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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씁쓸한 통화...

강금희 조회수 : 1,071
작성일 : 2004-05-11 21:26:50
그냥 제 신혼 때가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맞선 본 지 3개월 만에 결혼하게 됐는데
신랑이 안성에서 하숙하며 직장 다니고 저는 서울서 직장을 다니고 있었죠.
한참 혼수 준비할 무렵 시댁에서 전세 구해줄 형편이 안됐는지 얼핏 들리는 말이
신랑은 그냥 안성서 직장 다니고 저더러 덕소 시댁에 들와 살면 어떻겠냐고
시부께서 넌지시 말을 꺼냈다는군요.

저는 난 결혼 안급하니 좀 있다 결혼하자는 의견을 신랑 편에 보냈고
정년퇴직 전에 맏아들 결혼을 시켜야 하는 시댁에선
어렵사리 전세자금을 반만 준비해 주시더라구요.

신혼여행 다녀온 후부터 주말이면 한 주도 안 거르고 덕소 시댁 가서 하룻밤 자고 오고
연중 11번 있는 제사와 시부모님 생신에도 꼬박 가서 자고 오고
서너 달 후에 아이가 생겨 심한 입덧 과정을 거치면서도
배불뚝이가 되어가면서도 토욜 퇴근 후면 여지없이 덕소엘 갔습니다.
단 한 주도 거르지 못하고...

시숙모님이 시댁 바로 옆에 살고 계셨는데 아들 백일 무렵 시삼촌 돌아가시고
그때까지 계속 붙어 사셨다는 얘길 듣고 안쓰러워서
그분 첫 생신 때 생신상 제가 차려 드렸구요.
총각 때는 돈 벌어 저 혼자 썼다는 신랑,
결혼 후에는 시부모님께 매달 용돈 30만원씩 드렸구요.

그렇게 가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고민도 하지 않았지 싶습니다.
내색은 않으셨지만 모임이 많았던 저희 시모께서는 주말마다 찾아오는 아들며느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모임도 수두룩했고....

지금 생각하면 내가 미쳤거나, 바보였거나, 정신이 나갔지 싶습니다.
다만, 며느리로서 당연히 그렇게 해야 되는 줄 알았던 것 같아요.

이후 아이를 낳고 3개월 후,
당시 새로 창간하는 문예지를 맡아달라는 어느 회사의 요청에 도저히 유혹을 떨쳐버릴 수 없어
시댁 집 팔고 이곳 수원으로 이사 오시게 했습니다요, 제가.
이왕 정년퇴직한 시댁 생활비를 걱정할 바에야, 글고 내 아이 육아문제도 있으니....
원래 미리 계산을 못하는 저로서는
그때도 시동생 시누이 다 있는 집의 시집살이라는 거에 대해서는 두려움이란 게 없었죠. ㅠ.ㅠ

그래서 지금껏 산 넘고 물 건너며 십오륙 년.
조선팔도를 뒤져도 찾아볼 수 없을 괴팍한 시부는 작년 이맘때 돌아가시고
시모께서는 노총각 시동생과 서울서 살고 계십니다.
실명을 쓰는 관계로 여러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자세한 얘기는 생략합니다, 헤헤.

야튼, 신혼 때 주말마다 시댁 다닌 이래
시댁에 저의 이미지메이킹이 확실해져서 이후 시댁식구들뿐만 아니라
일가친척 온 대소가 어른들 그 누구도 저를 못 건드립니다요.
차츰차츰 모든 집안일들이 저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말할 것도 없구요.

피에르님,
염장 절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온 제가 마냥 행복했겠습니까.
실명으론 도저히 못할 얘기도 많습니다만 저 지금 너무 편하게 삽니다. 몸도 마음도.

언젠가 쓴 적 있지만,
조금만 참으며 견디면 상황은 언제나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선이 됩디다.
힘냅시다. 내가 힘을 내면 두려움도 하찮아 보입니다.
탈출구를 만들어보세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빛이 들어옵니다.

제 얘기가 주제넘었다면 용서를 구합니다.
저도 여기서 이런 얘기를 하리라곤... 전혀 계산에 없었습니다.

