 임신 11주인데 다니던 병원을 바꾸고 싶은데.. 4 고민고민 2005/08/26 3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