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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이야기..

초록지붕 조회수 : 1,351
작성일 : 2003-12-18 18:23:14
신랑이랑 나이 차이가 8살이 납니다.
2년 분가 하고 시어머님과 함께 산지 만 1년 넘었습니다.
결혼하고 1년뒤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원에 있을때 아버님 암 말기 판정 받으시고
지난 4월 봄에 돌아 가셨습니다.
시어머니는 고생을 참 많이 하신 분입니다.
어려서 시집와서 시집살이 모질게 하시고
친손주 보심으로 고된 시집살이 면하신 분입니다.
시할머니는 7년동안 누워계셔 어머니한테 치매 수발 받으셨구요
지금은 작은집에 계십니다.
그나마 있던 집앞 텃밭을 작은집에 주는 조건으로요...

못배우셔서 글도 못 읽으시고
배만 고프지 않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밑반찬, 맛있는 음식 해 드시지 않고요
집 꾸미기 그런거 절대 모르십니다.

처음엔 정말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할머니 모셔가고 바로 텃밭 팔아 치운 작은 집도 싫었고
젖병 소독도 대충, 이유식도 대충, 종이기저귀는 무겁게 축 늘어져서
항상 기저귀 발진으로 고생하는 아가때문에 무지하게 속상했었습니다.
조미료 듬뿍 넣어서 하는 음식도 너무 싫었고..
정말..그동안 속으로 불평 불만을 너무 많이 간직하고 살았어요.

근데... 인터넷으로
시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희 어머닌 정말 천사란걸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식들한테 돈 요구 안하시고
빚 없으시고
묵묵히 손녀 봐주시고
아들 못낳았다고 구박 안하시고..^^;
가끔 주말이나 저녁에 82에서 배운 음식 해드리면
울 며느리 못하는거 없다고 칭찬해 주시고
친구 만나기 좋아하는 며느리 늦게 들어가도 암 말씀 없으시고
술 드실때 꼭 저 한잔씩 따라 주려고 애 쓰시고
음식 만들어 놓고 설겆이 안하고 잠들면
눈치 안주시고 ...

그러고 보니 제가 참으로 철 없고 못된 며느리지요..

애 낳기 전까지..분가해서 살때는 어머니는 그냥 신랑 어머니란 생각을 했었고.
애 낳고 나서는..조금씩 어머니를 어머니로 대하려고 노력 했었고
함께 사는 지금은 ..점점..어머니가 그냥 어머니로 느껴 집니다..
흠..어떻게 표현 해야 할까요.
한 이불 덮고 자다가 제가 이불 차면 다시 덮어 주시는..저희 어머니..

어제는 밤에 어머니 생신 준비한다고 요새 이것 저것 예습해 보는 제게
돈 뭉치를 꺼내서 제 주머니에 넣어 주신다고..전 됐다고...다툼을 했었는데...
끝내는 안 받고 제 방으로 들어와 잠을 자고 출근을 했는데
오늘 점심값을 내려고 지갑을 연 순간 그 속에 돈 이십만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런 시어머니...
우리 시어머니..
제 어머니..
정말 감사 드립니다.



IP : 61.79.xxx.127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푸우
    '03.12.18 6:27 PM (218.52.xxx.89)

    초록지붕님,,
    저도 괜히 마음이 짠합니다,,,
    인간극장을 보는 기분이랄까,,,??!!

  • 2. 지성원
    '03.12.18 6:45 PM (218.147.xxx.219)

    초록지붕밑의 식구들 참 따스하네요.
    넘 부럽습니다.

  • 3. 김혜경
    '03.12.18 6:50 PM (219.241.xxx.69)

    초록지붕님...행복한 분이십니다.
    그런 시어머님을 두신 것, 그리고 그런 시어머니를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니신 것...

  • 4. 나혜경
    '03.12.18 7:07 PM (220.127.xxx.164)

    아름다운 고부간 이시네요.
    눈물이 핑~
    많이 사랑해 드리세요.
    생신날 꼭 한번 안아 드리세요.
    skinship 이 최고의 선물이 될꺼에요.