IP : 211.212.xxx.42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04.5.11 10:11 PM (69.5.xxx.107)

    저 역시 공감입니다..
    전 우울증이 와서 정말 황폐화 되기까지 했더랬습니다만...
    당신도 사람인지라..당신 잘못한거 아시더군요..제 입으로 따지지 않고 산 세월이지만..그 괴팍하던 시부모님...지금..정말 잘 하십니다..

    어느것이 현명한 일인지 알수 없습니다..저의 잃어 버린 눈물의 세월을 생각하면..
    그러나..정말 화평한 집안의 모양새를 하고 있는 것이..지금은 그저 감사하고..고마울 뿐입니다..
    그 과정에서 저 또한 많이 자랄수 있었음을 돌이켜 보니 알겠습니다..세상엔 쉬운 일이 없습니다..내 희생없이 모든것이 다 내가 원하는 모양새로 돌아간다는 것은 거의 로또 당첨 수준의 행운인거 같아요..

  • 2. yuni
    '04.5.11 10:13 PM (218.52.xxx.55)

    강금희님 말씀은 젊은 새댁들에겐 전혀 이해가 안가는,
    그러나 저같은 늙수구레한 아지매들은 무릎치며 수긍하는 얘기입니다.
    상황은 언젠가 나에게 유리한 쪽으로 개선이 된다는 말에 공감합니다.

  • 3. 정말...
    '04.5.11 10:43 PM (220.118.xxx.14)

    정말 마음에 와 닿는 말씀입니다.
    늘 보면 감정으로 충고하는 분들을 보며 아, 이것이 지금 세대의 사고방식이구나 ! 생각하지만
    한편 씁쓸한 마음은 어쩔수 없더군요.
    강금희 님의 말씀처럼 현명한 대응이 필요할것 같습니다.
    친구가 생각납니다. 특별한 시부모님과 보통이 아닌 시누이,
    그리고 끊이지 않게 부채를 만들어 해결해 달라는 시동생을 보면서 얼마나 힘들었겠습니까.
    심장병이 생겨가며 버티던 친구의 이십년이 넘는 세월은 그 만큼 보람이 있더군요.
    동서가 생기고 시어머니도 주변을 돌아보시며 나아지시지만
    친구의 마음씀이 모든 것을 바꾸더군요.
    스스로가 바뀌니 다 바뀐다구요.
    얼마전에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병원에서 그런다데요.
    스트레스 지수 제로는 첨 봤다구뇨.
    내 친구 왜 스트레스를 안 받겠습니까.
    무슨 날마다 서울서 온갖음식 다 해서 나르는 데요. 시댁서 뭐 할려면 밀가루부터 다 사야되서......

  • 4. 좋은 말씀이네요
    '04.5.11 11:36 PM (218.144.xxx.40)

    참 어렵지만 좋은 말씀이네요.
    거의 성인의 반열에 드신듯 합니다.

    근데 그건 정말 자기 자신을 온전히 비워내야하는 아픈 과정을 거쳐야하고,
    저는 그 과정에서 아무래도 암에 걸릴것 같아 절대루 실행에 옮길수 없을것 같아요 ㅠㅠ

  • 5. 강금희
    '04.5.11 11:41 PM (211.212.xxx.42)

    아이구, 여러분 고맙습니다.
    야유와 함께 돌 맞을까 염려했었는데 이렇게 지지하시는 분도 있으시군요.
    피에르님 고민은 십분 공감합니다만
    또한 자신이 겪는 고통에 대해서는 그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함께할 수 없는 얘기들이
    바닷가 모래산처럼 쌓여 있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세상은 결국 자신의 경영으로 꾸려지는 것이라고 굳게 믿기에
    결국에는 나에게 득이 될 방식으로 경영해야 한다고 믿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내 뼛골이 가루가 되어야 남들이 좋아한다는 우리 시모 말씀따나
    그 모든 것들이 급기야는 내 덕으로 돌아오더라는 사실을 체험했기에 감히 첨언합니다.

  • 6. 모두가
    '04.5.11 11:46 PM (61.73.xxx.239)

    좋을 수는 없는걸까요? 어느 한 사람의 희생으로 다른 이들이 좋아한다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모든 이들이 나누는 희생이라면 나누는 만큼 정말 가볍게 감내할 수 있겠지만요. 희생하는 사람이 즐겁게 해낼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런것을 강요하는건 안된다고 봐요.

