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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식 이야기

kim hyunjoo 조회수 : 1,225
작성일 : 2004-07-18 11:14:02
한 때 나에게는 엄청 큰 고민이 있었다.
만일,만일......
내게 한 가지 소원을 빌라고 한다면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세 가지 소원도 아니요,딱 한 가지 소원 말이다.
(참 누가 소원을 들어 준다고 그 때는 자못 혼자 심각했었던지....)

세 가지 소원이라면 즉각 대답은 이러했다.
첫째, 이 세상 모든 언어를 다 알아 들을 수 있을 것.
(일본 만화책을 좋아하다보니 원서를 보던 중 일어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했기에)
둘째,영원히 사는 것.
(드라큐라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늘 좋아했었다)
셋째, 시력이 좋아질 것.
(나는 초등학교 3학년 시력이 0.5,중 1 때는 0.1로 마이너스로 내려가고 있었다.)

중 1 때까지도 안경을 거부하다가 맨 앞에 앉아도 칠판이 잘 안 보이기 시작해서 할 수 없이 안경을 쓰기 시작했다.
지독한 근시에 심한 난시까지......
당연 나의 안경알은 빙빙 돌았고 안경을 끼고 보는 모든 사물은 늘 작고 좁게 보일밖에.
대학 2학년 초던가...,,안과의에게 권유를 받아 망설인 끝에 렌즈를 껴보았는데 얼마나 신기하고 가뿐하던지!
물론 고도 난시라 하드렌즈를 꼈기에 눈이 자주 충혈되는 불편에 눈을 깜박일 때마다 톡 튀어 나가서 잃어 버리기도 무수히 잃어 버렸었다.
그러다 난시가 들어 간 소프트 렌즈가 나와 바꿨는데 편하지만 역시 눈이 충혈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나는 속눈썹까지 심하게 아래,위로 찔리기 때문에 고등학교 때부터 정기적으로 안과를 다녀야했었고 레이저로 눈썹도 상당히 여러번 지졌었다.
종래는 찔리는 눈썹이 안 닿게 하기 위해 쌍꺼풀 수술도 위,아래로 받았다.
아래까지 절개선이 났으니 눈이 자연스럽고 예뻐질리가 만무.
첨 받은 쌍꺼풀 수술이 잘 되지 않아 몇 년 뒤 또 눈썹이 찔리게 되어 두 번째 수술을 권유 받았는데 두 번째 수술에서는 선생이 너무 지나치게 눈을 절개했다고 해야하나......
눈을 감아도 제대로 다 닫혀지질 않아서 한 1년 넘게 렌즈를 못 끼는 형이 내려졌다.
눈이 늘 제대로 닫히지 않으니 엄청 건조 해진 눈이라 도저히 렌즈를 끼지 못하는 상태였기 때문.
첨엔 그 이유를 몰라 유명하다는 서울 안과는 다 다녀봤었다.

“누나,제발 그 고등학교 때 모습을 재현하지 마라.”
안경을 쓸 때마다 내 동생이 나에게 한 말이다.
나는 유독 안경을 벗은 모습과 쓴 모습이 심하게 차이가 났었다.
그러니 그 1년 간 안경만을 써야했던 그 당시로서는 난 죽을 맛이였다.
평생 다시 렌즈를 낄 수 없을지도 모르기에 얼마나 절망스러웠던가.

다행이 1년 쯤 지나자 눈꺼풀이 당겨져 내려왔는지 안구 건조증이 좀 나아져서 렌즈를 다시 낄 수 있었다.
그러나 하드렌즈는 낄 수 없고 할 수 없이 난시 교정이 안되는 소프트 렌즈를 꼈고 당시 새로 나온 일회용 렌즈가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늘 인공 누액을 가지고 다니며 수시로 눈물을 넣어 줘야했다.

“자기,안경 꼭 써야 해?”
신혼 때 남편이 조심스럽게 나에게 묻는다.
나름대로 안경을 쓴 모습을 안 보여 주려고 했지만 언젠가부터 헤이해져 그냥 그대로 안경을 몇 번 쓴 모습을 아침에 보여줬더니 기겁을 하는 눈치.

난 첫 딸을 낳는 순간에도 렌즈를 낀 채 낳아서 딸애의 첫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는 렌즈를 빼라고 주의를 받아 둘째 아들의 첫모습을 보지 못했다.
다섯 손가락,발가락이라며 보라고 아기를 보여줬으나 아무런 형상을 알아볼 수 없었으니......
(무통분만의 마취로 자다가 아이를 낳아서 안경을 미쳐 수술실에 가져가지 못했었다.)

