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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기운에 넋두리해요......쓸쓸해서...

하이네켄 조회수 : 956
작성일 : 2011-06-15 23:54:32
모처럼 아이들이 일찍 자서 맥주 몇 잔 마시니 술기운이 확 올라오네요...
그냥 술기운에 넋두리 한번 할게요..
남편은 회식이라 늦고..좀 쓸쓸한 생각에...
저도 직장생활을 하는데 회사에서는 맨날 너무 바빠서 사적인 행동을 할 겨를도 없구요.
퇴근하면 아이들이랑 놀아주기도 벅차고...
하여간 그래요........

3년전에 시어머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아요.
그때당시 2살 아들을 키우고 있던 저는 직장을 시댁근처 지사로 옮겨서 주말부부를 했지요.
남편은 저희 집에서 혼자 살고, 저는 시댁에서 아버님 모시면서 직장생활하고...
물론 어쩔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지만..한편으로 남편이 원망스럽기도 했어요.
나만 혼자 시골구석에 처박아(?) 놓았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왜 이런 고생을 해야 하나...밤마다 아이를 재우면서 혼자 많이 울었지요.
낯선 시골에서 지내는 밤이 얼마나 적막하고 무서운지...
여러 가지로 불편한 시골생활에 한창 크는 아이에 대한 걱정도 있고 해서..

하지만 급작스럽게 어머님을 잃은 남편의 상실감이 매우 컸기 때문에 뭐라 할 수도 없었고
저또한 어머님을 참 좋아했기 때문에 한동안 슬픔에 빠져 지냈죠...

아버님은 사고로 하반신을 못쓰기 때문에 어머님이 몇십년간 엄청난 고생을 했어요.,
그런 어머님이 같은 여자로서 너무 안됐다는 생각도 들었고, 저한테 너무나 잘해주셨기 때문에 예전엔 며느리가 시부모 욕하는게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는데...
막상 홀로 된 시아버님을 모시다 보니 아주 사소한 것으로도 불만이 생기더군요.
저는 당연히 어머님이 더 오래사실 거라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것도 원망스럽고...

그러다가 둘째를 임신하면서 출산이나 양육 문제로 시골집을 정리하고 다시 도시로 나온지 1년 됐네요. 둘째도 이제 돌 지났구요..
집에 와서 아이들 바라보면 너무 이쁘고 행복한데...
직장생활의 스트레스 때문인지 요즘은 집을 나가고 싶단 생각도 가끔 들어요.
아이들 낳기 전엔 남편이 정말 사랑스러웠는데 지금은 남편이 너무 거리감 느껴지고,
마주보는 것도 어색하고...별 것 아닌 것도 밉게 보이고..그렇네요.
맘에 안드는건 왜그리도 아버님을 닮았는지...참 이상하죠.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가끔 미운 짓하면 3대가 똑같단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정이 확 떨어져 버리는거예요. 특히 먹는 것에서...

아버님은 몸이 불편하다 보니 드시는 음식이 아주 까다로와요.
(화장실 문제 때문에요)
당신 나름대로 최대한 참고 드신다는 느낌은 받지만...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맘 상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죠.
제가 82를 알게 된 것도 아버님 모시게 되면서 무슨 음식을 해야하나...고민하면서 인터넷 뒤지다 알게 된 거구요.
저랑 식성이 달라서인지 좋아하는 재료의 음식은 별로 좋아하질 않으세요.
닭, 콩나물, 계란, 육류 등의 재료로 만들 음식..등등...

그리고 거의 국에 밥을 말아 드시는 편이라 맨날 무슨 국을 끓이나..고민하죠.
맘에 안드는 국이 나오면 그냥 물에 밥말아 드시니까..
그래서 요즘엔 아예 국없이 물을 한잔 드리는 편이예요.
회사일이 바쁘고 힘들어서 반찬신경 쓸 여유도 없거든요.

