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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은 있어야 할까요? 선택의 문제일까요?

아보카도 조회수 : 1,398
작성일 : 2011-07-15 22:12:10

저는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입니다. 남편은 저보다 한 살 많고요.
늦게 결혼해서 결혼한지 4년이 채 안되었고 아직 아이가 없습니다.
결혼 전부터 남편은 아이를 갖기 원하지 않는 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아이를 갖기 원했고요. 그냥 철없이 하는 지나가는 말이라 여기고 결혼했습니다.
어른들께 결혼 전 이 문제를 상의드리기도 했지만,
말씀하시길 아이 생기면 좋아할 걸 뭐 미리 걱정하는 냐 하셨죠.
저도 그렇게 믿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시간이 지나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인공수정을 하고 시험관을 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남편의 정자 수나 활동성에 약간의 문제가 있을 뿐  둘다 불임의 구체적인 원인은 없었습니다.

저는 마음이 급해져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약 1년동안 한약도 먹고 건강한 식습관에 중점을 두면서 아이갖기에 전념하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계속 틈나는대로 자신은 아이가 갖기 싫다고 말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임신(결국 유산되었지만)을 했을 때에는 기뻐했기에 속마음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임신이 안되서 병원을 옮기고 습유검사를 했습니다.
검사결과 제가 태아살해세포가 높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몇 년째 아무 문제도 없다고 알고 있었는 데 예상밖의 진단을 받으니
많이 놀라고 슬펐습니다. 치료책은 임신이 되면 바로 면역글로블린 주사를 맞으면 된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고가여서 대략 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말하니, 남편의 첫마디는 "쌩돈들게 생겼네"였습니다.
그러면서 자기는 아이가 정말 싫다, 자기가 아이를 베란다로 집어 던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정도다
라고 말합니다.

저는 아이가 갖고 싶습니다.
제가 엄마를 생각하고 엄마가 저를 생각하듯이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소중하게 여기고 감싸는
그런 관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런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자신의 엄마와의 관계가 좋지 않아서 그런지 자식이 싫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제가 모아놓은 돈으로 인공수정과 치료를 진행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잘 하는 일인지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부부사이는 크게 문제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남편은 매우 특이하고 극단적이지만 천성은 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가부장적인 모습도 없고 외국생활을 오래해서 그런지 스스로 챙겨먹고 빨래도 하고
제 일을 존중해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끔씩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보입니다. 제가 운동하라하고 밥을 챙겨주고 술담배를 하지말라고
말하면 제가 자신을 조정하려한다며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입니다.

아, 잠도 다른 방에서 잡니다. 보통 잠들 때는 같은 침대에서 잠드는 데 덥다며 다른 방에가서 잡니다.
처음에는 이점도 이해하지 못했지만, 잠을 편히 자고 싶어서 그렇겠지 하고 이해하고 넘어갔습니다.
사실 부부관계도 거의 없습니다. 두 달에 한 번 정도......그것도 배란기에 제가 주로 요구하죠.

가끔씩 질문합니다.
저와 왜 함께 사냐고요, 그러면 제가 좋아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과연 이 사람이 저를
사랑하고 있는 지 의문이 듭니다.
저 자신도 그를 사랑하는 지 의문이 듭니다.

아이 문제만 없으면 그렇게 부딪치는 일은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입니다.
과연 제 뜻데로 우겨서 아이를 갖는 것이 좋은 일인지,
아니면 그냥 포기하고 저도 제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할지 정말 고민입니다.

아, 남편은 제게 말합니다. 제가 아이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집착할 것 이라고...
하지만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그 어떤 관계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끝없는 사랑을 아이에게 주고 싶고
또 제가 받았던 것 같은 엄마의 푸근함을 아이에게 전해주고 싶습니다.

