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에 1년간 살러 짐싸서 내려간지 2주일..
설 지내러 잠깐 일산 집으로 올라왔어요
광주에서도 간간히 들어와 보긴 했는데 찬찬히 둘러볼 여유가 없더라구요
내려가서 하룻밤 자고 둘째날 아침
혼자 식탁에 앉아 책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새벽예배 드리고 오셔서 부엌에서 아침준비 하고 계시는데
순간 갈등이더라구요
하루종일 쫒아다니는 둘째 떄문에 유일하게 내 시간 갖는 건 아이들 일어나기 전 새벽 시간 잠깐 이거든요. 집에서는 애들 아빠 출근 하는 거 봐주느라 그나마 짬도 없고, 잠귀 밝은 둘째가 눈치 없는 지 아빠
꽝 서랍 닫는 소리, 신발 턱 내려놓고 가는 소리, 여보 갔다 올꺠! 하는 소리에 현관 문 닫자마자 깨버리지만, 친정에선 애들 일어나기전에 잠깐이라도 내 시간 갖자며 조아라 했는데....
엄마가 아침 준비하시는데 그냥 앉아 있기가 참 뭐하더라구요
처녀때와, 또 결혼해서도 잠깐 다니러 왔을떄와, 지금 1년간 살러 왔을떄와, 참 입장이 틀리던데요..
그래서 읽던 책을 덮고, 옆에서 식탁이라도 닦고, 수저라도 챙기고, 그런 별도움 안되는 씨잘데 없는 일들을 하며 일상의 시시 콜콜한 얘기들을 주고 받으며, 둘째 일어날떄까지 어영부영 그랬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아이들 위주로 되어있어 안!전!한 우리집과 달리 쇼파위치부터 거실중간에 턱 있어서 아직 사지분간 못하는 둘째가 거꾸로 넘어갈까 무섭고, 온갖 서랍들이며 화장대며 욕실이며 헤집고 다녀서 하루종일 부산나고, 4살된 첫애는 외가에 가서 발음부터 달라졌죠
전엔 엄마가 "너~" 하면 벌써 군기 확 잡혔는데 지금은 그냥 제 눈 쳐다보면서 "하라버지~~~" 하면 상황종료죠.. 집에선 대충 안치우고 둘쨰 낮잠자면 어제 못본 연속극도 유선방송으로 보고, 잡지책도 보고, 하루종일 나갈일 없으면 세수도 안하고, 옷도 대충 아무거나 입고, 저녁챙겨줄 남자 늦겠다면, 라면 끓여먹고, 그랬는데.. 애들도 3끼 꼬박 먹고 간식까지 이것저것 챙겨 먹더니 과식으로 인한 배탈까지 난거예요
슬슬 스트레스 더라구요.. 그러다 외할머니 손잡고 산책 갔던 첫애가 며칠전부터 사고 싶어하던 장난감을 제가 분명히 사지 말라고 했음에도 불구하시고 할머니를 꼬드겨서 사온 것을 보고"어 그래 너 딱걸렸어" 하고 폭발시켰죠..
아이는 울고불고.. 했으면 제가 아이가 버릇없어졌음에 대해 따끔하게 두분께 경고장을 날리겠건만 분위기 확 감잡은 고놈이 너무나 고분고분 " 엄마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그럴께요" 하는 바람에 우리 친정엄마가 도리어 "독한것!" 하는 눈초리로 절 째려 보시고 저만 애고애고 음메 기죽어 했죠..
그래서 은근히 설날 되기 기다려 어제 드뎌 상경!
시댁에 잠깐 들러 스트레스 확 받는 일 겪고, 집에 와서 짐정리 하고 세탁기 돌리고, 먼지 가득한 집청소에 여기 저기 널려있는 밀린 빨래, 장난감들.. 당장 아침 반찬은 뭘하나.. 어느새 낯설어진 전기밥통을 보니... 다시 또 우리 친정이 그립네요
해주는 밥먹으니 김치 한가지만으로도 꿀맛같고.. 아이들고 모처럼 할머니 할아버지 사랑 듬뿍 받고..
버릇 좀 없어지면 어떄요.. 우리 친정아버지 말씀처럼 저 어렸을쩍엔 그보다 더 버릇없고 그보다 더 멍청했더랬읍니다.. 그래도 지금 멀쩡히 잘 살잖아요?
좀 귀찮더래도 옷도 챙겨입고, 더 바른?생활하고.. 라면 같은 인스턴트 안 먹으니 애들도 나도 건강에 도움되고.. 무엇보다 그토록 보고 싶던 친정엄마 친정 아빠.. 날마다 실컷보니 넘 조아요
설 지내고 다시 내려가면,, 내 시간 갖으려고 하지 말고, 엄마 집안일도 실컷 도와드리고 아빠 어깨도 많이 주물러 드릴래요
아이들에게도 더 넉넉한 엄마 될래요
아~ 다시 빨리 가고시퍼라 내 친정..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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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들어와보네요
화이트초콜렛모카 조회수 : 872
작성일 : 2004-01-18 05:53:01
IP : 220.121.xxx.205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경빈마마
'04.1.18 7:53 AM (211.36.xxx.231)오셨군요...약간은 불편함이 있을 겁니다.
며칠전에 상 치루느라 광주 다녀 왔는데...친정전화 번호나 핸드ㅡ폰만 알았어도
한 번 얼굴 보고 오는 것인데...(아님.... 전화라도...)
광주에서 만나는 느낌은 어떨까?? 잘 오셨어요...
그런데 친정에 그렇게 오래 계실 수 있을지 모르겄네요...왠지 불편하지 않을까 싶어서...2. 김새봄
'04.1.18 9:43 AM (211.212.xxx.4)친정에서의 꿀맛같은 1년 잘 보내고 오세요.
아이들도 언제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독차지 하고 사랑 받겠어요.
이건 내 인생의 보너스다 생각하고 잘 지내다 오세요.3. jasmine
'04.1.18 1:32 PM (218.238.xxx.205)언제 돌아가세요?
가기 전에 함 봐요....전화라도 주세요~~~4. 김혜경
'04.1.18 9:42 PM (211.212.xxx.180)아무리 친정어머니와 재미가 좋아도 이리 무심할 수가...
5. 화이트초코렛모카
'04.1.18 10:02 PM (220.121.xxx.205)샌님~~~
히히.. 저 무심한 것도 알아주시고.. 정말 기분 좋은데요..
댓글은 못달았지만, 틈나는 대로 읽기는 했으니 용서해 주시와용~
엄마께 선생님과 찍은 핸드폰에 담긴 사진도 보여드리고, 사인회 이야기도 해드렸더니 얼마나 대견해 하시는지...
제가 책 낸것도 아닌데, 그리 유명한 분과 알고 지낸다니??? 참 대단하다며...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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