  • 5. 싱아
    '03.12.18 8:07 PM (221.155.xxx.213)

    서로가 서로를 사랑 하는마음 그것이 모든 갈등을 푸는 약 이래요.
    항상 그마음 간직 하시길......

  • 6. 김소영
    '03.12.18 8:10 PM (211.199.xxx.61)

    초록지붕이라니 왠지 그린게이블즈의 앤이 생각나네요.
    근데 그어머니 너무 이쁘시다. 나도 그런 시엄니 되어야 할텐데...

  • 7. 수풀
    '03.12.18 8:39 PM (219.248.xxx.140)

    저의 시어머님 같으신 분이네요. 잘 해드리세요(잘 하고 계시지만).
    결혼해서 부터 10년넘게 같이 살다가 큰집으로 가신지 벌써 8년이네요.
    처음에는 힘든 점도 있었지만, 내가 시어머니가 되면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볼 때도 있죠.
    큰집으로 가실 때 가지마시라는 말씀 못드렸어요. 그게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지금껏 잘 계시니
    다행이죠. 초록지붕님 시어머님과 저의 시어머님 생각하며 잠깐 눈시울이 붉어졌네요.
    시집식구 때문에 힘드신 분들, 먼저 마음을 열어 보세요. 끈기 있게요. 그러면 좋은 날도
    온답니다. 세월이 말해 줄꺼예요.

  • 8. 통통
    '03.12.18 9:43 PM (221.153.xxx.149)

    이렇게 좋은 고부간도 참 많네요.
    저희 시부모님도 가난하게 자식들 키우셨고, 며느리(저) 보고도 늘 경제적으로 도움 못주는거 가슴 아파하시면서, 당신이 하실수 있는 일이란 밑반찬 만들어 바리바리 싸주시고, 제가 일할때 가끔씩 집에오셔 청소하시고, 빨래해서는 차마 며느리 서랍은 열지못해 침대위에 이쁘게 접은 옷들을 올려놓곤 하셨는데.... 아들 와이셔츠 빳빳이 다려 장롱 손잡이에(장농도 함부로 열지않으심) 주~욱 걸어 놓으시고... 그렇게 당신이 말없이 다 해주셨지요.

  • 9. nowings
    '03.12.18 10:22 PM (211.201.xxx.76)

    초록지붕님! 참으로 좋으신 시어머니, 한 번 꼭 안아드리세요.
    어르신들 그렇게 하는 것에 마음 뿌듯 해 하신답니다.
    또 하나 가끔 칭찬을 해드리는 거예요.
    아이들 칭찬 하듯이 조그만 일이라도 해내시면
    "잘하셨네요." 또는 "수고하셨네요." 하고 진심의 칭찬을 드리면
    거리가 한 뼘쯤 가까워진답니다.

  • 10. 한해주
    '03.12.19 5:09 AM (202.161.xxx.77)

    아휴 참 부럽네요.

    음...아휴 한달 좀 있으면 시부모님 들어오실텐데...
    시누랑 시누애까지 달아서...

    스트레스 안 받으려고 노력하는데도..벌써 좀 걱정입니다.

    예전에 시누 한국나가 살기 전에 학교 다닌다는 핑계로 조카 팽개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거
    보고 가슴 참 터질 것 같았는데..이번에 오면 안 그러겠죠..?
    (저한테 묻지도 않고 친정와서 살겠다 하니..참으로 이해가 안 됩니다-그래도 어쩝니까..?
    가족이란 이름...아래 제가 이해해야 하는데..- 시어머니..자기 딸 잘못은 코끼리 만해도
    아무소리도 못하면서 제 잘못은 (그냥 넘어가도 될만한 것도) 다 잡아 낸답니다.크크

    아휴 제가 전생에 지은 죄가 많은가 봅니다.

  • 11. 현승맘
    '03.12.19 10:36 AM (211.41.xxx.254)

    나두 울 시어머니 좋아요..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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