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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신화를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자신과 타인을 속이는 한국여성들

조회수 : 316
작성일 : 2011-06-27 12:52:13
여고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동창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긴 세월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터라 서로 연락이 닿질 않아 모임에 나온 동창은 나를 포함해 6명에 불과했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그렇듯이, 다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느라 분주한 시간들을 보냈다. 그 중 셋은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해서 윤택한 생활을 하는 전업주부이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셋은 자기일이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적이지만, 한 친구는 결혼은 했어도 아이가 없고, 나는 결혼뿐만 아니라 육아의 경험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그날 동창모임에 나온 우리들 대부분은 직업과 양육의 양자택일 앞에서 결과적으로 반쪽만 챙겼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에 만난 전업주부 동창들처럼 비교적 여유 있는 중·상류층 여성들은 직업을 갖지 않아도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물질적 풍요가 보장된다면, 직업을 미련 없이 포기한 채 가정, 즉 가사와 양육을 선택하기 일쑤다.

전통적 모성신화의 족쇄

그동안 가르쳐온 10대 여학생들은 다들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아내이자 엄마이면서도 멋진 전문직 여성으로도 성공하길 희망한다. 이 어린 여학생들은 백마 탄 왕자님과 결혼해 귀여운 아이들을 낳아 잘 키우고, 직업적으로도 유능하길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꿈이 실현되기에 현실의 장벽은 두텁고 높기만 하다.

베티나 뮌히가 <일이냐 아기냐 아무것도 포기할 수 없는 여자(글담, 2002)>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여성이 가정생활과 직장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운 데는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여러 문제들이 놓여 있다.

직업을 포기할 수 없는 모든 여성들은, 아이를 키우면서 일도 하고 자신의 삶, 부부 생활 또한 훌륭하게 가꿔 나가길 기대한다. 물론 쉬운 일이 아니다. (중략) 여성들은 아이와 직업을 병행하기 위해 이해심 없는 고용주, 유연하지 못한 작업시간, 부족한 보육시설, 가족의 재정적 불이익, 주변 사람들의 따가운 질책, 스스로의 죄책감 등 여러 것들과 대항해 자주 싸워야 한다.(베티나 뮌히, 같은 책, ‘들어가는 말’ 중에서)

무엇보다도 ‘부족한 양육시설, 근무시간을 조절하기 어려운 직장문화, 재정적 부담을 덜어주지 못하는 사회보장제도의 미흡함’ 등과 같은 사회적 제약이 직업과 양육을 함께 하려는 여성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조차 여성 개인의 문제와 더불어 전통적인 모성신화에 맞물려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베티나 뮌히의 책을 읽다가 독일의 현실이 우리의 현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좀 놀랐다. 그녀에 의하면, 대부분의 독일남성들은 남편 혼자 충분히 생계를 꾸릴 수 있다면 아내는 가사와 육아에 전념해야지 자기실현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이런 여성들이야말로 남성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여성의 자리는 가정이지 일터가 아니라는 오래된 고정관념은 남성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그녀의 지적은 옳다. 가정보다 일터에 더 집중하거나 바깥일로 인해 육아나 가사를 소홀히 했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여성들이 그렇다. 모성신화 속에서 성장해 온 여성들이 다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현대 여성은 남성과 동일한 교육을 받고 직업활동에 참여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모성신화 앞에 굴복한다. 그래서 직장을 원하는 여성들, 직장을 가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은 일터와 가정에서 수퍼우먼이길 요구받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그렇게 강요한다. 비록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완벽한 엄마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완벽한 엄마는 직업현장이 기대하는 훌륭한 직장인이 되기 힘들기 때문에 모성신화는 자녀가 있는 기혼여성에게 직장생활을 그만두도록 부추긴다.
  
게다가 레슬리 베네츠에 의하면, 여성들이 고달픈 직업현실에 부딪쳐 직장을 그만두고 가정으로 도피하고 싶을 때 육아를 잘 하기 위해서인 것처럼 모성신화를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자신과 타인을 속인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들은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일이 싫어서 가정에 안주할 형편만 되면 가정으로 도망치려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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