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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어제가 무슨 날이었는지 아시는 분~~~

아리아리 조회수 : 925
작성일 : 2005-03-09 11:20:30
82에는 맨날 눈팅만 했었는데^^
이제는 나도 어울렸으면 좋겠다 싶어서 글 남기네요..^^

어제...그러니까 3월 8일..
저와 제 남친 800일 되는 날이었죠..
저희는 올 가을에 결혼하는 예비 신혼부부랍니다.

그런데, 울 남친.. 건망증이 아주아주 심하답니다.
그래서 기념일 한번 제대로 기억해서 챙겨준 적이 없어요..(물론, 일부러 그런건 아닐테지만.)

반면, 저는 무진장 꼼꼼하구, 기억력좋구.. 그리고 무지 소심한..ㅋ
전형적인 A형 이지요..
그래서 남친이 기념일때마다 기억도 못하는데 어찌나 서운하던지요..^^;

그러다가..이번 800일을 며칠 앞두고 내심 큰 결심하나 했습니다..
이번엔 어떤지 꼭 두고보리라~
매번 앞으론 잘하겠다고, 다음번엔 꼭 신경쓰겠다고 큰 소리 쳤으니까..
이번엔..이번엔.. 입 꼭 다물로 지켜보리라..ㅋ

드디어 800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뭔가 다르긴 다르더군요.
며칠전부터, 3월 8일에 영화를 보자는 둥, 자기가 손수 맛난걸 해주겠다는 둥..

'하...드디어 이남자가 갱생했구나..'
'이제야 제 정신으로 돌아온게지...암..그럼.. 그동안 스파르타식으로 교육시킨 보람이있군..'
속으로 기대를 200%는 한거 같아요..

마침내 D-day!!

저는 아침부터 설레고..들뜨고..
남친 줄려고 산 선물을 몇번이고 뜯어보고, 저녁엔 꼭 스테이크를 먹으리라 다짐하고..ㅋ
(왜 꼭 무슨 특별한 날엔 스테이크를 먹어야겠다는 의무감(?)같은게 생기는건지...ㅡ,.ㅡ;;)

그 때 남친에게서 뗄레레 전화가 왔습니다..
====================================이하 전화내용=====================================

"저녁에 뭐 먹고싶어?? 내가 맛있는거 해줄께..말만해~!!"

"(내심 기대하면서..) 왜?? 오늘 무슨날이야?? (내겐 연기자의 피가 흐르는가..!!ㅋ)"

"그럼~! 오늘은 무지 특별한 날이잖아..바보 ~ 넌 그것도 몰랐지?!"

"오늘 특별한 날인거 자기 알고있었어? 난 나만 알고있는줄 알았는데..^^ (이미 헤벌레~해진 상태..)"

"내가 모르긴 왜 몰라!! 오늘이 얼마나 특별한 날인데~"

"그래? 그럼..오늘이 무슨날인데?"

"에이~ 난 다 안다니까~ 그럼 너부터 말해봐.. 오늘이 무슨날이게~"

"(당근 우리800일이지..ㅋ) 음....싫어~ 자기먼저 말해봐~^^"

"그럼 몇글자 인지만 말하자.. 난.. 네글자."

"(네글자?? 어떻게 네글자가 되지? 팔백일..분명 세글잔데..800일 이렇게 썼을때 네글자
라는건가?? 뭐지?? 이 불길한 느낌은 뭐야..) 어~ 이상하네..난 세글잔데..^^;"

이때부터 느낌이 조금 이상하긴 했었죠..ㅠ.ㅠ

"어..아닌데...그럼 우리 첫 자음만 서로 말해주자..난 <ㅇ>"

아니..이건 또 뭔가요...분평 <ㅍ>이 되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작전을 바꿨습니다..도대체 이 남자가 생각하는 특별한 날이 뭔지 알아야했으니까요..

"있자나..사실은 오늘이 무슨 날인지 난 몰라~ 내가 모르면 자기 서운할까봐 아는척 했었는데..^^;
근데..오늘이 무슨날이야?? 가르쳐줘~~"

"에이~~바보야~~ 그것도 몰랐어?! 오늘 ....."