  • 7. 강금희
    '04.5.12 12:05 AM (211.212.xxx.42)

    그렇게 합리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에
    우린 두 발 다 빠뜨리고 산다는 슬픈 현실을 인정해야만 하겠지요.
    돌아보면 도처에 불합리투성이고
    너무나 가까운 곳에 내가 건너야 할 함정이 도사리고 있잖아요.

  • 8. 글쎄요
    '04.5.12 12:17 AM (211.209.xxx.65)

    참고 잘하면 상황이 언젠가 개선이 되는 경우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분명 있을 겁니다. 언젠가 나아진다 해도..그 오랜 시간을 고생하고 나중에 행복을 찾는다..글쎄요. 전 별로...

  • 9. 나원참
    '04.5.12 12:51 AM (219.250.xxx.139)

    사실은 저희 친정엄마가 유별난 할머니 시집살이 다 참아내시고,
    남들한테 현모네.. 양처네.. 효부네.. 그런 소리 듣고 사시면서,
    지금까지 가정 너무나 화목하게 잘 꾸리셨고,
    이제는 할머니 대신 집안의 어른이자 중심으로 큰 몫을 하고 사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딸인 저는..
    시집오기 전까지 엄마 곁에서 성장하면서 누구보다 솔직한 엄마모습을 봤었답니다.

    남편을 비롯하여 시부모, 자식들, 친척들, ..
    주변 사람 모두가 편안하기 위해 얼마나 철저히 엄마가 자신을 죽이고 숨겼는지..
    그리고 그것이 결국 십년이 가도, 이십년이 가도, 그리고 삼십년이 넘어도..
    한 가정을 잘 지켜냈다는 뿌듯함과 대견함,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 속에서도
    간간히 묻어나는 지난 세월에 대한 한탄과 후회들..
    다시 한번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 엄마의 선택도 다를꺼라 하시더라구요.


    엄마처럼 그렇게 참고살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시작한 결혼생활인데,
    어쩌다가 30년 전 우리 할머니같은 시모 만나서
    (울 엄마는 그나마 시대라도 옛날이었지-_-;)
    대한민국 2시간 30분에 서울-부산 왕복하는 이 고속철 시대에도
    울 엄마 당했던 세월을 살아갈듯한 불길한 예감에 몸서리가 쳐집니다.


    그래서 저는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던 그 마음을 쉽게 잃지 않으려 합니다.
    시엄마 눈에서 나를 잡아먹을듯 용가리 불을 내뿜고 노려보더라도,
    속으로는 심장이 벌렁벌렁 뒤집힐 듯 떨리더라도..
    아주.. 결연히.. 맞설랍니다.
    인권침해에 민주주의 탄압이 먼데 있는게 아니다 싶을때 조차 있거든요..-_-;


    그렇지만 선배님의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애정어린,
    그리고 조심스러운 충고들에는 고개숙여 숙연한 마음이 들었음을 고백하고 싶습니다.
    저희 엄마 같으실꺼란 생각도 들고..^_^;

  • 10. 쵸콜릿
    '04.5.12 2:17 AM (211.211.xxx.109)

    우리엄마 그렇게 사시다가 암 얻으셨습니다.
    집안에서의 위치야 뭐 너무 확고하지만...
    그것때문에 그렇게 사시라고 하고 싶지 않네요.
    그게 뭐 그렇게 중요한가요.

  • 11. 아닙니다
    '04.5.12 6:28 AM (194.80.xxx.10)

    강금희님의 글 잘 읽었는데요.
    15년 만에 얻은 상황 개선이라...
    강금희 님의 내공이 강해서 스트레스에 대처를 잘 해오신 것 아닐까요.

    몇년동안 중풍으로 쓰러진 시부모 간병하다가... 돌아가시면 효부 열부 소리 듣지요.
    그렇지만 그런 상황은 피치못할 사정이니, 마음을 다스리며 살 법도 하지만요.

    하지만,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우리나라 시부모들의 아들 며느리에 대한 집착은 제가 보기에는 심리적 장애 수준입니다.

