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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교사 이야기 2

논술교사 조회수 : 1,748
작성일 : 2011-06-26 01:44:16
골 때린다.

부모는  부모고  나는 나인데

부모가  죽을병에 걸렸다고

내집을 팔아서  뒷바라지를  한  아들도  골 때리고

그 비싼  상황버섯을

팔지도  않고

남에게 모두 주어버린

농부 아저씨도 골 때린다.



아무튼  모두  골 때리는  사람들 투성이  이야기를  

읽고  글을 쓰려니  나도 골  때리는 중이다



이런글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성원이가  자수성가한 엄격한 아버지는  무서워 했지만

성원이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희생하는

어머니의 고마움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제보니  나는 나.

부모는 부모

냉정하게  줄을 그어놓았더군요.



돈 가는데  마음 간다고

아들 고등학교 한번 보내볼려고

다 떨어진 옷을 입고

생활하는 엄마의  마음은  오히려  귀찮은  간섭이었나봅니다.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모른채

감사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아이가  되어버린것은 아닌지  ...





하지만  이대로  성원이를 버려두기에는

성원이 엄마의  간절함이 , 그리고  저를 챙겨주는

그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수학이나  영어보다

그래도 국어가  아이들에게

인생을 살아갈 바른 길을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라 생각하고

국어교사가 된  사람이기에



그날부터 저는  일주일에 한번  30분씩  성원이를 붙잡고

글짓기 수업을 시작했습니다.



교재는  주로  신문이었습니다.

짧고  간결하지만

그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말없이 가르쳐 주는  글들을  읽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또 글을 쓰고...



조금씩 아이가  달라졌습니다.

공부하란 말만 했지

누구도  아이에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았기에

아이는  자기가 이해할수 없는 일은

골 때린다고  말할수 밖에 없었던 것이었죠.



귀한 과외시간에

하라는 시험대비는 안하고

신문 읽고  요약하고 쓰고 했으니

저는 불량 과외교사 였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는 그수업에서

부모님도 선생님도

말해주지 못한

인간의 바른 길을 스스로  알아갔습니다.



3년쯤  그런 수업을  하다   성원이와는  인연은  끝이 났습니다.



2년 6개월뒤

성원이 엄마가  논술팀을 짰다고 연락이 와서  여름방학 동안  단기로

성원이와  그친구들을 지도하게 되었습니다.



첫 수업

교재는  그당시 큰사건이었던

씨랜드  화재로  유치원 아이들이 모두 죽은 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였습니다.



어른들의 부주의와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컨테이너 박스 속에서  재가 되어버린 아이들이었습니다.

쌍둥이였던  형제는  그순간 꼭 껴앉고 있어서 맞붙은 셔츠는  타지 않았다는

기사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 군요.



중대 미대  지망인 성원이, 영국유학 갔다가 돌아온 서울대 지망생,  연대 철학과 지망인 아이

이렇게  셋이서 조용히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1시간 뒤  아이들이 낸 글을  첨삭하던  저는  성원이의 글을  읽으며

소리없이  울었습니다.

몇년만에 만난 성원이는

가슴 아픈 사건에 같이 아파하며 우리 사회와 어른들을 준열히 비판하고

아이들의  명복을 비는

감동적인 글을 써낸것입니다.



이것이 골때린다는 글로부터 시작된

저와  성원이의  논술수업 이야기입니다.



저는 성원이의 가슴속에

작은 씨앗 하나를   심었습니다.

그씨앗을 몇년동안  성원이는  큰 나무로  키워놨더군요.



아이들의 가슴에 작은 씨앗을 심는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날이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저는 성원이  덕분에  논술교사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바쁘게 논술교사로  살아가는 어느 날  

성원이 엄마가  멀리서 저를 보고 뛰어 오셨습니다.



미국  예술대학으로 유학간  성원이가 처음 1년간은 영어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젠 영어가 편해져서  미술 철학 시간에 써낸 에세이에 교수님이

엑설런트라고두번 쓰고 느낌표 팍팍 찍어 주고 영혼을 울리는  글을 써줘서

매우 감사하다는  평을 써놨다고  자랑을 하시더군요.



그날 저도 너무 기뻐   정신줄 놓았답니다.




IP : 36.38.xxx.5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ㅋ
    '11.6.26 1:51 AM (124.195.xxx.101)

    와...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저 눈물 고였어요!! 님 짱!

  • 2. 논술교사
    '11.6.26 1:53 AM (222.234.xxx.252)

    성원이 동생까지 가르쳤는데 그만 연락처를 잃어버려 이젠 연락두절입니다.
    하지만 제마음속에 영원한 제자로 남아 있네요.

  • 3. 좋은
    '11.6.26 1:56 AM (14.52.xxx.162)

    선생님을 만나는건 인생의 천복인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성원이 어머님은 아이를 위해 올인하신 보람이 있으셨네요,
    좋은 부목가 효자효부 만들고 좋은 선생님과 학생도 상호작용을 하네요,

  • 4. 씨앗
    '11.6.26 1:58 AM (211.207.xxx.166)

    터 다지고
    씨앗........ 뿌리는 이야기 넘 공감이요, 감동적인 이야기네요.
    좋은 글 계속 올려주세요.

  • 5. 그 엄마
    '11.6.26 2:01 AM (180.66.xxx.37)

    부럽네요. 원글님같은 좋은 선생님을 두셨으니... 아...울아들 어쩔껴...;;

  • 6. 논술교사
    '11.6.26 2:08 AM (222.234.xxx.252)

    성원이를 가르치며 정말 아이들이 가진 잠재력은 무궁무진 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교사는 다만 그잠재력에 작은 씨앗을 심는 것일 뿐이지요.
    그래도 그씨앗을 심는 것과 심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있겠지요.
    그래서 행복한 선생님입니다.

  • 7. ㅋㅋㅋ
    '11.6.26 2:11 AM (124.195.xxx.101)

    그쵸.. 아이들 가진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는 거..
    저도 중학교 때 절 끌어올려주신 과외선생님 마음 속으로 감사드리고 살고 있어요.
    남자 선생님이시라.. 결국 나중에 계속 연락하고 만나기는 좀 어색해서
    대학교 들어간 이후로는 길에서 우연히밖에 못 만났는데..
    그리고 저도 과외할 때 그런 선생이 되고 싶었는데..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었어요 ^^;;
    글쓰신 선생님께서 정말 좋은 분이세요!!

  • 8. 논술교사님
    '11.6.26 2:21 AM (180.66.xxx.37)

    울집 옆에 사셨음 싶네요. 일산에 어찌 안되실까요..;

  • 9. 논술교사
    '11.6.26 2:32 AM (222.234.xxx.252)

    가장 감사한 것은 좋은 글을 읽으며 아이가 훌륭한 인격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아이가 된 뒤에 좋은 글이 나오더군요. 그래서 논술은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갈고 닦는 수업입니다.

  • 10. 아이의 마음
    '11.6.26 2:34 AM (180.66.xxx.37)

    요즘 저의 가장 큰 숙제입니다. 아이의 마음 알기... 그리고 든든히 믿어주기...
    어찌 이렇게 어려운지.. 참 좋은 말씀듣고 갑니다^^

  • 11. 궁금맘
    '11.8.14 3:21 PM (110.10.xxx.109)

    논술교사님, 늦게 이 글을 보구요. 혹시 지금도 가르치고 계시고, 수업해주실 수 있으면 메일 보내주시겠어요. 메일주시면 지역과 문의 다시 드리고 싶어서요. adellie@naver.com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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