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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엽물(獵物)상자.

아라레 조회수 : 1,350
작성일 : 2004-02-17 12:30:15
무엇이든 쪼물딱 거리며 만드는 걸 좋아하는지라
예전엔 구두상자며 참치캔 상자등등에
시트지나 예쁜 천을 붙여서 선물상자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선물상자로 쓰인게 아니라
편지나 잡동사니등을 수납하는데 쓰였지만.

예쁘게 장식된 상자나 깡통에 걸맞는
악세사리나 작은 소품들은 어데 가고
그 속을 엽기적인 물건들로 채우고 있는
특수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들이
저를 포함해 제 주변엔 많습니다. -_- (유유상종, 근묵자흑)


<case 1. 평범한 내복상자>
주인: 내 남편
발견장소: 남편의 총각 때 쓰던방 책상 한구석에서
쇼킹강도: 하

내용: 겉모양새도 무척이나 평이해서 별 궁금증도 없이
        열어봤더니 노오랗게 꼬깃꼬깃 접혀서
        가장자리는 다 떨어져 나간 종이 쪽지와
        국민학교때부터의 명찰, 보이스카웃 표찰, 극장앞서
        나눠주던 손바닥만한 영화포스터달력 등등..
        종이를 펴보니 작은 글씨로 누군가의 이름들이 잔뜩 씌여져 있고
        이상한 글들이 적혀있음.

군대시절 외워야했던 선입들의 순번과
외워야 할 군기외(?.. 뭐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음) 기타사항들이라 함.
것도 쉬는 시간, 보초설 때 등등 외우면 바로
주먹과 발로 걷어채여서 화장실갈 때나
숨어 보면서 외워야 해서
남편의 군복 호주머니에서 꼬깃꼬깃 접혀있던 것...
(어쩐지 좀 구린 냄새가 났어... -_-;;)
그렇게 군대라면 학을 떼면서 그걸
고이 간직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
제대한지 10여년 가까이 됐는데도 아직도 외우고 있음.
나랑 첨 만났을 때 내가 무슨 옷 입었는지는 기억도 못하면서...


<case 2. 오르골이 되는 보석상자>
주인: 내 친구
쇼킹강도: 중중

내용: 자신의 귓밥을 파던 중 건진 왕대박에 감격해
        그 감동을 영원히 간직하고자 소중히
        빌로도천 정 중앙에 보관하고 계심.


<case 3. 약간 묵직한 나무상자>
주인: 아까 그 친구 남동생
쇼킹강도: 중상
발견장소: 남동생 책상서랍에 깊이 감춰져 있다함.

내용: 혈육의 정은 못속인다고 그 동생 역쉬
        머리 긁다 떨어져 나온 거의 직경 1cm를 넘는
        왕비듬+머리딱정이를 부서질새라
        국보급으로 간직하고 있음.
        뭔가를 건질 생각으로 남동생 서랍을 뒤졌던
        내 친구 그걸 보고 자는 동생 얼굴을
        지긋히 밟아주었다 함.
        나는 뭐 묻은개... 속담을 일갈함.


<case 4. 노란 레모나 타원깡통>
주인: 나, 아라레.
쇼킹강도: 특상 (내가 받은 쇼킹이 아님)
발견장소: 침대옆 협탁 서랍

내용: 가뜩이나 적은 머리숱인데
        감을 때, 빗을 때. 자고 일어난 때 등등...
        자꾸 이탈해가는 머리카락들을 애석해하며
        머리 감고 난 후 빠진 머리들을 주워 보관함.
        나중에 가발이나 바늘꽂이에 들어갈 심지로 만들 생각을 하며.

사건발생: 친정에 가있는 동안 남편에게 침대위치를 바꾸라 명함.
          혼자서 힘 못쓰기에 시동생과 합작하여 어기영차 일을 하고
          마침 열려진 서랍에서 레모나 깡통을 본 시동생.....

          힘 썼으니 비타민C 좀 먹자며
          --그 깡통의 실체를 알고 있는 남편이 말릴새도 없이
          (남편 신혼 때 그거 보고 거의 혼절... =ㅅ=;;)--

          좋아라 그 뚜껑을 열다
          시꺼먼 머리 뭉텅이가 가득 찬 걸 보고 심장마비 걸릴뻔함.
          너무 놀라 뒤로 번쩍 엉덩방아 찧고
          머리는 벽 모서리에 부딪치심.
          집에 돌아와서 그 얘길 듣고 눈물을 머금고 내 분신들을 버림.






IP : 210.117.xxx.164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키세스
    '04.2.17 12:50 PM (211.176.xxx.151)

    身體髮膚는 受之父母라 不敢毁傷이 孝之始也라.
    옛사람들은 머리카락을 아라레님처럼 모았다가 관에 묻었다지요.
    그래도 친구분과 친구 남동생같이 효성이 지극한 사람들은 처음 봅니다. ㅡ_ㅡ ! <ㅡ 감동중
    끄덕끄덕 으~~~

  • 2. 꾸득꾸득
    '04.2.17 1:43 PM (220.94.xxx.66)

    으하하하하핳~~`
    뒤로 넘어져요...
    아 머리카락은 넘 무서워요.ㅠ.ㅠ
    근데 저도 귓밥파다 큰거 나오면 감동먹고 10분간은 열심히 관찰하고 만지작 거리면 울신랑이 드럽다고 획 나꿔채서 버립니다..ㅠ,.ㅠ

  • 3. 깜찌기 펭
    '04.2.17 2:45 PM (220.81.xxx.207)

    귀밥.. 머리카락..ㅋㅋㅋ
    나두 모아볼까?
    음..

  • 4. 자연산의처
    '04.2.17 2:57 PM (211.59.xxx.86)

    기인들이(엽기인?) 간혹 있긴 있군여...^^;;;
    귀밥이나 머리카락보다 이건 더할래나여?
    저희 자연산은 유난히도 긴 毛하나를 아주 소중히 간직하고 있죠.
    앨범에 고이 간직중..
    자칭 중학교때 처음 생긴것인데 아까워 버릴수 없는거라고...ㅜㅜ
    어디 毛인지는 대충.. 엽기 자연산.

    저에게도 소중한 상자가 하나 있어요.
    월드컵 운동화 상자로 여고시절부터 애지중지 갖고다니는건데
    그안엔 갖가지 문화탐험의 잔재들이 담겨있죠..
    연극,영화 본 티켓, 기차타고 여행다닌 흔적들..
    한장한장 모여서 수북한 나만의 상자...^^

  • 5. 김혜경
    '04.2.17 3:04 PM (211.215.xxx.81)

    전 머리카락 모은 거 많이 봤어요. 예전에 외할머니가 아침마다 머리를 곱게 빗어 쪽을 찌시고, 머리카락은 잘 모아두시던데...
    전 머리카락 보다, 두번째 상자의 물건이 쇼킹강도 최강인 것 같은데요.

  • 6. 키세스
    '04.2.17 5:43 PM (211.176.xxx.151)

    저랑 제 신랑도 귀밥 큰거 나오면 흥분한답니다. 고백 -_-;;
    버리기도 아깝고...
    상자를 마련하는 것도 엄청난 아이디어인 것 같아요. ^^;;

  • 7. 야옹냠냠
    '04.2.17 5:47 PM (220.78.xxx.86)

    머리카락은 저도 있어요. 아주 길게 길렀다가 자르면서 미용실에서 받아왔거든요. 그걸로 바늘꽂이 만들었는데 녹이 안슨다는 풍문과는 달리 엄청나게 녹이 슬어 바늘이 안빠지는 사태가...
    2번 케이스는 정말 깜짝 놀랐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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