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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 당신의 신의를 보여주세요/ 양정철전국정홍보처장

저녁숲 조회수 : 332
작성일 : 2011-05-17 15:40:10

// 반기문 총장님, 당신의 신의를 보여주세요 //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한 반기문 총장(사진:뉴시스)

......................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올해 말로 임기 5년을 마칩니다. 국제사회 관심은 그의 연임 여부에 쏠려 있습니다. 미국이 반 총장의 연임을 적극 지지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정황이 잇따르고 있고, 본인도 재선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굳이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유엔 주변에서는 “반 총장 연임이 거의 확실시 된다”는 얘기가 나도는 모양입니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에서 최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확고한 지지가 반 총장 재선에 큰 힘으로 작용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반 총장이 연임에 꼭 성공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로 인해 한국이 대단한 덕을 보는 건 아니지만, 나라의 위상과 이미지에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이제 그는 한국이 배출한 국제지도자 중 한 사람이 됐으니, 연임에 성공해 더 큰 일을 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다만 그가 연임에 도전하기 전, 한 가지 해야 할 일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 부탁은, 한때 같은 일터에서 같은 대통령을 모셨던 참모 출신으로 하는 부탁이 아닙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 드리는 조언입니다.


그가 UN 사무총장이 된 배경엔,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노 대통령은 그를 아꼈습니다. 청와대 외교보좌관으로 발탁한 것도 노 대통령이요, 외교부 장관으로 발탁한 것도 노 대통령입니다.


그가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 중, 큰 시련이 한 번 있었습니다. 바로 김선일씨 피살사건입니다. 많은 언론들이 그를 자르라고 난리가 났습니다. 노 대통령은 끝내 그에게 책임을 묻지 않았습니다. 김선일씨 참극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외교부 장관 한 사람에게만 책임 물을 일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노 대통령은, 장관 개인의 능력과 자질 혹은 대응의 미숙이나 불성실로 그 사태가 난 게 아닌데, 무조건 장관 자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그때 이미 반 장관을 UN 사무총장으로 밀 때여서 그를 보호하려는 생각도 컸습니다. 대통령은 “내가 욕을 먹지, UN 사무총장 추진을 여기서 그칠 수는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습니다. 한 참모가 특보 같은 자리로 빼 외국으로 다니게 하는 게 어떻겠냐는 건의를 했습니다. 대통령은 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면 이미 경질이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한국에서 UN 사무총장이 나온다는 거, 멋진 일 아닌가. 욕은 내가 먹는다니까...”



그런 위기에서 반 장관을 믿고 지켜준 노 대통령이 있었기에 오늘의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가 UN 사무총장이 된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시 국제사회엔, 차기 UN 사무총장은 아시아 차례라는 분위기가 있을 때였습니다. 한국이 한번 해 볼만 했습니다. 참여정부는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 기울였습니다.




노 대통령은 순방 가는 나라마다 정상들에게 반 총장에 대한 지지를 부탁했습니다. 사실은 그런 목적의 순방이 잡히기도 했습니다. 총리까지 순방을 잡아 열심히 뛰게 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그것으로도 마음이 안 놓여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을 주요국에 특사로 보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이도록 했습니다. 3차 예비투표 직후 ‘반대 1표’가 특정국에서 나왔다는 풍문이 돌자 참모들에게 “지금이라도 그 나라를 방문할까”라는 말씀을 꺼냈을 정도입니다.


반 총장 당선의 더 결정적 배경은, 노 대통령이 재임 중 일관되게 추진했던 균형외교 정책입니다. 아시아에서 총장을 배출하려면 중국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중국은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입장만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국가 출신 인사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반 총장 개인은 친미성향이 강하지만 중국은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가 일관되게 견지했던 균형외교를 높이 평가했고 그 차원에서 한국정부가 미는 반 총장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겁니다. 다른 제3세계 국가도 비슷했습니다.


물론 미국 등 서방과도 이라크 파병 등 주요 현안에서 이미 신뢰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폭넓은 지지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반 총장이 당선된 이후, 생색은커녕 반 총장을 편하게 놔줬습니다. 오로지 그를 위해서였습니다. 그가 한국 대표로 UN 총장을 하는 게 아니니, 너무 한국정부가 그를 속박하면 안 된다고 배려한 겁니다. 국제 지도자로서 자유롭게 소신껏 일하도록 풀워줘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노 대통령 자신이 들인 공 때문에 이뤄진 일이라, 생색이라도 낼 법한데 전혀 그러지 않았습니다. 청와대나 부처에도 같은 당부를 했습니다. 심지어는 KBS가 제안한 축하 <열린음악회>조차도 정부가 함께 하지 말도록 홍보수석실에 당부했습니다. 한 참모가 “이런 내막을 알려야 하는데..”라고 아쉬워 하자 대통령은 “쓸데 없는 소리, 반기문 총장이 잘 됐으면 된 거고, 반기문 총장에게 영광을 돌려라. 기분 좋다”고만 하셨습니다. 흥이 나서 술도 한잔 하셨습니다.