그리고 음식에 대한 선입견이 많아서 차라리 모르고 드시면 괜찮은데 알고는 절대 안드시는 게 몇가지 있답니다. 아마도 당신 몸에 이롭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닭갈비나 닭발을 처음엔 모르고 잘 드시다가 나중에 닭인걸 알고는 안드신다든지...
근데 남편이나 큰아들이 식성에서 좀 닮았더군요..

무슨 얘기를 하려는 건지...그냥 이 집을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예전에 정말 싫어 했던 말인데..아이들땜에 산다는...
근데 사실이네요...아이들땜에...살게 되네요..
시아버님 흉이나 남편에 대한 불만 얘기하자면 한도끝도 없을거 같고....
이렇게 어디에라도 풀어놓으면 좀 홀가분할까 싶은 생각에..
누구에게라도 공감받고 싶어서요.........
써놓고 후회해서 금방 지워버릴지도 몰라요...
IP : 211.179.xxx.203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엄마
    '11.6.16 12:04 AM (118.218.xxx.108)

    에효....많이 힘드시죠?
    저보다 나이가 많으신지 어리신지 모르겠지만
    저역시 머지 않아 님과 같으 생활할꺼 같아 님글이 그냥 넘어가질 않네요.

    님...저는 얼마만에 가는 시댁길도 어머니 오래 살길 바라며 가요.
    어머니께서 많이 아프시거든요.
    아버님 정말 까다로우시구요.

    속으로 빌어요. 어머님이 더 오래 사길...

    허나 이게 제 맘대로 되겠어요.
    하지만 하나 생각은 아직 그대로예요.
    어머니처럼 아버님 우러러 보살펴 주지 않을꺼라는...

    님도 님 생각 그대로 남편에게 내 보이세요.
    내 부모도 아니고 남편 부모님 얼마나 어려워요
    근데 남자들은 얘기 안하면 몰라요.

    너무 모든걸 희생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남자들이 다 이해해 주는건 아니거든요.

    님 .... 힘 내세요...이것 밖에 할말이..

  • 2. 정말
    '11.6.16 12:10 AM (121.128.xxx.91)

    많이 힘드시죠. 남편에게 작은 위로라도 받으면 금방 힘이 솟을 수도 있는데, 이맘때가 서로가 조금은 지칠 때인 것 같아요. 그래도 참 열심히 사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혹시 돼지책이란 그림책 아시나요?? 이 책 속의 엄마처럼 하루라도 훌쩍 집을 떠나 원글님만의
    시간을 가져보세요.. 지금은 원글님의 마음속 빈 방을 다시 채워야 할 때인 것 같아요 ..
    힘 내세요!!

  • 3. ,,,,
    '11.6.16 12:13 AM (216.40.xxx.70)

    너무 힘드시면 간병인 서비스도 알아보세요.
    시골이라 안오려나..
    적당히 음식도 사가시고요. 반찬가게에다 주문하셔서 입맛에 맞는걸로 사다드리기도 하시고,
    인터넷으로 주문배달도 해보시고. 요즘 물가 비싸서 만드나 사다먹나 비슷해요.
    그런식으로라도 님이 편한 방식 연구해 보세요.

  • 4. ㅏㅓ
    '11.6.16 1:14 AM (121.176.xxx.157)

    결혼은 그래서 무덤이기도 하죠. 청춘의 무덤. 자유의 무덤.
    그 자유를 건네주고 자식을 받는 것.
    그래도.. 원글님 너무 서글프시겠어요.
    자신의 부모도 아닌데...
    엄밀히 따지면 남의 부모인데.
    휴...
    이런말 하기 싫지만, 한국선 여자팔자가 남자한테 참 많이 좌우되네요.
    저희언니도 새벽에 일어나 치매걸린 시아버지 집으로 직행해서 수발 다들고
    다시 집에 와서 직장 출근한대요.시어머니가 입원하셨대요.

    참.. 서글프다 우리 인생아...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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