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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치매야?"

30대 치매 조회수 : 1,026
작성일 : 2005-08-12 10:28:57
“당신, 치매야? 아침에 전등 안끄고 갔네.”

말솜씨 별로 없는(!) 남편이 어제 퇴근하니 하는 말입니다. 먼저 출근시키고 20분 뒤 출근하면서 선풍기랑 라디오랑 전등이랑 다 껐다고 생각했는데 하나 미처 못껐나 봅니다.

“말나왔으니 말인데 어제도 하나 안끄고 갔어.....”

깨갱..... 여기서 상황정리하자면 5개월전 둘째를 낳은 34살 아줌마구요. 아직도 앞머리가 좀 휑해서 걱정이 태산이랍니다. 큰아이와 작은 아이는 지난주 외가에 보내놨구요. 이번 일요일 데려올 예정이예요. 요새는 아르바이트 겸 며칠 나가구요. 다음주부터는 고정적으로 직장복귀할 거 같아요.

어제 아침에 일어나서 세수하고, 아침하고, 이불개고, 상차리고, 식기헹궈서 세척기에 넣고, 마루랑 안방에 큰 쓰레기만 치우고, 정리하고, 빨래감 치우고, 일어나자마자 돌려놓은 빨래 널고, 아파트 현관문에 있는 우유랑 신문 가져오고, 그랬네요.(써놓고 보니 별로 한게 많지는 않네요.) 그나마 아이들이 집에 없어서 많이 줄었네요.

$%$&^*^&%*&$#%....... 이렇게 정신없는 나를 치매라고 말하다니! 확 받아버릴 까 했더니 남편얼굴을 보니 아무 생각없이 뱉은 말이네요.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그래. 네 부인 치매네. 좋겠다, 넌. 치매부인 델꼬 살아서.”

냉동실에 아이스크림 가져다 주면서 “치매 부인이 가져다 주는 아이스크림이야. 맛있게 먹어......ㅎㅎ”

“아이 둘 낳고 30대 초반 치매온 아줌마.... 이렇게 신문에 나면 참 좋겠다. 넌 인터뷰도 하겠네.....ㅎㅎ”

슬슬 불쌍 모드 “나도 애 하나 낳고는 좋았는데...... 이번에 낳고서는 머리도 많이 빠지고. 기억력도 깜빡깜빡하고...... 피부 푸석푸석한 거야 새삼스럽지도 않고. 그리고 발도 시려. 에고! 양말 어디있나.....”

흘낏 남편 얼굴 보니 자기 딴에는 불 잘 끄고 다니라고 경각심을 일깨우려 한 말 같은데 서서히 깨갱하고 있습니다.

“이런 몸 상태에 빨리 돈벌어서 집사려고 일나가는데...... 몸이 어떻든, 돈을 많이 벌어야지......(속으로 너 한번 당해봐라. 네가 마누라 없으면 끈떨어진 갓이지.....ㅎㅎ) 그리구 혹시 나한테 뭔일 생기면 보험금 나오니까 괜찮아. 그냥 애들만 잘 건사하고 그러면 돼. 그리고 꼭 재혼해. 뭐하러 너혼자 사냐! ”

가만히 있던 남편, 슬그머니 안방가서 이불 깔아놓고 옵니다. 반격이 얼추 성공한 거 같습니다. 내일은 몸살기 있다고 드러누워야겠습니다.
IP : 61.74.xxx.44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때찌때찌
    '05.8.12 10:30 AM (218.146.xxx.15)

    한 수 배워야겠습니다.^^

  • 2. 갈수록 태산..
    '05.8.12 10:58 AM (221.164.xxx.110)

    나름대로 잘 반격하셨네요.표현력 없는 남편 여기에 한 사람 더 있어요.건망증 !갈수록 증세가 더 심각한 게 문제죠. 얼마전 옆동에 가스 불 안끄고 외출해서 연기 새~나오고 누군가 119 불러 소방차6대 구급차까지-아주 난리가 났었답니다.정말 살림 살피는 거 잘해야될거 같아요.

  • 3. ㅎㅎ
    '05.8.12 11:16 AM (220.127.xxx.97)

    배울점이 많습니다. 욱하는 성질에 제것도 못 찾아먹는 바보가 여깄습니다...ㅠ.ㅠ

  • 4. 박수를..
    '05.8.12 11:50 AM (219.241.xxx.108)

    멋지네요...
    기분같아서는 팍 받아버릴수도 있는데
    조용히 한방에 날리셨군요...

  • 5. ..
    '05.8.12 1:40 PM (218.52.xxx.7)

    하하하....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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