이때부터 내 심장은 두근반..세근반..
침은 꼴딱 넘어가고....

"오늘.... <여성의 날> 이자나!!하하하하하!!"

뭐....뭡니까...그러니까...여성의 날이라서 그랬던 거란말인데..........
헤머로 뒷통수 한대 맞은거 같은 이 느낌은 어찌한단 말입니까!!

어이가 없어서 달력을 뒤져봤어요..
내 책상 달력에는 나와있지도 않은 여성의날!!
도대체 어느 남자가 여성의 날까지 챙겨가며 특별한 날로 정하겠냐고요!!

물론...그 전화통화 후로..
울 남친 제게 엄청 깨졌습니다..
"인간아!! 800일은 모르면서 여성의 날은 챙기냐!! 내가 그럴줄 알았어!!
내복에 무슨 기념일!! 어떻게 100일 주기로 건망증이 더 심해지냐고!!"

하지만...제 하소연을 들은 제 친구.. 제 남친이 참 귀엽다네요..

그래요..세상에서, 여성의 날이라고 손에 물 묻히면 안되다면서
자기가 직접 맛난 요리 해주겠다고 하는 남자가 몇이나 있겠어요..
여성의 날이니까 영화봐야 한다고 해 줄 남자가 몇이나 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한번 봐주기로 했습니다..ㅋ
그래도 쬐끔 고맙긴 하더군요... 덕분에 3월 8일이 여성의 날인지
태어나서 25년만에 처음 알았습니다..ㅋ

여성의 날...여왕대접 받은 사람은
나밖에 없을거라 스스로 위로하며..
그러게 800일 마감했네요...^^

* 그래도 조금은 서운하고 얄밉길래.. 멋지게 폼잡고 먹으려던 꽃등심 스테이크는...
버터 녹인 그릴에 가위로 잘라가며..야채랑 뒤범벅해서..글케 폼안나게 먹었습니다...ㅠ.ㅠ
"맛있게 먹어!! 빨리빨리 못먹냐!! 고기가 타자나!!" 이렇게 군기 잡으면서요..^^;
제 기에 눌려서.. 고기 별로 안좋아하고..느끼한거 잘 못먹는 제 남친..
헛구역질 해가면서 버터에 구운 고기..배터지게 먹었습니다...ㅋㅋ

이쯤되면...다음 900일은..제대로 챙겨주겠지요?!^^;
IP : 218.145.xxx.222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헤스티아
    '05.3.9 11:21 AM (220.117.xxx.79)

    ㅋㅋ'' [닭]표시 잊으셨어요!! 넘 즐겁네요!!

  • 2. 아리아리
    '05.3.9 11:25 AM (218.145.xxx.222)

    넵...표시했습니다...ㅋㅋㅋ

  • 3. 그린
    '05.3.9 11:38 AM (211.215.xxx.62)

    저도 제목보면서 달력을 찾아봤는데...
    역시 "닭" 맞으시군요...^^

  • 4. 헤르미온느
    '05.3.9 2:39 PM (211.214.xxx.113)

    800일...을 헤아리시는군요...ㅋㅋ... 꼼꼼한 에이형답당,,,
    전 삐형이라 얼렁뚱땅,, 대충대충,,,ㅋㅋ,,,
    축하하구,,, 돌 굴려유~OOOOOOOOOOOOOOOOOOOOO

  • 5. 아리아리
    '05.3.9 2:44 PM (218.145.xxx.222)

    1000일까지만 챙길라구요~^^
    지금까지 남친이 챙겨준적도 없으니..앞으로 두번은 챙겨달래도 괜찮겠죠?^^
    이런거..연애할때나 해보지, 결혼하면 이러지도 못할거 같아서
    할수있는건 다 해보구...추억 많이 만들어서 결혼하려고 합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 6. 지나가다
    '05.3.9 3:17 PM (211.35.xxx.162)

    으하하하~
    너무 잼있게 잘 읽었어요!
    나른한 오후 스트레스를 싹~ 날려주네요!

    앞으로도 행복하고 재미난 가정 꾸미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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