그랬던 노 대통령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저는 당시 봉하에서 국민장과 안장식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쪽에서 절차를 밟아 아주 정중하게 반 총장의 추모 영상메시지를 부탁한 적이 있습니다. 받지 못했습니다. 서면으로라도 추모메시지를 보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역시 받지 못했습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당연직으로 맡는 국민장의위원회 고문을 맡는 것도 어렵게 수락을 받았습니다.


속으론 뜻밖이었고 당황스러웠고, 솔직히 유감이었습니다. 하지만 본인에게도 급작스런 일이라 그럴 수 있다고 이해했습니다.


그는 노 대통령 서거 후에 한국을 두 번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단 한 번도 노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하지 않았습니다. 그것 역시 바쁜 일정 탓으로 이해하려 합니다.


그래서 미리 조언합니다. 다음에 또 한국에 올 일이 있으면, 그러면 안 된다는 점을 말입니다. 그가 UN 사무총장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큰 일을 해도, 그의 국적은 한국입니다. 국제무대를 누빌 땐 모르겠지만, 한국에 오면 여전히 자신의 부모와 친구와 신세 진 사람들과의 신의를 잊으면 안 됩니다.


국제무대엔 국제적 룰이 있겠지만, 동양적 가치와 한국적 가치는 여전히 ‘신의’와 ‘도리’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에 그가 한국에 올 날을 눈여겨 볼 것입니다. 어떤 도리를 할지 지켜볼 것입니다. 하늘에 계신 노 대통령은 반 총장에게 그런 부담을 주는 것조차 민망해 할 분이지만, 노 대통령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들은 반 총장에게 그런 충고를 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http://yangjungchul.tistory.com/169
IP : 58.235.xxx.222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녁숲
    '11.5.17 3:40 PM (58.235.xxx.222)

    http://yangjungchul.tistory.com/169

  • 2. 눈물이
    '11.5.17 4:06 PM (175.117.xxx.201)

    .........!!!!!!
    반총장님..사람이 그러는 거 아닙니다...그렇게 사는 거 아닙니다..

  • 3. 사람들이
    '11.5.17 4:07 PM (175.117.xxx.201)

    이런 사실을 많이들 알고 계시는 건가요?
    읽어 보지도 않는 분들이 많은 거 같네요,,

  • 4. 안타까움
    '11.5.17 4:07 PM (175.117.xxx.201)

    .....

  • 5. 잠깐
    '11.5.17 4:54 PM (58.234.xxx.91)

    유엔 사무총장이 된게 그 당시 정권의 외교적 방향과 큰 관계가 있을수 밖에 없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개인의 능력이 없다는 얘기가 아니라 외교적 백그라운드가 훨 큰 자리니까요.본문에 쓰신 참여정부의 균형외교와 큰 상관이 있다고 보는게 맞다고 생각해요.미국의 입김이 엄청 큰 자리지만 그렇기 때문에 예전처럼 미국에 일방적으로 따라가기만 하는 정권이었다면 다른 나라들이 반대했을거 같아요.

    노통 사후에 저런 일이 있었는지는 몰랐네요.원래 대대로 외교 라인들이 한나라당 성향에 가까울 수 밖에 없는 건 알았고, 반총장도 전두환때 거물이었던 노신영 라인이라고 들어서 그러려니 했습니다만
    그래도 씁쓸하군요.

    사족이지만 반총장 취임후 행보때문에 비판이 만만치 않다고 들었는데 연임이 되나 보군요.
    역시 미국 입김이 강하다는 거네요.하긴 대체 가능한 다른 권력이 없다시피 하니.
    미국에 지나치게 기울었다는 비판이었는데 이러면 더 비판이 나오겠네요.
    유엔의 권위 자체가 줄어든지 오래되긴 했습니다만.

  • 6. 헤로롱
    '11.5.17 8:23 PM (122.36.xxx.160)

    반기문, 한미fta교섭본부장 김종훈 나약하고 기회주의적인 지식인이 전형으로 보여요.

  • 7. .
    '11.5.17 10:06 PM (211.202.xxx.121)

    애고 ~지켜볼 일이지만 찾아올 넘이었다면 두 번중에 왔지 않았을까요 비겁한 늙은이입니다.
    기대하시다 더 실망 하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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