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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열 다섯, 열 일곱...
더군다나 그것이 어떤식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는 남에 대한 실수, 잘못이라면
생각이 떠오를때마다 죄짓고 도망친 사람처럼
가슴이 섬뜩섬뜩해집니다.
자유게시판에 있는 푸우님의 글을 읽고
한차례 서늘하고 시린 바람이 스쳐갔습니다.
십 몇 년 전,
미친년처럼 휘두른 칼날에 엄마에게, 가족에게, 그리고 나 자신에게 입혔던 상처들.
그리고 어느날,
망치처럼 뒤통수를 때리며 깨달았던 어떤 것들에 대해서...
줄줄이 가슴 아린 기억들이 떠오르더군요.
엄마가 넷째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곳은,
할머니의 단골 무당집이었습니다.
제가 어릴때부터 드나들던 집이고 무당 할머니는 저를 참 이뻐해주셨기 때문에
무당집 가는 일은 즐거운 일이었죠.
제 나이 벌써 열 다섯 되던 해,
여느해와 같이 신수점을 보러 간 날이었지요.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
"얘가 애를 가진 것 같은데...좀 봐 주시지요."
앞이 노래지고 가슴이 방망이질치면서
가슴이 터져버릴 것 같았습니다.
(아... 글을 쓰는 지금도 왜 또 두근거리는지... 참,내!)
그 무당집 쇠고기무국을 유난히 좋아했던 저였지만
그날은 그 국을 넘길 수가 없었습니다.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힘!
네, 기가 막히다는 심정이었죠.
집에 와서 이틀 동안인가.. 지내다가
엄마 눈을 마주하지 않은 채 물었습니다.
"엄마..... 애기 가졌어?"
그때 엄마가 무어라고 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간은 조심스러운 듯, 민망한 듯하면서
임신중이라는 사실을 얘기하셨습니다.
중학교 1학년에서 2학년으로 넘어가던 겨울.
봉긋이 가슴이 솟아나오던 나이.
초경 치른 친구들을 부러워하던 나이.
세상만사가 맘에 들지 않아 늘 이맛살을 찌푸리고 다니던 나이.
날카롭고 못된 피가 흐르던 그 나이.
엄마의 임신 소식은
있을 수 없는, 있어서는 안될 일,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니 그 뒤로 제가 했던 못된 행투들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지요.
말도 안되는 짜증, 신경질에!
공부도 하지 않으면서 공부한다는 유세에!
말 한 마디 안 지고 꼿꼿이 신경줄 파드득대며 대드는 꼴에!
엄했던 아빠조차도 어쩌지 못하고
날카로운 얼음조각을 머금은 성난 파도같은,
그런 나날들이었습니다.
어찌나 저 혼자만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댔는지
그 시절 제 밑의 두 여동생에 대한 기억이 없어요.
분명 함께 살았는데...
저는 마치 저와 부모님만 우리집에 있었던 것처럼 기억되고 있어요.
혼자, 깊은 수렁 속에 갇혀있었죠.
어느 날,
엄마 배가 꽤 나온 여름 밤.
답답하다며 엄마가 아빠에게 산책을 나가자고 하는 소리를 제 방에서 들었어요.
'산책!'
'그 배를 하고!'
순간, 눈에서 불이 나면서 마루로 나가
"나가지 마! 챙피해!!!!"
라고 울부짖듯 소리쳐버렸습니다.
.
.
.
.
.
엄마가 거의 바깥 출입을 하지 않았었고
그래서 더욱 답답했던 것이었을텐데...
예나 지금이나 더위를 많이 타는 엄마인데...
하도 답답해서
밤에라도 조용히 나가보고 싶었을텐데...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순간,
어떤식으로도 보상해줄 수 없는 남에 대한 실수, 잘못..죄...를 짓던 시간.
.
.
.
.
돌이켜보면 제 부모님께 그 시간은
유리가루가 입혀진 외줄을 타며 하루하루를 버티는.. 그런 아슬아슬한 심정이 아니셨을까..짐작해요.
(아이씨, 눈물 나는데 엄마가 밥 먹으라네요. ㅠ.ㅜ
시간이 되면 뒷이야기를 또 올리도록 할게요.)
1. 퐁퐁솟는샘
'05.4.8 8:53 PM (211.48.xxx.13)인우둥님께 그런 시절이 있었군요
제가 알고 있는 인우둥님은
음식 맛깔스럽게 잘하고 동생들 잘 챙기고...
어른스런 느낌을 갖고 있었는데
이글을 읽어보니 나름대로 힘든 사춘기를 보냈었군요...
결혼해봐야 부모마음을 안다고 하지요
큰아덜넘이 이리저리 반항하던게 엊그제갖기만 하네요
왜 그랬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다며 그때는 무조건 반항하고만 싶었다고 말을해요
하기야 반항을 할때 오히려 어미인 제가 더 강하게 나가는 바람에
그 기간이 길지는 않았어요
인우둥님 나중에 결혼해서 아이키워보면
엄마의 마음 제대로 이해할수 있을거예요
뒷이야기 기대할게요~~~2. hippo
'05.4.8 10:13 PM (222.236.xxx.96)참 오랫만에 뵙네요.
제게도 그런 시절이 있어기에 눈이 뜨거워 지네요. 엄마 생각이 나서...3. 앙꼬
'05.4.8 11:49 PM (218.157.xxx.110)이건 제 어리석은 얘긴데요, 이제 그 나이면 어느정도 남녀의 야릇한 교감을 눈치챘을 나인데
내 세계의 전부인 우주나 마찬가지인 신성시 까지한 엄마, 아빠가 어떡 어떡해서 아기를 가졌다하면
뭔가 표현못할 배신감, 거부감을 느낀게 아닌가 생각되어요.
물론 15살 예민한 나이에 동생을 가진 엄마가 부끄러울수도 있었겠지요.
저도 어느날 (그러고보니 저도 15살) 우연찮게 엄마의 야사시한 속옷을 입은 모습에 넘
황당해서 그날 잠 못자고 머리가 많이도 복잡했답니다.
이건 넘 핵심을 파악 못한 글인가요..
에궁, 저도 엄마랑 참 많이도 싸웠는데, 저 결혼하고 아이 낳고하니 싸울일이 없네요.
되려 그 어려운 시절에 저희 어떻게 키웠나 생각하면 존경스러울 따름입니다.4. 마시오에
'05.4.9 5:13 AM (68.188.xxx.237)엄마.....라는 단어만큼 따뜻한건 없을거예요.
세계의 많은 언어중에 엄마라는 단어는 다들 비슷하다고 하죠.
에고...인우둥 어머님, 식사 늦게좀 준비하시지.
한참 잼나다가 끝나는 드라마처럼......
다음 이야기 기대할게요.5. 달개비
'05.4.9 9:45 AM (221.155.xxx.107)인우둥님께도 이런 시절이 있었다니...
고운 님의 얼굴과 매치가 안됩니다.ㅎㅎㅎ
2편 얼렁 올려 주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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