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행복이 가득한 집>
14권 완결됐고 유키코 시노 그림입니다.
이 만화에는 어떠한 갈등이나 괴로움도 보이지 않습니다.
제목 그대로 행복이 가득한 집에서
후지이 일가족-아빠 후지이, 엄마 리카, 4살배기 귀여운 딸 미키의
아기자기한 일상이 펼쳐집니다.
너무나 행복하고 평화로운 일상이라 일부러 불행을
(남편의 바람피는 시나리오)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해서
지금의 행복을 더더욱 만끽할 정도로...
부인인 리카의 정신 상태는 4살배기 딸의 수준과
거의 비등해서 남편의 출퇴근 시간마다
서로 경쟁적으로 먼저 남편에게 달려가 꼬리를 치는
일상을 벌이고 미카에게 질 경우
'앞으로 더 노력하도록'하고 강아지 머리를 툭툭 쓰다듬듯이
머리를 치며 격려하는 남편의 손길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합니다. -_-
남편이 회사를 간다고 출근하면 혹시 우리 모르게
어디 놀러가거나 나무위에 올라가서 낮잠을 즐기고
올 지도 모른다고 상상하고
UFO의 존재를 믿고 그에 관련된 미스터리나 상상물 읽기를 즐기며
모시조개 국물 낼 때 생물인 그것들이
끓는 물속으로 넣어질 때 그 원령들이 자기에게 씌워질까봐 -_-;
꼭 남편 올 때를 기다려 남편에게 그 일을 시키기도 하는
늘 몽상을 즐기는 참으로 엉뚱하고 귀여운 부인입니다.
(부업으로는 잡지 일러스트레이터를 하고 있음)
딸 미키는 곱슬거리는 갈색머리, 통통한 복숭아빛 뺨의
너무나 귀여운 아기 인형같은 모습으로
때로는 어른이 된다는 것에 심각한 고민을 하고
아빠와의 결혼을 꿈꾸고 삽니다.
이런 아기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려고
아빠와의 결혼 사실을 숨기고 결혼앨범을 감추고
아빠와의 이혼까지 (나름대로)진지하게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은 정말로 가슴 따뜻한 웃음을 줍니다.
인물중에서 가장 현실적으로 보이는 아빠마저도
집에만 오면 바다사자가 되어 버리고
경마와 빠찡꼬에 빠지기도 하고 귀신을 무척이나 무서워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죠.
주부가 돼서 가장 공감가고 재밌었던 에피소드는
해도해도 끝이 없는 집안일에 지친 리카가
모든 집안 일을 내팽겨둔 채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이상한 책만(일부러 현실적이지 않은) 읽고 지냅니다.
설겆이고 빨래고 요리고 청소고 모두 내버려둔 집안은
곳곳에 곰팡이가 핀 상황으로 그려지고(정말 웃깁니다.^^)
그런 아내의 모습에 오싹함을 느끼면서도 남편 후지이는
잘 참아줍니다. (빨래통에서 입을 만한 와이셔츠를 골라 입고가는...)
그러나 딸 미키가 너구리처럼 곰팡이가 난 얼굴에 곰팡이가 낀
빵을 입에 물고 있는걸 보고 폭발.
아내에게 뭐라 하자 리카는 나즈막히 중얼거립니다.
"아직 아냐... 아직... 이제 곧 올거야..."
드디어 한계점에 다다른 날.
리카는 창문을 활짝 열어 새로운 바람을 맞습니다.
리카가 그렇게 기다리던 것은 일을 하고픈 "의욕"이었죠.
온 몸의 구태의연했던..의무감으로만 마지못해 했던 집안일의
스트레스를 몽땅 털어내 버리고 새로운 의욕으로 채운 리카는
정말 단 하루만에 거의 폐가수준의 집을 다시 말끔히 복원시킵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왔던 계란말이가(일본애들이 엄청 먹어대는...
우리집의 경우는 두부조림. -_- )
어디로 갔는지 궁금했다며--주부의 일이 성과도 결과도 보이지 않으니까--
이번엔 그 정도가 심했다는 말을 합니다.