비오는 오후, 우산없이 나갔다가 비맞고 집에 들어오니
엄마가 반갑게 맞아주고
따뜻한 부침개 한접시를 나눠먹으며
괜히 엄마에게 신경질냈다가 미안해했다가
또 보고있어도 한없이 그리웠던
엄마의 그 향취....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IP : 218.155.xxx.64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1.7.15 10:21 PM (211.237.xxx.51)

    글이 참 마음이 아프네요.
    남편분과 합의가 되어야 할일입니다.
    여자로서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마음은 잘 알겠고요.
    그런데 남편분이 임신했을때는 기뻐했다고 하시는걸 봐서는
    아이자체는 좋아하는데 그것에 따라 생기는 부수적인 문제를
    부담스러워하는듯 하네요.
    경제적인것이라든지... 인공수정의 과정의 부담이라든지요..

    마음이 편하면 자연임신도 되고요. 뭐 태아살해세포 말씀하셨지만
    임신 유지 잘되는것도 마음의 편해야 됩니다.
    남편분이 정말 쌩돈 쓰고 싶지 않다면 부인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셔야 할텐데요..

    잘 상의해서 결정하셨으면 좋겠어요

  • 2. ...
    '11.7.15 10:52 PM (112.151.xxx.37)

    정말 원글님이 아이가 꼭 있어야한다고 믿으셨다면 결혼 전에
    남편이 그런 소리할때 더욱 더 대화하고 상의하고 타협하셨을거예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뭐 낳아놓으면 이뻐할건데~라고 여기신거는
    그땐 그만큼 원글님에게 아이가 절실하지 않았다는거구요.
    남편은 계속 원치않음을 주장하는데 원글님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욱 더 아이를 원하고..... 혹시 둘만의 결혼생활이 행복하지 않아서
    이대로 둘 만 산다면 지겨워서 불행해서.... 그래서 그런건 아닐지
    생각해보세요.
    둘이서 행복하고 만족하면 사실 아이는 생기면 좋고 안 생기면 말고!
    이 수준으로 끝나거든요...
    아이가 있어야지만 행복할 수 있는 결혼이라면 어쩌면 한살이라도
    젊을때..그래도 기회가 남아있을때 끝내는 것도 현명합니다.
    그리고 남편도 원하는대로 맘편히 애없이 알콩달콩 부부끼리만
    재밌게 사는 삶을 꾸릴 수 있는 기회가 될거구요.

  • 3. ...
    '11.7.15 10:55 PM (112.151.xxx.37)

    그리고 제목 질문보니 정작 원글님 묻는 답을 빠트렸네요.
    저는 자식은 부부생활에서,가정에서... 필수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부부가 상의해서 선택하고 결정해야할 가장 큰 것이 자식이겠지요.
    없어도 충분히 행복한 가정..부부관계 가능하고
    있어도 불행해서 지지고볶고 원수같은 부부들도 많구요.

  • 4.
    '11.7.16 12:22 AM (115.139.xxx.35)

    아이 안갖으시는게 좋을것 같아요.
    정말 아기 원하는 남자도 아기 낳아놓으면 키울줄 몰라요.
    대.다.수의 가정에서 아이는 엄마가 키워요. 남자들...정말 밖에 서 돈벌어오는거 아니면 별 쓸모 없어요.
    혼자서 아이 키우시면서 힘든거 감당하시고, 그에 따른 남편의 불만도 감당하시는건...아이로 인해 얻어지는 행복보다 더 힘들것 같아요.
    애를 낳으면 엄마는 애낳기 이전의 90%는 포기하고 애한테 집중하며 사는것 같아요.그런데 아빠들은 10% 포기하나?? 하여간 엄마와는 뇌구조가 달라요..그거 고치면서 사는것도 피곤해요.
    주사비용을 쌩돈으로 표현하시는거 봐서는 아기는 좋을 수도 있지만 그에 따른 부담은 완전 싫어하시는것 같아요. 아기 낳아놓으면 부담만 느는데...