이러하니 눈에 대한 나의 고생과 고민은 참으로 대단하였던 것이다.
이런 차에 필리핀에서 여러 한국 엄마들이 라식 수술을 서로 받았다고 들어 내가 어찌 혹하지 않을 수 있으랴......
일단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인가 몇 번을 가서 검진을 했고 날짜를 받고 일주일 간 안경을 참고 쓰고 지냈다.
필리핀의 라식 수술을 유명하고 저렴(수술비는 해마다 오른다고는 들었지만)하기도 해서 다른 해외에서 관광 중에 와 수술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다.(당시 약 120만원?)
라식만을 따로 하는 그 안과는 늘 사람들로 가득 붐볐고 시설도 최신식이였다.병원을 확장해 두 군데를 운영할 정도로 인기였다.
놀라운 것은 상당히 나이가 많은 할머니,할아버지까지 와서 검진을 받으러 기다리는 모습을 보았다.

수술날.
보통 사람들은 무섭거나 놀라거나 아플 때 눈을 꼭 감는 법이다.
한데 이건 눈을 있는 대로 잡아 늘려 놓고 받는 수술인데다가 동공을 한 곳에 응시하고 있어야하니 얼마나 못 참을 듯 괴롭던지.
간호사가 움찔거리는 내 손과 발을 꼭 잡고 있었고......
내 생애 최고 무섭고 괴로웠던 순간이였다.

밖에서는 내 수술 과정이 크게 스크린에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그대로 중계(?)되고 있었고 녹화되고 있는 중.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하루는 눈을 뜰 수 없으니 장님 신세가 되어 남편을 의지 해 집에 돌아 왔다.
그런데 오른 쪽 눈이 좀 불편한가 싶더니 어찌나 아픈지.
너무 아프고 괴로워서 애꿎은 남편에게 짜증을 부리며 괜히 수술을 받았다고 징징에 화까지 냈었다.(남편은 이런 나때문에 역시 후에 받으려던 라식 수술을 포기했다.)
진통제를 밤새 먹고 다음 날 아침 눈 가리개를 벗는데......
이럴수가!
이건 기적이다.기적.렌즈없이 깨끗이 보여지는 세상이라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으면서도 내가 검진의에게 “기적이예요!”라고 몇 번을 감탄했는지.

하지만 삼일째 되는 날.
자꾸 불편한 오른쪽 눈이 좀 약간 뿌연가 싶더니 점점 더 뿌연 것이 심해져 갔다.병원에 가서 따로 다시 눈을 벌려 소독을 하고 뭔가 다시 긁어내는 듯하더니 이상없댄다.약을 따로 추가 처방 받기는 했다.
마카티의 유명하다는 안과도 따로 찾아가 문의했다.
이상 없댄다.
그러나 난 6개월간을 오른쪽 눈을 마치 트레이싱 페이퍼로 가린 듯한 상태로 지내야했다.
즉 왼쪽 눈으로만 보고 살았던 것.
1달마다 검사를 받고 약을 투여하고......
만나는 사람마다 어쩌냐하며 내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나?
(사실 난 별로 걱정은 안한다고 태연했지만 신경을 무지 썼던 모양이다)
6개월 째,의사가  다시 재 수술을 해 보자고 한다.
수술 날짜를 잡아 보자고 일주일 뒤 다시 오라는데 그 때부터 갑자기 조금씩 뿌연게 없어지는가 싶더니 어느날 아침 정상으로 돌아왔다.
검진을 받아 보니 양쪽 다 이제 1.0이랜다.
하지만 책을 볼 때면 뭔가 초점이 안 맞는 듯 불편했었다.
아무래도 미세한 차이가 있겠지......
혹 조금이래도 늦게 눈이 정상으로 돌아왔었더라면 애꿎게 또 수술을 받아야 했을텐데......

이것으로 끝이냐?
아니다.라식을 받은 눈은 안구 건조증이 생긴다.
내가 렌즈 끼고부터 늘 문제였던 안구건조증.
더 심해졌으니 또 충혈된 눈으로 괴로울밖에.