정말이지 공감 만땅되는 에피소드이지 않습니까? ㅠㅅㅠ
그런 리카를 보며 후지이가 하는 생각도 우습구요.
"정말이지... 아내는...(요술장이)?"
배경으로 마녀복장에 빗자루 타고 날아가는
리카의 그림자 모습이 있습니다.
예전에 TV서 했던 아내는 요술장이가 생각납니다. ^^(재밌었죠?)
미니멀리즘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 집안의 인테리어나
대문과 담장 없이 화단으로만 이루어진 앞뜰과 간소한 조경(?),
부엌 싱크대와 옷방의 인테리어도 눈여겨 보세요.
정말이지 (사생활은 없겠지만) 그런 집에 살고 싶어질겁니다.
일단 청소와 걸레질이 너무 쉽다는거.
실제로 마대걸레를 부여잡고 꼿꼿히 허리편 채 서있는
리카의 서구적인(?) 우아한 청소그림도 있습니다.
볼수록 '정말 예쁘고 선곱게 그렸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그림에 여자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든 것들이
만화 곳곳에 있으니 꼼꼼히 볼수록 재밌는 만화지요.
(뒤로 갈수록 작가의 그림실력이 일취월장합니다.)
집안일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맘의 여유가 없을 때마다
리카처럼 저도 이 만화책을 꺼내들고
제가 리카인양 그 환상속의 가족품에 지내다 나옵니다. ^^
표지마다 파스텔과 수채화로 따뜻한 느낌으로 그려진
이 가족의 모습에 여러분들도 같이
알콩달콩한 행복감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추천하고픈 만화.
아라레 조회수 : 1,221
작성일 : 2004-02-07 11:38:37
IP : 210.117.xxx.164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나혜경
'04.2.7 12:21 PM (202.30.xxx.200)남편 출퇴근 시간에 경쟁적으로 뛰어나가는... 정신연령 4살....
ㅋㅋ 이부분이 좀 걸립니다.
제가 평소 하는 짓이라...2. gem
'04.2.7 12:29 PM (211.112.xxx.2)잔잔한 재미가 있지요..ㅎㅎ
3. 김혜경
'04.2.7 6:15 PM (211.215.xxx.95)아라레님 글을 읽으니 그 만화가 너무 보고싶군요.
4. 나나
'04.2.7 6:27 PM (211.110.xxx.39)동네 만화방에 이 만화책이 있을런지 모르겠네요..^^..
무지 재밌을 것 같네요...5. 깜찌기 펭
'04.2.7 6:45 PM (220.89.xxx.53)출근길 섭섭함에 눈물글성거리던 리카얼굴 생각나요.
잼나게 읽었죠.6. 푸우
'04.2.7 10:48 PM (218.51.xxx.6)아내는 요술장이 저도 어렴풋이 기억나요,,
내용은 기억안나는데,, 하여튼 한 장면만 기억나요,,7. 아라레
'04.2.7 11:51 PM (210.117.xxx.164)옛날 외화는 다 재밌었어요.
원더우먼, 아내는 요술장이, 미녀 삼총사, 스타스키와 허치,기동순찰대,
소머즈, 육백만불, 부부탐정, 블루문 특급, 로저무어 나왔던 것도 있던데...
암튼 바야바 이후로 많이 잼없어 졌죠... -_-;;
요새는 전무....8. 푸우
'04.2.8 8:31 PM (218.51.xxx.6)아라레님,,환상특급도 넘 재밌었는데,,
글구,, 제가 정말 초등학교 때 좋아했던 미녀첩보원,,거기 나오는 브루스 박스 라이트너,,엄청 좋아했어요,,초등학생인 제 눈엔,, 넘 잘생겨 보였걸랑요,,,9. 아라레
'04.2.9 12:00 PM (210.117.xxx.164)맞아. 미녀 첩보원. 그 제목이 생각 안나서 못적었어요. 여자 이름이 아만다랑
브루스 박스라이트너 밖에 생각이 안나서요.
쿄쿄쿄... 당시 중딩이던 제 눈에도 멋져 보였습니다.
코팅해서 책받침으로 쓰면서 내 남푠이라고 부르짖던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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