  • 5.
    '11.7.16 1:12 AM (175.117.xxx.75)

    선택이죠 근데 저희는 님이랑 상태가 반대에요
    근데 임신중

    하도 원하니깐 알아서 해봐라 그러고
    낳기로 햇어요

    아이의 불행은 신경 안써요 원래 인생은 불행하고 타인은 지옥이니까

  • 6. 남혜은
    '11.7.16 1:17 AM (175.212.xxx.64)

    마음이 아픈 글이네요
    내 마음이 이입되어 글을 썼다 지웠다 나 혼자 이 밤중이 쌩쇼 하고 있습니다
    분명 시간이 더 지나 영영 못낳게 된다면 후회하실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의 대다수 여자라면 오십이 넘어 자식이 없다는 사실이 주는 외로움과 불안감?등 허한 감정을 가질테고 분명 삶이 만족스럽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입양이라는 마지막 카드가 있으니까 지금 시급한건 남편을 설득하는거네요
    꼭 원하는 임신 하시길 바래요

  • 7. ㅠㅠ
    '11.7.16 1:26 AM (175.125.xxx.178)

    에고.. 저랑 많이 비슷해서 글 씁니다.
    제 남편도 아기를 원하지 않느다고 누누이 말해왔고 저는 남편이 원래 하고 싶은게 있으니 그런가보다 했어요.. 근데 늦은 결혼에다가 1년동안 관계도 전혀없었답니다.
    울고 불고 저 우는게 싫어서 그 다음엔 신경을 쓰지만 역시 1년에 몇번 관계가 있을까 ㅠㅠ
    그러다가 제가 운좋게 몇번에 임신이 되었답니다.
    그런데도 자기 아기 원래 원하지 않는다 이런 소리만 하더라구요...
    그러다가 유산... 그때 남편이 울더라구요.
    지금은 남편도 적극적으로 노력을 하는 거 같아요.
    아빠가 된다는 거를 자신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 8. 아보카도
    '11.7.16 1:53 AM (218.155.xxx.64)

    다양한 의견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특히 ...님 관점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네요. 제 생각에 저는 결혼= 곧 아이와 부모로 이루어진 가정을 꾸리는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결혼전에 남편이 아이가 싫다는 의사표현을 분명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던 것도 결혼하면 아이를 갖는 것은 너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고요. 남편의 입장에서 보면, 본인은 정말 싫은 데 저를 위해 인공수정 4번, 시험관 1번 희생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요. 아무리 부부라도 생각이 다르니까요.
    하지만, 남편도 생각이 바뀔 수 있고 그 때는 이미 아이갖기가 늦을 수도 있고요. 물론 입양도 있지만요.
    여러모로 생각하게 됩니다. 저와 남편 모두의 행복을 위해서는 세 가지 정도로 정리가 되네요. 첫째는 남편을 설득해서 더 노력하는 조금은 무모한 도전(?), 다른 하나는 제가 마음을 정리하는 것, 마지막은 하루라도 빨리 헤지고 자신들이 원하는 모습으로 사는 것이겠죠. 곰곰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나는 왜 결혼한 것일까? 결혼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었던 것인지...그걸 깨닫게 되면 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돌이켜 보면 남편과의 결혼은 그냥 물흐르듯이 진행된 것이고 사실 저는 결혼에 대해서 큰 뜻이 없었습니다. 그냥 일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 좋았던 것이죠. 남편도 그런 저를 보고 결혼을 결심한 것 같아요. 자기 일하면서 적당히 독립적일 것 같은 여자라고 생각하고 결혼하자고 했겠죠. 근데 결혼하고나니 회사도 그만두고 아기, 아기하니 질려버렸을 수도 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제가 남편한테 기대했던 것도 절 자유롭게 둘 사람이란 생각이었죠...근데 결혼하고 나니 전 가정, 아이, 그 안에서의 행복을 누리고 싶었던 거고요.
    생각이 많아집니다. 여러분의 말씀 곱앂으며 생각을 정리해 볼께요.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 9.
    '11.7.16 4:23 AM (116.37.xxx.143)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혼자 진행하는건 정말 안돼요
    그렇게 해서 낳았다 치자구요
    안그래도 부모와 사이가 안좋고 아이도 원하지 않은 남편이 아빠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너무 신기하고 무서운게 뭐냐면요
    부모는 자식을 키우면서 그 자기 부모로부터 받은 각종 컴플렉스를 그대로 아이한테 투사한단 거예요
    때문에 먼저 나와 내 부모와의 관계가 좋아야,
    혹은 나빠서 받은 악영향이 있다면 그런 것들을 어느 정도 심리적으로 털어내야
    내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어요..
    정말 평생의 숙제이죠..
    결혼하면 달라지겠지 하는 것처럼 아이낳으면 달라지겠지 하는 생각은 하지 마세요
    결혼해도 그 사람은 그 사람이고 달라지지 않잖아요
    님 남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그래요..
    드라마틱하게 바뀌는 경우 거의 없죠

