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유인경 기자의 글을 펐습니다. 쏟아지고 있는 여러 독설들 보다 한 톤 가라앉은 차분한 목소리로 꾸짖는 게 인상깊네요 ^^
<다 이승연씨 덕분입니다>
먼저 당신의 팬이었음을 고백합니다. 토크쇼에서 보여주던 세련된 말솜씨와 패션감각과 미모를 질투심 없이 부러워했습니다. 이제 뒤늦게 그대에게 색다른 ‘감사장’을 드리려합니다. 당신은 연예계 생활동안 많은 교훈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은 엄청나게 상처를 받고 눈물을 흘렸겠지만 우린 덕분에 경각심을 느끼고 사전 예방주사도 맞은 셈이니까요.
먼저 당신은 준법정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줬습니다. 자동차면허 불법취득으로 인기정상이던 당신은 오랫동안 연예활동을 못했습니다. 굳이 면허시험장까지 안가고 도로연수도 안하고 간단히 면허증 받고 싶은 간사한 마음을 당신 덕분에 눌렀다는 이들도 있더군요.
선물을 함부로 받지 말자는 교훈도 전해주었습니다. 모 유명인사의 아들이 음주 뺑소니 운전사고를 낸 차 명의가 하필 당신 것이었고 그 사람이 당신에게 선물한 차라고 들었습니다. 덕분에 정당한 이유 없거나 대가성 선물은 위험하니 그 자리에서 거절하거나 돌려줘야 한다는 것, 그래야 엉뚱한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답니다.
얼굴은 성형수술로 예뻐지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에서 온다는 교훈도 당신은 주었습니다. 거의 완벽에 가깝던 매혹적인 미모의 당신은 숱한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면서 표정이 일그러지고 눈매와 입매까지 변하더군요. 젊음과 아름다움을 보톡스 등 성형수술로 되찾겠다던 유혹을 받던 여성들, 덕분에 많이 단념했답니다.
남의 말을 들을 때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도 일깨워주었습니다. 아무리 평소 정치사회에 관심이 많았다해도 이번 ‘정신대 프로젝트’가 당신의 아이디어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마 기획사 등 주변 사람들의 현란한 사업안에 동의했겠지요. 그들이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어도 거절했어야 했고, 조금은 더 지혜로운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야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진정한 ‘배려’의 미학이 뭔지를 알려주었습니다. 정말 정신대 할머니들에게 도움을 드리고 싶다면, 그들의 몸과 영혼을 짓밟은 상처를 치유해드리고 싶다면 단 한번이라도 사진 촬영전에 그분들을 직접 만나봐야 했습니다. 아니 종군위안부 관련 신문기사만 몇줄 읽었어도 감히 그들 모습으로 사진을 찍어 수익금의 ‘일부’를 전하겠다는 발상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배려란 주는 내가 기준이 아니라 받는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는 것을 이제 알겠습니다.
덕분에 청소년들까지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른 엉뚱한 프로젝트를 꿈꾸던 이들도 멈칫하나 봅니다. ‘해야 할 것을 꼭 하는 용기보다 안해야 할 것을 하지 않는 용기가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깨우쳐준 당신. 부디 건강하고 남 원망말기를 바랍니다.
<유인경 여성팀장 alice@kyunghyang.com〉최종 편집: 2004년 02월 16일 16: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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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글] 다 이승연씨 덕분입니다
ripplet 조회수 : 1,694
작성일 : 2004-02-17 11:21:04
IP : 211.54.xxx.146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꾸득꾸득
'04.2.17 1:46 PM (220.94.xxx.66)짝짝짝!!!
2. 깜찌기 펭
'04.2.17 2:46 PM (220.81.xxx.207)저도 박수를.. !!!
3. fennel
'04.2.17 5:13 PM (61.249.xxx.25)정말 명쾌한 꾸짖음이네요..
4. 뱃살공주
'04.2.17 9:00 PM (218.237.xxx.35)전에 이승연 사회봉사활동하던 일 생각납니다.
나이도 많던데 왜 그리 생각은 짧은지5. 써니
'04.2.17 9:49 PM (219.251.xxx.218)나이스!! 멋진글!!
6. june
'04.2.18 3:23 AM (150.176.xxx.160)대단해요~^_^b
7. 박혜련
'04.2.18 11:21 AM (218.50.xxx.107)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8. Adella
'04.2.19 1:24 PM (210.117.xxx.206)대단합니다.
이글 퍼가서 많은 사람들한테 보여줘도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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