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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는 사람은 분명 따로 있다!

파도랑 조회수 : 943
작성일 : 2003-10-21 23:32:26

시골길을 달려 차로 15분쯤이면 작은 도서관이 있습니다.
한길에서 살짝 비켜나 있구요, 작은 푯말 하나만 붙어 있어서 이사온후 몇달이 지나서야 도서관의 존재를 알게 되었죠. (그 아까운 시간들...)

전 책을 무척 좋아하지만, 불행히도 엔지니어님처럼 글을 잘 쓰지도, 그렇다고 심오하고 훌륭한 책들도 물론 좋지만, 가벼운 책들을 더욱 좋아합니다. - 부끄럽네요... ^^;

하지만 며칠이면 세돌이될 딸아이랑 같이 도서관에 들어가면, 아~ 행복해~ 숨은 보물찾기하는 심정입니다.

시골에 있는 작은 도서관이기에 그리 책이 많지는 않지만, 좁디좁은 책꽂이 사이를 다니며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발돋움을 했다가 앉았다가, 무슨 책을 골라갈까, 즐거운 시간입니다.
(물론, 그사이, 딸아이는 아동용 책이 있는 2층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다가 엄마한테 가자고 귀찮게 하지만...)

고3 한창 바쁠 때 책을 보다가 엄마한테 들켜 혼이 나기도 하고 선생님한테 혼이 나기도 했지만, 아이를 낳고 도서관이 없는 곳에서 살다보니 책이 보고싶어도 구할 곳은 없고... 도서대여점은 도무지 내 취향이 아니고... 그렇다고 보고픈 책 모조리 다 살수도 없고...

저랑 신랑이랑 딸아이 것까지 도서카드 3개를 만들고 나니 빌릴 수 있는 책은 9권...

오늘은 무슨 책을 빌릴까, 눈을 반짝반짝거리며 책들을 보고 있으면 예전에 봤던 책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책 내용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틀림없이 재미있게 봤던 책들...  새로운 책을 빌릴까, 아님 예전에 봤던 책을 빌릴까, 하나씩 둘씩 책을 고르면 참 행복합니다. 물론, 딸아이 책 고르는게 더 힘이 들지만 말이죠... (오늘 골라온 아이 책은 아무래도 실패인것 같아요..)

오늘 빌려온 책 중 한권이 영국의 수의사 해리엇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신문에서 이 책 소개를 한 것을 보고 꼭 한번 읽어봐야지~ 하며 사고싶은 책 목록에 넣어두었던 건데, 앗, 오늘 보물 건졌다~ 하면서 잽싸게 빌려와서는 오늘 저녁을 저와 함께 하고 있어요.

참, 글을 재미있고 따뜻하게 썼네요. 소소한 일상 생활들을 이렇게도 쓸 수 있구나... 재미있기도 하구요..
(저한테 독후감을 쓰라고 하시면, 아니되옵니다~! 입니다. 전 글빨이 없어요... ^^; )

책 소개에서는 '사람과 동물에 관한 재미있고 감동어린 이야기'라고 하는데, 아직 1/3 정도만 봐서 그런지, 수의사로서 동물 이야기가 그려져 있긴 하지만, 저한텐 사람들 이야기가 더 흥미롭네요. 어디서나 사는 똑같은 사람들 말이죠. 과거나 현재나...

이렇게 맛깔스럽고 재미나게 글을 쓰다니 많이 부러워서, 이 늦은 밤, 한 줄 썼습니다.
행복한 밤 되세요...
IP : 211.216.xxx.107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김혜경
    '03.10.21 11:35 PM (211.212.xxx.144)

    그래도 전 독후감 기다립니다.^0^

  • 2. 아짱
    '03.10.21 11:49 PM (210.182.xxx.43)

    독서의 계절이 가을이라 하지만
    책을 제일 안 읽는 계절이기도 하다죠...
    서점에서 사다 나른 책들도 제대로 읽지못하지만
    왠지 도서관에 가서 파도랑님처럼 보물찾기하고싶네요...

  • 3. orange
    '03.10.22 12:24 AM (218.48.xxx.153)

    이 책 예전에 잡지에 연재될 때부터 남편과 제가 재밌게 읽었었지요...

    제임스 해리엇.. 마음이 참 따뜻한 분이예요.... 가족을 사랑하구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갖고 싶습니다.....
    그렇게 넓은 들판 보며 살고 싶기도 하구요.....

  • 4. Chris
    '03.10.22 9:02 AM (203.255.xxx.12)

    앗, 저 제임스 해리엇 팬입니다. '조금씩 행복해지는 이야기' 와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도 있습니다. 김석희씨 번역본이지요. 아마 개 이야기는 최근 거라 도서관에 없을 거고, '조금씩..' 은 있을 겁니다. 도서관이시면 제임스 해리엇으로 검색해보면 옛날 판도 있을지 몰라요. 제가 처음 읽은 건 '우리 다시 여기에' 같은 멜로물 같은 제목이었거든요. 제가 알기론 이번만 세번째 소개인데도.. 못 뜨는군요. 예. 글 참 잘 씁니다. 사실 별 거 아닌 얘긴데도 너무 재미있고, 작가가 가진 애정이 듬뿍 묻어나서 너무 좋아합니다. 도서관 낡은 구석에서 우연찮게 뒤적거리다가 발견했는데.. 처음엔 제목만 보고 하이틴 로맨스물인가 했습니다. 원래 영어 제목부터가 찬송가에서 따온 뜬금없는 구절이라서 제목들이 한결같이 그렇지요.. ^^;; 보물 발견하신 거 축하합니다.

  • 5. Chris
    '03.10.22 9:07 AM (203.255.xxx.12)

    도서관에 대한 심정이 저랑 비슷하시군요. 읽고 싶었던 책을 몇 권 발견하고 나면.. 안 먹어도 배부른 거 같고.. 무지하게 뿌듯한 기분입니다. 특히 좋은 점이 낯선 책에 대해서 관대해진다는 거에요. 아마 사서 보라면 망설였을지 모르는.. 참으로 잡다한 부류의 책까지도 선선히 읽게 되고, 그중 얼마는 의외로 대박이 되는 경우가 있지요..

  • 6. 새벽달빛
    '03.10.22 9:19 AM (211.219.xxx.58)

    흑 제가 1권만 서점서 사 읽어보고 당최 책 제목이 기억이 안나서 2권을 못봤어요.
    얼마나 아쉽던지요. 파도랑님 덕분에 책제목 알았으니 구할수 있겠네요.
    넘감사합니다. ^^

  • 7. 호야맘
    '03.10.22 3:11 PM (203.224.xxx.2)

    세돌될 딸아이와 함께 도서관 다니시는 모습...
    너무 사랑스럽고... 행복해보입니다.
    게으른 저는 사직동 어린이 도서관을 가까이 두고도... 못가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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