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는 남편 전처의 기일이었습니다.
이혼후에 폐암에 걸려서 세상 떠났지요..
내력인지 그녀의 친정부모님도 다 암으로 벌써 돌아가셨고
형제들은 기일을 기억할까.. 어쨋든 제삿상 얻어먹을곳도 없는 영혼이 되어버렸죠.
저희 시어머니, 불쌍하다며 해마다 그녀의 제삿상을 차리십니다.
상하나 펴놓고 쓰던 접시에 포.과일.한과. 그냥 술한잔 떠놓고 촛불켜놓고.
절하는 사람도 없는 그런 제삿상이랍니다.
남편과 저는 그저 시장이나 봐다 주며 애써 무심한듯 지나치는 그런 제삿상입니다.
그냥 그렇게 해마다.. 이 추운겨울에 그녀의 기일이 있습니다.
제 입장에선 저에게 남편을 보내준 고마운 분이시죠...
이번 제사에는 제가 맘먹고 제기(祭器)를 주문해서 시댁에 갖다 드렸어요.
쓰던 접시에 들쑥날쑥한게 늘 마음에 걸렸었거든요.
홍동백서니 조율시이니.. 그런 형식을 지키진 않았지만
가지런한 제기에 마음을 담아서 술한잔 따라놓고.. 흔들리는 촛불을 잠시 바라봤었죠..
사람사는거 정말 잠깐이란 생각도 하고
남편.. 나를 한없이 사랑하고 아껴주지만, 아마 그녀에게도 그렇게 살갑고
정겨운 남편이었을거라 짐작하지만 .. 아무리 이혼후 저세상으로 갔다지만
무심하게 아무런 내색도 안합니다..
이상한 심리는 뭘까요.. 그게 서운하더라구요.
나 죽어도 그럴까...
제사 끝나고 시어머니가 싸주신 제사음식을 가져왔어요.
이것저것... 먹어얄지 말아얄지..
친정엄마와 이런 이야길 나누면서 웃었죠..
그냥 그런 아침입니다.. 사는게 잠깐이라는거.. 그냥요.
별 얘길 다 여기다 푸네요.. 아는분도 없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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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걸 써도될지... 그냥 주절이..
자연산의처 조회수 : 1,067
작성일 : 2003-12-19 10:54:44
IP : 211.59.xxx.86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깜찌기 펭
'03.12.19 11:02 AM (220.81.xxx.141)그리 좋은 마음으로 대해주시니 돌아가신 분도 감사할꺼예요.
남편분꼐서도 내색않아서 그렇기 님의 고운 마음에 고마워할꺼구요.
복받으시겠네요..2. hosoo
'03.12.19 11:05 AM (211.186.xxx.162)진짜...
님의 고운마음을 저두 본받아야 하겠네요.
대단하십니다.
보통 절에 올리시는 분들은 주위에서 봤지만
손수 그렇게 기일을 챙겨주신다니~3. orange
'03.12.19 11:08 AM (219.241.xxx.170)아무나 못 하실 일입니다...
정말 마음이 고우세요...
복 받으실 거예요....4. 싱아
'03.12.19 11:09 AM (221.155.xxx.213)복받으실거예요.
5. 김혜경
'03.12.19 5:34 PM (211.178.xxx.133)정말...맘이 고운 분이세요...
신랑이 진짜 복많은 분이네요. 이런 아내를 맞으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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