한국에 1달 간 친정에 가 있었는데 마침 황사가 심한 5월이라 나는 눈을 뜨기가 괴로울 정도로 고생을 해야했으니.
어려서부터 다니던 안과에 다시 다니게 되다니.
나를 잘 아는 여의사는 수술 받고 돌아 온(?) 내게 무척이나 놀라면서 깡도 좋네,그것도 필리핀에서 받다니 언젠가 후회할 날이 있을거다,라나.
내가 피곤하거나 몸이 안 좋을 때나 눈에 이상이 생길거란다.
눈이 너무 건조해서 눈에 상처가 너무 심하댄다.
최선의 방법으로 눈물샘을 막아 보기로 했다.
일주일 뒤에 저절로 녹아 없어지는 임시 막기를 해보기로 한 것.
영구적으로 막는 것은 가격이 쎄니 한 번 시도 해 보라는 것이였다.
(영구적으로 막는 것도 밑으로 밀어 내면 빠진다고는 한다)
눈물샘을 막는 것은 의외로 큰 효과라 2주일간을 막고 지내다 필리핀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필리핀에서도 충혈이 너무 자주되어 영구적으로 눈물샘을 막기로 결심.병원에 문의를 했더니 필리핀에는 그런 것이 없댄다.
꼭 하려면 미국에 오더를 해야하고 몇 달을 기다리라고 한다.
외국인이 봉인 이곳에서 얼마를 지불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시술해 보지않은 의사를 믿을 수가 없어서 나는 그것도 결국 포기했다.

늘 인공 누액을 넣고 다니면서 1년 쯤 지나 서울로 돌아 왔을 때 내 눈의 건조 상태는 훨씬 나아졌다.
이제는 인공누액에서 해방되었다.
물론 지금도 사람 많고 공기 나쁜 쇼핑몰을 다니면 바로 충혈되지만 그래도 무시 할 정도로 많이 호전된 상태.

요즘은 라식에서 라섹으로 훨씬 기계도 발달하고 수술이 더 안전해졌다고 한다.라식을 받은 사람들의 각종 부작용 이야기와 의견이 분분하지만 나는 너무나 만족하고 감사한다.
의학의 발달과 연구에 정말 기적을 실감하고 있다.

이제 불노장생과 언어 인식기 같은 것만 개발되면 내 소원 세가지는 완전 무결하게 이뤄지는 건데....
언젠가 될 것 같은데 그 때까지 살아 있을 수 있을까?

나의 눈 이야기.
여기서 그냥 해피 엔딩으로 끝맺음이 좋으련만....

IP : 81.205.xxx.243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강금희
    '04.7.18 2:11 PM (211.212.xxx.42)

    그러기를 빕니다.
    우리 아이도 고려중인데....

  • 2. 제민
    '04.7.18 3:40 PM (211.214.xxx.198)

    저도 고려중인데.. 라섹으로요..
    다시 잘 더 회복되시길 바랄꼐요

  • 3. 나도 라식
    '04.7.18 8:58 PM (221.151.xxx.229)

    자기들이 키워줄것도 아니면서 무조건 낳기만 하면 된다고, 애가 있어야 가정의 완성이라고
    부르짖는 사람들 이해할 수 없어요.
    그런 사람들하고는 말을 섞을 필요가 없어요. 조언이 아니라 자기 주장만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그 주장이 절대 진리인 것도 아니니까 문제지요.

  • 4. 김혜경
    '04.7.18 11:59 PM (211.215.xxx.64)

    저도 라식은 말리는 사람입니다...

  • 5. beawoman
    '04.7.19 9:38 AM (169.140.xxx.38)

    저도 늘 안경 쓰는 것이 귀찮지만 라식은 별루 안땡기네요.
    어이됐던 병원가서 하는 것은 고통이 따르고 뭔가 힘이 들것 같아서요.
    그나저나 건조증 있는 분들 정말 고생하시던데 조김하셔요

  • 6. 창원댁
    '04.7.19 1:29 PM (211.50.xxx.165)

    제가 라식을 했거든요
    이년반쯤 전에요
    렌즈를 오래 껴서 저도 툭하면 안과를 다녔어요
    라식하기 반년쯤전에 눈물샘을 막는 수술도 했었고요
    근데 나는 정말 좋은데....
    주변에 적극적으로 권하거든요
    수술하고 육개월정도는 눈부심 증상이 있어서 야간 운전하기가 피곤했었는데
    지금은 정말 좋아요
    안구건조증도 없고 암튼 수술후 정기검진 이후로는 안과를 가본적이 없어요
    건강하고 잘보이는 시력(1.2와 1.0)으로 잘 살고 있는뎅..

  • 7. 헤스티아
    '04.7.19 3:05 PM (218.144.xxx.195)

    원래 질환을 앓아 안구건조증이 있던 저.. 안구건조증이 심해질지 몰라 엑시머를 했었지요...
    한쪽 눈은 엑시머 하긴 많이 나빴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구요...

