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주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단지 어머니의 고향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스물 무렵에 익힌 탈춤으로 인해 스물서넛 즈음에는 민속학에 빠져들게 되었는데, 제주는 그야말로 민속학 연구의 보고였습니다.
그런데, 제주 민속에 대한 책을 찾아보니 저자가 전부 "진성기"라는 이름 뿐.
진성기님은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 국문과를 졸업했고 일생을 제주 민속 연구에 바친 분입니다.
(진성기님이 쓰신 제주 말, 민요, 풍속에 대한 책은 20여권에 이릅니다.)
제주에 갔을 때, 당시 제주시에 있던 그분의 개인 박물관으로 찾아가 뵙고 존경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비록 초라한(?) 박물관이었지만 한 개인의 고향에 대한 애정이 녹아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제주시(일도2동)에 있던 이 박물관이 79년에 삼양(까만 모래의 삼양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란 곳으로 옮겨가게 됩니다. (삼양은 제주시에서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제주시가 자연사박물관을 지으면서 그 땅을 수용해버린 거지요.
왜 하필 그분의 터에 굴러온 돌을 박아넣었느냐에 대해서는 말도 많았고, 진성기님도 그 터를 지키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결국 그 터에는 자연사박물관이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제주에 가시면 삼양이란 곳에 가셔서 그분의 박물관을 꼭 들러보시기 바랍니다.
큰 기대는 갖지 마시구요.
오히려, 여러분이 여태껏 봐왔던 박물관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해서, "이게 무슨 박물관이냐" 할 정도니까요.
여러분이 보실 것은 그곳의 크기나 유물수가 아니라, 한 개인이 일생을 쏟아부은 자취입니다.
혹 가시게 되면, 선생님의 노고를 아직도 깊이 새기고 있는 사람이 올린 글을 보고 왔다고 전해주십시오.
노 재야학자에게 그보다 큰 인사는 없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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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가실 때 꼭 들러보세요 - 제주 민속 박물관
무우꽃 조회수 : 885
작성일 : 2004-07-19 16:07:44
IP : 203.240.xxx.201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델리아
'04.7.19 6:15 PM (222.99.xxx.141)제주도에 가게 되면 꼭 들러보겠습니다.
2. 여름
'04.7.20 4:10 AM (211.178.xxx.100)옛날에
제주 시내에 있던 진성기님 박물관에 간 적 있었습니다.
좁고 낡은 실내에 꽉 찬 민속품들이 너무나 재미있고 인상적이었지요.
그분이 쓰신 제주 민속에 관한 책들 좋아 했었지요.
많이 사 봤고요.
그 뒤 몇 번 잘 지어진 자연사 박물관에 갈 때마다 싱겁기만한 느낌이었지요.
작년에 갔을때 안내하시는 분께 물어보니 시골로 이전했다고 하더군요.
그 땐 일행들 때문에 갈 수 없어 다음에 오면 꼭 가봐야지 했었는데...
근데 초라하지 않을것 같은데요?
전 이십몇년전의 그 곳 느낌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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