  • 12. ....
    '04.5.12 7:28 AM (69.5.xxx.107)

    위에 쓴 ...입니다..
    다들..우리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며느리만 당하고 산다는 것이지요..우리 며느리들이 마음 고생하는 만큼 시어머님도 마음 고생이 있으셨다는 걸 이 나이 되니 알겠습니다...

    우리가 시어머님 때문에 마음 고생 할때 어머님도 우리가 모르는 마음 고생을 하고 계시다는걸...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아들을 낳아 자립 시킬때 까지 그 남편들은 그 분들의 꿈이 셨지요..우리가 우리 아들을 키울때 그리 유난이 듯이..
    흠 많아 보이는 우리 신랑들이 그 분들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식인거지요...

    조금씩 마음의 지경을 넗혀가다보면...너무 헌신하지 않으셔도...너무 희생하지 않으셔도 ..암 걸리지 않으셔도..될 듯 합니다..
    너무 더하기 빼기..정확히 하시지 마시고..조금만 여유를 드려 보세요..

    조금..너그럽게가..집안의 화목을 가져 올 수도...냉기를 가져 올 수도...있습니다..
    우리 가족만...위하는 며느리가 집에 들어와 집에 냉기가 좌 악 돌기를 바라시겠습니까?

    우리도 곧....시어머니의 자리에 선다는 걸..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 13. 오소리
    '04.5.12 9:03 AM (210.105.xxx.253)

    집안의 위치고 뭐고 간에 사람이 살고 봐야죠,
    그렇게 한 사람의 희생으로 얻어진 게 과연 뭘까요?
    집안이 그 여인 중심으로 돌아간들 그게 무슨 영환가요?
    우리는 행복하게 살기 바라는 평범한 사람아닌가요?

  • 14. 글쎄요
    '04.5.12 9:24 AM (211.209.xxx.65)

    ...님, 며느리분이 평소 기본적인 도리도 안 하고 오로지 자기 가족만 돌보고 시부모님을 냉대했다면 그건 마음 고생을 시키는 것이지만, 이 분과 같은, 또는 대부분의 경우 그렇지는 않다고 봐요. 시부모님들께서 과다한 기대를 하고 과다하게 요구하시는거죠. 아들에게 거는 과다한 꿈과 기대, 내가 이만큼 키워줬으니 너도 이만큼 해야된다 그런건 이제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 15. 요조숙녀
    '04.5.12 11:08 AM (61.79.xxx.1)

    젊은이와 노인의 차이는
    노인은 젊은시절이 있다는걸 알고있는데 젊은이는 자기에서 노인시절이 있다는걸 모른다네요.
    나이들면 누구도 큰소리 칠수없습니다
    우리나라처럼 자식에게 헌신하는 어머니.아버지들 자연히 기대도큽니다.
    절대 기대지 않겠다던 많은 사람들도 자기도 모르게 물적이든 심적이든 기대고 싶다네요

  • 16. ㅊㅇㄱ
    '04.5.12 11:41 AM (221.151.xxx.90)

    개인 차원에서 참았더니 나중에 좋더라 라고 할 수는 있고, 존경할 만도 하지만
    그걸 다음 세대에게 권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군요. 그렇게 참고 사는 천사표들 때문에 그것이 규범이되어서 다들 그러리라고 기대를 하게 되니까요.
    결국 부당한 불평등을 조장하는 것에다름 아니라는 거지요.
    십몇년 지나면 좋아지더라 하지만 그 좋다는 게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닌 것 같네요.
    시댁이 내중심으로 돌아가고 내가 주도권을 쥔다고 해서 그리 좋을런지? 말하자면 그것도나름대로 권력이니, 그런거 좋아하시는 분들은 거기서 만족을 얻을 수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십여년 맘고생 끝에 얻은 그 행복의 양하고 맘고생의 불행하고 플러스 마이너스 해보면 그게 과연 남는 거라고 할 수 있을지?

    제발 우린 이렇게 고생하고 살았더니 좋더라 그러니 니들도 함 해봐라 하면서 지금의 그릇된 관행을 연장시키는 일에 동참하지마셨음 합니다.

