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개편이전의 자유게시판으로 열람만 가능합니다.

북한에서 온 사람치고 크리스마스가 .....

멋진머슴 조회수 : 971
작성일 : 2003-12-26 11:18:22
북한에서 온 사람치고 크리스마스가 무슨 날인지 정확하게 알고 살았던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입니다.
크리스마스란 말은 들어봤을지 몰라도 성탄이라는 말은 아마도 전혀 못 들어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저에게는 생소한 명절입니다.
한국의 분위기에 취해서 함께 하기는 하지만 한국인들이 즐기는 만큼 즐겁지는 아니합니다.

아니, 오히려 주변에서 즐거워 하는 모습,
웃고 떠드는 모습에 기가 죽어 어쩌면 더 외롭고 고달픈 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는 더 외로울 것 같았습니다.
가까이 지내는 언니는 형부와 함께 중국에 나가있고 또 한 사람인 동생은 남자친구가 있어 함께 즐기고 저는 외토리어서 그들 속에 끼어 들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혼자 보낼 명절을 생각하니 며칠 전부터 무섭고 걱정스러웠습니다.
명절이 오면 괜스레 짜증이 납니다.
함께 하고싶은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현실이 받아들여지지가 않아 즐겁게 웃고 떠드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보기가 싫고 무섭습니다.

하지만 올해의 크리스마스를 이렇게 즐겁게 보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습니다.
함께 해주신 우리 “애뜰”의 많은 분들에게 감사를 드림니다.

많은 분들이 오신다고 하기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한국에서 손님을 어떻게 맞이하는지 몰라 음식은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집주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것들은 어떤 것들인지,
괜히 찾아온 사람들에게 부족함만 남겨놓지 않을 가,
안해도 될 걱정까지 움켜안 고 걱정,걱정, 걱정하였습니다.

하지만 저의 속 마음을 미리 다 아시고 와주신 많은 분들!

손수 빚으신 만두에 손수 담그신 김치,
손수 야채들을 썰어 넣어 만드신 버섯전골, 갈비찜,
가스불에 올려 놓고 끓이기만 하면 먹을 수 있게 정성껏 준비하여오신 안순자님,
세간난 딸 집에 찾아오신 친정어머님 같았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나 자신을 알고 삶을 귀중히 여기라고 생의 지침이 될 수 있는 좋은 책을 선물하신 이미자님, 저 보고 왜 눈물을 흘리며 울려하냐고 하셨죠?
여러분들의 지극함과 배려에 감동,감동이어서 눈물이 나더군요.

제가 뭔데…
저를 위해 이렇게 먼 곳까지 오시여 애써주시는가?
좋은 사람들, 훌륭한 사람들,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의 인연이 너무도 고맙고 마음이 벅차 눈물이 나왔습니다.

동생의 살림살이 챙기듯 이것 저것 물으시며 부족한 것을 체크하시던 황인희님,
저의 언니도 있었으면 그런 모습을 보여줬겠지요. 친
언니를 대하는 것 같아 한없이 마음이 편했고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저 부족한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커피심부름에 설거지에 자질구레하고 질펀한 일로 허리펼사이 없었던 이서린님, 한민정님 어린 친구들까지 와주어서 넘 기뻣습니다.
괜스레 일만 시킨 것 같아서 미안해요.
다음 기회에는 제가 대신할게요.

마지막까지 남아서 좋은 말씀을 해주신 주인장님, 표준언니(더 편해서 이렇게 부름니다) 그리고 원유욱님 헤어지기 아쉬워 했던 저의 마음 아시죠?

암튼 제가 받았던 감동과 느낌을 몇 마디의 글로 대신하기에는 저의 능력의 부족함을 한탄합니다.
그 크고 벅찬 심정을 어찌 몇 마디의 글줄로 대신할 수 있겠습니까.

며칠동안을 이 감동의 도가니에서 헤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2003년 12월 25일은 저의 일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날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그만큼 님들로 하여 받은 감동이 큽니다.

참으로 복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뜰”이라는 곳에서 님들과 같은 좋은 이웃을 만난 것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나에게 정말로 큰 행운입니다.

여러분들의 사랑을 저 또한 다른 이웃에 나누어 주겠습니다.
받은 만큼, 받은 것 보다 더 많이 베푸는 삶을 살겠습니다.

심장속에 영원할 여러분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추억속에 영원할 크리스마스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희 봉사클럽회원이 쓰신글을 퍼 왔습니다.
IP : 218.145.xxx.93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깜찌기 펭
    '03.12.26 2:11 PM (220.81.xxx.141)

    멋진 머슴님의 따뜻한 글, 유용한 글 늘 기다립니다. ^^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5883 국화 냄새가 솔솔~~ 4 상은주 2003/12/26 879
15882 유익한 사이트 다운로드 받기(성인 팝업 차단 등) 3 난나어멈 2003/12/26 885
15881 우리나라에서 여자로 살기란.. 5 시냇물 2003/12/26 1,134
15880 시골2 5 이향숙 2003/12/26 881
15879 크리스마스 잘 보내셨어요 2 단팥맘 2003/12/26 872
15878 집에 컴이 바이러스 먹어서 꽈당... 4 beawom.. 2003/12/26 877
15877 ~~아기 엄마들 무료샘플 기저귀 받으세요~~ 한혜련 2003/12/26 894
15876 대학생 '등록금 대란' 올지 모른데요. --; 1 깜찌기 펭 2003/12/26 891
15875 [re] 인슈넷에서 보험 들어도 괜찮을까여? 익명 2003/12/26 873
15874 인슈넷에서 보험 들어도 괜찮을까여? 2 으니 2003/12/26 878
15873 천국의 계단 보시나요? 25 푸우 2003/12/26 1,637
15872 크리스마스에 난생 처음 김장준비를 하면서.. 2 어설픈주부 2003/12/26 874
15871 북한에서 온 사람치고 크리스마스가 ..... 1 멋진머슴 2003/12/26 971
15870 충주에 여행하기 좋은 곳 알고 계시나요? 5 울라 2003/12/26 911
15869 플랭클린 플래너 써보신분 계세요? 7 자연산의처 2003/12/26 913
15868 moon님의 최근 레시피들이 키친토크에서 사라졌네요? 10 냐오이 2003/12/26 1,558
15867 입덧은 시작되고.. 8 gem 2003/12/26 908
15866 시골 10 이향숙 2003/12/26 891
15865 일본 자유여행 도와주세요..... 12 숑숑 2003/12/26 933
15864 [re] 깜찍 클수마스 인사.. 활짝핀 콩란꽃 !!! ^^ 깜찌기 펭 2003/12/26 881
15863 깜찍 클수마스 인사.. 활짝핀 콩란꽃 !!! ^^ 4 깜찌기 펭 2003/12/26 881
15862 2인에 10000원...의 함정 5 참나무 2003/12/26 1,192
15861 하루하루 12 푸우 2003/12/25 1,489
15860 한밤에 약식? 9 amoros.. 2003/12/25 1,009
15859 어린이 산타가 다녀간걸 아시나요? 9 담쟁이 2003/12/25 905
15858 사람때문에 상처 받은 사람에게 위로 선물, 뭐가 좋을까요? 4 dancre.. 2003/12/25 904
15857 임신을 위해 어떤 음식이 좋을지.. 5 마마님 2003/12/25 879
15856 쪽지함 9 아침편지 2003/12/25 1,096
15855 친구와 가족 - 따끈 따끈한 크리스마스!! 6 임소라 2003/12/25 885
15854 어느게 진실이죠 답변좀~ 12 안개 2003/12/25 1,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