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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안돼는 남편

일단 익명 조회수 : 1,127
작성일 : 2004-12-30 09:19:10
결혼한지 10년 넘은 전업주부에요.

우리 남편... 큰 흠은 없어요. 직장에 성실하고 가정에 충실하고 아직도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 같고 뭐 사소한 불만은 있지만 큰 결점은 없지요.

그런데 문제는 전혀 대화가 안되는거에요. 대화하면서 좋게 끝나는 적이 없어요.
항상 '내가 왜 또 대화에 응해줬지?' 또는 '내가 왜 또 괜히 대화를 시작했지?' 하고
후회만 하게 돼요.

이 남자... 본심은 착한데 말버릇이 상대방을 너무 짜증나게 하는 타입. 예를 들어 내가 "A다"
라고 얘기하면 무조건 "아니다, B다" 라고 얘기하고 내가 만약 "B다"
라고 얘기했었더라면 당연히 "아니다 A다" 라고 얘기할 타입.... 이해가 가시나요?
한마디로 상대방이 뭐라고 했던간에 그걸 부정하는 재미로 대화하는 사람이지요.
정말 화나요!!

참고로 우린 지금 외국에서 살고 있고 이 문제의 남자도 외국인입니다.
그런데 이런 대화장애는 언어의 장벽이나 문화적인 차이가 아닌 순.전.히.
개인적으로 이상한 성격의 남편 때문입니다. 이 남자... 마누라한테 뿐만이 아니라
모든사람들과 그 모양입니다. 어떤땐 친구들한테 제가 다 미안할 지경이지요.
그래도 본심이 착한거 알고 친구들이 떨어져 나가거나 하지는 않아요.

어쨌든 이런 사람... 누가 뭐라해도 같이 살고 있는 제가 가장 피해자고 짜증나지요.
친구들이나 친척들은 어쩌다가 하루저녁 식사하면서 보면 끝나지만 전 항상 같이 있잖아요.
우리 시어머니나 시누이를 비롯해 심지어는 우리남편의 고등하교 여자동창생까지 저를
불쌍히(?) 여기더군요.
(저와 우리 시어머니는 만나면 남편/아들 흉보는 걸로 수다를 시작해요. -믿거나 말거나...
물론 한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겠지요? - 한참 같이 씹은 후 항상 시어머니가 "그래도 걔는 널
사랑하고 있고 단점 없는 사람 없으니까 네가 잘 데리고 살아라"로 결론을 내려 주시지요.
우리 시어머니 좋은건 다음 기회에 자랑하지요. 너무 쓸말이 많아서리...)

10년 넘게 이남자와 살면서 부부싸움을 안하는 방법을 터득했죠.
대화를 아예 안하는 것!
그런데 이거 정말 문제있는 것 아닌가요? 저야 82쿡도 있고 애들도 키우고 바쁘지만
우리남편이 좀 불쌍하다고 요즘 느껴져서요. 제가 너무 상대를 안해주거든요.

그런데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좀 말상대를 해줄려고 하면 꼭 날 다시
화나게 하는거에요.

이럴땐 어떻게 해야하는건가요? 대화를 하자니 항상 날 화나게 하고 대화를 아예 안하고
살 수는 없고... 정말 딜레마에요. 흑흑. 조언해주세요. 아님 최소한 그런 남편 데리고
사는 사람이 나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감이라도 주세요.

전 시차때문에 이만 자러가요.
IP : 81.67.xxx.4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4.12.30 10:43 AM (211.115.xxx.67)

    저는..
    앞으로 결혼할 남친이 이래요...
    사람은 좋은 사람인데..
    꼭 님 남편분 처럼 그렇게 대화를 합니다..
    저번에 저도 이 게시판에 한번 쓴적이 있었어요..
    그때 다른 분들이 미운말 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속된말로..
    경상도 사투리 중에 "쪼갠다"라는 말이 있는데요..(근데 써 놓구서도.. 이 뜻을 아실려나 모르겠네요...)
    진짜 사람 쪼개면서 대화를 합니다..(좀 빈정 거리기도 하고, 꼭 상대방이 이 대답을 듣고 싶은데 꼭 반대로 이야기 하고.. 진지한 이야기 잘 못하고...)

    그래서 아직도 한번씩 싸우게 되는 이유가 이런 이유로 싸우게 됩니다..

    저도 놔도 내 보고, 짜증도 내보고, 울면서 뭐라 그러기도 하고..
    그랬는데요..

    지금은..
    한창 심하게 할때 보다는 훨 나아 졌지만..
    그래도 한번씩 꼭 맘상할때까 저희 싸우는 날이 되긴 합니다..
    제가 하도 뭐라 그러니 자기도 좀 조심하는듯 하는듯 보이구요..
    정말 님 말처럼 제 남친도 한창 즐길때는 이게 본인의 대화 방법인것 같더라구요...
    제가 너무 싫다고 이야기 해도 아직은 왜 싫은지 잘 이해도 못하고.. 그렇더라구요..
    평생을 그렇게 살아 왔으니 오죽할까요..(또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기한테 정말 소중한 사람, 즉, 여친이나, 부인이나, 친 동생 등등 이런 사람한테만 더 심하게 구는것 같기도 하구요.. 제 남친은 친구들 모임에 한번씩 따라가도 친구들한테 저 한테 그러듯이 안 그래요... 남친 친구들한테 한번씩 이런 이야기 하면 놀라더라구요,.. 정말 그렇게 하냐구요...)

    그래도..
    정말 이건 천성인지 어쩐지..
    그렇게 쉽게 고쳐질것 같진 않아요..
    그냥 제가 반대로 이야기 하고, 좀 빈정거리듯이 이야기 해도..
    그냥 속은 아니겠지 하고 그냥 넘기거나..
    아님 저도 한번씩 남친이 하는 상황 고대로 만들어서 남친도 기분 나쁘게 만든후 진지하게 이야기도 하고 그래요...(니도 함 당해 봐라.. 이런 식으로요..)
    아님.. 제가 기분 안 좋을때 이러면..
    한판 대판 싸우거나...
    그냥 그래요..

    그래도 이부분 빼고 나머지는 괜찮은 사람이라 데불고 살려고 하긴 하는데요..


    솔직히...
    그래도 말 한마디에 정난다고...
    이런식으로 말하는게 좀 짜증나긴 하죠...^^

  • 2. 원글이
    '04.12.30 6:09 PM (81.67.xxx.41)

    이런 사람과 평생 사는거 생각보다 힘들어요.
    큰 결점이 있는사람과는 (바람, 도박, 폭력 등) 그냥 과감히 이혼하면 되지만
    이런 경우는 그럴 수도 없고... 천성적인 성격을 바꿀 수도 없고 (절대 안 바뀜)...
    정말 무슨 말을 못한다니까요.

    알콩달콩 사는 부부들 보면 부러워요.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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