    아파서 한달은 고생했는데 (엑시머는 아프지요...--;) 지금은 대만족입니다.
    이상하게 습기가 많은 날에는 약간 초점이 흐려지는데, 안경쓰고도 시력이 0.7밖에 나오지 않던 것에 비하면 전 너무 좋답니다.

  • 8. 깜찍새댁
    '04.7.19 3:43 PM (61.73.xxx.157)

    흐린날은 좀 침침하죠...^^
    그래도 머 안경쓸땐 안그랬나요..
    전 새인생이라 생각하는데요...
    저도 수술전엔.....원래 겁이 많은데다가 후유증등등 무서운 얘기를 많이 들어서 걱정 많았죠..
    근데요......
    정말 원글님처럼.......너무나 절실해서 수술하는 사람들에게..라식 무서우니 하지말아라...그러시는건..그 고통을 잘 몰라서 하시는 말씀이십니다...
    충분히 알아보고 충분히 상담받고.....그래서 수술받아 저처럼...새인생 찾는 기쁨 누릴수도 잇거든요..^^
    머 아주 하찮게 여기는 쌍꺼풀 수술도 잘못하면 평생 눈 못감고 잔다 하잖아요...

    저와 저희 친정언니...수술 후 왜 진작 수술 안했떤가......울언니 표현....과부달변을 내서라도 해야할 수술이다.....ㅎㅎㅎ암튼 그랬담니다..

    안경쓰는게 귀찮은 정도가 아니라..코 모양이 변하고 안경에 눌려서 살이 내려앉고..얼굴형도 변하고....렌즈 부작용에 맨날 토끼눈에 그것도 무슨 행사 잇을때 1,2시간 렌즈 끼면 눈이 빠자질것 같은 아픔.........
    저도 눈 나쁜 주변인에게 무지하니 추천하죠...

    저 지금 1.2정도 나옵니다...ㅋㅋㅋ
    그냥......라식이라는 말에 잉?하면서 들어왔따 한마디했습니당...=3=3

  • 9. 리틀 세실리아
    '04.7.19 5:01 PM (210.118.xxx.2)

    저도 처음 본 케이스인데,
    친구한명이 수술하고나서 바로 부작용 생겨서 지금 눈도 잘 못뜨고 다닐정도여요.
    정말 흔치 않은 케이스지만,
    그걸 보고나니까 신랑 못시켜주겠더라구요...
    물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담그냐고 하시면 할말은없지만,
    바로 옆에서 지켜보자니 넘 무섭더라구요.

    물론, 수술성공해서 라식예찬론자인 사람들 훨씬 많이 보았긴 했어요^^

  • 10. 수술했어요
    '04.7.19 5:17 PM (61.82.xxx.28)

    건조증도,눈부심도,시간이흐르니 좋아지더이다.. 좋은점이 훨씬많지않습니까?^^

  • 11. 글쎄요
    '04.7.19 9:33 PM (211.208.xxx.134)

    당장은 좋은지 몰라도 5년, 10년후를 모르는 게 라식이라잖아요.
    우리 몸에서 제일 회복속도가 더딘 곳이 눈이라더군요.
    아니.. 죽을 때까지 회복이 완전히 안 되기 때문에 회복불능이라고도 한다니..
    눈 잘못 되면 절대로 회복 안 됩니다..

  • 12. kim hyunjoo
    '04.7.19 10:15 PM (81.205.xxx.243)

    선택은 본인이 해야죠...저처럼 정말 절실히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고.....사실....늘 생각하는데 저 그 안경 끼고 선 나갔음 시집 못 갔어요.ㅠ.ㅜ....전 선 봐서 결혼했기땜에....
    연애나 제대로 했을랑가? 그 안경 끼고 살았음? 정말 희안하게 안경 쓰면 얼굴 인상이 팍 변하고 ...넘넘 아닌 얼굴 되거든요? ^^;; 하지만 부작용으로 다시 시력이 나빠지는 분들 얘기도 많이 들었는데 그만큼 신중하고 눈 관리를 잘 해야겠죠.절대 눈 비비면 안된다는데....
    전 좀 비비며 사는 편이죠.
    가장 웃긴 건 제가 6개월이 한참 지나서도 자다가 깨면 "어머,렌즈 빼고 자야하는데...."이랬다니깐여...ㅋㅋ 아침에 눈 뜨자마자 바로 보이는 시계.그것이 참 행복이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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