    요조님 노인 얘기 그럴듯 하지만
    그럼 친정부모님은 노인 아닌가요?
    왜 남자쪽만 그러냐는 게 근본적인 문제지
    노소갈등이아니라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 17. 오소리
    '04.5.12 12:29 PM (210.105.xxx.253)

    우리 어릴 때, 그랬죠.. 얘들 클 때면 군대 안 갈꺼야. 라고.
    그런데, 그게 어디 그런가요?
    막연히 나중엔 더 좋은 세상 오겠지. 한다고 오는 게 아니죠.
    우리가 만드는거죠. 거창하게 머리에 띠 두르고, 촛불들고 바꾸는게 아니라
    나부터 우리 가족부터 바꾸는거죠.

  • 18. 한마디
    '04.5.12 12:52 PM (61.73.xxx.23)

    참고 넘기는것 좋겠지만, 저처럼 성격이 모난 사람은 그거 참다가 병걸려 죽습니다. 그리고 님 시어머니처럼 공을 알아주신다면, 더 바랄것도 없겠지요.

    무조건 희생을 강요하시는데, 제 형님을 보아도 결코 공을 알아주시지 않아요. 단지 쟤는 내말은 참 잘들어서 좋아라고 말씀하시는거 들었습니다. 그리고 형님의 고통이나 맘따윈 생각도 안하십니다. 걔는 큰며느리잖아? 하고 그냥 넘겨버리기 일쑤이죠.

    아주버님이 워낙 형님에게 끔찍하게 잘해주시는거 알지만, 그런거로 위안받고 사는 형님이 너무 안되보입니다. 그리고 자기 부모의 잘못된 행동으로 벌써부터 저에게 쩔쩔매고 사는 남편이 너무 불쌍하기도 합니다.

    왜 그렇게 어른이라는 이유로 일방적이게 참고 살아야합니까???

    그게 나중에 돌아가실때, 우리 착한 며느리 고마웠다 이런 말 한마디 듣고, 다른사람에게 칭소을 받는것이 최선일까요?

    저는 이기주의자여서 모르지만, 내가 행복해야 이세상도 행복할꺼라고 느끼는 사람입니다.

    희생은 한사람으로 끝내기엔 세상에 너무 변하고 있네요.

  • 19. 맞어..
    '04.5.12 9:34 PM (61.85.xxx.14)

    ㅊㅇㄱ님 글에 절대적으로 동감....
    우리부터 변해야 해요
    싫어도 예예~하며 속병들어 살다 나중에 효부소리 들으면 뭐합니까?

  • 20. ....
    '04.5.13 4:53 AM (69.5.xxx.107)

    효부소리 듣자고 하는 일 아니랍니다..그리고 아무도 효부라고 하지 않을거구요..그냥 새사람이 집에 들오와서 가족 화목하게 사는 모습 만들어 가는 거지요..

    처음엔 불 같은 사랑으로 부부의 연으로 살다가도 같이 살다보면 어느덧 그 사랑이 측은지심으로 변해 있듯이..시부모님도 호랑이 같아 보이다가 어느날 문득 초라한 한 늙은이가 앉아 있음을 느끼실 날이 올지도 몰라요..
    나이들면 젊은 사람이 날 무시하면 어쩌나...자격지심에..자신이 늙어 간다는 사실을 받아 들이기 어렵고..점점 힘없어 가는 자신이 겁이나 두겹 세겹 더욱 기선을 잡아보려고 하시기도 하구요..

    제가 크면서 난 엄마 처럼 공부로 애 잡지 말아야지..하면서 컸는데..전 똑같이 제 애들을 잡아요..^^
    내가 엄마가 되면 참 합리적으로 애를 잘 키울거 같았는데..우리 애들 입에서 나오는 대사가 어쩜 제 어릴적 대사랑 같던지...

    어느날..내가 과연 우리 시어머님보다 좋은 시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싶더군요..그 자리에 서 보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수 없는 감정이 있을테니까요,,,

    강요하는 거 아니예요..
    제가 너무 아파보니..후회되는 부분들이 있더라구요..
    내가 조금만 더 그릇이 컸다면...그렇게 아프지 않았을 것을...하구요..

    음식 만들기가 하찮은 일 일수 있지요..사 먹을수도 있구요...하지만 우리가 정성껏 만들어 가족이 먹을때 우리가 행복하듯이 우리가 조금 넉넉헌 마음으로 시댁어른들을 보듬어 안을때 또 다른 감사가 있다는 걸...말하고 싶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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