    낳기만 하면 혼자 키우겠다 이런 생각 하지 마시구요
    육아 초기는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밑바닥을 보이는 시기예요
    그 때는 원글님조차 원글님의 아이에 대한 환상이 무너질 수 있을거예요
    남편이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이 되주어야 하는데 지금 상태론 그럴 가능성이 없잖아요
    아무쪼록 좋게 결론나길 빌어요..

  • 10. 왜 사느냐
    '11.7.16 12:28 PM (121.165.xxx.112)

    그냥 태어났으니 산다고 할수 있죠.
    그럼 자식은 왜 낳느냐,
    남들도 낳으니까
    내지는 둘만으로 사는게 행복하지 않아서 자식이 있으면 새로운 행복과 재미가 있을거 같아서?
    아무튼 예전엔 많이 낳고 많이 죽는 사회였지만 요즘은 잘 죽지도 않고 수명도 늘어나서
    꼭 2세를 생산해야하는지는 의문이네요.
    그러니까 자식을 안낳아도 인구감소를 걱정할 시기가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은 인구로 모든게 각박해지는 세상이니까, 또 노후를 자식에게 의탁할수없는 시대가 되가니까 자식을 꼭 낳아야한다는 관념에 의문이 가기 시작하는 거지요.
    님은 왜 아이를 낳으려 하나요?
    단지 애키우는 재미 뿐 아니라 엄청난 희생과 노력과 비용이 드는 일인데 말이죠.

  • 11. 위에위에분
    '11.7.16 12:48 PM (121.165.xxx.112)

    말대로 부모는 자식을 키우면서 자신이 부모로부터 받은 컴플렉스를 자식에게 투사한다는 거요,
    이거 상당히 일리 있네요.
    친구중에 지극히 정상적이고 직업도 전문직이고 외모나 성격 다 문제없는 친구가 있는데요,
    아이가 10살무렵무터 사춘기 되기전 이 시기에 자기도 모르게 어려서 엄마한테 맞고 자란 한을 아이한테 풀고 있더라고 본인 스스로 놀랐다네요.
    그러니까 학교 들어가서 한 2,3년까지는 아직 어리고 귀엽기만 한데다 자기 직업으로 바빠서 애보기초자 힘드니 그냥 몰랐던거고
    딱 그 시기가 부모가 아이한테 자기가 자라면서 받았던 학대를 투사할 시기지요.
    다행히 그 친구는 책도 많이 읽은 친구고 애도 하나라서 자신을 돌이켜볼 여유가 있어서 그걸 일찍 깨닫고 자신의 과거 한을 잘 푼 경우고요,
    그렇게 남 배려잘하고 자기 일 잘하는 성실한 사람도 그런데 이 문제는 참 어려운 문제일수 있어요.
    남편이 그정도로 부모자식관계를 싫어하면 그만큼 상처를 많이 받고 자라서 자식에게 베푸는 것보단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할수 있어요.
    자식에게 져야할 책임과 의무도 싫을거고 안그래도 교육비와 물가폭등에 원치않은 자식까지 생기면 힘들수 있어요.
    그리고 애는 저절로 크는게 아닙니다.
    어느 정도 클때까지는 입에 들어가는 밥한숟갈, 싸는 똥 오줌 하나하나가 전부 님의 노동의 대상입니다.
    힘들고 지칠때 남편마저 나몰라라 하거나 애를 싫어하면 완전히 돌아버릴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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